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신선이 되련다-35화 (35/53)

〈 35화 〉 나는 신선이 되련다. 35화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고급스러운 방수목이 깔린 수련실 안.

나연의 몸 위로 눈부신 보랏빛 휘광이 비추다 천천히 몸 안으로 흡수되며 사라졌다.

은은하게 피부위에 맴돌던 보랏빛이 전부 사라지자 나연은 크게 심호흡하며 천천히 눈을 떴다.

“후우~”

“축하해 우리 제자. 또 성취가 올랐네. 이러다 나도 따라 잡히겠는걸?”

박초롱이 얼굴을 바짝 가져다 대며 싱긋 웃자, 나연이 쑥스럽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에이 스승님도 참”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네.”

“그리고 이거.”

박초롱은 공간대에서 검은 가죽 재질의 기다란 무언가를 꺼내 나연 앞에 내밀었다.

“이게 뭐예요?”

“열어봐,”

박초롱의 눈짓에 나연은 기다란 검은 가죽 덮개를 벗겨내고, 안의 내용물을 확인했다.

“어?!”

“7성 벽을 넘어선 선물이야. 예전부터 어울리는 법기를 선물하고 싶었는데, 얼마 전에 구했어.”

잠시 멍한 눈으로 가야금 법기를 내려다보던 나연은 이내 눈물을 글썽였다.

“감사해요. 스승님.”

“왜 울어? 그렇게 좋아?”

“네. 예전에 오빠가 가야금 학원에 보내준다고 했었는데, 수련을 시작하고 배울 엄두도 못 냈거든요. 위험하다고 밖에 돌아다니질 못 하게 해서···. 이제 이걸로 연습해야겠어요.”

나연의 말에 박초롱이 다시 손을 내밀었고 그녀의 손엔 반투명한 옥간 하나가 놓여있었다.

“알고 있었어. 준혁이가 말해줬었거든. 이젠 이것도 함께 배울 거야.”

박초롱에게서 옥간을 받아든 나연은 재빨리 법기술을 펼쳐 옥간 안의 내용을 확인했다.

“이건!”

“가야선음공법(伽倻仙音功法). 특수 법기라 법기에 어울리는 공법을 익혀야 제 기능을 발휘하거든.”

“스승님!”

나연이 감격한 눈으로 바라보자, 박초롱이 환하게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박초롱을 따라 눈부시게 웃던 나연이 갑작스레 표정이 어두워지며 입술을 잘게 씹었다.

“근데 스승님. 벌써 한 달이나 지났는데···. 오빠한테 무슨 일 생긴 건 아니겠죠?”

“겨우 한 달인데 무슨 일 있겠어? 청호 때문에 계룡산에 간 거니깐, 뭘 발견했으면 수련을 할 수도 있지.”

“그건 그렇지만 이렇게 연락도 안 한 적은 처음이라···.”

“예전에 몇 달 동안이나 공법 수련만 한 적도 있잖니? 그러니 걱정하지 마. 준혁이가 보통 애야?”

“네···. 알겠어요.”

나연을 위로하는 박초롱의 눈빛이 잠시 어두워졌다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가문으로부터 수도계의 주요 정보를 접할 수 있던 박초롱은 얼마 전 대전을 발칵 뒤집은 사건 하나를 떠올렸다.

준혁과 헤어진 후 서울로 돌아온 시점, 그 뒤 1주일 즈음부터 대전에 흉흉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그동안 행방이 묘연했던 귀문의 지도훈이 대전에 나타난 것.

대전의 소형 문파인 태호문이란 곳의 문주와 문파원들이 지도훈에게 살해당했고, 그 뒤 행방은 묘연.

대전의 수많은 영수 문파들이 살인범을 찾기 위해 인근 지역을 샅샅이 뒤지며 포위망을 형성했다. 그 일에 가장 앞장선 건 대전의 유일한 대문파인 대영문.

그 일로 청룡 기업 역시 지도훈을 찾기 위해 대전으로 발길을 돌려 복잡한 대전을 더욱더 시끄럽게 만들었다.

박초롱은 그 일에 준혁이 얽혀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흉흉한 분위기 탓에 대전에 있을 준혁이 걱정되긴 했다.

그렇다고 나연 앞에서 티를 내진 않았다. 소식을 전하지도 않았다.

“그래, 별일 없을 거야.”

박초롱은 애써 웃으며 제자를 위로했다.

+++

대나무처럼 보이는 가늘고 긴 나무들로 빽빽하게 가려진 숲 안쪽.

서너 명의 성인이 앉을 수 있을 것 같은 작은 연못에 준혁은 얼굴만 밖으로 내민 채 죽은 듯이 누워있었다.

잠시 후.

준혁의 눈가가 움찔거리더니 천천히 눈꺼풀이 올라갔다.

“으음···.”

눈을 뜬 준혁은 잠시 눈을 깜빡이다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여긴 어디지? 내가 왜? 설마···. 잡혀서 끌려온 건가?”

준혁은 연못을 빙 둘러싸고 있는 나무들과 연못을 자세히 바라보다 몸을 일으켰다.

