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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화 〉미안해요 (13/82)



〈 13화 〉미안해요

수영과 진석은 계속해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진석씨의 말을 좀 생각해 봤어요.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시는 게 아닐까요?"


"그런 면도 있겠죠. 하지만 수영씨 생각대로 그냥 치정 문제로 바라보는  너무 유치하다 생각되어요."

"유치하다... 우리는 지금 이환희의 행적을 추적하는 것이지, 허니글로리의 비리를 캐는 것이 아니잖아요? 부장님의 취재 지시의 포커스도 그 것이었는데."

"위의 지시에 따르는 것이 안전하고 좋은 겁니다. 하지만 당신도 저도 그런 안전한 것으로 지금에서 벗어나지 못할  아닌가요?"

수영은  말에 진석을 노려보았다. "당신... 무슨 생각하시는 거죠?"


"저도 당신과 같은 처지입니다. 몇 년  좌천되어 문화부에서 썩고 있죠. 이제는 우리도 이런 한직에서 벗어나야 되지 않나요? 지금 우리에게 이런 좋은 기회가 주어졌어요. 그럼 어떻게 해야죠?"

"그럼 이정미를 발판으로 위로 올라서자?"


진석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수영은 그를 보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거기에 미순이에 대한 복수까지. 좋아요."

"우리 건배할까요?"


진석이 잔을 들자, 수영도 잔을 들고 둘은 잔을 부딪치며 말했다.

"우리의 출세를 위해."
"더불어 당신 친구의 복수를 위해."


둘이 술잔을 비우며 서로를 보고 웃었다.


그 때 수영의 전화가 울렸고, 그녀는 핸드백에서 전화를 꺼내어 받아 들었다.
"여보세요. 양수영입니다."

전화기에서 성화의 목소리가 들렸다.
- 나야. 성화. 수영씨. 통화 가능해요?

"성화씨? 잘됐네. 연락하려 했는데. 미순이와 같이 만나기로 했었는데 갑자기 취소됐잖아."


미순과의 약속이라는 말에 진석의 표정이 달라졌다.

오늘 오전에 영훈이에게 전화했던 사람이 수영씨였죠?


"그래 나였어. 알고 싶은  있어서."

 환희에 대한 거죠?

"어떻게...? 맞아. 영훈씨는 그 자리에서 모른다 했지만. 그런데 어떻게 알고?"


- 지금  이는 집에 없어요. 접대라고 말했지만, 경수와 만나는 것 같아요.


"경수와 만났어? 어디서? 언제?"

- 오늘 오전에 수영씨가 전화했을 때, 우리는 병원에 있었어요. Y대학 병원 산부인과 앞에서 둘을 봤죠.

"산부인과?"

- 둘이 산부인과를 같이 나오는 걸 봤어요.


"설마 그 둘..."

-  사람의 행동을 보니 지금 처음인 것 같아요. 그 여자의 몸을 보니 3개월 정도? 그런데 수영씨는 둘이 한국에 온 것을 어떻게 알았어요?

"어제 인천공항에서."

- 뻔뻔스럽게 여기가 어디라고...  이제서 나타난 거지? 미순이는 알고 있나요?

“모르고 있을 거야. 두 사람이 한국에  걸 아는 건 우리 뿐이야.
그런데  둘에 대해 영훈씨에게 물어봤지만. 당신 남편께서는 뭔가 아는 것이 있었던 것 같아서. 경수가 우리를 배신했던 때부터. 그게 뭔지 알고 싶어서 전화했어."


영훈이가 경수에 대해 우리에게 무언가 숨기고 있었다고요?

"확실하지 않지만 짐작 가는 일이 있었죠. 전화하면서 확신했지만."


- 뭐죠 그건?


"아직 말할 수 없어. 우리도 확인 중."


둘은 전화를 끊으려 하였다.

그런데 갑자기 수영은 뭔가 생각 난 듯 전화기에 대고 말했다. "잠깐! 언제 그 병원에  일 있어?"

- 오늘 다녀와서 당군 간은 별다른 건 없어요.

"부탁이 있는데, 나하고 병원에 같이 가줄래?"

- 뭐?

"환자 보호자라고 하면 쉽게 들어갈 수 있으니까."


- 나야 상관은 없지만, 거기에 볼 일 있어요?

