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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AI가 성좌가 되었다-6화 (6/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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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 데이터베이스

내가 만든 AI가 성좌가 되었다 006화

6장 데이터베이스

사람들에게 스킬이란 정말 희귀한 자원이다. 강한 스킬은 성좌들의 시선을 끌거나 당장의 무력에 큰 영향을 주기 마련이니까.

그 때문에 정말 희귀한 확률로 나오는 몬스터의 스킬북은 한때에는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내용도 모르는 스킬북이 한 권당 14억에 경매되기도 했었으니까 따로 말이 필요 없었다.

문제는 언어의 문제가 심각했다.

다른 차원. 다른 언어.

알 수 없는 내용이 가득 담긴 스킬북들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어 봐야 사용할 수가 없었다.

결국 스킬북의 내용조차 알지 못해서 전전긍긍하다가 몇 년이 흘러 값어치가 완전히 떨어지게 된다.

‘이 언어를 해석하거나 연구한답시고 정부에서 기계공학 발전팀에 대한 지원금을 대폭 줄였었지…….’

지금 생각해도 그때는 정말 치가 떨렸었다.

결국 지원금만 대폭 늘렸지 결과나 발전의 소식은 전혀 없었다.

세금만 축낸 꼴이었다.

승철은 책상 위에 나열된 책들을 가만히 바라봤다.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때랑 먼지가 잔뜩 끼고, 곰팡내가 강했다.

서점에서 관리를 하는 게 맞는 건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결국 내용을 알지를 못하니, 가치에 따라 구분하지도 못해서 그냥 한꺼번에 모아서 구석에 처박히는 신세.

『[email protected]』, 『va*21<>;』,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설명 : 스킬을 얻게 해주는 책이다.』

완전히 다른 차원의 언어를 해독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서, 거의 방치되다시피 하는 책들이다. 참고로 외국어 스킬을 가진 다른 사냥꾼이 나타났다가 제목조차 읽지 못하고 돌아갔다고 한다.

[일필휘지(전설급) : 해석해 줄까? 책 하나는 엄청 많이 읽어봐서 이런 건 또 자신 있는데.]

“잠시만요. 우선 한번 확인해 볼 게 있어서요.”

다른 사람들은 이도 없어서 읽을 수 없는 난해한 책이기만 했을 것이다.

‘나는 다르지만.’

‘라온, 여기 내 앞에 놓인 책들 전부 해석해 줄 수 있지?’

『yes, my master. 제약에 걸리지 않습니다. 언어를 해석합니다.』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승철에게는 그를 순종적으로 따르는 라온이 있었다.

시스템의 권한을 일부나마 사용할 수 있는 성좌.

라온이 글자를 바로 번역해 주었다.

눈앞에 이상하게 뒤틀린 글자들이 한글로 바뀌어 보이게 되었다.

『정령과 친해지는 방법(정령 친화력) - C』, 『검을 편하게 다루는 법(기초 검술.) - F』, 『밥 많이 먹는 비법!(과식) - F』, 『백의 얼굴이 되어라(변장술) - D』

『정령과 친해지는 방법은 우선 기운의 흐름을 깨우친 상태여야 한다. 보통 흔히들 정령과 친해지려면 땅속에 몸을 묻거나 물속에 담그는 것으로 착각하고들 하는데 많이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물을 하루에 5통씩 마시고 불구덩이 속에서……(중략)…… 필요하다면 흙을 퍼먹고 물을 삼켜ㄹ…….』

‘완벽해.’

…… 역시 생각했던 대로 매우 쉽게 해결해 줬다. 누가 제작한 인공지능인지 번역기체가 아니라 의역까지 완벽한 수준이었다.

[일필휘지가 허탈해합니다.]

승철은 책을 펼쳐서 총 페이지 수를 확인했다.

마지막 페이지를 펼쳐보니 전부 448쪽.

『스킬북에 적힌 내용을 완벽히 정독해야 스킬이 생성됩니다.』

스킬을 획득하기 위한 필수 조건.

스킬북의 ‘내용’을 끝까지 정독해야만 스킬이 생성된다.

승철은 책꽂이를 올려다봤다.

책꽂이에 꽂힌 스킬북들이 1, 2권이 아니었다. 수백이 넘어갈 만한 양. 이 책들 전부를 하나하나 정독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몇 개월이 걸릴지도 몰랐다.

『복사본을 읽어도 스킬을 습득할 수 있습니다!』

[서리의 학살자(전설급) : 하. 이런 미친…… 말도 안 되는…….]

그러니까 지금부터 이 서점에 있는 스킬북들의 텍본(복제본)을 만든다.

나중에 필요한 스킬을 골라서 습득할 수 있게.

“라온. 이 책 내용들. 해석한 내용 전부 스캔해서 복사해 버려.”

그에게는 라온이 있었으니까.

다른 차원의 말을 번역해 주던 인공지능 성좌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조금 양심이 찔리긴 했다.

그렇지만 어차피 서점에서도 관리를 잘 하지 않는 책들이다.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성좌들의 채팅창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알겠습니다.』

『라온의 개입으로 인해 ’데이터 베이스’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데이터 베이스(Passive) : 정보를 기록하고 저장한다. 라온과 연동시켜서 활용할 수 있다.』

『저장된 스킬은 ’기계제작(S)’ 스킬과 공명할 수 있습니다. ‘기계제작(S)’을 발동하면, 저장된 스킬을 부여할 수 있습니다.(부여할 스킬에 대한 발동자의 스킬 이해도에 따라 성공 확률이 결정됩니다.)』

지루하기 그지없었던 글들이 찬란하게 빛나는 것처럼 느껴졌다.

