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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장 알렉스
내가 만든 AI가 성좌가 되었다 016화
13장 알렉스(1)
처음 각성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쉬지 않고 레벨업에 집중했다.
때문에 이번에는 상당히 오랫동안 휴식을 취했다.
너무 빠르게 달려와서 정신적으로 지친 탓이었다.
휴식.
게임, 프로그램 제작, 아이템 개조, 맛집 탐방…… 등등.
특히 심심풀이로 아이템 개조를 하면서 그의 아이템 몇 개가 크게 업그레이드되었다.
『마력 수류탄 v2
기능 : 투척 방향을 향한 광범위 마력 폭발, 시간 차 폭파.
설명 : 파편이 전혀 튀지 않으며 던지는 방향으로만 폭발이 진행되는 특이한 공격수단이다. 몇 가지 기능이 숨겨져 있다. 마력을 가득 담아 던지면 폭발한다. 투척자의 마음대로 폭파 타이밍을 조정할 수 있다. 수류탄에 담긴 마력량에 따라서 위력이 달라진다.』
『성룡의 가속화 신발
등급 : 전설 - 기록 학습.
기능 : 순간 가속(A), 민첩+12%, 허공의 발판(A)
설명 : 기계공학의 개척자가 용의 가죽을 이용해 제작된 신발이다. 안에 스킬이 프로그래밍이 되어 있다. 최근에 잦은 사용으로 충분한 기록이 쌓여 업그레이드되었다.』
나머지는 그냥 푹 쉬었다.
꿀잠을 자고, 맛있는 밥을 한없이 먹었을 뿐인데 그는 끊임없이 성장했다.
돈은 실시간으로 계속 늘어나고 있었다. 통장 잔고를 볼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던전을 다니면서 사냥하던 때보다 점점 더 몸이 완성되어가고, 계속해서 강해지고 있었다.
열심히 자고, 매일 돼지처럼 꾸역꾸역 먹기만 했는데 몸에 근육이 하루가 다르게 생겨나고 있었다.
실제로 한번 신체검사도 해봤는데 지방이 늘기는커녕 뼈가 더 튼튼해지고 근육 밀도도 훨씬 높아졌다고 했다.
본래 스탯이 오르는 건 근육이나 뼈, 신체 비율이랑 관계없이 시스템의 권능에 의해서 신체 능력이 상승하는 것이기 때문에 특이한 경우였다.
‘몸이 점점 가벼워진다고 해야하나…… 왜 이러지?’
[일필휘지(전설급) : 전에 읽은 바로는 너무 가파르게 급성장을 해버린 부작용이 휴식하면서 이제 사라진 것 같다. 이런 경우는 나도 처음 봐서 단지 추측일 뿐이야.]
[휴식은 중요하다고 심연 속의 어릿광대가 강조합니다.]
그 메시지를 들으며 승철이 다시 이불을 뒤집어썼다. 전기매트의 따스함이 온몸을 내리쬐었다.
쉬어야 좋다는데. 쉬어야지 별수 있나.
그의 휴대폰에 계속해서 알림이 오고 있는 건 미처 신경 쓰지 못했다.
* * *
[기계공학자님의 팬카페]
「마도공학자 알렉스다.
작성자 : 알렉스
여기 팬카페 회장한테 쪽지로 물어볼 게 있으니까 등업시켜 줘라.」
└알바몬(alba***) : 네 다음 사칭.
└블랙해코지(saico**) : 사칭할 사람이 없어서 알렉스를 사칭하냐…… 그렇게 사니까 재밌냐? 찐이라면 방장님이 진작에 등업해 줬겠지.
└갓스트코(cost**) : 알렉스가 내한했다고 바로 어그로꾼 생기는 것 봐……;; 『라온』 방장님 벤 해주세요.
└26호(tn***) : 네가 뒤지고 싶구나.
└하리호(yiu****) : 좋은 말로 할 때 글 내려라. ** 같은 ***…….」
콰아앙!
알렉스는 컴퓨터 키보드를 치다가 화를 참지 못하고 책상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분이 나서 미칠 것만 같았다.
『라온』이라는 자가 아무래도 ‘기계공학자’와 연관이 되어 있는 것 같다는 보고를 받고 직접 들어가 보게 되었다
생각보다 빨리 그를 만날 수 있을 줄 알고 잠깐이나마 기뻐하고 접속했건만…….
「오늘도 기계공학자님이 만들어주신 갑옷 덕분에 목숨을 구했습니다. 언제나 감사합니다…….」
「기계공학자님…… 찬양합니다…… 사랑합니다…… 존경하…….」
「기계공학자님은 정말 위대하신…….」
「오늘도 기도하고 갈게요.」
“이곳 방장은 대체 어떤 새끼지?”
알고 보니까 완전히 팬카페로 위장한 광신도 소굴이었다.
어떤 자식이 등업하는 조건으로 찬양하는 게시글 35개를 올려야 댓글을 달 수 있게 만들어놓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에 정식으로 들어가게 되면 정상인도 세뇌되어서 미친놈 되기 딱 좋았다.
그래서 다른 과정들을 모두 생략하고 정체를 밝히면서 등업을 요청했는데 무시당하고 있었다.
[아이템 제작자가 당신과 다시 연결되었습니다!]
‘기계공학자’와 관련해서 한 번씩 확인하거나 알아볼 때마다 그의 계약 성좌가 서둘러서 돌아오는 걸 보니 100%.
성좌가 자주 연결을 끊는 이유일 텐데…….