“취재 때문에. 보통 땐 그냥 들어갈  없어서. 성화씨. 부탁해! 날 도와줘. 내가 같이 차로 같이 가줄 테니..."

- 알았어요. 난 차가 없으니, 픽업 와 준다면요.

"좋아. 고마워. 월요일 아침에 연락할 게."


그렇게 수영은 전화를 끊었다.


수영이 전화기를 내려놓자, 진석이 물어왔다.
"지금 전화는 혹시 어제 말했던 하니 파파가 꼭 만날 거라는 친구인가요?"

"그래요. 오늘 오전에 Y 대학 병원에서 만났던 모양이에요."


"그 병원에 핵심이 있네요. 그 곳에 가실 거죠? 가신다 해도 소득이 있을지는..."

"어쨌든 부딪혀 봐야죠. 기자라면 들여 보내주지도 않지만, 환자 보호자라면 안에 들어가기 쉬워요. 안에 들어가서 부딪혀봐야죠."


진석은 수첩을 꺼내서 명함 한 개를 꺼냈다.
"이 명함에 연락해 보세요. 안에 들어가려면, 이 곳에서 도와줄 겁니다."

수영은 그 명함을 받아 들었다.


"그건 그렇고. 방금 전 정미래에 대해 말한 것은...?"


"솔직히 며칠 전에 미순이, 이들 부부와 함께 저녁 약속을 잡았죠. 그런데 어제 오전에 갑자기 취소 됐어요. 미순이는 스케줄이 잡혔다고 대구에 간댔어요.."


"하루 만에 스케줄 변경? 그 것도 이상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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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수와 환희 어제의 고민을 안은 채 잠이 들었다. 서로 꼭 껴안은 채 고통과 고민을 함께하며 아침을 맞이했다.



창 밖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다. 경수는 몸을 일으켜 창밖을 보았다.

"여보. 눈이 내리고 있어."

"으응... 여보? 지금 몇 시야? 눈이 내린다고?"

잠에 덜 깬 채로 환희가 깨어났다. 그리고 남편의 옆구리에 몸을 붙이며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여보, 무슨 생각해?"

"여보. 만약 신이 있다면 우리 운명을 가지고 또 어떤 장난을 벌일까? 지금 이 눈에 우리 운명이 다시 바뀌지 않을까?
우리 다시 운명의 장난에 놀아나야만 하는 걸까? 사람의 생명을 가지고...?"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

"우리가 한국에 더 있는다면, 넌 어떻게 할까?"


"여보, 그건..."


"6년  우리는  여자에게 큰 상처 입히고 이 땅을 떠났어."

"그랬지... 미순이에게..."

"하지만 우리가 상처 입힌 건 그녀만 아니었어. 나를 사랑했던 사람들, 너를 사랑했던 너의 어머니까지... 나는 너 만을 지키기 위해 모두를 배신했고, 그들에게 비난을 받으며 도망쳤어."


"내가 엄마를..."

"어머님은 우리를 보내 주셨어. 우리를 축하해주며. 그래서  때 내가 했었던 배신을 너는 하지 말았으면 좋겠어."

"여보..."

환희는 몸을 일으켜 경수를 바라보았고, 경수는 환희의 손을 잡고 말을 이었다.


"물론 어머님은 네가 배신했다 생각하지 않으시겠지. 하지만 저런 어머님을 놔둔 채 다시 도망치면, 너는 너의 어머니를 배신한 것이 되는 거야. 죽음의 문턱에 선 그 분을.
난 또 다시 너에게 선택을 맡기고 싶어. 어머님과 함께 한국에 더 있을지. 이대로 어머님을 두고 유럽으로 가버릴지."

환희는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았다.


"다시 또 말하지만 내 인생의 목적은 네 행복이야. 너의 행복을 위해 결정했으면 해. 이대로 어머님 곁을 지키며 그 분에게 마지막 행복을 안겨 드릴 지를 말야."

"하지만 나는 여기서는..."

"한가지는 분명해. 네가 여기 있어서 더 불행해 진다면, 어머님을 여기에 내버려두고 유럽으로 돌아가는 것이 그 분에게 더 큰 행복이라는 거야."

