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8화 〉 56. 은밀각 중원총국 18호!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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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각 소속 18호! 각주의 명을 받아 공주를 알현하자마자 아복의 뒤를 쫒기 시작했다.
자신 있었다. 그까짓 의원 하나쯤은 미행하는 건 쉬울 줄 알았다. 미처 제대로 준비를 갖추기 전에 바로 그를 뒤쫒았다.
'헉헉! 진짜 의원 맞아? 신법은 할 줄 모르는 거 같은데 왜 이렇게 빨라. '
18호는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배도 고프다. 인상착의대로 그를 황궁 밖에서 발견했다.
황궁을 나오자마자 그가 뛰기 시작했다. 왜 갑자기 뛰는지 알 수 없지만 명을 받았기에 그를 뒤쫒아 뛰었다.
아니 경신법 누구보다 뛰어나다 자신했기에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다.
착오였다. 미치도록 빠르다. 거기에 쉬지도 않는다. 18호는 그를 미행하는 임무가 쉽지 않을 거란 걸 한 시진도 안되어 예감할 수 있었다.
얼마나 빠른지 체력이 엄청나게 소진했다. 다행히 그가 멈췄다.
'소문이 사실인가? 정말 신선술을 익힌 도인이란 말인가?'
은밀각 소속답게 초절정의 고수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신법 하나는 초절정 고수보다 더 뛰어나다.
잠입, 미행에 있어서 그 누구보다 앞선다고 자부심이 산산이 깨진다. 이 남자 미치도록 빠르다.
***
얼마나 잤을까? 초저녁이라 그런지 몸이 으실으실 춥기 시작했다. 찬 곳에서 잠을 자면 입 돌아간다. 산속 생활은 지긋지긋하다.
‘민가라도 찾아야겠어. 설마 이런데 기루가 있거나 하진 않겠지?’
어두운 밤. 멀리서 불빛이 보인다. 보기에 민가보다 조금 크지만 기루는 아니다. 아마 조그마한 객잔같다.
‘잠깐! 혹시 모르니 살펴봐야지. 또 휘말리면 안 돼..’
개보다 높은 후각을 가진 나에게 남녀를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여인만은 무조건 피해야 한다.
[킁 킁 킁 킁!]
없다. 고추밭이다. 남자들 몇명 뿐이다. 다행이다.
조그마한 객잔 안에 들어서니 손님은 없고 주인과 종업원뿐이다. 하기야 이 산골에 객잔을 낸 게 미친 짓이다.
보부상이나 상단의 손님을 목적으로 객잔을 연 거 같은데 목을 아주 잘못 잡았다.
손님이 왔어도 시큰둥하다. 아쉬운 사람이 우물을 찾는다고 육포로 겨우 허기진 배를 달랜 나로서는 따뜻한 국밥 한 그릇이 간절했다.
“여기 주문 받으시오.”
“뭘 드실라우?”
“국밥 한 그릇 양 많이 부탁하오.”
“여긴 소면과 만두밖에 팔지 않소.”
제길 그럼 뭐하러 물어보는지 그거라도 먹을 수밖에 없다.
“그럼 소면과 만두 다섯 접시 “
“일행이 있으시오? 혼자 먹기에는 양이 많소.”
‘이 정도는 먹어줘야지. 나 혼자 아니야. 여기 냥이도 있잖아. 이 녀석 나만큼 먹어.’
“혼자요. 사내라면 이 정도는 먹어야지요. 참! 하룻밤 묵을 수 있겠소?”
“그러시구려. 은 한 냥이오.”
제길 바가지다. 이런 누추한 곳에 은 한 냥이라니 뜨내기 상대로 한탕 하는 곳이다. 왜 객잔을 여기에 세웠는지 이해가 간다.
모락모락 김이 나는 소면과 만두를 먹으니 또다시 졸리기 시작했다. 내가 생각해도 미친 듯이 달린 거 같다.
냥이 녀석 다행히 소면은 안 먹고 만두만 먹는다. 고양이라고 다 잘 먹는 것은 아닌 거 같다.
안내해준 방에 여장을 풀자마자 잠이 들었다.
[드르렁드르렁!]
***
18호는 미치도록 배가 고팠다. 원래 삼일 정도는 안 먹어도 체력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추적하는 데 모든 힘을 다 쏟았다. 심지어 아복이란 인간이 육포를 먹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여장을 챙길 여유도 없이 그를 쫒아 달리기 시작하니 너무 배가 고팠다. 다행히 그가 객실에 잠든 걸 확인하고 그도 밥을 먹기로 했다.
