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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8화 〉 3번째 로그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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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째 로그인 (1)

책을 덮던 안지혁이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유태현을 쳐다봤다.

“넌 왜 내가 꼭 뭘 하려고하면 놀자고 하냐?”

“너의 수업을 꿰차고 있으니까?”

“수요일에 쉬는 걸 알아서?”

“고롬! 오늘 저녁은 미친 듯이 술 빨아도 된다는 하나의 시그널이라고나 할까?”

안지혁이 한숨을 쉬었다.

“어쨌든 오늘은 안 돼.”

눈을 부릅뜨는 유태현.

그는 11시를 향해 달려가는 시계를 가리키며 발끈했다.

“이런 미친? 오전부터 예약을 해도 안 받아준다는 거야?”

“태현아.”

“응?”

“나 오후부터 쨀 거야.”

“으아니? 신성한 수업을 짼다고?”

“나 출석률 좋아. 오후 수업 한 번 정도는 째도 학점에 지장 없어.”

유태현이 갑자기 우울한 눈동자로 안지혁을 응시했다.

그는 곧 고개를 숙이며 한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난 아닌 줄 알았다. 적어도, 적어도 우리만은 평생 우정을 안고 갈 줄 알았어. 중딩 때부터 지금까지. 크. 그랬지. 군대에서 혹한기 훈련 가서, 얼어붙은 손을 서로 맞잡으며 이런 개같은 훈련 이겨내자고. 반드시 이겨내자고···.”

그는 어금니를 꽉 깨물며 얼굴을 들었다.

“전우애까지 섞인 우리 우정이!! 고작 이 정도 였-. ···응?”

방금까지만 해도 옆에 있었던 안지혁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수군거리는 대학 동기들.

연기하던 표정을 싹 깔아치운 유태현이 미어캣처럼 자리에서 일어났다.

“씨발? 어디 갔어?”

***

“좋은 타이밍이었다.”

갑자기 연기를 하고 지랄이야?

덕분에 탈출에 성공했다.

안지혁은 빠른 걸음으로 집을 향해 걸어갔다.

“당분간은 술과 작별이다. 아디오스.”

술?

그는 술을 좋아한다.

여느 평범한 대학생들처럼.

하지만 더 좋아하는 것이 생겼을 뿐.

후다닥 집으로 돌아온 그는 옷을 훌렁 벗어 재끼고 샤워를 했다.

수건으로 머리를 탈탈 털던 그는 몽즈 헬멧으로 시선이 돌아갔다.

“혹시 모르니까 다시 충전하는 게 좋겠지?”

지난주 일요일에 완충된 것을 봤지만 혹시 하는 마음이 들었다.

옷을 입은 그는 몽즈 헬멧을 무선 충전기에 올려놨다.

띠링. 띠리링. 띵!

“어? 2초 만에?”

몽즈 헬멧 안에 있는 빳데리 효율이 장난이 아닌 듯 했다.

하루 정도만 지나도 전력 손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았는데.

“되면 된 거지.”

그는 낚아채듯 몽즈 헬멧을 들고 침대로 돌진했다.

“점심은 거르는 걸로.”

그는 헬멧을 쓰고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전원 버튼을 눌렀다.

***

- 안스라드님!!

“안녕! 뮤르.”

어느새 안스라드로 변해있는 안지혁.

여전히 시작은 기억의 입구였다.

플레이를 할 때마다 왔다갔다 거려서인지 이제 익숙하다 못해 친숙한 느낌마저 들었다.

공중에 둥둥 떠 있는 뮤르가 아쉬운 듯이 말했다.

- 좀 더 자주와 주세요!!

“근데 나도 생활이라는 게 있어서.”

- 히잉. 여기 평생 있으셔도 되는데.

“···그건 좀 무서운 말인데?”

- 왜요? 그런 유저들 많은데요?

“헉? 진짜?”

- 네! 다른 뮤르들이 그러던데요?

충분히 가능성 있는 말이었다.

현실에 만족하지 못한 상태라면, 여기에서 매일 죽치고 있는 것이 유저에게 좋은 일일 수도 있으니까.

어몽즈의 세계관이 마음에 들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지만 말이다.

‘굳이 그런 게 아니더라도, 현실의 하루가 어몽즈의 삼일이니 훨씬 효율도 좋고 말이지.’

안스라드가 뮤르에게 말했다.

“그건 그 유저들 삶이고. 난 둘 다 포기할 수 없어.”

- 좋은 단어네요.

“뭐가?”

- 포기할 수 없다는 말.

안스라드는 뮤르를 빤히 쳐다봤다.

몽실몽실한 타원형을 옆으로 누인 느낌의 뮤르.

가로의 3등분쯤에 단추 같이 조그만 눈이 각각 하나씩 있었다.

