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9화 〉 87. 화산파와 황궁에 부는 바람(1)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차마 충복인 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역모란 결국 피를 부르는 일. 황제 하나만 죽는다고 세상이 변하지가 않는다.
황제의 가족, 대소신료, 군부 모두 뒤엎어야 하는 일 그만큼 보통 세력으로는 꿈도 못 꾼다.
동창은 감찰 조직 중 최고봉, 고수들도 엄청 많을뿐더러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정보망을 구축하고 있다. 그런데 동창이 조용하다. 그 말은 동창도 일부 포섭을 했단 말이다.
’미치겠구나. 호구마신이 제대로 붙었어. 이걸 어떡해야 하나. 내 힘으론 처리가 불가능한데...‘
황태자 시해 모의도 있고 이번 사건도 있어 판이 너무 커졌다. 내 머리로는 해결 불가. 동창이 알고 있으면서 시치미를 떼고 일망타진하는지도 모른다.
’공주에게 보내야겠어.‘
오직 믿을 만한 이는 충복이와 이 소식을 가져온 벽하다. 비밀은 적을수록 좋다. 어사대든 감찰대든 분명 간자가 섞여 있을 수 있다.
”충복아 은밀히 연락을 취할 방도가 있느냐?“
”있습니다. 저번에 공주님께 보낸 방법으로 보내면 확실합니다.“
”그 전서매인가 뭔가 하는 거. 안 위험해? “
혹시나 비둘기를 채가면 걱정이다. 이런 상황도 보고하고 또 연서도 넣어야 한다. 왠지 그래야 할 거 같은 으스스함이 든다.
***
코피를 흘려가면서까지 고심하고 고심하여 만든 연서가 완성됐다. 이미 새벽이 가까이 온다. 그만큼 머리를 쥐어짜고 벽을 쿵쿵 받으면서 완성한 연서다.
[충복아! 어서 와보아라.]
잠을 자던 충복이는 대부의 전음을 듣고 일어났다. 나태하지만 그래도 자기 몫은 충분히 하는 편, 사실 본인도 잠든 지 한 식경도 안됐다.
”대부님 부르셨습니까?“
”응. 그래 보고서는 완성됐냐?“
”네. 여기 있습니다.“
읽어보니 아주 잘 썼다. 역시 은밀각 출신이라 보고를 여러 번 해봐서 그런지 일목요연하게 핵심만 잘 집어 보고서를 만들었다.
이래야 한다. 이제 좀 수하 복이 온 거 같다.
”청매라고 했지? 시급을 요하는 일이니 어서 불러보아라.“
”예.“
충복이가 청매를 무슨 피리로 부르는 거 같은데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아마 매만 알아들을 수 있는 저주파 소리인 거 같다.
청매가 창문을 열자 방안으로 들어온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빠~~아~~아!“
갑자기 잘 자던 용용이가 울기 시작한다. 예전 만년화리를 잡을 때 내던 울음이다. 포효다.
얼마나 소리가 큰지 귀가 먹먹하다. 황하에서 우는 소리보다 더 커졌다.
”용용아 왜 그래? 이 매는 적이 아니야. 진정해. 친구야 친구.“
청매 하늘의 제왕이라 불리던 청매가 오들오들 떨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용이란 게 진정한 하늘의 제왕 금수의 제왕인 걸까? 도망가지도 못하고 그저 떨기만 한다.
”친구?“
용용이가 말이 정말 늘었다. 아기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너무 빨리 배운다.
”응. 친구.“
다행히 말을 알아들었는지 더 이상 포효하지 않는다.
”미안. 우린 친구야. 이거 먹어.“
그러면서 품속에 어포를 꺼내어 준다. 솔직히 어포를 갖고 있었는지는 나도 몰랐다. 몰래 감춰두고 심심할 때 먹은 거 같다.
황하어옹에게서 받은 어포를 청매에게 주자 맛있게 먹는다. 몸에 좋은 건 매도 용도 나도 본능적으로 안다.
”아빠 물.“
호리병에 잇는 술을 정화해서 물까지 대접했다. 그래도 기특하다.
”대부님. 용용이가 말을 하네요.“
”용이잖아. 원래 용은 빨리 배우지 않을까?“
사실 나나 충복이나 용의 생애를 정확히 모른다. 조금 발육이 빠르다는 건 느끼지만 잘 먹고 잘 크면 좋다.
‘그런데 용용이 크면 어떻게 하지? 고민이네.’