“소면과 만두 두 접시.”
“여기는 소면과 만두는 안 파오. 국밥만 파오.”
18호는 그제서야 이곳이 어딘지 알 수 있었다. 정예 중 정예만이 갈 수 있는 무림총국에 몸담은 인재다.
‘흑점이군.’
흑점! 소위 현대에서 보면 암상인이라 볼 수 있다. 온갖 탈법과 밀수, 법에 판매할 수 없는 약, 미술 등등 돈 되는 거라면 무조건 파는 곳이다.
점조직으로 이루어져 있기에 발견을 해도 쉽사리 우두머리를 찾을 수 없다.
수천 년 왕조가 바뀌어도 흑점은 여전히 살아남았다. 사람의 어두운 욕망이 있는 한 흑점은 영원하다.
18호는 음식속에 미혼산이 타진 걸 바로 알아챘다.
은밀각은 첩보, 암살, 추적을 전문으로 하는 황실 비밀조직인 만큼 이런 단순한 미약에 당할 정도로 호락호락하지 않다.
‘우선은 지켜봐야겠군’
미약이든 미혼산이든 즉시 효과를 볼 려면 그만큼 위험부담이 크다. 맛이 다르다. 그러기에 음식 속에 섞여 있어서 약효가 나타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방 하나 주시오.”
“은 두 냥이오.”
‘은 두냥? 분명 아까 그 사람은 은 한 냥이랬는데 호구처럼 보이는 가 보군.’
생각 같아서는 이들을 바로 쳐죽이고 싶었지만 받은 명이 있었기에 어쩔 수 없이 셈을 치렀다. 나중에 경비를 소명할 일이 깝깝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방에서 잠을 자기 전 몸속에 있는 해독제를 마셨다. 첩보 조직은 항상 비상용으로 가지고 있다.
잠을 자는 척하기 위해 베개를 높이 세워 위장을 하고 의원의 방에 몰래 잠입했다.
[드르렁 드르렁!]
[크 ~큿 고로롱 크~큿 고로롱!]
‘세상 모르게 자고 있군. ‘
18호는 세상모르게 자는 아복과 고양이를 은밀히 관찰한다.
파괴력에서 뒤질 뿐 은잠술 하나는 누구보다 뛰어나다 자부하기에 들키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냐~~아~~~”
갑자기 냥이가 잠을 깨고 주위를 둘러본다. 영물은 자다가도 낯선 자를 경계할 고도의 감각을 알 수 있다.
냥이의 시선이 정확히 18호가 있는 곳을 향한다.
‘대단한 녀석이군, 전설 속에 나오는 설묘 같은데 좀 더 조심해야겠어.’
숨까지 멈춰 모든 기척을 숨겼다. 다행히 냥이 녀석은 위험한 상대가 아닌 듯 다시 잠을 잔다.
잠시 후 ···
장정 다섯이 몰래 아복의 처소에 잠입한다. 일부는 칼을 들고 있다. 이상하리만치 냥이는 움직이지 않는다.
“야! 칼은 왜 가지고 왔어?”
“혹시 모르잖아.”
“쯧쯧. 미약을 한 사발이나 먹었잖아. 그러니 걱정하들들 말어. 칼로 죽여선 안 돼!!! 상품에 흠집이 나면 곤란하니까···”
“우선 품을 뒤져보자고. 생긴 걸로 봐서는 값나가는 걸 갖고 다닐 거 같지 않지만 혹시 모르니까···”
“쉿! 어차피 죽으면 다 찾아볼 테니 조용해.”
“근데 저 고양이는 어떻게 하지?”
“그냥 죽이면 돼. 우선 저놈부터 처리하게 놔둬.”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닌 듯 자기 역할을 정확히 나누었다. 네 명은 손발을 잡고 한 명이 아복의 숨을 끊어놓는 작전이다.
‘장기 밀매까지 할 모양이군. 이거 어쩐다. 감시만 하라 했지 경호까지는 명을 받지 않았는데···’
밀명을 받고 아복을 감시하고 있지만 또한 아복의 소문을 모르지 않는다. 명색이 중원총국에서 있던 몸이다.
공주의 병을 낫게 하고 부마가 될 거란 소문도 있다. 18호의 예감은 이 흑점의 인물들이 아복을 어쩌지 못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
‘지켜보자. 정안되면 그때 나서야지.’
녀석들이 행동을 개시한 순간···
***
“냐~~~아~~~아!”
날카로운 울음소리와 함께 숨을 끊어놓으려 하는 이에게 냥이가 달려들었다.