좋게 표현하면 눈만 동글동글 뜨고 있는 구름의 느낌이랄까?

웃기게 표현하자면 기다란 콘센트라고 할 수 있었다.

저번에 뮤르와 형체에 대해서 토론을 하다가 결국 형체를 가지기로 합의를 봤다.

인사를 하려면 서로 마주보고 해야 할 거 아닌가?

허공에 인사하는 게 어디 있냐고 압박을 하니 결국 뮤르도 손을 들었다.

곧바로 최대한 이미지를 떠올려 준비를 한 다음, 뮤르가 몸에 들어와 그 이미지를 살폈다.

잠시 망설였지만 좋다고 하면서 변했다.

그게 지금의 이 모습.

둥둥 떠 있는 뮤르는 정말 귀여웠다.

몸까지 만들 깜냥이 되지 않아 얼굴만 만들어줬는데 계속 보고 있으면 정감이 갔다.

물론 뮤르도 맘에 들어 하는 눈치였다.

‘이 녀석. 단순한 시스템이 아닌가? 감정적인 표현을 하네?’

- 왜용?

“아니. 그냥 신기해서.”

- 제 모습이? 으앙??

“하하. 아니. 그건 내가 만든 건데 왜 신기하다고 하겠냐.”

- 그럼 뭐가요?

“그냥 네 존재가.”

뮤르의 몸이 살짝 기울었다.

이걸 갸웃거린다고 해야 하나?

- 제 존재가 왜요?

“감정을 표현하는 것 같아서.”

- ??

이해를 못하겠다는 눈빛을 내비친 뮤르.

이런 이야기할 단계는 아닌듯하여 안스라드는 손을 흔들었다.

“아니다. 난 간다. 나중에 봐.”

- 네! 조심히! 안스라드 님!!

화아악!

이번에도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눈을 뜨니 크녹타 시티의 포인트 건물.

“그때로부터 일주일이 지났겠지?”

지금은 낮.

12시에 접속을 했으니 여기도 12시가 되었을 것이다.

의외로 쉬운 계산.

0시에서 8시까지가 하루, 8시에서 16시까지가 또 하루, 그리고 16시에서 24시까지가 또 다시 하루였다.

날이 밀리거나 틀어지지 않았다.

즉, 오늘이 무슨 요일입니까 라고 물어볼 상황은 생기지 않았다.

“계산만 똑바로 한다면 말이지.”

안스라드는 허기짐을 느끼고 번화가 근처에 있는 식당가를 돌았다.

다르하와 갔던 [피 뚝뚝 살 쩝쩝] 앞에서 잠시 고민을 했지만 다른 곳도 가보고 싶어서 걸음을 옮겼다.

‘아직 시간은 여유로우니.’

약속 시간은 오늘 2시.

크녹타 시티 행정처의 2층에서 보기로 했다.

‘1층에 가면 안내해줄 사람이 기다리고 있다고 했던가?’

그는 약속을 곱씹어보며 음식점을 찾았다.

“흐음?”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군침 도는 냄새.

냄새가 그의 발걸음을 이끌었다.

“여긴가?”

[베올라의 꿩 국수집]

“···엥? 꿩 국수??”

이 냄새가 뭔가 싶었는데 가만 맡아보니 꿩 육수의 냄새였다.

‘다르하 사장이 국수 맛집이 있다고 하던데. 여기는 아니겠지?’

일단 가게 안으로 들어간 안스라드.

손님이 꽤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직원이 그를 반겼고, 곧바로 메뉴판을 내밀었다.

- 꿩 국수 : 1골드

- 꿩 구이 : 2골드 5실버

‘간단하네? 10실버가 1골드라고 했지?’

안스라드는 손을 들어 주문했다.

“꿩 국수 하나랑 꿩 구이 하나요.”

“꿩 구이는 시간이 걸리는데 괜찮나요?”

“네. 대신 국수랑 같이 주세요.”

“알겠습니다! 기다려주세요!”

직원은 밝게 웃음을 지으며 주문한 것을 주방에 알렸다.

‘다 먹고 가면 되겠네.’

오늘 일정은 이랬다.

델카디온을 만나서 텔레포트 스크롤을 받는 것.

스크롤과 관련된 비용은 지불하기로 했으나 델카디온이 한사코 사양을 했다.

하지만 조건은 확실했다.

아이언 골렘이 던전에서 나오지 않는 것.

그리고 절대 그 안에서 모험가가 죽지 않을 것.

그 조건만 지켜진다면 텔레포트 스크롤은 무한히 지급한다는 전제였다.

‘그건 오늘 던전에 가서 왕눈이를 설득하면 될 일이지.’

안스라드는 특정한 던전에 집중할 시간은 없었다.

