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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신선이 되련다-29화 (29/53)

〈 29화 〉 나는 신선이 되련다. 29화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관에서 천천히 일어난 강명길이 짜증이 난다는 얼굴로 투덜거렸다. 안 그래도 인상이 나쁘던 그의 모습이 한층 더 험악하게 변했다.

“이 새끼는 왜 약속을 안 지키는 거야? 화기를 집어넣어 줘야 구속을 풀든가 할 거 아냐?”

콰직-

이를 아득 씹은 강명길은 자신이 누워있던 관을 박살 내버리고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쩝, 할 수 없지 직접 풀 수밖에. 에이 퉤,”

유한도와 약속이 돼 있던 강명길은 ‘역시 사람 새끼는 믿을게 못되’ 라며 연신 투덜거리며 구속 법기를 찬 채로 자리에 주저앉아 합장했다.

그때, 소각 시설 한쪽의 구덩이가 들썩거리더니 준혁이 몸을 일으켰다.

“아이고 깜짝이야, 씨벌 놀랬잖아! 아! 유한도 그새, 아니 유한도님이 보내셨나?”

자리에서 일어난 준혁이 아무 말 없이 자신을 바라보자 강명길이 멋쩍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아이 뭘 그런 표정을 지어. 없는 사람 욕할 수도 있는 거지. 거기다 화기만 집어 넣어주면 혼자 탈출한다니깐, 귀찮고 번거롭게 왜 직접 사람을 보내고 그런데. 거참. 유한도 그 새, 아니 유 수사님도 참. 사람을 못 믿고 말야. 흐흐”

땅속에 기척을 숨긴 채 숨어있던 준혁은 강명길이 깨어나자 진심으로 심장이 멈출 만큼 놀랐다. 하지만 이내 평정을 찾고는 그의 말속에서 사람들이 모르는 거래가 오고 갔음을 파악하고는 서둘러 모습을 드러낸 것.

축기기 후기 수사인 강명길이 스스로 영기 구속 법기를 해제한다면 자신은 말 그대로 고양이 앞에 물고기만도 못한 존재였으니 이 상황을 해결해야만 했다.

밖엔 결단기 수사와 축기 수사들이 지키고 있었지만, 준혁은 마음을 가라앉히며 겉으로 태연한 척 가볍게 허리를 숙였다. 미리 설치해둔 여러겹의 진법의 영향으로 다행히 조금이나마 여유를 부릴수 있었다.

영기가 구속되어있는 강명길은 준혁의 태도에서 이상한 점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구속을 풀어드릴 테니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그래, 그래. 어서 하라고. 답답해 미치겠으니까.”

준혁은 고개를 끄덕여준 후 공간대에서 검은 쇠고랑처럼 생긴 법기를 꺼내 멀뚱하게 바라보고 있는 강명길에게 던지며 재빨리 수결을 맺었다.

순간 쇠고랑이 네 쪽으로 분리되며 강명길의 양 손목과 양 발목을 감싸며 바닥을 파고들었다.

강간범이 안소희를 잡아둘 때 썼던 구속법기.

자신을 도와주기 위해 온 거라 생각한 준혁이 갑작스레 새로운 구속 법기로 자신의 행동에 제약을 걸자, 강명길은 한껏 당황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이게 무슨 짓이야! 당장 안 풀어?!”

준혁은 대답 없이 공간대에서 단검 법기를 꺼내 법기술을 펼쳤다. 순간 강명길이 다급하게 외쳤다.

“왜 그래! 왜! 다 알려준다고 했잖아! 유한도 개새끼! 이럴 거면 처음부터 거랠 하자고 하질 말든가!”

강명길의 다급한 말에 준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숨은 거래가 있었구나'

“유한도 님께서 조용히 보내드리라고 하셨습니다. 그럼 평안히 가시길···.”

준혁이 강명길을 일별하며 손을 가볍게 저었다. 그 손짓에 따라 허공에 떠 있던 단검이 부르르 떨며 쏜살같이 강명길의 목 위로 떨어져 내렸다.

“알려줄게!! 알려준다고!”

상대의 목을 베어버릴려던 찰나, 준혁은 문득 궁굼함이 생겨 법기를 조정했다.

강명길의 목을 막 파고들려던 단검이 우뚝 멈춰서더니 천천히 허공을 돌아 준혁의 머리 위로 이동했다.

“무얼 말입니까?”

준혁이 시치미를 뚝 떼며 말하자 강명길의 얼굴이 사납게 일그러졌다.

“다 말해준다고 씨벌! 대신 약속 하나만 하자. 나 풀어줘. 내가 마곡에 대해 말한다고 해도 유한도 그 개새끼가 날 살려 둘 거 같지 않거든? 네가 날 살려줘.”

준혁이 고개를 저으며 능청스럽게 연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되면 유한도 님께서 저를 살려 두시겠습니까?”

“네가 나서기 전에 내가 스스로 구속 법기를 풀고 튀었다고 하면 되잖아! 나 그 정도 실력은 된다고!”