기우뚱-

하지만 몸을 일으키기도 전, 연못 밖 땅을 짚으려던 행동으로 균형을 잃고 연못 안으로 넘어졌다.

풍덩-

그 순간, 두 팔을 잃어버린 걸 인지한 준혁은 몸을 빙그르르 돌리며 연못 수면 위로 얼굴을 들었다.

“푸하, 콜록, 하···. 죽지 않은 게 다행이긴 하지만, 내 팔···.”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준혁은 연못 가운데 둥둥 뜬 채로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때 허공에 검은 그림자가 생겨나더니 거대한 호랑이 한 마리가 나타났다.

풍덩

연못을 가득 메운 청호는 정신을 차린 준혁을 보며 그릉 거리더니, 준혁의 몸을 가볍게 물고는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연못을 빙 둘러싼 나무를 벗어나자 그 옆엔 작은 오솔길과 공터가 있었다.

공터 한쪽에 준혁을 내려둔 청호가 괜찮냐는 얼굴로 준혁을 바라보았다.

“청호 네가 구한 거야? 여긴 어디야?”

3미터가량의 몸집을 유지하고 있던 청호는 이내 원래의 크기로 돌아오더니, 잠시 후 강아지 크기의 몸으로 변했다.

그리곤 힘없는 눈빛으로 누워있던 준혁의 볼을 할짝대다 얼굴을 비볐다.

“그르릉, 그릉, 그르릉”

“내가 기절한 후에. 이곳으로 도망쳤고 연못에 집어넣었다고?”

“그릉, 그르릉, 그르릉”

완벽하진 않지만, 청호의 말을 대부분 알아들은 준혁은 이내 허탈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 쉬었다.

청호의 말을 요약하자면 이랬다.

준혁이 쓰러지자 영수대를 탈출한 청호는 주변의 수사들을 처리하고 바로 그곳을 벗어났다.

목적지는 처음부터 생각하고 있던 계룡산의 동굴. 그 안으로 도망치자 처음 보는 곳으로 이동돼 왔고, 그곳이 바로 이 공터.

죽어가는 준혁을 어찌할 줄 몰라 발을 동동 구르던 청호는 가까운 곳에서 청량한 기운이 느껴지는 연못을 찾게 되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준혁을 연못 안에 넣어보자, 그의 상처가 눈에 띄게 호전되는 게 보였다.

그리곤 그 후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공터 주위를 맴돌고 준혁의 상태를 확인하며 주변을 지키고 있었던 것.

청호의 말이 온전한 뜻으로 전달된 건 아니었지만, 그 감정은 완벽하게 느껴졌기에 준혁은 마음 한편이 따뜻해지는 느낌에 청호를 끌어안으려고 했다.

하지만 이내 움찔하고는 헛웃음을 흘렸다.

“흣, 참나···.”

잠시 허탈한 마음을 달래며 몸 상태를 점검하던 준혁은 이상한 느낌에 자세를 바로 해 정좌하며 두눈을 감았다.

한동안 몸 안을 관조하던 준혁이 놀랍다는 얼굴로 눈을 떴다.

“내상이 없어?”

법기를 몸속에서 폭발시키며 각종 장기뿐만 아니라 혈(血)과 맥(脈)까지 파괴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심하게 망가졌었다.

하지만 지금 상태는 두 팔이 없는 걸 제외하곤 그전의 상태와 동일.

오히려 영력은 더 짙어지고 강해져 있었다.

골몰히 생각에 잠겨있다 연못이 자리한 곳으로 시선을 돌린 준혁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에 반동을 주며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저 연못이 몸을 치료하는 특수한 효능이 있나 보네. 나중에 자세히 확인해 보자.’

자신의 몸을 깔끔히 치료한 연못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이곳이 어딘지 알아보는 것.

“그럼 이곳 말고는 돌아보지 않은 거야?”

“그릉, 그릉.”

“그럼 같이 둘러보자. 우선 어딘지는 알아야지.”

준혁은 청호에게 눈짓하며 앞장서 걷기 시작했다.

비록 두 팔을 잃었다고는 하나 축기 초급, 축기 중급, 수사를 연달아 상대하고 목숨을 구한 것만으로도 천운.

준혁은 자신의 몸 상태 때문에 조금 착잡한 마음이 생기긴 했지만, 실의에 빠지거나 하진 않았다.

당장 손이 없으니 수결을 맺을 수 없다고는 하나, 수결을 맺지 않는다고 법술을 사용할 수 없는 것도 아니었다.

다만 수결을 맺는 행위 자체가 영기를 실체적으로 발현하는 공식 같은 거였기에, 법술을 사용하는데 수십 배는 오래 걸리고 힘들 뿐이었다.

‘우선은 이곳을 빠져나가고 생각하자.’

이곳이 어디인지 알아보고 서울로 돌아가 결단기 치료 수사가 있는 유일한 곳. 청류관으로 가서 팔의 치료 여부를 파악하는 게 먼저였다.

예전에 나연에게 주었던 청류관 명패를 떠올리며 준혁은 오솔길을 따라 숲을 벗어났다.