그때 본 엄마 용의 크기를 보면 용용이도 그 정도 클 수 있다. 벌어야 한다. 집도 크게 지어야 한다. 더 바짝 수고비를 챙기기로 했다. 무료봉사는 이제 없다.
”자. 이것도 보내.“
”연서군요.“
”응“
청매에게 연서와 보고서 그리고 수집한 증거를 다리에 매달아 날려 보냈다.
제법 무게가 있지만 가뿐하게 날아간다.
”수고했어. 이제 잠시라도 눈을 붙이자.“
”예. 편히 쉬십시오 대부님.“
이미 새벽이지만 한 시간이라도 더 자야 한다. 오늘 밤은 너무 무리했다.
***
"큰일 났소.“
성주가 방에 들어와 보니 불길한 예감이 든다. 이상한 느낌이다. 역모를 꾀하는 일. 하루하루 불안한 나날이 계속된다.
감각은 최고조. 혹시 몰라 비밀 문을 열어보았다. 상자가 통째로 없어졌다. 거기에는 결코 들켜서는 안 될 문서와 정보들이 나열되어 있다.
급히 무사를 찾았다. 회주가 붙여둔 감시자이자 보호자다.
”무슨 일이시오?“
”그 그게 털렸소. 우리가 계획했던 군 훈련과 전략, 보고서들이 전부 통째로 사라졌소.“
”내가 그리 조심하라 일렀거늘 정말 없어진 게 사실이오?“
”그렇소. 아무래도 이번에 감찰하러 온 이들의 소행이오. 동창은 입막음을 해놧으니 그럴...“
복면무사는 주저 없이 성주의 가슴에 칼을 꽂았다.
”커어억. 왜 나를...“
”대의를 위해 죽으시오. 그대만 죽으면 가족도 동료도 다 살 수 있소.“
”충성을 다했거만...“
말을 미처 끝맺기도 전에 심장에 찌른 검을 빼내 목을 자른다. 확실한 살인멸구.
[츠츠측]
화골산으로 흔적을 지워버리고 복면무사는 사라졌다. 동시에 호북성에 역모와 관련된 수많은 인물들이 죽임을 당한다.
***
다음날....
한참을 기다려도 성주가 오지 않는다. 오늘 감찰보고서에 성주의 인장이 필요하거니와 역모와 관련 관안법으로 자세히 살펴보려 했다.
하지만 감감무소식.
”감찰사 나으리. 성주님께서 실종되셨습니다.“
”뭐? 실종?“
”네. 어젯밤에 큰 변고가 생겼습니다. 성주님이 실종되셨을 뿐만 아니라 성의 고위 관료 몇 분과 명문세가 가주들도 살해당했습니다.“
‘들켰나?’
결국은 감찰업무를 마친 후 출발할 수밖에 없었다. 더 있어봤자 내가 할 일이 없다. 이미 역모와 관련 자료와 내용은 공주에게 직보했다.
”그동안 폐 많이 끼쳤습니다.“
”은인. 하혜와 같은 은혜만 받았습니다. 좀 더 머물다 가시지요.“
”아닙니다. 일정이 많이 지체되었습니다. 아드님 방원을 축하합니다. 이 나라에 큰 일꾼이 될 겁니다. 제가 장담하지 않았습니까.“
그렇게 충신 가문과 인사를 마치고 길을 나섰다. 이젠 뒤도 안 보고 달린다. 다행히 용용이도 예전처럼 멀미를 하지 않는다.
정말 밥만 먹고 달렸다.
”대부님. 천천히 가시지요.“
”그래 좀 쉬었다 가자꾸나.“
집에 가기 전 꼭 들려야 할 곳 한곳이 남았다. 다른 곳은 몰라도 거기는 무조건 가야 한다. 마음이 가볍다. 보고 싶다. 그립다.
***
-화산파 경내.
”저기 사매 제발 그만하면 안될까?“
”무슨 소리예요? 무공을 수련하는데 멈춤이 있어서야 되겠어요? 더 정진해야죠. 어서 자세 잡아요.“
화산파에 때아닌 열풍이 불고 있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화산광녀 소수정 그녀가 무공수련에 매진하기 때문이다.
혼자 하는 건 양에 차지 않는지 매일 사형들과 대련을 한다. 처음 가볍게 생각했던 사형들은 사매의 무지막지한 거력에 쩔쩔매고 있다.
물론 검술이란 게 단순히 외공처럼 힘만 써서는 안 되지만 수정의 검술에서 나오는 검풍은 매화검수를 통과한 이들로도 힘들다.
생사결이 아니기에 더 힘이 든다.
벌써 세시진 점심시간을 훌쩍 넘기고 수련을 대련을 한다.