다시 말하면 이 던전은 자동으로 관리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니 오늘 왕눈이를 만나, 네가 만든 골렘으로 주기적으로 사냥을 해라고 하면 귀찮게 골렘 던전에 갈 필요는 없을 것이다.

왕눈이와의 관계 때문에 던전에 찾아갈 일은 있겠지만 일로서, 그러니까 골렘의 수를 조절하기 위해 던전에 가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그 다음 일정은 텔레포트 스크롤로 왕눈이를 보러 가야 했다.

단순히 던전 관리를 부탁 할뿐만 아니라 형제 골렘을 인수 받아야 하니까.

물론 왕눈이를 보기 전에 일단 골렘 던전을 싹 쓸어버려서 레벨을 올려야 하겠지?

정하나 팀장과 전화 통화를 하며 느낀 거지만 도둑 레벨이 87이면 정말 장난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그래도 반드시 이긴다.’

아무 의미 없는 자존심 싸움일수도 있지만 강한 유저와 붙어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다.

안스라드의 목표는 확실했기에.

‘반드시 이기겠다. 델카디온.’

델카디온에게 악한 감정은 없었다.

정말 미치도록 순수한 승부욕.

그와 붙어서 이기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하지만 실력조차 추측하기 힘든 상황이니 최대한 강자와 많이 붙어서 경험을 쌓고 레벨을 올려서 강해지는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그리고는?

‘강한 던전을 찾아야지.’

천하제일무쌍과 싸우기로 한 날은 현실로 따졌을 때 수요일 오후 7시.

어몽즈 시간으로 따졌을 땐 4일을 자고 난 뒤였다.

오후 7시면 여기 시간으로 아침 9시쯤 되겠지?

‘아침부터 칼부림 나겠네?’

그때까지 열심히 레벨업과 스탯을 올려야 했다.

그때 직원이 안스라드 앞에 시킨 음식을 내려놨다.

“음식 나왔습니다.”

“감사합니다.”

모락모락 올라오는 김은 역시 입맛을 자극하는 기본 요소 같았다.

후룩.

“!!”

맛있었다.

특히 걸쭉한 육수가 일품이었다.

면발은 쫄깃쫄깃했고, 간간히 보이는 꿩 고기는 부드러운 식감을 자랑했다.

그리고 조리되어 나온 꿩 구이는 야들야들한 육질이 깔끔하고 담백했다.

“어우. 쩌는데?”

정신을 확 들게 하는 맛.

골드를 지불하기에 전혀 억울하지 않았다.

4골드를 내며 직원에게 말했다.

“와. 맛있네요. 잘 먹었습니다.”

직원이 안스라드에게 5실버를 건넸다.

“감사합니다.”

“다음에 다시 올게요!”

순간 머뭇거리는 직원.

“아. 다음은···.”

뭐지? 이 반응은?

“왜 그러시죠?”

“죄송하지만 저희는 곧 문을 닫습니다.”

뭔 소리야?!!

손님도 많고, 음식도 맛있고, 문을 닫을 이유가 전혀 없어보였다.

안스라드는 당황한 목소리로 물었다.

“왜요? 이 맛있는 식당이 왜??”

“그게··· 꿩 수급이 힘들어서요.”

“아니 무슨-.”

순간 퀘스트 창이 떠올랐다.

[퀘스트 : 꿩 수급 힘든 이유를 들으세요]

[리워드 : 연결 퀘스트 획득]

[패널티 : 다시는 베올라 가게에서 꿩 국수를 못 먹음]

* 힌트 : 쉽게 가르쳐 줄 리 없음.

···어?

퀘스트가 뭐 이래?

‘아···. 어몽즈 퀘스트는 인과에 의해서 생긴다고 했었지?’

식사를 했다는 것 자체로 인과가 생긴 건가?

그런데 쉽게 안 가르쳐주다니?

‘그래. 직원이 갑자기 미주알고주알 다 이야기하는 게 더 이상한 일인가?’

안스라드는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 다음에 입을 열었다.

“언제 장사 접습니까?”

“아직은 재료가 남아있으니. 으음. 한 5일 뒤겠죠?”

“알겠습니다. 그 사이에 열심히 올게요.”

“네. 안녕히 가세요!”

[베올라의 꿩 국수집]에서 나온 안스라드.

그는 어느 정도 일정을 소화한 다음에 여기에 다시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곧 크녹타 시티 행정처에 도착했다.

1층에서 어슬렁거리자 한 남자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안스라드님?”

“네.”

“제가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안스라드는 남자를 따라 위층으로 올라갔다.

“들어가시면 됩니다.”

안스라드는 그에게 가볍게 목례를 하며 문을 열었다.

“안녕하-. 어엇?”

안에 있는 사람은 안스라드의 기대와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왔어?”

더듬이 머리의 그녀.

마법사 루미가 정면에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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