등업 요청글 아래에 달리는 끝없는 욕설 때문에 스트레스받아서 뭘 하지를 못하겠다.
처음에 예의를 차리고자 직접 글을 쓴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질 지경이었다.
“후우…… 비서. 얼마를 들여서 유명한 해커들 다 섭외해도 좋으니까, 내 밑으로 욕하는 사람들 싹 다 조사해봐. 기계공학자라는 사람한테 아이템 거래소로 쪽지 한 번 더 보내보고.”
그 카페의 회장이 어떤 존재인지는 전혀 모른 채, 그는 그렇게 해커들을 불러모았다.
이제는 오기로라도 한번 만나보고 싶었다.
* * *
2주일이 더 흘러갔다.
「대영 3팀의 루키, 저수찬. 그의 사냥꾼 자격증이 협회로부터 회수되어…….」
「저수찬, 자신은 결단코 횡령을 저지른 적이 없다고 부인…….」
「최고 명장의 마도공학자. 알렉스의 내한 소식!」
승철은 라온을 시켜서 치킨, 피자, 족발, 양장피를 주문한 승철은 요즘 떠들썩한 화제들이 방송되고 있는 TV를 바라봤다.
‘이제 곧 있으면 저녁 시간도 되고…… 많이 쉬었으니까 내일부터 다시 본격적으로 활동해 볼까…….’
속으로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날 때였다.
「마도공학자 알렉스는 이번 내한에 있어서 ‘기계공학자’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의사를 밝혔습니다.」
“어? 마도공학의 알렉스가?”
방으로 들어가서 아이템을 개조하려던 승철이 다시 TV 화면을 바라봤다.
마도공학.
마력 액을 통해서 회로를 그리고, 마법진과 비슷한 효과를 내게 하는 힘을 아이템에 깃들게 하는 기적.
흔히 인터넷상에서 말하길 인챈트라고 불리는 힘.
기계공학과는 상당히 다른 학문이다. 굳이 따지자면 마도공학은 사상이나 생각, 사념에 큰 영향을 받는 걸로 알고 있었다.
[아이템 제작자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 분야에서 최고 정점으로 군림하는 알렉스.
지구 곳곳에 생산자를 위한 교육 아카데미를 설립하고, 많은 정상급 마도공학들을 휘하에 두고 있는 사람.
말 그대로 생산자들에게 있어서 정점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자.
실제로 그의 눈 밖에 나게 된다면 아이템 없이 맨손으로 던전에 들어가야 한다는 속말이 있을 정도로 생산직들에게 그의 영향력은 대단했다.
‘그런 대단한 사람이 고작 나를 보려고 한국까지 찾아온다고?’
승철이 배를 벅벅 긁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시 앉아서 휴대폰을 켜봤다.
기계공학자 팬카페나 아이템 거래소에서 보내는 알림들을 라온이 중요한 것들만 따로 정리해 준 것을 읽어봤다.
「대영 길드입니다. 저희가 지인분께 큰 결례를 끼치게 되어 이 쪽지를 보냅니다.
전송자 : 여팀장
대영 길드 3팀 팀장, 이은영입니다. 약속하셨던 아이템 거래소의 최상급 마석 교환권 10매, 운철 12㎏…….」
약속한 대로 대영 길드에서 온 쪽지도 확인하고…….
「천풍 길드입니다. 기계공학자님께…….」
다른 길드에서 온 뇌물들도 하나하나 확인하고 받아내었다.
최고급 재료들이 차곡차곡 승철의 아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그런데 다음 알림이 승철의 시선을 끌었다.
「여기 카페는 정신이 나갔나?
작성자 : 알렉스
등업 신청을 했더니만 왜 죄다 사칭이라고 쌍욕을 하는 거지? 방장이랑 쪽지 좀 하고 싶다니까.」
승철이 가만히 알림을 지켜보다가 잠시 멍청히 있었다.
그의 휴대폰으로 오는 알림들은 필요 없는 정보를 배제하는 게 보통인데 아직 이렇게 남아 있다는 건 아마도…….
설마…….
“라온. 이 사람 알렉스 맞아?”
『네. IP 주소와 개인정보를 확인했습니다. 알렉스 본인이 맞습니다.』
설마가 맞았다. 진짜 알렉스가 그의 팬카페에 글을 올린 것이다.
그런데 지금 수많은 사람들한테 욕이란 욕은 다 먹고 있었다.
[일필휘지(전설급) : 욕 많이 먹으면 장수한다던데…….]
[지옥의 왕(신화급) : @일필휘지 누가 그러더냐?]
“근데 왜 등업 안 시켜주고 있는데?”
승철의 질문에 기다렸다는 듯이 라온이 활기차게 대답했다.
『저희 카페에 기본 등업 기준인 자필로 ‘기계공학자님 최고’라는 인사말로 20일간 출석체크.』
어?
『기계공학자님의 찬양에 관련된 35개의 게시글을 올려야 하는데 아직 만족하지 못하셨어요!!』
아니, 등업 조건 뭔데…… 그보다도.
“고작 그거 때문에 세계 최고의 마도공학자를 씹었다고…… 이 사람…… 마도공학자 알렉스인데?”
『네. 저한텐 기계공학자님이랑 이승철 님이 최고입니다. 나머지는 다 똑같아요.』
오히려 뭐가 문제냐는 듯 라온이 대답했다.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투였다.
아무래도 마도공학자 알렉스는, 한국에서 나와 접촉하려다가 흔히들 말하는 입구컷을 당한 것 같았다.
인터넷 여포. 『라온』 덕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