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만든 AI가 성좌가 되었다-127화 (127/183)

127화

87장 재료 조달

성좌.

별자리. 왕의 지위. 임금을 수식하기도 하며, 우리는 요즘 각자의 영역을 초월한 존재가 도달하는 영역이라고도 부르는 위치라고 부른다.

『'별의 축제'는 각 차원에 모인성좌들이 모이는 날을 뜻합니다. 이전에는 라그나로크와 같은 멸망의 시기가 다가오는 계절에 발생하는죽제.』

『서로의 기록을 나누거나, 팀을 만들거나, 회의를 벌이기도 하는 특별한 축제입니다.』

『당신은 전설급 성좌로서 축제에 참가할 자격을 얻어냈습니다.』

『당신은 아서왕의 후계자로써의 자격도 존재합니다.』

『많은 성좌들이 당신의 참가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뭐야, 이건?"

승철이 돌연 오른쪽 하단에 생성된 메시지를 보면서 중얼거렸다.

한동안은 도철을 달래면서 드워프들 매장을 구경하거나 황금향에 가서 쉬고 있으려니 금방 이런 메시지가 나타난 것이다.

『주인님. 저도 같은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물어보니, '태초의 신룡'도 같은 메시지를 받았다고 이야기하네요.』

『궁기나 도철도 입장 자격이 되는 것 같습니다. 한두 명은 지인으로 데려가도 좋다고 쓰여 있어요.』

그가 우두커니 서서 설명을 읽고 있자, 라온도 승철을 불러 초대권을 보여줬다.

얘도 나름 보조성좌라고 같은 초대권을 발급받은 듯 했다.

아마 성좌들이 모여서 서로 교류하는 축제? 모임 같은 모양이다.

라온이 시스템에서 정보를 받아내, 추가 설명을 듣자니, 안에는 성좌들 사이의 경매장 같은 시스템도 같이 있다고 했다.

[일필휘지 - 천고의 현자가 자신도 같이 참가할 거라고 이야기합니다.]

[검에 미친 남자 - 초대황제도 가서 얼굴을 직접 대면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힙니다.]

[서리의 학살자 - 빙제도 고개를 끄덕입니다.]

이렇게 여태 그를 같이 지켜봐오던 성좌들도 참가할 것이라며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하고.

승철도 매일같이 뒤에서 채팅만 치던 성좌들을 한번 보고 싶다는 마음도 확 들었다.

축제에 가서 다른 성좌들이랑 미리 친해지면 나중에 필요할 때 도움도 받을 수 있을 테니까.

"우선 알겠어."

승철이 고개를 끄덕이자 다른 성좌들이 기대된다는 듯이 메시지를 추가로 보내왔다.

아까 라온이 설명했던 경매장에 관한 질문이었다.

특히 이번에는 생산과 관련된 성좌들이 특히 궁금해하는 반응이었다.

[아이템 제작자가 축제 경매에서 당신이 어떤 아이템을 가져올지 기대가 된다고 합니다.]

[불의 화신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원래 별의 축제는 각 차원의 성좌들이 서로 각기 다른 물건이나, 문화를 교류하니까. 경매장에서 네가 판매할 아이템을 그곳의 재화로 교환해서, 너도 구매할 때 쓸 수 있을거다.]

[그곳의 경매 물품들은 하나같이 장난 아니니까. 기대해도 좋아.]

[심연속의 어릿광대가 장담합니다.]

『만약 참여하신다면, 남은 일주일동안 경매에 내놓을 아티펙트나 아이템을 제작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 라온의 조언까지.

"경매라……."

그 말을 들으니까 어째 점점 더 흥미가 깊어졌다.

승철이 드워프 매장에서 아이들을 구경하다 말고, 도철과 궁기를 데리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열심히 크게 소리를 지르며 자신들의 왕 앞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 힘쓰던 드워프들이 그를 돌아봤다.

그가 손을 내밀어서 꼬마 애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열심히 팔고 있어. 나 잠깐 만들고 싶은 물건이 생각나서."

"네! 다녀오세요!"

드워프 둘이 경례하듯이 손을 머리위로 올렸다.

도철과 궁기가 쪼르르 달려와 어깨위에 올라탔다.

얘들의 마중을 받으며 승철이 재료를 챙기러 서둘러 황금으로 향했다.