“그렇게 하지 못하셨지 않습니까?”

“그건···! 네놈이 풀어줄 거라 생각해서 안 한 거지···.”

마지막 말에 힘이 없는 걸 보면 절반쯤만 진실로 보였다.

“우선 듣고 진실 여부를 판단한 후에 결정하겠습니다.”

마곡이 지명인지, 물건의 이름인지 몰랐기에, 준혁은 두루뭉술하게 상황을 유도했다.

“다 듣고 죽일려고?”

“그럼 지금 죽으시던가요.”

말을 내뱉은 준혁이 짜증 난다는 표정으로 손을 젓자 단검이 엄청난 속도로 폭사 되어 나갔다.

“알았어! 알았다고! 누가 그 새끼 밑에 있는 놈 아니랄까 봐. 손속에 주저함이 없네. 귀신같은 새끼들.”

눈앞에서 겨우 멈춘 단검을 본 강명길이 깊게 한숨을 내쉬고는 말을 이었다.

“마곡의 위치는 여기 금오산이야. 멍청한 유한도는 상상도 못 할걸.”

‘마곡은 특정 위치를 말하는 거였구나. 금오산의 마곡이라. 그게 뭐지? 전혀 감이 안 오는데.’

잠시 고민해본 준혁은 상대를 떠보기 위해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와 함께 다시 단검을 회수했다. 회수돼 준혁의 머리 위로 돌아온 단검은 아까보다 얇아져 있었지만, 강명길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제가 속을 것 같습니까? 이미 유 수사께서 이 근방을 샅샅이 뒤지셨습니다. 수사께서는 진심으로 살고 싶진 않으셨나 봅니다. 그럼 진짜 하늘로 가시지요.”

준혁이 손을 뻗으려는 행동을 취하려 하자 강명길이 광소를 터트리며 유한도의 행동을 비웃었다.

“크하핫, 사람 죽일 줄이나 알지 그놈이 뭐 제대로 하는 게 있나? 그런 식으로 뒤져서 찾을 수 있을 거면 진작 마곡이 드러났겠지.”

“흠···.”

“마곡에 들어갈 입구는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정확히는 제물을 받쳐 문을 불러내야 하는 거지.”

“전혀 처음 들어본 소리군요. 문을 불러낸다니···. 신빙성이 없는 말을 더는 들어드리지 못하겠습니다.”

“뭐? 크큭. 내가 왜 혈제를 지냈을 거라 생각해? 진짜 경지를 높이려고? 내가 그런 멍청한 선택을 할 거 같아? 크큭. 전부 마곡의 문을 열기 위해서다. 계산을 잘못해 문을 열진 못했지만, 이제 곧 열 수 있을 테지.”

“그곳에 들어서기 위해서 피를 바쳐야 한단 말입니까?”

“그래. 계산상으론 분명 3천 명이면 충분했는데. 아마 일반인들이라 그 피의 농도가 옅었겠지. 이제 몇 놈만 더 잡아 녹이면 문을 열 수 있다.”

“피를 어디에 바쳐야 들어갈 수 있습니까?”

“크큭, 제대로 욕심이 나는 모양이군, 까짓것 말해주지. 어차피 그 개새끼 유한도가 가지는 것보단 다른 놈이 먹는 게 낫지 크큭. 바로 금오산의 정상석에 피를 바치면 된다.”

“그럼 혈제를 지내지 않아도 된다는 말입니까? 그럼 수사는 위험을 무릅쓰고 굳이 왜?”

“크큭, 그럼? 한 명씩 녹여다가 정상석에 바르기라도 하란 말이냐? 혈제는 효율이 떨어지더라도 한꺼번에 일을 행하기 위해 한 것뿐이다.”

강명길의 설명이 끝나자 준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마곡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나 결단기 수사인 유한도가 욕심낸 것이라면 그 가치가 작진 않을 터.

강명길의 말에 거짓이 숨어있다 해도, 자신을 속이기 위해서 진실 안에 거짓을 녹였을 것이니, 남은 건 직접 알아보면 될 일이었다.

“더 궁금한 것이 있다면 물어보아라. 내 전부 대답해주지. 대신 날 살려주겠다는 약속은 꼭 지켜야 한다!”

“마지막으로 궁금한 게 있습니다.”

“무엇이냐?”

“아까부터 구속 법기를 풀려고 노력하시던 건, 그래, 효과 좀 보셨습니까?”

준혁의 물음에 표정이 급변한 강명길이 악독한 표정으로 소리치자 두 팔을 감싸고 있던 구속 법기가 힘을 잃은 듯 빛을 잃으며 땅에 떨어졌다.

“눈치챘구나! 늦었다!!”

구속 법기에서 풀려난 강명길의 손위로 녹색이 언뜻언뜻 비치는 검은 구름이 빠르게 생성되더니 갑작스레 크기를 키웠다.

하지만 구름이 채 원래의 역할을 하기도 전.

