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만든 AI가 성좌가 되었다-115화 (115/183)

115화

78장 태초의 신룡⑵

-뉴스입니다. 오늘, 세계 협회 제2원로 에일리와 제4원로인 제임스 팔던이 한국에 내한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최근 인천 지부에 새로운 무법자 세력이 발발하고 있음을 확인했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

동훈은 집안에서 마력을 다루면서 가만히 TV를 바라보고 있었다.

벌써 기계공학의 개척자님으로 부터 연락을 못한 지 상당한 시간이 흐른 것 같았다.

그런데 정작 그 당사자가 조용하니 동훈으로 써는 혼자 마력 수련을 할 뿐이었다.

다행히 라온이 그를 잘 챙겨줘서 경제적으로는 두둑하니. 부모님한테 효도도 하고, 용돈도 많이 보내드리면서 지내고 있긴 한데.

"요즘은 또 왜 이렇게 뉴스는 무법자 때문에 시끄러운 지도 모르겠고."

그가 한숨을 쉬며 자신의 눈 앞에 올라와 있는 성좌 메세지를 바라봤다.

『수 많은 성좌들이 당신과의 계약을 원합니다. 그들이 당신과 계약을 할 경우 잘 대해주겠다고 장담합니다.』

『밤이 없는 낮이 당신을 원합니다.』

『격류의 심판자가 당신의 도움을  원합니다.』

『이번에도 거절하시겠습니까?』

"후우…… 거절하겠습니다."

그는 TV를 끄고 무료하게 에피르에서부터 배운 마력 수련을 가볍게 활성화시키면서 중얼 거렸다.

그의 기록 스킬은 애초에 이승철 덕분에 개화한 스킬.

그리고 이승철을 위해서 스스로의 무력을 대부분 포기해서 탄생한 직업.

"승철 님 뵙고 싶다."

그가 중얼거렸다.

* * *

6층.

이전의 사막과는 별개로 완전히 혹독한 얼음 설산이었다.

다행히 이곳에는 이제는 설인을 비롯한 특수 개조된 변종 트롤. 그 외에 220에 달하는 몬스터들이 떼로 몰려다녔다.

최초로 다른 사냥꾼들이 식량을 구할 수 있는 곳이다.

얼음을 녹여 물을 얻을 수 있었기도 했고.

문제는 변종 트롤과 같은 몬스터들의 고기를 인간이 잘못 섭취할 경우 오장육부가 괴사해서 온몸이 부풀어오르며 죽는다는 것이지만.

승철이 한숨을 쉬면서 바닥에 고깃덩이가 되어 있는 트롤을 내려다보며 한숨을 쉬었다.

문득 승철의 옆에 있던 라온이 열심히 바닥에 고깃덩이를 만지작거리더니 주인님을 불렀다.

새하얀 손끝에 끈적거리는 푸른 피가 묻어나왔다.

"주인님. 이 변종 트롤 고기. 이전 층에 얻었던 극독들과 서로 중화 작용이 일어질 수 있는데요?"

"뭐?"

승철이 뒤를 돌아서 라온을 바라봤다.

그녀는 성분 분석 홀로그램을 활성화 시킨 채 혀를 살짝 내민 상태였다. 레이나가 당황해서 그녀를 열심히 말렸다가 망연자실한 얼굴로 옆에서 있었다.

[일필휘지 -천고의 현자 : 먹었나 보네]

[서리의 학살자 -빙제 : 극독 내성……은 필요 없구나. 애초에 인간 몸이랑 달라서 독이 작용을 못하지.]

"그뿐만 아니라, 아예 그 독들하고 상호 작용해서 오히려 더 효과가 증폭되네요. 그냥 같이 조리하거나 요리하기만 해도 천고의 영약이자 보약이네요."

[태초의 신룡이 고개를 끄덕거립니다.]

예를 들어…… 라면서 라온이 승철로부터 독초 하나를 건네 받아 트롤 고기에 감싸서 불을 일으켜 익혀 줬다.

지방이 타오르는 고소한 냄새와 향긋한 향초의 냄새가 나타나 코를 자극했다.

겉보기에도 진짜 부드러워 보이는 통 바베큐였다.

라온이 잎에 감싼 바비큐를 건네주며 다시 한번 말했다. 겉보기에는 진짜 맛있어 보이는 특식처럼 보였다.

"이거 한번 감정해 보세요. 주인님."

"알았어."