* * *

[세계 마법사 랭킹 1위.]

대마도사 박하연.

하연은 최근에 마법 학회로부터 마법사 랭킹을 새롭게 갱신했다.

그녀는 에피르의 마탑으로부터 새롭게 얻은 깨달음들을 기반으로 자신의 마법 체계와 융합시켜 완전히 새로운 경지에 올라가게 되어, 이제 완전한 탑. 정상에 올라 있었다.

업적을 기록 하는 특이한 직업을 가진 동훈이의 마력 수련도 계속 봐주고 본인도 성좌의 가르침이나 팁들을 주워들으며 빠르게 성장한 편이었다.

그렇게 한창 마력을 연구하던 중에, 그녀의 성좌가 하연에게 말을 걸어왔다.

눈을 감고 기운의 흐름에 집중하던 하연이 눈을 떴다. 어찌나 집중했는지, 그녀의 옷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당신의 성좌. 멀린의 후계인 마법의 종주가 자신과 함께 축제에 갈 생각이 없냐고 물어봅니다.]

"축제요?"

[마법의 종주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성좌들이 모이게 되는 별의 축제. 계약한 아이들이라도 데려갈 수 있으니, 가서 인사나 시킬 생각이라고 합니다.]

[기계공학의 개척자님도 성좌의 자격으로 그곳에 가게 될 텐데, 같이 한번 가자고 마법의 종주가 당신을 꼬십니다.]

"갈게요."

별의 축제.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생소한 이름이었으나, 하연은 일말의 고민도 없이 바로 즉답했다.

며칠이건, 얼마나 머무르냐는 추가 질문 없이 바로 튀어나온 대답이었다.

[마법의 종주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입니다.]

[다른 성좌들도, 분명히 성장이 잘 된 계약자들을 데리고을 것이라고 미리 이야기합니다.]

* * *

『영지 이동이 발동됩니다.』

[죽음의 황금향으로 이동됩니다. 신화급 성좌, 태초의 신룡이 당신이 다가오는 것을 인지합니다.]

[던전의 공기가 당신을 반깁니다!]

신룡의 가속화 각반은 이번에 새롭게 성장하면서, 영지 이동이라는 새로운 기능을 탑재하게 되었다.

그 기능은 말 그대로, '성좌 : 태초의 신룡'의 영지이자, 던전이기도 했던 황금향으로 곧바로 이동하는 것.

덕분에 승철은 굳이 번거롭게 미국의 샌프란 시스코까지 이동하지 않아도, 바로 황금향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그의 양어깨에는 승철이 제작해 준 '흑암'으로 서로 기운을 감추고 있는 궁기와 도철이 편하게 드러누워있었다.

"어……. 왔어? 옆에 애들은 신수…… 아니, 사흉수?"

신룡이 한쪽 손을 들고 마중 나왔다.

이제 완전히 건강해져서, 비늘에서 윤기가 흘렀고 전에 봤을 때보다 신성이나 압박감 따위가 차원이 다르게 강렬했다.

[궁기가 태초의 신룡에게 반갑다는 듯이 인사합니다.]

[도철이 킁킁 댑니다.]

[도철이 태초의 신룡에게서 풍기는 재물의 냄새를 맡고 입맛을 다십니다.]

"그만 해."

승철이 손을 올려 제지하자, 도철이 얌전하게 어깨에 다시 드러누웠다.

그 광경을 본 신룡이 어깨 위에 올라타 있는 궁기와 도철을 놀랍다는 듯이 바라봤다.

"내가 알기로 사흉수 같은 애들은 순순히 남의 말에 따를 놈들이 아닌데…… 대단하네."

"어떻게 되더라고. 너는 마지막에 봤을 때랑 다르게 건강해 보여서 좋다. 야."

승철이 씨익 웃으며 신룡과 주먹을 맞대었다. 가디언들도 뒤에서 웃으면서 둘이 대화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신룡이 엘프들에게 승철의 시중을 들라하고, 천천히 연못을 걸었다.

"오늘 온 건 축제 준비?"

"당연하지. 경매장이 열린다는데 간만에 괜찮은 재료 좀 챙기고 가려고 왔어."

여긴 그야말로 노다지다.