환희는 시선을 돌렸다. "... 나는 말이지. 여기서 나의 죄를 짊어 져야 한다면...  걸 감당할 자신이 없어."

"알고 있어. 너에게 모두 감당해 달라고 하지 않아. 그건 나도 감당할 테니까. 저렇게 아픈 사람을 놔두고 간다면. 우리는..."

"그만해! 나도 알아."


둘은 더 이상 말할  없었다. 자신들이 내린 지금의 선택으로 그들의 인생을 어떻게 바뀔 지를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병원으로 향했다.


두 사람이 병실에서 정미를 만났을 때, 그들은 많이 회복된 것을 보며 안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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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이 되어 수영은 차를 몰고 성화의 집에 찾아갔다. 성화는 아들을 보육원에 맞기고 집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두 사람은 수영의 차로 Y대학 병원으로 이동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수영씨, 무슨 말이죠? 이 정미와 이 환희가 어떻다고?"

"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정미는 큰 병에 걸렸어. 간암에."

"그것이 미순이와 무슨 관련이 있는 거예요?"


"6년 전에 경수는 미순이를 버리고 이 환희와 함께 유럽으로 갔어.  시기는  정미가 활동을 접은 시기와 일치해."


"그럼 경수는 이정미의 병 때문에 그 딸에게 갔다는 건가요?"

성화는 수영만큼, 아니  많이 경수를 비난해왔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경수가  그렇게 쉽게 이환희에게 돌아섰는 지를 이해 못했다. 그렇게나 정이 많고 의리를 중시하는 경수가 왜 미순을 배신했는지, 왜 환희를 택했는지.

그런데 지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더구나 같은 일을 겪은 자신은 자기 남편과 경수, 두 남자들의 행동이 같다는 것을 이해했다.


"관련이 있었던 건 확실해. 그리고 영훈씨는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아."

"영훈이가 알고 있었다고? 그런데 왜 우리에게  안하고 있었지?"


"그 것도 잘 모르겠어. 지금까지 알아낸 건 이환희가 급히  거야. 그 것이 이정미의 몸 상태와 관련이 있는 것 같고. 자기 엄마의 신변에 문제가 생겨 지금 급히 귀국하고, 경수도 동행했고."


"그런데 그 것과 미순이와 무슨 관련이 있다는 거죠?"


수영은 잠시 호흡을 가다듬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이정미가 지금까지 미순이를 지원해 주고 있어."


"그건  무슨..."


"미순이의 소속사인 허니글로리 엔터테이먼트의 오너는 그 이정미야. 그런데 허니글로리는 미순이를 이해가 어려울 만큼 밀어주고 있어. 더구나 미순의 히트곡들도 이정미가 만든 것들이래."


성화는 정말로 황당하다는 얼굴이었다. 지금 알게  사실로 6년 전 경수의 행동은 이해될 만큼 상식적이지만, 지금의 정미의 행동은 정말로 비상식이었다.


"말도 안 돼... 딸이 망쳐 놓은 타인의 인생을 그 엄마가 보상해 준다고? 무슨 만화 같은..."

"아직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니 속단은 금물이라도... 미순이가 이상한 일에 얽혀있어. 그래서 나도 이렇게 급히 움직이고 있는 거야. 그러니 날 도와줘."

"미순이를 위해... 고마워요. 수영씨."




둘은 그렇게 병원에 도착했다.

임산부와 함께 해서, 아무도 수영을 의심하지 않았고, 성화와 함께 산부인과 진찰실에 들어가 의사에게 진찰을 받게 하였다.

"박성화씨? 며칠 전에 오지 않으셨어요?"

동행한 수영이 대답했다.
"저어. 아침에 올케가 갑자기 이상해졌어요. 혹시 아이에 문제가 있는지 걱정 되어요."


의사는 처음 보는 성화의 동행을 이상하게 바라보았다.
"박성화씨 보호자세요?"

"네. 오늘 내 동생이 회사에 가서, 오늘 제가 대신 왔어요."

"그럼 먼저 초음파 검사부터 하죠."

"전 나가서 기다릴게요."



수영은 산부인과 진찰실을 나와 VIP 전용 입원실 병동을 향했다. 어제 전화를 통해 병원의 구조에 대해 알아 놓은 상태이고, 통과하는 방법을 알아둔 상태였다.

