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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신선이 되련다-10화 (10/53)

〈 10화 〉 나는 신선이 되련다. 1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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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대 안에서 나온 물건들은 준혁의 예상보다도 많았다.

특히 마른 사내에게서 얻은 공간대엔 각종 단약과 재료, 영석이 들어있었다.

“이건 초련단(初練丹)!”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초련‘이라고 적힌 자기병이었다.

초련단은 연기 중급 이하가 수련할 때 먹는 단약으로 준혁이 나연에게 주기 위해 구하려던 반영근자도 먹을 수 있는 단약이었다.

“중화단(重和丹)까지!”

그 옆엔 ‘중화’라고 적힌 자기병도 있었다. 준혁은 빠르게 손을 움직여 중화라고 적힌 자기병의 내용물을 확인했다.

실제로 본 적은 없어 진짜인지 판별할 수는 없었지만, 청량한 향기가 나는 걸 보면 가짜는 아니듯 싶었다. 중화단은 축기 이하 모든 수사에게 효과가 좋은 단약이었다.

“초련단 12알. 중화단 7알”

준혁은 두 자기병을 공간대에 넣고 다음 물건을 확인했다. 마른 사내의 공간대에서 나온 법기는 모두 세 가지였는데, 부러진 박도, 단소같이 생긴 피리, 손바닥만 한 둥근패 였다.

박도는 준혁이 부러뜨렸기에 잘 알고 있었다. 혹시 몰라 챙겨왔는데 법기술을 사용해보자 잘게 진동하더니 금세 힘을 잃어버렸다.

어떤 기능을 가진 법기인지 알 방법이 없을듯했다.

다음으로 마른 사내가 곰을 잡으려고 사용했었던 피리를 몇 번 사용해본 후 고개를 끄덕이고는 둥근패를 집어 들었다.

법기술을 이용해 패를 발동시켰다.

우웅-

둥근패가 짧은 진동음을 내더니 준혁의 머리 위로 날아가 회전했다. 잠시 후 둥근패에서 투명한 빛이 새어 나오더니 준혁의 몸을 빈틈없이 막기 시작했다.

“이건 방어 법기였구나.”

준혁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부러진 박도를 제외한 법기를 공간대에 집어넣었다.

다음으로 손에든 건 사용처가 적히지 않은 자기병 하나였다.

궁금증이 일은 준혁은 안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자기병 안엔 정체를 알 수 없는 녹색 단약이 네 알 들어있었다.

그 외에도 방수목으로 만들어진 함 안엔 노란 꽃잎 여러 장과 붉은 줄기, 아무런 특징도 없는 녹색 이파리가 들어있었다.

어디에 쓰이는지 알 수 없었기에 자기병과 함께 공간대 한쪽에 고이 넣어두었다.

모든 물건을 정리하자 마른 사내의 공간대에서 나온 물건 중 자단목함 하나만이 남았다.

준혁은 기대감을 가지고 함을 열었다. 예상되는 게 하나 있긴 했다.

“오! 역시”

그 안엔 빨간 부적 넉 장이 고운 자태를 내뿜으며 자리하고 있었다.

“적작부!”

기분 좋게 자단목함을 공간대 안에 정리한 준혁은 영석과 지갑은 따로 빼놓고, 다음으로 덩치 큰 사내의 공간대 속 내용물을 살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무식하게 생긴 사각형의 쇠몽둥이였다.

사내가 곰을 후려칠 때 사용한 몽둥이.

준혁은 법기술로 쇠몽둥이 법기를 발동시켰다.

법기술로 쇠몽둥이와 연계가 일어나자 자연스럽게 쇠몽둥이의 사용 방법을 알 수 있었다.

쇠몽둥이는 자신의 근력을 수배로 높여 상대방에게 타격을 주는 법기. 다만 그 횟수가 제한돼있어 연속으로 사용하긴 힘들 것 같았다.

다음으로 눈앞에 놓인 건 우산 모양의 법기. 준혁은 그게 무엇인지 알았기에 쇠몽둥이와 함께 공간대에 집어넣었다.

법기들을 정리한 후 자기병을 집어 들었다. 자기병엔 아무 이름도 쓰여 있지 않았지만, 안의 내용물을 확인한 준혁은 이것이 무엇인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검은색 단약. 바로 외피를 강하게 해주는 강화단이었다. 아쉬운 게 있다면 겨우 2알이 남아있다는 것.

법기보단 몸을 움직여 사냥하던 준혁 에겐 매우 잘 맞는 단약이었다. 단약을 챙기고 벽돌처럼 생긴 물건을 집어 들었다.

“이건 뭐지? 법기인가?”

준혁이 고개를 갸웃하다 법기술을 사용해보자 벽돌 모양의 법기가 반으로 갈라지며 안쪽에 빈공간이 나왔다. 그 안엔 익숙한 부적 한 장이 놓여있었다.