1층부터 시작해서 최상층까지 온갖 재화나 재료. 보물이나 광물이 넘쳐 나는 곳이니까 가장 먼저 여길 들렀다고 했다.

"잘 왔네. 마침 축제에 관련해서 해줄 말도 있고, 건네줄 것도 있었는데. 우선 따라와."

태초의 신룡이 승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저택을 걸었다.

승철이 그의 뒤를 따라갔다.

그러 고나서 다시 한참을 걸었다.

15분.

저택 안에서 길을 찾아 간 시간이다.

조금 더 빨리 갈 수 없냐고 물어보니, 이동 속도에 따라서 도착 지점이 다르게 설정되어 있다는 신룡의 대답이 들려왔다.

항상 가던 저택의 집무실이나, 대접실과 다르게 거의 미로에 가까울 정도로 가는 길을 몇 번이고 틀어야했다.

"다 왔어."

태초의 신룡을 따라 쭉 나아가자, 자그마한 황금색의 금고가 눈에 확 들어왔다.

승철의 어깨에 있던 도철이 아등바등하며 저 금고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어깨에 침이 흐르기까지.

"대체 저게 무슨 금고길래?"

도철의 반응에 도리어 궁금해진 승철이 감정을 해봤다.

그리고 경악했다.

『태초의 신룡의 보물 금고.

등급 : 전설 - 최상급

설명 : 태초의 신룡이 과거, 신화시대 때부터 모아왔던 천고의 보물들이 모여 있다. 과거의 용사가 사용하던 부러진 성검부터, 신룡의 탈피 껍질, 이무기의 내단, 흑룡의 심장, 고대 신화시대 트롤의 피와 같이 지금은 구할 수 없는 그때 당시의 고귀한 물건들이 보관되었다. 금고 자체만으로도 가치가 매우 뛰어나다.』

[와!]

[도철이 침을 질질 흘립니다…….]

[궁기가 끈적거리는 침이 싫다며 승철의 어깨에서 내려와 다리에 철썩 달라붙습니다.]

[ㅁㅊ. 심 봤다. 나 신화시대 물건 이렇게 많이 남겨둔 성좌 처음 보네.]

[심연속의 어릿광대가 드물게 놀라워합니다.]

미친.

승철의 눈이 큼지막하게 떠졌다.

단순한 금고가 전설…… 그것도 최상급에 달하는 등급이라니.

특별한 기능도 없으면서 이렇게 등급이 높은 물건은 처음 봤다.

그가 놀라고 있자, 신룡이 미안하다는 듯이 웃으며 이야기했다.

"전에 주려고 했는데, 그때에는 내가 몸이 안 좋아서, 회복하느라 정신이 없었거든. 그래서 못 건네줬다."

신룡이 머쓱하게 웃으며 뒷머리를 매만졌다.

그는 입을 쩍 벌리고 놀라는 승철의 모습을 보고 만족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끌끌 웃기까지 했다.

"이걸 진짜 다 나한테 주겠다고?"

승철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되물어봤다.

"엉. 거기서 골라서, 적당히 간지나는 것 좀 만들어서 경매장에 보여줘봐라. 성좌들 뻑 간다 흐흐."

"아. 진또배기는 다 네가 가져야 되는 거 알지?"

말을 잇지 못하고 신룡이 건네주는 금고를 받아들였다.

금고도 100% 순금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마법으로 코팅되어 있는지 단단한 마력이 감싸고 있었다.

"와……. 너 진짜 고맙다."

"무려 내 군주도 되었는데, 이 정도는 줄 수 있지. 내 목숨값보다는 그게 훨씬 싸거든. 요즘 엘프들이랑 가디언들하고 같이 밥 한 끼 같이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하다야."

신룡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웃었다.

[태초의 신룡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기계공학의 개척자의 어깨를 탕탕 칩니다.]

"그리고, 있다가 내가 다른 성좌들에 대한 정보나. 이야기 좀 있다가 해줄 테니까. 있다가 같이 대화도 좀 하자. 우선 그거 챙기고 경매 물품이나 좀 만들어 둬."

신룡이 시그니처인 장난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속닥거렸다.

단순한 재료 조달을 하러 왔을 뿐인데.

왠지 굉장해 보이는 금고 하나를 획득했다.

내가 만든 AI가 성좌가 되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