냥이의 울음소리를 듣는 순간 눈이 번쩍 뜨였다. 아주 쇠를 긁듯 잠자던 신경을 깨운다.
눈앞에 보이는 녀석들 강도다. 냥이 녀석 이미 한 놈 제대로 처리한다. 네 놈은 내 차지다.
품속의 무구를 꺼내 매타작을 시작했다. 어둠은 뱀파이어에게 아무 장애가 되지 않는다.
[퍼버벅! 퍽퍽!]
피떡이 되도록 두들겼다. 다른 건 참아도 잠을 깨운 건 도저히 참을 수 없다.
냥이 녀석은 이미 한 놈 저세상으로 보냈다. 목을 아주 콱 물어뜯었다. 전생에 뱀파이어 냥이었을 거다.
피 냄새가 온 방 안에 퍼졌다. 하지만 난 안 마셨다.
예전보다 흡혈 욕구가 떨어졌을 뿐만 아니라 이런 잡것들 피 마셔봐야 탁해질 뿐이다. 그만큼 공주의 피는 차원이 달랐다.
분명 다섯 명인데 뭔가 찝찝하다.
‘이상하네. 하나, 둘, 셋, 넷, 총 다섯인데 냄새는 여섯? 잘못 맡았나?”
[킁 킁 킁 킁!]
분명 여섯이다. 한 명이 숨어 잇다. 집중 또 집중해보았다. 흐릿하지만 저쪽 구석에 검은 옷을 입고 숨어 있는 녀석이 있다.
비호처럼 날아가 녀석이 있는 곳에 달려갔다. 몽둥이로 제대로 찜질을 해주리라.
하지만 녀석이 너무 날쌨다. 마치 다람쥐마냥 요리조리 잘도 피한다.
‘요것 봐라 피해? 목숨을 구걸해도 살려줄까 말까 한데. 너 오늘 곡소리 한번 날 줄 알아.’
밤의 제왕 이상한 쪽의 제왕이라 생각하지 말자. 어둠의 제왕인 뱀파이어에게 도망쳐봐야 손안의 쥐다.
‘미치겠군. 어떻게 날 발견할 수 있지?’
18호는 난감하다. 맞서 싸울 수도 없고 그렇다고 계속 도망치자니 상대의 공격이 살벌하기 그지없다. 잘못하다간 저승길 갈판이다.
더구나 좁은 방안이다.
몽둥이 휘두르는 소리만 들어봐도 맞으면 골로 간다. 식은땀이 흐른다. 차라리 암살이 쉽지 그에게 이 좁은 곳에서 도망이란 건 해보지 못했다.
“어쭈 피하지? 좋은 말할 때 이리와. 살려주지는 못하지만 편히 죽여줄게.”
결국 꼬리를 잡았다. 녀석이 몽둥이를 피하는 것에 집중할 때 왼손으로 녀석의 멱살을 잡았다. 난 양손잡이다.
“잡았다.”
말과 동시에 녀석은 사라졌다. 찢어진 옷만 남긴 채···
“햐. 대단하네. 분명 멱살을 잡았는데. 축골공 같은 거 익혔나 보네.”
다섯 놈과 무공차이가 너무 난다. 굳이 숨어 잇는 것도 이상하고 이놈들과 다른 냄새가 난다.
우선 다섯 놈부터 처리해야 한다. 아니 네 놈이다.이미 한 놈은 죽일 필요가 없다. 까망이가 목을 물어뜯어 순식간에 저세상에 가버렸다.
나머지 네 놈 피를 흘린 채 기절해 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또다시 사고에 휘말렸다.
‘잡신이 붙은 거야 잡신이...... 호구신 분명 그 잡신이 붙은 거야.’
잡신인지 잡귀인지 모르지만 호구 귀신이 붙은 건 확실하다. 어떻게 가는 곳마다 고생인지 모르겟다.
나중에 용한 무당을 만나 푸닥거리라도 할 생각이 든다.
‘이것들을 어떡하지?’
한 놈이야 이미 죽었으니 상관 없지만 네놈은 아직 숨이 붙어있다. 물론 살려줄 생각은 추호도 없다. 감히 내 잠을 방해한 놈들이다.
잠자는 숲 속의 공주 아니 나를 깨운 것은 죽어 마땅하다. 아니 안 죽이기로 했다. 이런 녀석들 바로 지옥에 보내면 염라대왕이 싫어한다.
‘별수 없군. 술법을 펼쳐야겠어. 아주 혼을 너덜너덜하게 만들어줘야지.’
“사방옥쇄결!”
먼저 죽은 녀석의 혼을 봉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