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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AI가 성좌가 되었다-156화 (156/183)

156화

105씨앗(2)

씨앗.

이렇게 커다란 크기의 씨앗은 처음이었다.

그냥 열매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씨앗을 어린 드워프에게 건네받자, 안에서 청아한 기운이 퍼지기 시작했다.

퍼지고 있는 마력의 파장이 마력기관을 자극했다.

"뭐야 이건?"

시스템 설명을 읽어봐도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물건.

승철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씨앗을 톡톡 건드렸다.

매끄러우면서 겉 표면이 많이 단단했다.

[만물의 씨앗이 당신을 목표로 삼습니다.]

『다른 이름으로 하면 만물의 종자. 잠재력이 신화급까지 있는 물건이네요.』

『목표를 정한 뒤부터 일주일 후에 무조건 발아하는 특별한 종자입니다. 발아하기 전까지 주위 환경이나 기록에 따라 발아하는 품종이 변화하게 됩니다.』

『잠재력이 신화급인 걸 보니, 잘만 기르신다면 주인님의 상상을 뛰어넘는 결과물이 탄생할지도 모릅니다!』

라온이 보기 드문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가 저렇게까지 말한다는 건 정말 승철에게 도움이 되는 물건일 때만 저랬다.

[그거 생각보다 귀한 거야. 특히 잠재력이 신화급까지 있는 '만물의 종자'는 한 세계에 하나 겨우 찾기도 힘들어.]

[심연속의 어릿광대가 덧붙입니다.]

"오호라……"

그 말에 별 생각 없이 씨앗을 매만지고 있던 승철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게 빛났다.

그렇게까지 말을 들으니 흥미가 갔다.

"일주일 동안 그냥 가지고 있으면 되는 거지?"

[어. 그러면 품종이 정해질 거다.]

[심연속의 어릿광대가 대답합니다.]

그냥 보유하고 있는 것뿐이라면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승철이 씨앗을 향해 가볍게 신성을 흘려, 매끈한 표면을 쓰다듬었다.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손끝에 부르르 떠는 감각이 전해진다.

"진짜 기운 하나는 엄청 포근하네……"

다행인 건, 이 씨앗을 받아들이는 순간부터 귓가를 계속해서 맴도는 환청들은 완전히 사라졌다는 것.

그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앞으로 일주일.

이게 어떻게 변화하게 될 지는 모르겠다만 한번 지켜봐야겠다.

* * *

주신. 오딘

그는 탐구하는 자다.

미지를 알아내고 싶어 하는 마법사이며 아스가르드의 주신이라고도 불리는 성좌.

그는 최근 '기계공학의 개척자'를 요즘 집중적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별의 축제'에서 마주친 이후부터 지금까지.

그 당시에는 전설급이었던 나부랭이 성좌가 벌써 신화급에 도달했고.

이제는 독자적인 기록을 통해 압도적인 속도로 신앙을 넓히는 중이니.

관심이 안 갈 수가 없었다.

오딘은 담담히 승철이 들고 있는 물건을 알아봤다.

그의 눈이 씨앗의 본질을 꿰뚫었다.

『과연. 말만 번지르르 한 게 아니었어. 이젠 신화급인 '만물의 종자' 한테까지 선택을 받을 줄이야.』

만물의 종자. 그것도 신화급의 종자라면.'그것'이 피어날 가능성이 절대적으로 높다.

저렇게 씨앗부터 강한 파장을 일으키는 종자라면 특히나 더.

『세계명 : 지구의 예상 생존율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고. 전 인류의 수준도 급속도로 상승하고 있는 게 모두 한 사람의 결과물이라는 건…… 이젠 인정할 수밖에 없나.』

솔직히 그때 마주칠 때는 단순한 허세인 줄 알았다만, 통로를 제작하던 때부터 그의 예상을 가볍게 뛰어넘었다.

어릿광대를 소환했을 때는 그도 경악했으며, 지금은 그저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리고 오딘은 결심했다.

이제 기계공학의 개척자를 자신의 아래로 생각하지 않겠다고.

그는 능력이 충분해 존중받아 마땅한 인물이라고 판단되었으니까.

[아스가르드의 최고신이 기계공학의 개척자를 인정합니다.]

[아스가르드 신계에서 최후의 시기에. 그들이 나서서 기계공학의 개척자를 전폭적으로 도와줌을 약속합니다.]

* * *

첫날.

승철은 씨앗을 가지고 다니되, 평소처럼 행동했다.

