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화 〉 44. 영웅지로 3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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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긴가민가 하던 군중들이 어느덧 자신감이 생긴 것인지 흑호방 아이들에게 돌팔매질하였다.
“부모님 원수!!! 우리 엄마 살려내!!!”
꼬마아이가 돌을 던지기 시작하자 군중들이 흥분하기 시작했다. 너도나도 욕을 하며 돌을 던진다.
“죽어라. 죽어라!”
이러다간 요 녀석들 본거지 가기 전에 날 샐 거 같다.
“자자. 진정하시지요. 여러분의 분노는 이해합니다. 하지만 우선 이 녀석들이 있는 곳에 가야 합니다. 길을 터주세요. 대장을 잡아야 일이 끝납니다.”
“의인이시여! 저희가 안내하겠습니다.”
안내까지 바라지 않았는데 성난 군중들이 혼이 나간 녀석들을 데리고 흑호방까지 동행했다.
“여깁니다.”
갑자기 부담이 커졌다. 모두들 내가 흑호방을 제대로 처리해주길 바라고 있다. 안 봐도 알 수 있다. 이놈들이 얼마나 악독한 종자였는지···
알아서 대문까지 열어젖힌다.
그 다음은 조용하다. 문을 들어서자마자 험상궂은 건달들이 꽤 많이 있다.
“너희들 뭐냐?”
“이놈들입니다. 무사님”
이럴 땐 두말없이 선방이다.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 손맛 아니 몽둥이맛 한 번 제대로 본다.
비호같은 몸놀림과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무기를 들고 한 놈씩 두드려 패기 시작했다.
[꽤 액!]
이십 명정도 되는 녀석들을 순식간에 피떡이 되도록 만들었다. 이제 정리할 시간이다.
대장으로 보이는 이가 그렇게 매를 처맞고도 반항을 한다.
“네 정체를 밝혀라. 우린 사황련 소속이다. 후환이 두렵지 않으냐?”
‘안 두려워, 내가 사황련 최고 귀빈이야.’
사황련 사파의 집합체다. 정확히 말하면 십이개 세력이 연합한 집합체다. 원래 이름은 사도십이련이었다. 이놈들은 십이련은 아니고 방계조직이다.
이런 건 척 보면 딱이다.
“네놈들이 사황련 소속이라고?”
“크크크! 이제야 알겠느냐? 감히 사황련을 무시할 살아···”
[따 악!]
이거 도저히 말로 해서는 안 되는 놈이다. 꼭 이런 놈이 있다. 뒷배만 믿고 설치는 놈이 있다. 막상 뒷배도 아니다.
[퍽 퍽 퍽 퍽 퍽]
한대는 맛보기고 본격적으로 매타작했다. 소리 한 번 찰지게 때렸다.
“살려주시오. 잘못했소. 살려주시오.”
“좋아. 너희들 죄를 스스로 고해봐.”
난 관법과 안법으로 녀석들을 관찰했다. 내 눈은 못 속인다.
평상시엔 그리 주의 깊게 보지 않아서 그렇지 제대로 발동하면 누구도 내 심안을 벗어날 수 없다.
“저는 어려서 조실부모하고 어렵게 살다 보니 이렇게 죄를 지었습니다. 돈을 빌려주고 조금의 이자를 받았지만 죄라면 달게 받겠습니다.”
“너 이쪽”
“몇 번 때린 적밖에 없습니다.”
“너도 이쪽”
“먹고 살기 위해 강도질과 다름없는 일을 했습니다.
저리로 준다고 돈을 빌려줘서 돈을 갚으러 올 때마다 거절하여 이자를 불려 결국 집과 땅문서를 가로챘습니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넌 이쪽.”
···
총 25명 셋만 제대로 얘기하고 나머진 전부 거짓말이다. 개과천선할 가망이 없는 놈들이다.
“너희 셋 장부가 어딨는지 알지? 가져와”
세상 어느 조직이든 장부가 있다. 이런 구린 조직일수록 서로를 못 믿기에 장부기입은 철저하다. 혹시나 삥땅 치는 놈들이 있을까 감시하기 위해서다.
“여기 있습니다.”
장부를 훓어보니 열 냥 빌려주고 일 년도 안돼 백 냥을 받는 것은 물론 인신매매와 마약까지 손댄 놈이다. 도저히 상종 못할 놈들이다.