”사매. 오늘은 그만하자.“
”사형. 안 돼요. 이제 시작이에요. 저 몸 풀렸어요.“
‘아이고 차라리 사매가 예전처럼 조그마한 사고를 치는 게 낫지 이게 뭔일이야. 죽겠네.’
어릴 때 독왕이 준 영약 덕분일까? 힘 하나는 천하제일이다. 예전에 투박하던 검술이 독념이 섞여서일까? 제법 형을 갖추었다.
팽가의 오호단문도가 이 정도일까 그들보다 더 검풍이 거세다.
”대사형은 그럼 쉬고 풍진 사형 나오세요.“
”나? 방금 쉬었는데...“
”전 안 쉬었어요. 급해요. 어서 아복을 쫒아가려면 매화검수 자격을 통과해야 해요.“
”사매. 조금만 쉬고...“
”수정아! 수련을 잠시 멈추거라.“
화산파의 안주인 날수독녀 당화련이 등장했다.
”어머님. 아직...“
”내 할 말이 있으니 오늘은 그만.“
”...네.“
광녀에게 있어 화산파에서 무서울 게 없다. 장문인인 아버지도 광녀의 성깔을 이기지도 못한다. 무남독녀라 그럴까 애지중지한다.
거기에 사형들도 쩔쩔맨다. 단 한 명 대부인은 다르다. 다른 명은 거역해도 어머니 명령에는 꼼짝 못 한다. 그만큼 대부인은 차원이 다르다.
화산파 실세 중의 실세가 대부인이다. 문도들도 대부인 말이면 껌벅 죽는다.
무공도 엄청나게 강할뿐더러 독심은 물론이요 더 중요한 건 화산파 재건의 일등 공신이기 때문이다.
화산파는 도문이면서 도문이 아니다. 어정쩡한 상태. 도문으로는 무당파와 곤륜파에 밀리고 세가로 칭하기에는 오대세가에 밀린 상태다.
재정이 말이 아니었다. 갈수록 문파의 세가 약해졌다.
그걸 반전시킨 게 대부인이다.
사천당문과 연결하여 상단을 조직 다 쓰러져가는 문파의 재정을 확 끌어올렸다.
거기에 유명무실한 속가제자 입문을 체계화하여 비전이라 불리는 무공을 제외하곤 전부 가르침을 주게 되었다.
그렇기에 앞다투어 많은 무가 집안에서 자식들을 보내어 화산파 속가제자가 되기를 청한다. 물론 상당량의 재물도 함께 보낸다.
대신 무공을 펼침에 있어 화산파 속가제자가 지켜야 할 덕목과 벌칙을 만들어 엄격하게 행하니 그 누구 하나 거역함이 없다.
거기에 당문에서 데려온 장인 몇몇을 데려와 대장간을 만드니 각종 무기류 뿐만이 아니라 서민들에게 필요한 농기구를 아주 저렴하게 제공한다. 재정도 인심도 모두 잡았다.
더 이상 화산파를 업신여기는 이가 없다.
”모두들 고생했어요. 음식이 장만 되었으니 어서 드세요.“
”감사합니다. 대부인“
‘흠. 오늘은 포식하겠군. 술도 주면 좋겠는데...’
”넉넉하게 준비했으니 마음껏 들어요. 오늘은 특별히 장문인의 허락을 받아 술까지 준비했으니 드시도록 하세요.“
”대부인 고맙습니다. 애들아 가자.“
화산파 매화검수들은 바로 식당으로 향한다. 점심이 한참 지난 시간 어느덧 저녁 시간이다.
***
대부인의 거처.
”이걸 읽어보도록 해라.“
”이건 서찰 아닌가요?“
”읽어보면 알게야. 어서!“
”네.“
서찰은 당문에서 보내온 거. 아복의 행적과 일들을 적어놓은 글이다.
수정의 눈에 눈물이 어린다. 아복이가 보고 싶다. 당장이라도 그에게 가고 싶다.
”이 어미가 약조하지 않았느냐. 매화검수만 통과하라고. 이미 아복의 행적은 당문을 비롯하여 화산파 속가제자에게 파발을 보냈으니 걱정하지 말거라.“
”어머니!“
”그래. 울지 말아라. 네가 심지를 굳게 해야 빨리 그를 만날 수 있다. 알았느냐?“
”네. 명심하겠습니다.“
”그럼 수련을 하도록 해라. 오늘은 사형들도 모처럼 쉬는 날이니 밤에는 혼자 해야 한다.“
”네. 알겠습니다.“
수정이가 나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