'만물의 씨앗'은 하루가 다르게 내뿜는 기운의 파장이 점점 더 진해져갔다.

녀석은 그가 흘리거나 지나치는 기운이라면 조금도 놓치지 않고 게걸스럽게 흡수했다.

웃긴 건 저택을 뛰어다니는 사흉수들의 마기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는데, 녀석은 그냥 정순한 기운인 개척자의 마력만 흡수했다.

주인의 마력을 한번 맛보고 나서부터 마치 껌딱지처럼 달라붙었다.

[만물의 씨앗이 기계공학의 개척자의 마력을 받아들입니다.]

둘째 날.

'만물의 씨앗'은 하루가 지나자 그 크기가 사과를 뛰어넘어 멜론이 연상될 정도로 커다래졌다.

그럼에도 무게감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는데, 마치 깃털과 같이 가법기도 하다.

이제 씨앗은 겨우 하루 만에 주인의 신성이라는 걸 흡수할 수 있게 되었다.

완전히 대상을 승철에게 집중했는지, 심지어 아스가르드의 유명인인 토르가 관심을 가지고 다가와도 그의 기운은 조금도 흡수하려 들지 않았다.

[만물의 씨앗이 자신의 주인이 기계공학의 개척자라고 인정합니다. 단순한 목표가 아니라, 존중할 만한 존재라고 사고합니다.]

[만물의 씨앗이 기계공학의 개척자의 신성을 흡수합니다.]

"이거 왜 이리 달라붙어……?"

승철이 찰싹 달라붙은 씨앗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좋은 현상입니다. 만물의 씨앗이 대상을 고정했다는 건, 주인님께 최고의 양질의 양분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겠지요.』

"진짜 이렇게 달라붙어서 신화급 품종이 되면 내가 염원이 없겠다."

『주인님이 바라는 대로 될 겁니다. 보통 만물의 씨앗이 이렇게까지 자아를 확고하게 가진 건 거의 없거든요.』

곁에 있던 라온이 슬쩍 미소 지었다. 그녀가 씨앗을 부드럽게 매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씨앗을 받아들인 뒤로부터 4일째 되는 날.

간만에 신화급에 달하는 타락한 성좌가 강림했다.

요즘 한동안 뜸하다가 갑자기 나타난 적이었지만, 어렵지 않게 녀석을 소멸시킬 수 있었다.

덕분에 격이 미약하게나마 조금은 상승할 수 있게 되었다.

[만물의 씨앗이 주인의 막대한 전투 능력에 당황합니다.]

[만물의 씨앗의 가능성이 한 층 더 열립니다! 투쟁의 기록을 받아들입니다.]

"진짜 너…… 내 거라면 가리지 않고 이것저것 다 배우는구나……?"

승철이 감탄하며 중얼거렸다. 전투 직후라서 그런지 그의 옷이 적당히 더럽혀져 있었다.

[만물의 씨앗이 부들부들 떱니다…….]

[기사왕이 씨앗의 가능성을 기대합니다.]

5일.

[기계공학의 개척자가 권능을 발휘합니다.]

작업실에서 장비의 제작과 기계 파츠의 여유분을 제작했다.

드워프들이 제작한 아티팩트들 중에서 한 번 더 가다듬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물품들은 한 번씩 만져줬다.

이제는 전설급 아티팩트를 밥 먹듯이 생산할 수 있는 드워프들이라고는 해도, 모두가 완벽할 수는 없는 법이다.

[만물의 씨앗이 흥분합니다!]

승철이 무언가를 제작할 때.

만물의 씨앗이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다.

그의 곁에서 찰거머리처럼 달라붙은 씨앗은 폭발적으로 뿜어져 공간전체를 메운 신성과 마력을 사탕 녹여 먹듯 흡수했다.

[만물의 씨앗이 생산의 기록을 받아들입니다. 신성을 폭발적으로 다루는 법에 대해서 학습합니다.]

[만물의 씨앗이 당신에 대한 충성도와 애정도가 한계에 도달합니다.]

6일.

이젠 신성이 혼자서 신성을 뿜어내기까지 시작했다.

이렇게 되면 신화급 품종은 확실해졌다. 슬슬 승철도 씨앗의 결과물이 기대되었다.

드디어 대망의 마지막 7일째 되는날.

아침에 눈을 뜨고 보니 씨앗이 작아져 있었다.

"갑자기 작아졌네……?"