“수호부! 그렇다면 이건!”

실제 본적은 없지만 얘긴 들어본 적이 있었다.

타투처럼 빠르게 증발하진 않지만, 부적도 오랜 시간이 지나면 천천히 영기를 잃는다고 했다. 준혁이 손에든 벽돌같이 생긴 법기는 그런 부적의 수명을 유지해주고 영기를 천천히 흡수하는 기능을 가진 부적 보관함.

정확한 명칭이 기억나진 않았지만, 가격은 꽤 고가라고 알고 있었다. 부적 보관함 자체의 가치라기보단 법기를 만든 돌의 가격이 비싼 것이었다.

덩치 큰 사내는 마른 사내에 비해 가난했는지 그 외에 물건들은 영석 몇 개가 전부였다.

문득 준혁은 피식하며 헛웃음을 흘렸다.

“영석 하나도 없는 주제에, 두 사람의 재산을 비교하고 있다니.”

덩치 큰 사내도 준혁에게 비교하면 갑부나 다름없었다.

잠시 후 스스로의 행태를 꾸짖고 마음가짐을 바로잡은 준혁은 영석을 공간대 안에 집어넣었다.

마른 사내에게서 영석 17개, 덩치 큰 사내에게선 6개가 나왔다.

“현금은 어제 쓴 게 전부네.”

공간대 정리가 끝난 준혁은 수결을 맺어 작은 불씨 하나를 만들어냈다. 연기기의 가장 기초 주술 중 하나인 화주술(火珠術).

전투용보단 불을 지피는데 사용하는 게 더 잘 어울리는 기술이었다.

화주술을 이용해 카드만 남은 지갑을 태워버린 후 빈 공간대는 곱게 접어 자신의 공간대 안에 넣었다.

자리를 정리하고 발걸음을 옮기는데 유난히 몸이 가볍게 느껴졌다. 밥을 먹지 않아도 속이 든든했다.

꼬르륵-

하지만 신체 신호는 마음과는 다른 듯했다.

+++

준혁은 사냥할 계획이 없었기에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30분가량 이동해 도착한 곳은 ‘축기 2성 타투술사’라고 적힌 가게 앞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익숙한 얼굴이 준혁을 반겼다.

“어머! 오랜만이네? 그동안 사냥 쉰 거야?”

“안녕하세요. 사장님.”

“갑자기 안 오길래 무슨 일인가 했어. 설마 크게 다치고 그런 건 아니지?”

“네. 걱정 감사합니다.”

손발에 이상 없는지 준혁을 찬찬히 훑어보던 사장은 자리에 앉더니 연초 하나를 꺼내 입에 물었다.

“이제 곧 점심인데. 이렇게 늦게 사냥하러 출발할 리는 없고. 무슨 일이야?”

“역시 예리하시네요. 다름이 아니라. 저번에 말씀하신 ‘강북수사 연합경매’ 말이에요. 거긴 어떻게 가는 건지 알려주실 수 있나 해서요.”

“응? 경매? 왜? 뭐 살 거 있어?”

뜻밖의 얘기라 생각했는지 사장의 몸이 준혁을 향해 앞으로 기울어졌다.

“네. 이번에 돈이 조금 생기게 돼서 반영근자가 먹을 초련단 같은 것 좀 사려구요.”

“아! 동생 때문에?”

“네.”

눈앞의 타투 사장이 나쁜 사람은 아니었지만, 고가의 영담에 대한 건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다는 생각에 다른 핑계를 댔다.

“알려주는 거야 어렵지 않지. 근데 입장하는데도 돈이 들어가는 건 알지?”

“네? 정말인가요?”

“강북 경매는 세 단계로 사람을 가려 받는데, 하급 경매엔 영석 하나, 중급 경매엔 영석 다섯 개. 상급 경매는 축기 이상만 참가할 수 있어.”

“아! 초련단은 하급 경매에서 살 수 있겠죠?”

“아마도?”

말을 하던 타투 사장은 종이를 가져와 주소를 적어 준혁에게 건넸다.

“자 여기. 가면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거야.”

주소지를 확인한 준혁은 자리에서 일어나 깊게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이젠 사냥 안가? 단골손님이 없으니깐 매상이 팍 줄자나.”

“조만간 또 들를게요.”

준혁이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하자, 사장은 피식 웃더니 연초를 깊게 빨아 마셨다.

“후우~ 그래 잘 생각했어. 다른 방법으로 돈 벌 수만 있다면···. 사냥은 안 하는 게 좋지. 지금까지 안 죽은 것만 해도 넌 운을 타고 난 거야.”

준혁의 태도에 무언가 오해를 한 듯싶었지만, 준혁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일일이 설명하기엔 숨겨야 할 게 너무 많았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을 표했다.

“그럼 나중에 놀러 올게요.”

“그래. 어디 가서든 조심하고.”