『파르틴을 머금은 트롤 특제 바베큐

등급 : 유니크

기능 : 마력 증진, 마력 회로 정리, 힘 +5, 민첩 +3, 마력 +13

설명 : 기계공학의 개척자의 보조 성좌인 『라온』 이 손수 제작한 특제 바비큐. 서로 인간에게 극독으로 작용할 수 있는 재료였으나 함께 요리함으로써 독이 중화되었다. 주인님을 향한 라온의 마음이 가득 담겨있다. 고기의 육질이 매우 부드럽고 탄력 있다.』

"미친?"

승철이 비속어가 다소 섞인 감탄사를 내뱉었다.

이건 진짜 천고의 영약이었다. 성좌가 되고 나서부터 육체나 마력의 양이나 성능보다 본인 고유의 기록이나 업적. 신성에 더 신경 쓰고 있었는데.

'이러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무려 힘, 민, 체를 동시에 올려주는 영약. 진짜 희귀한 보약인데. 두독을 중화시켜서 이로운 효과만 끌어냈어. 그것도 처음 보고.]

[심연 속의 어릿광대가 라온의 요리 실력에 순수하게 감탄합니다.]

[지옥의 왕 -염라 : 보통 변이된 특수 몬스터는 고기 아이템이 절대 안 나오는 편인데.]

'나한테는 라온의 가호가 있지.'

몬스터들의 부산물들이 떨어질 확률은 최대치로 조정해 주는 특별한 가호.

거기다 독초들도 절대 부족하지 않을 만큼 충분히 챙겨왔었다. 절대 적은 양이 아니었다.

이거라면 한동안 계속 먹기만 하더라도 빠른 속도로 강해질 게 뻔했다.

이곳에는 특이 변종 트롤만 있는 게 아니었다. 그 외에 몬스터들은 수없이 많았으며, 타락정령과 같은 정신체들도 있었는데. 그들은 죽고 나서, 저들의 정령 가루를 남겼다.

『타락한 정령 가루

등급 : 유니크 상급

기능 : 신성력과 자연 친화력 증폭

설명 : 타락한 정령이 남긴 가루.

신성을 가지지 못한 자가 섭취할 경우, 온몸이 폭사하거나 마력기관이 폭사해서 터져 죽는다. 신성을 제어할 수 있는 자만이 사용할 수 있는 특수 아이템이다.』

"이건 상점에서 본 적 있어."

정령 세계 나르챠의 고유 재료 아이템.

포인트로 7만 포인트에 달하는 비싼 아이템이었다.

일시적으로 나마 신성을 증폭시킬수 있는 효과가 있었기 때문에 성좌들 사이에서도 엄청나게 비싸게 거래된다고 나왔었다.

이것도 충분히 모았다가 팔아도 그걸로도 쏠쏠할 것 같았다.

요즘 승철의 성취가 오르면서 더 난이도 높은 재료 아이템을 다룰 수 있지만, 포인트가 너무 비싸서 상점에서 구매해서 다루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태초의 신룡이 그 곳에 있는 몬스터들과 타락 정령은 다 몰살시켜도 좋다고 허락합니다.]

[태초의 신룡이 청소는 귀찮다고 이야기합니다.]

『고룡의 가속화 신발이 강하게 울립니다.』

승철이 고개를 끄덕이고 한쪽 손에 검 병기를 꺼내 들었다. 220에 달하는 몬스터들은 전투 기갑병으로 죽일 수 없으니 직접 죽일 생각이었다.

"레이나야. 아무래도 여기 노다지 같으니까 우선 파밍부터 하자."

"네?"

"그냥 우선 내가 가는 길마다 위험할 때면 미리 알려줘."

"네. 이곳은 가끔 화이트 아웃이 일어나서 시야 밑에 크레바스(나락으로 통하는 균열)를 못 보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 말대로. 설산이라고 해도 눈밭에 햇빛이 반사되어서 가끔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승철이야 실명은 안 하지만, 잘못 떨어지면 곤란하니까.

죽음의 황금향은 그야말로 노다지 밭이었다.

* * *

7층.

화산 지대.

용암과 마그마가 쉼 없이 흘렀는데 거대한 광맥 또한 함께해서, 금, 철, 은, 미스릴, 팔륨, 에니트롬 등. 처음 보는 종류의 광물들이 쉼 없이 튀어나왔다.

여태 상점에서 구매하던 재료도 많이 나와서 앞으로는 구매할 필요가 많이 없어졌다.

이곳에도 역시 특별한 몬스터는 존재하지 않았다.

가디언 역시 없었으며, 그나마 트랩류 정도가 남아 있었는데 이 때에도 레이나가 위험감지 스킬로 크게 활약했다.

