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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AI가 성좌가 되었다-132화 (132/183)

132화

91장 시스템 권한자 라온

『다시 별의 축제로 복귀합니다. 심연속의 어릿광대의 가호가 유지 되고 있습니다.』

『주인님. 판매 대기 중인 물품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곧 별의 축제 경매가 종료될 것 같습니다.』

오딘과의 대화가 끝나고, 승철은 다시 본 축제에 참여했다.

이미 경매에서는 구매할 만한 물건들을 구했으니, 이제는 평소에 그와 자주 연락하거나 이야기했던 성좌들과 만나서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기사왕 - 아서왕은 쾌활하게 생긴 미남자였다. 그는 온몸에 보구와 신기들을 지니는 사내.

그의 곁에는 하연하고 마법의 종주- 멀린이라는 여성이 같이 그에게 접근했다.

하연이는 전에 황금향으로 향하고, 3개월간 수련하느라 한동안 보고 지냈었는데 잠깐 못 본 사이에 조금 더 성숙해져 있었다.

"그래서. 이야기는 잘 끝났어?"

아서왕이 그에게 물어왔다. 그는 아까까지 주변에 성좌가 하도 많아서 멀찍이서부터 승철을 지켜보고 있었다고 한다.

"진짜…… 어떻게든. 어릿광대가 내려준 축복이 덕분에 잘 진행됐어."

절로 진이 다 빠진 목소리가 나왔다.

미리 들은 대로 오딘이라는 자는 쉽지 않아서, 확실히 까다로웠다.

그가 아서왕의 후계라는 자리를 버리라고 했던 말은 굳이 전하지 않았다. 들어봤자 불쾌해 하거나 기분 나빠해서 뭔가 사고라도 칠 것 같았으니까.

라온이 건네오는 살얼음이 맺힌 와인잔을 몇 차례 찬물 마시듯이 단번에 들이마셨다.

얼음장같이 시원한 술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니 확실히 살 것 같았다.

[심연속의 어릿광대가 낄낄거립니다.]

[원래 오딘이 그렇지 뭐. 교활한 신으로 워낙 유명하기도 하니까.]

덕분에 이번에 가장 큰 고비를 넘긴 것 같았다.

그나저나 오딘과 대화를 하고 오니 벌써 축제 경매도 막바지에 이르러 금방 끝날 것 같은 분위기였다.

실제로 즐거웠던 연회 노랫가락도 멈췄고, 웃으며 술잔을 들이키던 성좌들도 이젠 조용했다.

『모든 성좌분들께서 등록 하신 아이템 판매가 완료되었습니다!』

『경매가 종료됩니다. 혹, 남은 포인트들은 축제가 끝난 뒤, 특별 상점에서 추가로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이제부터, 앞으로 일어날 재앙에 대한 정보 제공이 시작됩니다.』

각자 연회 음식들이나 별식들이 놓여진 음식이나 술 따위가 사라졌다.

모두들 몸에 가볍게 신성을 돌려, 취기를 씻어냈다. 동시에 이 축제연회장 전체에 가공할 만한 압력이 느껴졌다.

끝의 시간.

라그나로크와 같은 시기의 직전마다 발생한다는 별의 축제.

그건, 문화와 기록을 교류하고,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서 대비하는 축제이기도 하다.

『각 진영의 성좌들은 진영에 맞춰 자리가 재배정됩니다.』

『타락한 성좌의 흔적이 남아 있는 몇몇 멸망 신화의 성좌들이 자격을 박탈당합니다.』

성좌들이 앉았던 자리들이나 배치가 각 신화에 맞게끔 같은 기록을 가진 성좌들끼리 모여들었다.

그의 곁에 원탁의 기사들이 모여들었고, 아서왕과 멀린이 웃으면서 그의 옆에서 손을 흔들었다. 하연도 승철의 옷자락을 잡아 자기도 옆에 있음을 알려주었다.

『아서왕의 후계자.』

아서왕의 기록을 잇는 자.

『지구 최초의 성좌. 기계공학의 개척자.』

『기계공학의 개척자 진영 - '태초의 신룡', '사흉수 궁기', '사흉수 도철', '원탁의 기사들', '마법의 종주', '심연속의 어릿광대', '죽음의 대마도사', '검에 미친 남자', '일필휘지', '서리의 학살자', '죽음의 추종자'』

생각보다 옆에 모습을 나타내는 성좌들의 수가 많았다.