사장에게 마지막으로 깊게 인사 한 후 준혁은 가게를 나와 버스 정류장으로 이동했다.

그때 장검 위에 올라탄 사내들 무리가 도로를 가로지르며 빠르게 지나갔다.

“꺄아악!”

갑작스러운 수도자들의 저공비행으로 곳곳에서 집기들이 부서지고 사람들은 비명을 질렀다.

준혁은 수도자들이 저공비행을 하며 사라진 방향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상공 50m 이하로는 비행 금지 아니었던가? 저러다 감찰수사한테 걸리면 얄짤없을텐데.”

그 순간.

슈앙-

휘이이익-

무언가가 엄청난 속도로 준혁의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준혁은 그것의 정체를 유추할수 있었다.

“아... 감찰수사한테 이미 쫒기고 있었구나.”

조금 전, 먼저 저공비행으로 날아가던 수사들은 고공비행으로 도망칠 시 순식간에 잡힐 수 있으니, 저공비행으로 사람들이 많은 도시 속에서 도망 중인 듯싶었다.

준혁은 어수선해진 주변을 벗어나 버스를 타고 종이에 적힌 주소지로 향했다.

목적지는 창동역.

격변 후 땅값이 가장 많이 오른 지역 중 하나였다.

북한산, 도봉산, 사패산, 불암산, 수락산까지.

무려 다섯 개의 산으로 둘러싸여 그 어떤 곳보다 사냥터 근접성이 뛰어났고,

불암산과 수락산 사이의 상계동 인근에 엄청난 양의 영석이 매장돼 있다는 게 알려지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 곳이었다.

물론 일반인들이 그곳에 간다고 영석을 채집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이미 대문파와 기업들이 그곳을 전부 차지하고 독점하고 있었다.

다만 그렇게 풍요로워진 자원 덕분에 인근에서 제작 관련 수도자들이 터 잡게 되었고 그것이 사람들을 불러 모아 자연스럽게 발전을 이루었다.

준혁은 버스를 탄 지 한 시간이 훌쩍 넘어서야 창동역 앞에 내릴 수 있었다.

2번 출구에서 북한산 방향으로 10여 분쯤 걷자 타투 사장이 말했던 ‘보면 안다.’라는 말의 뜻을 알게 되었다.

현대적인 건물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유독 하나의 건물만이 목재로 만든 9층 탑의 형태를 하고 있었다.

“이게 말로만 듣던 목탑이구나.”

목탑은 고전 방식으로 나무를 엮어 만든 게 아닌, 나무와 나무 사이를 진법으로 엮어 거대한 하나의 공간을 만들어낸 건물이었다.

소문에 의하면 겉에서 보는 것과 달리 안은 축구장만큼이나 넓은 건물도 허다하다고 했다.

준혁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목탑의 입구 앞으로 갔다.

“잠깐. 이곳은 수도자분들을 위한 곳입니다. 경매에 참가하기 위해 오셨습니까?”

준혁이 고개를 끄덕이자 입구에 서 있던 경비가 차분한 말투로 말했다.

“현재 참여 가능하신 경매는 3일에 한 번 열리는 하급 경매뿐입니다. 오후 여섯 시에 시작하니 입장하셔서 조금만 기다리시면 됩니다. 입장하시겠습니까?”

“물건을 등록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준혁에 말에 경비가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상점에서 살 수 있는 물건들은 경매에 출품할 수 없으니 영기가 느껴지지 않는 준혁이 물건을 내놓는다고 하자 꽤나 놀란 것.

경비는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는지 빠르게 표정을 고치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수도자분이신 줄은 몰랐습니다. 출품은 지하에서 등록하시면 됩니다. 안내해 드릴까요?”

“그럼 감사하겠습니다.”

준혁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경비가 손짓하며 누군가를 불렀다.

“박 대리! 여기 수도자분께서 경매에 물건을 출품하신단다. 안내해 드리거라.”

경비의 말에 단정한 정장 차림의 여인이 허겁지겁 달려오며 준혁에게 허리를 숙였다.

“어서 오세요. 저를 따라오시면 됩니다.”

여인이 앞장서며 걷자 준혁은 경비에게 짧게 목례를 한 후 그녀를 따라 걸었다.

준혁이 사라지고 나자 경비가 의혹이 가득한 얼굴로 작은 거울을 꺼내 바라보았다.

“신기하군. 분명 인지경(認知鏡)에도 아무것도 나타나질 않는데···.”

아무리 작은 영력이라도 사람의 몸 안에 스며들어있다면 바로 알아차릴 수 있는 인지경.

피식-

인지경을 한참 동안 바라보던 경비는 이내 무언가 깨달았다는 듯 웃음 지었다.

“하긴. 인지경이 파악 못할 리는 없지. 수도자가 아니라 경매 물품을 대리 출품하기 위해 왔나 보군.”

경비는 자신의 상식 안에서 답을 찾아낸 후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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