7층 역시 어렵지 않게 아래로 향하는 통로를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 아래로 내려올수록 태산과도 같은 기운은 점점 가깝게 느껴졌는데.

동시에 고룡의 가속화 신발이 반응하는 횟수도 엄청나게 늘어났다. 이제는 다른 성좌의 기운을 못 느끼던 레이나마저 살짝 불안해할 정도였다. 그녀가 승철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승철 님……."

그리고 이제 남은 것은 죽음의 황금향 마지막 8층.

태초의 신룡이라는 성좌가 존재하는 최하층.

[태초의 고룡이 어서 내려오라고 재촉합니다.]

승철이 그 말에 단번에 발을 앞으로 내디뎠다. 층을 넘어설 때마다 느꼈던 격렬한 공명이 다시금 그를 강타했다.

여태까지 와는 다르게 특히 더 강력한 고동. 저도 모르게 신음 소리가 나올 정도로 자극적인 고통이었다.

기록이 요동친다는 게 상상 이상으로 힘들었다.

『지하 8층에 입장하셨습니다. 당신의 고룡의 부츠가 격렬하게 요동칩니다.』

『칭호 : 드워프의 왕이 태초의 신룡의 기운에 강하게 반응합니다.』

『태초의 신룡이 당신의 모습을 보고 격하게 반가워합니다.』

『가장 아래에서 기다리던 5계층의 가디언들이 당신에게 예를 표합니다.』

'역시 가디언들을 따로 가장 최하층에 불러내서 기다리고 있었구나.'

어쩐지 보스가 없어서 너무 쉽다고 생각했었다. 저 너머에는 용의 혈족이나 뱀파이어 로드와 같은 무리들이 모두 깍듯하게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어서 와. 기계공학의 개척자. 기록을 창조해내는 용사의 뒤를 잇는 자."

중후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쩐지 흥분이 가득 차올라 있는 듯했다.

"그리고 심연 속의 어릿광대, 그밖에 수백 가지의 별자리들. 기사왕에…… 염라까지…… 음…… 귀여운 라온 아가씨도 안녕?"

[ㅎㅇㅎㅇ]

[심연 속의 어릿광대가 인사합니다.]

[기사왕이 반갑다며 손을 흔듭니다.]

[지옥의 왕이 오랜만이라고 합니다.]

라온이 무표정으로 고개를 숙이며 꾸벅 인사했다.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세상의 공기가 요동쳤다.

그가 입을 열 때마다 진동이 울리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는 장난스럽게 이야기하는 것 같으면서 느껴지는 무거움이 남달랐다.

『그게 바로 신화급 성좌의 진언입니다. 이분은 특히 신룡이셔서 용언과 같이 섞여 있어 그게 더 강할뿐입니다. 주인님. 신성을 몸 바깥에 두르시고 계시면 문제없으십니다.』

『전에 말씀드렸다시피, 특히 주인님이 기운에 예민한 체질이라서 그러십니다.』

라온의 말대로 하니 확실히 숨 쉬기 편해졌다.

지하 8증.

그들이 맞이한 건 거대한 저택의 입구.

아니, 저택이라고 할 수나 있을까.

하나의 거대한 도시가 생각날 정도의 크기였으니까.

앞에는 백발의 20대처럼 보이는 젊은 남성이 손을 흔들며 그를 맞이하고 있었다.

용의 일족이라서 엄청난 꽃미남을 생각했었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그냥 적당한 훈남 정도로 보였었다.

그가 감격스럽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끝의 시기가 이렇게 다가오고 있는데. 그에 맞춰서 개척자의 특성을 가진 인간…… 아니 이젠 성좌가 이렇게 나타날 줄이야."

"꼭 내가 어릴 때 일이 생각난단 말이야."

의미심장한 말 몇 마디를 중얼거린 뒤 승철을 돌아보며 다시금 활짝 웃어 줬다.

태조의 신룡이 노래하듯이 말을 자아냈다.

"처음. 지구에 던전을 만들고 계속 1, 2층만 맴돌던 사냥꾼들밖에 안보여서 솔직히 답답했는데. 마침 기다리던 손님이 와서 기쁘네. 우선 식사부터 같이하고, 너희들한테 할 이야기도 있고."

"개척자를 그렇게 괴롭히는 망각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야겠고.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해서도. 그리고 기록의 진전. 후계에 대해서도."

"에?"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던전 공략만을 도와주러 함께 왔던 레이나만이 현재 상황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어버버하고 있었다.

승철이 한숨을 쉬면서 무덤덤하게 태초의 신룡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 여기의 호구좌한테는 따로 설명이 필요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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