모두들 가끔 씩 성좌 메시지에서 줄곧 봐왔던 성좌 명들이 눈에 속속들이 들어왔다.

세력.

하나 이상의 존재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어 이루는 팀.

『그림자의 숨은 꽃, 아이템 제작자, 불의 권유자……』

본래 진영이 무소속에 속해 있던 성좌들이 승철의 진영에 자처해서 들어오고 있었다.

그의 주변에 크고 작은 별들이 나타났다.

서로의 빛에 빛을 반사해서 은하수와 같이 은은한 밝기를 뽐낸다.

그중에서는 스스로 불과 열. 빛을 내뿜는 창세급의 심연속의 어릿광대도 함께했다.

『신화에 속하지 못했던 어느 성좌들이 당신과 뜻을 함께합니다.』

『기계공학의 개척자 측의 아군 성좌. 27명.』

지금까지 성장 과정을 모두 투명하게 다른 성좌들에게 대부분 공개되다시피 했던 덕분에.

이 순간 승철과 뜻을 함께하고자 하는 자들이 이렇게도 많았다.

그의 곁에 있는 성좌들이 다른 신화에 속해 있는 성좌들의 수에 꿀리지 않을 정도로 많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시스템 권한자. 라온은 해당 축제. 재앙의 접근에 대한 정보 중계권한을 가집니다.』

"……네?!"

라온이 당황한 듯한 소리를 내었다.

이어서 시스템으로부터 그녀에게 전달되는 무수히 많은 정보들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동시에 그녀의 진갈색 머리칼이 푸른 광명을 토해내기 시작한다.

『기계공학의 개척자의 보조성좌이자. 시스템 권한자. 라온이 중심부로 이동됩니다.

"라온?"

승철이 눈을 크게 뜨며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이미 그녀는 승철의 옆에 없었다.

그녀가 어느새 시스템으로부터 힘을 내려받아 나풀거리는 옷으로 갈아입었다.

『라온이 시스템 권한자로써 일을 시작합니다.』

푸른 빛으로 발광하는 머리칼.

신성이나, 마력이 느껴지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레 풍겨오는 압박감.

지금 잠깐이나마시스템의 대행자라고 느껴지는 존재감이 어마어마했다.

살짝 당황한 듯, 자신에게 집중되는 모든 성좌들의 시선을 둘러보다 승철의 눈을 보고 한숨을 내쉬고 웃으며 안심했다.

그녀가 연회장에서 가장 중심에 위치해서, 재앙 정보와 타락 성좌들에 대해 시스템이 파악한 정보를 눈으로 훑었다.

매우 짧은 순간 속으로 상황 판단을 끝낸 뒤에, 시스템 메시지로 모두에게 선언했다.

『시스템 권한자 라온. 전 시스템을 대행해서 현재 지구에 뿌리내린 타락한 성좌들에 대한 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이제부터 멸망의 시기에 대한 대비를 시작합니다.』

* * *

라온.

기계공학의 개척자인 승철이 직접 제작해낸 최초의 인공 성좌이자 시스템 권한자.

인간이 아니라, 인공지능 출신이며, 그럼에도 어엿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의식체.

이제는 승철이 신체까지 제작해 주게 되자, 오감을 느끼게 되며 이젠거의 다른 생명체와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진화하게 된 특별한 존재.

그녀가 처음 제작되었을 때, 시스템은 그녀를 복사 분석해, 한 가지를 배울 수 있었다.

'학습.'

감정이든, 기술이든, 마력이든 무엇을 기록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학습한다는 행위.

그리고 시스템은 '학습'을 깨우친대가로 라온에게 성좌의 위를 부여해주었으며, 동시에 시스템 권한을 다룰 수 있도록 해줬다.

『시스템 권한자.』

그녀에게 성좌의 등급은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여지껏 그 누구도 가지지 못했던 시스템의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주인을 보조하고, 함께하며 여지껏 세상에 대해서 학습했을 뿐.

스스로가 가진 특별한 힘은 없으나, 외부의 힘을 조율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능력을 가지게 된다.

『출력.』

그녀가 차가운 눈으로 시스템이 전해오는 정보를 받아들이며 연회장 전체에 수천 가지의 입체형 홀로그램을 생성시켰다.

[아스가르드 진영의 성좌들이 라온을 바라봅니다.]