강명길의 등 뒤 어두컴컴한 공간에서 두 개의 단검이 순식간에 튀어나와 양쪽으로 교차하며 그의 목을 베어 버렸다.

뎅강-

툭- 데구르르-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단검을 회수하기 직전 세 개로 분리해, 하나만을 회수한 채 두 개를 조용히 숨겨놨었던 준혁.

준혁은 목이 잘린 강명길의 시체를 보며 지휘를 하듯 손을 휙휙 저었다.

준혁의 손짓에 머리 위에 있던 단검까지 합류하더니 강명길의 몸을 팔, 다리, 몸통 할 것 없이 잘게 갈라버렸다.

처형장에서 목이 잘린 후에도 살아난 걸 보아서인지, 몇 번의 수고를 더해 아주 작게 토막 내 버렸다.

다행히 아까처럼 다시 살아날 기운이 느껴지지 않자 준혁은 빠르게 수결을 맺어 혈착술을 시전했다.

강명길을 혈정단으로 만들어버린 후엔 부서진 관 한쪽에서 기절한 송골매 영수를 꺼내 마저 혈정단으로 만들었다.

‘영수도 안 죽이고 살려뒀구나.’

모든 일을 마친 후 혹시 자신의 정체가 드러날 만한 것은 없는지 주변을 살펴보고 공간대에서 영기를 흩어버리는 부적 한 장을 꺼내 수결을 맺었다.

때마침 밖에서 밀려오는 엄청난 화기에 몇 겁으로 만들어둔 진법의 수명이 다할 징조가 보이자, 공간대에서 또 다른 부적을 꺼내 수결을 맺은 후 자신의 머리를 내리쳤다.

순간 준혁의 몸이 흐릿한 황토색으로 빛나더니 아무 흔적도 없이 땅을 파고 수십 미터 아래로 사라졌다.

축기기에 이르지 못해 둔술을 쓸 수 없는 준혁이 고가에 사 온 지둔부 였다. 만일 화장터까지 수사들이 따라올 경우를 대비해 탈출용으로 준비해둔 부적 중 하나였다.

땅속 깊이 내려간 준혁은 곧바로 기척을 지우는 부적까지 한 번 더 사용한 후에 모든 활동을 멈춘 채 죽은 듯 숨마저 조절했다.

+++

쾅!

유한도의 손길 한 번에 화장터 한쪽이 터져나가며 거대한 열기가 외부로 터져 나왔다.

유한도가 다시 한번 손을 젓자 화기가 순식간에 가라앉으며 텅 빈 소각 시설 내부가 드러났다.

“젠장! 아무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는데. 언제!”

유한도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란 두 명의 청송검문 수사가 급히 다가오더니 소각 시설 내부를 보고는 기겁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왜? 아무것도 없는 것입니까?”

“설마? 그자가 죽지 않았고 도망쳤다는 것입니까?”

놀라는 두 사내를 보며 유한도가 난처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럴 리 없네. 자네들도 보았지 않은가? 내 뇌력으로 처리한 후 목까지 베었어.”

“그건 맞습니다. 절대 살 순 없지요.”

청송검문의 수사 하나가 맞장구쳐주자 유한도는 고심에 빠진 듯 말없이 있다가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아무래도 시신을 도난당한 것 같네.”

“네? 누가? 왜?”

“자네들은 듣지 못했나? 오래전에 강명길 그자가 마곡의 위치를 알아냈다고 소문이 난 적이 있었네.”

“아···. 마곡!”

“아마 그것이 욕심난 자들이 혹시나 관련 자료를 찾을 수 있을까, 시신을 가져간 거 같네. 그게 아니면 이유가 없지.”

“유 수사님의 말을 들으니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럼 저흰 검문으로 돌아가 이 일을 알리겠습니다.”

“그러게나. 나도 주변을 좀 더 살펴보아야겠네. 혹시 도둑놈들이 흔적을 남겼을 수도 있으니.”

두 수사는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한다며 일을 자처하는 유한도에게 존경의 눈빛을 보낸 후, 비행 법기를 꺼내 빠르게 사라졌다.

두 사내가 떠나고 혼자가 되자 유한도의 표정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흠. 잘 빠져나갔으려나? 근데 강명길 그놈의 실력이 이리 고명했나? 내가 전혀 알아채질 못하다니.”

잠시 후 피식 웃음을 보인 유한도가 사람들이 없을법한 금오산 산비탈을 바라보며 천천히 허공으로 떠올랐다.

“그래봐야. 축기기일 뿐이지. 이제 마곡의 위치를 알아보러 가볼까? 만일 거짓 정보라면 살아도 산 것이 아닌 것처럼 만들어 주마, 강명길. 흐흐”

직후, 유한도가 한 줄기 빛을 남기며 사라졌다.

유한도가 빠른 속도로 날아 사라지자 주변은 금세 조용해졌다.

무너진 화장터 때문인지 음산한 기운만이 주변에 남아있을 뿐.

그곳엔 작은 숨소리 하나 남지 않았다.

물론, 아주 깊은 땅속이라면 다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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