“무엇이든 돕겠다고 했으니, 청류관 관주를 만나게 해달라는 부탁 정도는 들어주겠지.”

명패를 사용하는 일도, 그녀를 다시 만나는 것도,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었으나 역시 인생이란 예측할 수 없는 일 투성.

준혁의 입가엔 쓴웃음만이 맴돌았다.

+++

한참 동안 오솔길을 걸어가자 두 개의 비석이 세워진 입구가 눈에 띄었다.

비석 양쪽엔 뜻을 알 수 없는 문자가 적혀있었다.

“지구의 글자는 아닌 거 같은데···.”

잠시 비석에 새겨진 글자를 자세히 살펴보다 머릿속에 각인하고는 비석을 지나쳐 지나가려고 했다.

순간, 퉁 하며 준혁의 몸이 무언가에 가로막힌 듯 튕기며 바닥에 쓰러졌다. 반면 청호는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은 듯 비석을 지나쳐 걸어가다 고개를 돌려 넘어진 준혁을 바라보았다.

자리에서 일어난 준혁이 주위를 자세히 살펴보자, 투명한 막이 공터를 중심으로 거대한 반구 모양으로 주변을 뒤덮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 경계의 끝이 비석이 세워진 입구 앞이었다.

“흠···. 청호는 아무렇지 않은데···. 나만 통과를 못한다라···.”

한참 동안 투명막을 유심히 살피던 준혁은 공간대를 살짝 바라본 후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했다.

잠시 후 공간대 입구에서 작은 빛이 반짝인다 싶더니, 단검 한 자루가 툭 하며 바닥에 떨어졌다.

그 모습에 쓰게 웃은 준혁이 단검을 직시하며 다시 한번 정신을 집중했다.

한참이 지나자 단검 법기가 부르르 떨더니 법기술을 펼쳤을 때처럼 준혁의 부름에 반응을 보이며 공중으로 떠올랐다.

“가라”

준혁이 명령을 내리자 허공에 떠 있던 단검이 투명막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아무 방해 없이 투명막을 지나친 단검이 한참을 날아가다 준혁의 부름에 다시 돌아와 공간대 위에 안착했다.

그리곤 슈욱 하며 공간대 안으로 사라졌다.

“나만 가로막는 건가?”

준혁은 영기를 온몸에 두르며 천천히 투명막에 다가가 몸을 밀어 넣었다.

투명막과 준혁의 몸이 닿자, 퉁 하며 준혁은 아까보다 심하게 튕겨 나가며 바닥을 굴렀다.

“영기가 관건은 아니네.”

혹시나 영기의 사용 유무 때문인가 했지만, 아니었다.

처음 계룡산을 가고 싶다던 청호의 행동과 소문으로 듣던 주위 영수들의 반응을 떠올린 준혁은 혹시나 영수만이 지나다닐 수 있는 장치가 되어있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들었다.

“그렇다면 큰일인데···.”

몇 번 더 투명막 밖으로 나가려고 시도하던 준혁은 모든 방법이 번번이 실패로 돌아가자 계획을 바꾸고는 오솔길을 벗어나 투명막을 따라 주변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한참이 걸려 공터를 중심으로 펼쳐진 반구 형태의 투명막을 한 바퀴 돈 준혁은 짧게 한숨 쉬었다.

“공터와 이 길 빼고는 전부 나무로 뒤덮여 있어.”

처음엔 평범한 대나무처럼 보이던 나무도 숲길을 파헤치며 걷는 동안 자세히 보니, 영기를 가득 머금고 있는 영목(靈木) 이었다

밖으로 가져간다면 때돈을 벌 수 있을 만큼 귀한 영목들이 지천으로 깔려있었지만, 지금 준혁의 처지엔 돈보단 이곳을 벗어나는 게 중요한 일.

비석이 세워진 입구 앞으로 돌아온 준혁은 자리에 주저앉으며 청호에게 명령했다.

“청호야. 이 길을 따라 나가면 뭐가 있는지 살펴보고 돌아올래? 혹시나 위험할 상황이 생길 것 같으면 곧바로 돌아오고. 알았지?”

준혁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청호가 몸집을 부풀렸다. 위세가 가득한 모습으로 변한 청호가 잠시 그르릉 거리더니 준혁이 가리킨 방향을 향해 쏜살같이 달려 나갔다.

청호가 길 사이로 모습을 감추자 준혁은 정신을 집중해 공간대 안을 살폈다.

수결을 맺을 수 없어 시간은 오래 걸리고 답답했지만, 최대한 차분한 마음을 유지한 채 영기를 조절했다.

“흐음···. 전투에 사용했던 법기들은 하나도 없구나.”

당연하다면 당연한 말.

법기들을 채 회수하기도 전, 정신을 잃어버렸으니 공간대에 없는 건 당연했다.

공간대 안을 하나씩 살피던 준혁은 생각지도 못한 걸 발견하고는 깜짝 놀랐다.

“이게 어떻게!”

이미 부패해 버렸을 거라 생각했던, 태호문 문주, 호영운의 시체. 그 시체가 마치 조금 전 죽은 것처럼 생생하게 공간대 안에 존재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