[아스가르드의 최고신이 라온의 정체를 작게나마 유추해 보고 눈을 부릅듭니다.]

[올림푸스의 존재들이 사방에 나타나는 홀로그램에 시선을 집중합니다.]

『현재 시스템에서 파악한 지구에 생성된 타락한 성좌들의 탑의 수는 최근 급격히 늘어나 8, 000에 육박합니다. 확인된 타락 성좌들은 62.』

『그에 반해 타락한 성좌들에게 대항할 수 있는 지구의 사냥꾼의 수. 0』

그야말로 절망적인 숫자.

몇 성좌들이 확연히 느껴지는 그 격차에 살짝 불편한 숨을 내쉬었다.

[지구 측은 제대로 기록이 성숙되기도 전에 너무 빠르게 종말의 시기가 찾아 왔어.]

[왜 벌써부터 망각의 눈에 띄게 된 건지. 쯧. 아직 독립 개념도 혼자 못 쌓았더군]

성좌들이 중얼거리는 소리가 똑똑히 들렸다.

아직 지구는 전체적으로 초월의 격에 들어선 자가 거의 없다시피했다.

그러자 자연스레 지구 최초의 성좌인 승철에게 성좌들의 시선이 다시금 오가기도 했다.

'지구 측 사냥꾼들을 빠르게 성장시켜야겠는데.'

승철이 자신에게 집중되는 시선을 느끼고 속으로 조용히 다짐하며 라온이 브리핑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지구에 돌아가면 우선 차원 간에 통로 제작도 고민해야 하는데. 그밖에 사냥꾼들의 수준을 올리는 것도 시급해 보였다.

『원인 분석. 대책 강구.』

라온이 지구 전체에 모습이 확인된 탑들의 마기 수치나.

그 진행도를 보여줬다.

『현재 타락한 성좌들과 타협한 멸망 신화의 성좌들 또한 지구에 탑을 쌓아가는데 집중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아마 어떠한 존재를 강림시키기 위해 힘쓰고 있는 걸로 보이는데…… 더 자세한 사항을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때문에 시스템은 이 축제가 끝나는 시기에, 지구인들에게 아직까지 개방하지 않았던 히든 시스템인 '상점 시스템'과 '개별 랭킹제', '프로필'을 추가 개방할 예정입니다.』

라온이 성좌들의 불편한 기색에 아랑곳하지 않고 설명을 이어나갔다.

각 홀로그램들이 그래프를 그리고 각 사냥꾼들의 성장 곡선을 나타내는 지표를 생성시켰다.

『그리고 제가 시스템으로부터 잠재력이 뛰어난 인간들의 리스트를 따로 뽑아두었습니다. 각 분야에 맞춰서, 재능도 분석해서 필요한 분들께 정보를 전달할 예정이니 참고해주세요.』

『이제부터 지구 측의 가능성이 있는 인간들에게는, 여러분들이 계약의 기회를 줬으면 합니다.』

『이어서 저희 주인님과도 좋은 관계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녀가 승철과 눈이 마주치자 차가웠던 얼굴이 사르르 녹았다.

아주 잠깐, 해맑은 웃음을 주인에게 보내더니 다시 정보의 브리핑을 이어갔다.

'기특한 녀석.'

라온.

그녀는 훌륭한 조율자이자 중계자.

갑작스레 시스템에서 그녀를 선정해 중계하게 된 것임에도 당황하지 않고 발표를 이끌었다.

누가 만든 인공지능인지는 몰라도 참 일을 잘 했다.

『시스템 권한자. 라온에게 시스템이 정보 중계의 감사의 표시로 무속성의 신성과 격을 전달합니다.』

『성좌. 라온의 격이 한층 더 높아집니다.』

『이어서, 라온의 시스템 접근 권한이 더 강해집니다. 이제부터 지구에 한정된 시스템에 있어서 대부분 관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라온은 이제부터 지구의 사냥꾼들의 상태창, 사냥꾼 프로필, 랭킹에 대해 수정할 수 있습니다.』

"라온아? 그거 다 어디서 받아왔냐?"

승철이 자신의 눈앞에 드러난 시스템 메시지에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그는 그녀의 주인이기에 라온에게 나타나는 모든 변화에 대해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 애가 어디선가 치트키를 하나 가져와 버린 것 같았다.

본격적인 시스템 관리자에 한층 더 접근한 그녀였다.

내가 만든 AI가 성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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