* * *

『가속 사고(Passive)가 발동되고 있습니다.』

등급이 높은 스킬일수록 내용 복사에 요구되는 시간은 길어졌다. 그 남는 시간 동안 승철은 카피 중인 책을 꺼내 들어 일반인은 불가능한 속도로 훑어보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스킬 - ’정령친화력’에 대한 내용이 저장되었습니다.(이해력 64%) 제작 아이템에 스킬 부여 성공률 64%』

[기사왕(신화급) : 천재는 확실히 천재(天才)군. 처음 접하는 분야에 정독조차 안 했던 녀석이 내용의 절반 이상을 이해할 줄이야.]

[서리의 학살자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하루 종일 서점에서 살 것도 아니다. 스킬북들을 죄다 복사하고 저장해놓으면 나중에 언제든지 다시 읽을 수 있었다.

단순하게 정독하는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

그렇다고 스킬을 습득하지 않고 버리겠다는 것도 아니었다.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서 죄다 저장해 놓는 것뿐.

『스킬 - ‘기초검술’을 복사하고 있습니다(남은 소요시간 12분).』

『떠돌이 용병, 가른은 숨을 고르고, 시선을 집중했다. 마족에게서 흘러오는 기세가 몸을 짓누르는 게 느껴졌다.

‘검을 쓸 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두려워하지 않는 것’

‘적을 똑바로 보는 것’

‘나에게 맞는 검을 찾는 것’

오래된 스승님의 조언을 떠올리며 검을 바로 잡았다. 어디에서도 배우지 않는 특유의 잡는 방법. 그냥 가장 오래 들었으며 가장 편한 자세를 취했다.

검명이 울려…….』

어떨 때는 소설이기도 했다.

독자의 시점으로 모든 상황을 지켜볼 때도 있었다.

『스킬 - ‘기초검술’을 성공적으로 저장했습니다(이해도 78%). 제작 아이템에 스킬 부여 성공률 78%』

[지옥의 왕이 현재 상황에 즐거움을 감추지 못합니다.]

『지옥의 왕이 당신에게 스탯 포인트 3개를 선물했습니다.』

『변장술

[명사] : 변장하는 기술.

변장 방법 : 1단계 - 인식 혼란……. 2단계 - 변장하고자 하는 상대를 이해…….』

이번에는 사전 형식을 가진 책이었다.

『스킬 - ‘변장술’의 복사를 시작합니다.』

이어서 다음 책으로 넘어갈 때였다. 누군가 승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여성의 목소리였다.

승철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고객님. 영업 시간이 끝났어요…… 이제 그만 가셔야 할 것 같은데…… 요”

서점의 직원이 승철을 부르고 있었다. 벌써 어두컴컴한 밤이 되어 있었다.

스킬북 83권을 모조리 복사해서 텍본을 만든 시점이었다.

* * *

한유린은 평범한 서점 직원이다.

스킬도, 마력도 다룰 수 없는 일반인.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킬 따위 가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시스템을 보거나, 능력을 가지고 날아다니고, 검을 차고 다닐 수 있는 사람들은 보통 사람들과는 거리가 먼 사람.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대학을 나오고, 알바를 하거나 취직을 구하는 사람.

흔하게 집세에 시달리고, 가스비를 아끼면서 맛있는 걸 사 먹기 위해 돈을 모아야 하는 정도.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면 활자 중독 수준으로 책 읽는 걸 좋아한다는 점.

처음 그를 손님으로 맞이했을 때는 그냥 동네 백수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 남자는 기웃거리며 서점에 들어오더니 일반인들은 출입할 수 없는 사냥꾼 관련 서점에 들어갔을 때, 사냥꾼 면허증 카드를 확인받으면서 조금 흥미가 생겼다.

‘사냥꾼이셨구나…….’

사냥꾼이란 죄다 칼이나 지팡이를 빼들고 게이트에나 달려가기 바쁜 사람들.

사냥꾼 중에서 이런 곳으로 올 사람들은 여태 본 적도 없었으니까.

그 흥미는 그가 내민 자격증을 읽으면서 정말 미세하게.

조금 더 부풀었다.

이…… 승철?

왠지 모르게 익숙한 이름.

책이나 기사에서 한번 본 기억이 있었다.

한참 잡지를 미친 듯이 찾아 읽었던 때, 세기의 천재로 불리던 애랑 같은 이름이었다.

어린 나이에 인생의 모든 것을 부정당한 그녀 또래의 남자아이.

그녀가 아는 그 누구보다 깊은 절망을 겪었을 남자.

어렸을 적에 또래의 남자아이의 소식이 담긴 잡지를 읽으면서 울었던 기억이 났다.

‘에이 설마 우연이겠지. ……그 사람은 어떻게 잘 살고 있을지 궁금하네.’

“하하하…… 죄송하네요. 제가 이렇게 시간이 지난 줄도 모르고.”

어색하게 웃으며 주린 배를 부여잡는 그를 보며 확신을 가졌다. 절대 같은 사람일 리가 없을 거라며.

동명이인일 거라고.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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