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프롤로그
2016.12.16.
“비올레티, 잘 지내야 해. 꼭 편지할게...”
“오라버니. 안녕히 계세요...”
“미안해. 정말 미안해. 널 지켜주지 못해서. 비올레티...”
“이제 그 이름은 제 것이 아니에요. 리예... 아니, 리엘이라고 불러주세요.”
“리...엘?”
오늘은 내가 백작가를 떠나 고아원에 들어가는 날이다. 한때 백작영애였던 난, 하루아침에 쫓겨나 고아가 되어 버렸다. 내 것인 줄 알았던 이름도 빼앗긴 채...
“네. 이튼 오라버니. 그럼...”
나를 태운 허름한 마차가 순식간에 떠났다. 오라버니의 모습이 점차 멀어졌다.
“리엘! 내가 꼭 데리러 갈게! 조금만 기다려! 꼭!!”
15년을 딸로서 살아온 백작가를 떠나는 날이건만, 배웅해 주는 사람은 이튼 오라버니뿐이었다. 오라버니의 애절한 외침을 들으며 난 눈물을 꾹 참아냈다.
“울지 말자. 이제 혼자가 되었으니 꿋꿋하게 버텨야지...”
눈물을 슥슥 닦아낸 난 억지로 힘차게 마음 속으로 외쳤다. 자, 그럼 수녀원 고아생활을 시작해 볼까!
***
시간은 훌쩍 흘러, 어느덧 내가 수녀원에 돌아온 지 3개월이 지났다. 이젠 제법 적응해서 일을 빨리 끝마치고 종종 멍 때릴 시간도 생겼다.
“후우... 내 팔자야...”
내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설명하려면 좀 길다.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음... 그래!
여러분들, 전생을 믿습니까?
아, 이게 무슨 도를 아십니까? 같은 소리인지, 내가 들어도 참 황당하다. 그런데 왜 이런 소리를 하냐면, 나는 환생자이기 때문이다.
뭐? 그걸 어떻게 아냐고? 전생체험이라도 해 봤냐고? 그건 아니고, 난 태어날 때부터 전생의 기억이 있었다.
그럼 어릴 때부터 전생의 지식을 이용해 천재 소리 좀 들었... 으면 좋았겠지만, 사실 난 전생이 그다지 잘 기억나지 않았다.
상식적으로, 영혼에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다시 태어났다 해도 1살짜리 아기의 덜떨어진 뇌로 뭘 할 수 있겠는가. 뭘 하기는커녕 전생의 기억이 제대로 저장도 안 될 것이다. 아무리 영혼에 기억이 담겨 있어도 제대로 수용할 뇌가 없으면 서서히 사라질 수밖에 없을 테니까.
그래서인지 뚜렷이 기억하는 거라곤 내 이름, 리예, 한리예 라는 이름 석 자였다.
당연하게도, 어떻게 살았는지도 잘 기억이 안 났다. 하지만 어렴풋이 떠오르는 걸로 유추해 보건데, 대충 여기 세상으로 비유하자면 평민 같은 거였다. 그쪽에선 뭐라고 불렀더라?
백성? 시민? 신민? 아, 생각났다!
“나 서민이었지... 딱 지금처럼...”
그나저나 전생의 기억 중 뭐 쓸모 있는 게 없나...? 내가 살았던 나라의 이름도 갑자기 기억이 안 나네..? 헬... 뭐라고 사람들이 불렀던 것 같은데...
역시 잘 생각이 나지 않았다. 아무튼 이만큼이나마 기억해 내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로, 내 두뇌발달은 꽤 빠른 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중에 평범해질 게 뻔한데 굳이 어릴 적에 두각을 나타내고 싶지 않았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난 천재랑은 거리가 먼, 그저 기억력만 유난히 비상한 평범한 소녀였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이 답답한 세상에서 여자가 뛰어나봐야 아무 짝에도 쓸모없기도 하고...
무엇보다 이번 생엔 정말 잘 태어났기에, 굳이 그렇게 애쓸 필요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난 무려! 귀족가에 태어났다! 그것도 백작 영애!
내 인생 최대의 로또였다. .......만약 그게 쭉 유지되었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