문제는 이놈들을 패 죽일 수가 없다는 것이다. 백주대낮에 양민들 많은 데서 죽이기엔 어렵다. 음양쌍마나 살수들과는 다르다.
‘이거 어떡하지? 일은 벌려놨는데 다 죽일 수도 없고. 돈과 곡식을 어떻게 나눠주느냐고···’
두통이 몰려온다. 영웅 다시 생각했다. 두 번 할 짓 못 된다. 역시 조용하게 가늘게 사는 게 좋다.
영웅도 해본 놈이 잘한다. 난 영웅 놀이에 쫒겨본 경험이 많이 영웅을 해본 적이 없었다.
잠시 고민을 하고 있던 중 뜻밖에 구세주가 등장했다.
“이놈들입니다. 저희를 습격한 놈들이··· “
이놈들 아니야 나 혼자야. 말을 똑바로 해야지.
일단의 무사들이 보였다. 역시 경험이 중요하다. .저번에도 그렇지만 쥐새끼처럼 잘 도망치는 놈이 있다.
‘어? 낯이 익은 데 누구더라?’
한 명이 낯이 익다. 내 짧은 인맥 산도적은 아니고 도사도 아니고 어디서 보긴 봤는데 ···
“아복님 아니십니까?”
“누구십니까?”
“칠공자를 모시고 있습니다.”
곰곰이 보니 그때 술 마신 인물 중 하나다. 칠공자 호위 대부분 한가락 한다. 나 정도는 못 돼도 절정고수다.
“반갑습니다.”
“이놈들이 공자님께 무례를 저질렀습니까?”
“아니 그게 아니라···”
대충 일어난 일들을 얘기해주었다.
“죄송합니다. 나름대로 규율을 잡는다고 하나 가끔 저희를 사칭하여 일을 벌이는 놈들이 있습니다.”
“괜찮습니다. 이놈들 처리를 부탁합니다. 행여 양민들에게 보복을 할지 모르니 확실하게 부탁합니다.”
“알겠습니다. 저희가 운영하는 탄광이 있습니다. 한번 들어가면 죽기 전에는 못 나오는 탄광이 있지요. “
“형님! 살려주십시오. 이놈이 저희를···”
“무슨 소리! 내 너를 어찌 안다고 하느냐. 너 같은 놈을 동생으로 둔 적이 없다.”
같이 온 일행들이 눈치 하난 빨랐다. 내가 사황련 칠공자를 치료해준 사람이란 걸 아는 순간 바로 입 닦았다.
“칠공자는 잘 계시지요?”
“그렇습니다. 공자님의 신묘한 의술에 힘입어 병마를 이겨낸 것뿐만 아니라 무술도 익히고 있습니다. “
“혈의다. 저분이 혈의다.”
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고 내가 칠공자의 불치병을 고쳐준 게 소문이 쫙 퍼졋다. 나도 모르게 혈의란 별호를 가지게 되었다.
“저분이 그 유명한 혈의란 말인가?”
“그렇네. 불치병도 고치는 이 시대 최고의 명의라는 소문이네.”
“대단하군. 나이도 젊어 보이는데···”
“이 사람아 의술이란 게 나이만 먹는다고 되는 게 아니지. 저분은 천재시네! 그리고 의인이시지. 하늘에서 내려준 의인이야.”
“저분 성함을 알고 있는가?”
“그것까지는 모르겠네.”
‘내 이름 진아복이야. 아이고 아버지 이름 좀 바꿔주라고 했잖아요. ‘
꿈속에서 묘령의 여인을 구출할 때 진아복 했던 때 그녀의 얼굴이 기억난다. 도저히 매치가 안되는 이름이다. 영웅의 이름과는 거리가 멀다.
“진아복이시네. 명문 진가의 후계자네. 자네들도 들어봤겠지? 검각의 진아령? 그분이 이분의 여동생이네.”
“정말인가? 천하 삼대 미인이자 오룡삼봉 중 하나인 진아령의 오라버니라고?”
“그렇다는군. 역시 명문이 달리 명문이 아니야. 허허 오라버니는 의술과 무공이 출중하고 여동생은 무공과 미모가 출중하니 거참 대단한 집안이군.”
갑자기 분위기가 요상하게 흘렀다. 이러다간 황제가 되고도 남을 거 같았다. 난 남은 일을 사황련의 무사에게 맡겼다.
“제가 이 고장 출신이 아닌지라 이들이 착복한 돈을 나눠주기가 어렵습니다.