지난 6일간, 만물의 씨앗은 한번 수박만 한 크기까지 거대해졌었다.

그러다 오늘 아침에 갑자기 작은 수박씨만 한 크기로 변한 것이다.

그 안에서 어마어마한 기운이 요동치는 것도 감지되는 게, 아예 한 번에 압축한 모양이었다.

승철이 척 보기에도 무시할 수 없는 격이 깃들었다.

[기사왕 - 아서왕 : 기운도 엄청나게 맑고 청아한데.]

[심연속의 어릿광대가 히죽히죽 거립니다.]

[아스가르드의 최고신이 뚫어져라 씨앗을 바라봅니다.]

"오늘 하루쯤은 다른 일 안 하고 씨앗에 집중해 볼까."

승철이 결심했다. 그도 지난 시간동안 있는 힘껏 성장하는 씨앗에 나름 애착이 가기도 했고, 발아하기 전까지 돌보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다.

『앞으로 17시간 뒤면 씨앗의 품종이 정해짐과 동시에 발아할 준비가 완벽히 끝납니다. 아마 그때가 되면, 바닥에 심기만 하면, 바로 발아할 거에요.』

라온도 이렇게 말했겠다, 승철이 소파에 드러누웠다.

만물의 씨앗이 통통거리며 그의 주위를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오늘 아침부터 아예 씨앗의 한계를 뛰어넘어 저러고 있다.

저거. 참고로 이젠 날아다니는 것도 가능하다고 했다. 저러면서 승철이 양옆으로 흘리는 신성을 홀랑 받아먹는다.

[만물의 종자가 마냥 기뻐합니다!]

"뭐가 나오려나……."

[만물의 종자가 당신의 중얼거림에 대답합니다.]

"음?"

그가 궁금해하면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씨앗을 놀아주면서 신성을 조금씩 흘려주고 있을 때.

갑자기 만물의 종자가 바닥에 떨어져서 떨기 시작했다.

『만물의 종자의 품종이 완벽하게 고정되었습니다.』

『가능성의 끝자락에. 신성을 한계치까지 흡수해 품종이 예상과는 빠르게 정해지게 됩니다.』

"지금??"

예상보다 빠르다.

괜히 더 일찍 정해져서 더 안 좋은 품종이 될까 걱정되었다.

당황한 승철이 소파에 눕다 말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숲의 수호자가 시선을 집중합니다.]

[일필휘지가 지금 일어나는 광경을 서둘러 기록합니다.]

[불의 화신이 조용히 바라봅니다.]

[기사왕 - 아서왕 : 시작한다.]

승철이 씨앗에 시선을 집중했다.

동시에 폭발적으로 주위 성좌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많은 별자리들이 이 앞에 시선이 집중되는 것이 느껴진다.

『만물의 씨앗에 위대한 존재의 격이 내려앉습니다. 태초의 기운이 덧씌워집니다.』

『신화급 중에서도 가장 최상위의 위를 습득합니다.』

『세계수의 씨앗

등급 : 신화급.

설명 : 세계를 어우르며 모든 종족의 어머니라고 불리우기도 하는 신목의 씨앗.

정령들과 엘프들이 가장 사랑하고 경외하는 위대한 존재.

현재 개척자의 마력과 신성을 쉬지 않고 흡수해, 투명한 기운을 지니고 있다. 그동안 격이 쉬지 않고 상승해서, 범상치 않은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다.

생산과 전투의 기록이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기계공학의 개척자에게 절대적인 애정을 지녔다.』

세계수.

승철도 한번 들어본 적 있는 매우 유명 한 명칭이다.

다른 세계에 사는 인간이라도 적어도 세계수 하나만큼은 모르는 게 없을 정도로.

[신화시대에 정령들이 머물렀던 고향. 이야…… 이걸 또 보게 될 줄이야.]

[심연속의 어릿광대가 담담하게 중얼거립니다.]

『세계수의 정령이 자아를 전보다 확실하게 드러냅니다.』

[세계수의 정령이 당신에게 무한한 애정을 보냅니다! 모든 차원의 정령들이 당신에게 강력한 호감을 가집니다.]

『칭호, 세계수의 아버지를 획득합니다.』

"아버지……?!"

승철이 육성으로 놀라며 기겁했다.

씨앗이 황금색으로 반짝이며 승철한테 다시 찰싹 달라붙었다.

발아시키는 건 발아시키는 건데. 졸지에 아빠 칭호를 받을 줄은 몰랐다.

내가 만든 AI가 성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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