상세한 사정을 아는 이로 하여금 억울하게 뺏긴 돈과 재물을 돌려주시길 바랍니다.”
“당연히 그러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저희 사황련이 소문처럼 나쁜 집단이 아닙니다.”
“알고 있습니다.”
이제는 발을 빼야 할 시간이다. 다시 가야 할 곳이 있다. 어제 그 모녀의 집이다. 하루 정도 상태를 봐주는 게 좋을 듯하다.
내가 안 해서 그렇지 하면 제대로 한다.
“제가 시급히 봐야 할 환자가 있습니다. 이곳을 부탁하겠습니다.”
겨우 말을 마치고 길을 나서는데···
“무림에 의인이 나타나셨다.”
“무림의룡 진아복!”
“천하신의 진아복!”
“열혈영웅 진아복!”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모르지만 하나둘 별호를 외치자 서로 내 별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즉석에서 만든 별호다.
이런 무명은 남들이 지어줬기에 더 뜻이 깊다.
‘흠 제대로 지엇군. 이거 너무 유명해지면 피곤한데···’
양민의 환호를 받으며 서둘러 모녀의 집에 도착했다.
“어머님은 어떠신가?”
“많이 좋아지셨습니다.”
“흐음 다행이군. 내가 한번 상세를 살펴보겠네.”
“어머님!!! 그분께서 오셨어요.”
원래 맥을 집는 게 정상이지만 내가 누군가 투시력을 갖고 있다. 다행히 심장도 정상이고 호흡도 정상이다.
폐 쪽에 약간 희뿌연 게 잇지만 며칠 제대로 먹고 내가 피를 갈아주면 확실히 낫는다.
병석에 누워있던 어미가 자리에서 일어나 예를 차리려 하였다.
“아직 일어나시면 안 됩니다. 좀 더 요양을 하셔야지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 은혜를 어찌···”
“은혜라니요. 당치도 않은 말씀입니다. 저에게도 부모님이 계십니다. 이런 효자와 효녀를 보니 도울 수밖에 없지요.”
난 아들에게 돈을 쥐여주었다. 체면도 차릴 때가 있고 안 차릴 때가 있다. 이럴땐 단호하게 얘기하는 게 좋다.
“이걸로 고기를 좀 더 사오고 이번엔 부식 거리도 함께 사오세요. 어머님을 낫게 하려면 꼭 필요합니다.”
아들은 돈을 받아들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고기와 부식을 사 왔다. 조금 있으니 주방에서 음식을 차려 나왔다.
누이가 음식을 장만한 거 같다.
네 명이 한자리에 둘러앉아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어 맛있잖아. 이 여자 솜씨가 엄청나네.’
진짜 맛있다. 솔직히 어머니 요리보다 맛있다. 감탄과 동시에 여인의 얼굴을 다시 보니 미인이다. 화려한 미인은 아니지만 뭔가 매력이 있는 미인이다.
저녁을 먹고 피를 잠시 정화하기 위해 뽑았다. 하루나 이틀 정도 상세를 살피면 완치가 될듯싶었다.
“자. 됐습니다. 며칠 제가 봐 드릴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고맙습니다.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과례는 비례라고 했습니다. 자제분들을 위해 빨리 병을 낫는 게 저를 도와주는 것입니다. 그럼···”
사랑방 아니 아들 방에 들어왔다.
‘할아버지! 저 잘했죠? ‘
돌아가신 사부 할아버지가 보고 싶다.
“잘했다. 내 손자. 아주 잘했어.”
마치 할아버지가 말을 하신 거 같다. 나도 모르게 천부심경를 독경하기 시작했다.
“옴마니반메흠 카라미 온사라미···”
한참 독경을 하고 있는데 어미와 아들의 말이 들렸다.
“어머니! 저 돈을 벌겠습니다. “
“안된다. 글공부를 해야지. 우리 가문이 어떤 가문인지 아느냐?”
“그게 무슨 소용입니까? 어머니 치료비도 없을 만큼 저희는 가난합니다. 제가 돈을 벌겠습니다. 누님도 결혼할 나이가 됐습니다.
어머니! 돈을 벌게 허락해주십시오.”
“그건 안돼. 결혼 나 안 해. 넌 걱정 말고 글공부를 해.”
“싫습니다. 누님. 매일 누님이 바느질로 품삮을 버는 걸 보면 글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아버님이 어떻게 돌아가셨습니까? 충언을 했다고 역적으로 몰리지 않았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