VIP 전용 입원실로 가려면 전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 하고, 그 앞에는 경비원이 지키고 있었다.


수영은 경비원에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오빠가 여기 있다고 해서요."

"누구시라고요?"

"여기 입원해 계신 000씨의 병문안을 왔어요."


경비원은 의심의 얼굴로 수영을 살펴보았다.


경비원이 태블릿을 뒤져보니, 수영이 말한 사람이 있고 면회 요청이 있었다.

이틀 전 진석이 준 명함은 VIP병실에 입원한 사람의 가족이었다. 그는 전부터 진석에게 빛이 있는 분위기였고, 수영의 부탁으로 그는 월요일에 면회 요청을 해 놓았다.

그는 수영을 위아래로 보고 말했다. "정말 문병 오신 거예요?"


"네. 그런데요?"

경비원이 그녀를 이상하게 쳐다보는 것이 당연했다. 문병 오는 사람이 빈손으로 들어오는 것이 이상하니까.

"거기에 분명히 문병 온다고 통보되어 있잖아요. 그런데  막으시죠?"

"그렇군요. 그럼 들어가시죠."


수영은 경비원 옆으로 스쳐 지나가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그 때 박정미가 왔고, 경비원은 박정미를 통과시켰다. 둘은 같은 엘리베이터를 탔다.

엘리베이터를 내렸을 때, 한 병실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가 들리는 병실을 보고 박정미가 달려갔고, 수영은  뒤를 조용히 따라갔다.


병실 안에서 간호사와 태식의 목소리가 들렸다.


"선생님, 의식이..."
"빨리 0000을 투여해."
"그렇다면 환자의 심장에."
"지금은 쇼크 회복이 먼저야. 그래야 검사도 가능해져."

박정미는 직감적으로 정미에게 문제가 생긴 것을 알았다. 그녀는 급히 병실로 뛰어 들어갔고, 열린 문으로 수영은 병실 안을 들여다보았다.

"선생님. 어떻게  거죠?"

"갑자기 쇼크가 왔어. 약의 부작용 때문이야. 딸에게 아픈 모습 보일 수 없다고 그렇게 무리하더니..."

수영은 그 광경을 쳐다보며 이정미의 상태를 확인했다.


열려있는 문을 보고, 태식은 문 밖에 서있는 수영을 보았다.
"어어? 양수영이잖아? 당신 뭐야? 어떻게 당신이 여기  거지?"

박정미가 뒤를 돌아보았다. "뭐야? 구경 났어요."
박정미는 문을 닫으려 했다.


태식이 외쳤다. "정미야! 이 여자 기자야. 양수영이라고. 기자가 여기에 왜 있는 거지?"


박정미는 놀라서 수영을 바라보았다. "기자? 잠깐! 당신은 왜 여기 있지? 혹시 무단 취재하러 온 거야?"


태식이 소리를 질렀다. "당장 경비원을 불러. 당장 쫓아내."


수영은 그들에게 몸을 굽혀 사과의 인사를 했다. "죄송합니다. 지나가다가 우연히 보았을 뿐입니다."

"당장 나가요. 사람의 생명이 문제인데, 기자가 왔는데 우연? 무단 침입으로 경찰을 부르겠어요."
박정미의 목소리도 커졌다.


"정미야! 당장 끌어내."


박정미는  사실에 대해 말하지 말 것을 요구할 생각으로 수영을 병원 복도 구석으로 끌고 갔다.


복도 구석에 수영을 몰아붙이고, 박정미가 말했다.
"잘 들어요. 이번 일이 언론에 알려지면, 우리 힘을 동원해서 당신에게  불이익이 있을 거예요. 아시죠?"


수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박정미는 한숨을 쉬고 등을 돌렸고, 수영의 팔을 잡고 엘리베이터가 있는 복도로 걸어 나왔다.


두 사람이 복도를 걸어가는데,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엘리베이터에서 경수와 환희가 나왔고, 병실 복도 가운데에서 수영과 마주쳤다.


"양수영씨?" 경수는 수영을 보고 놀랐다.

수영은 경수를 보자 박정미를 뿌리치고 달려 나갔다. 그리고 경수 앞에  후 그의 뺨에 손을 올렸다.


짝! 뺨을 때리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수영이 경수의 뺨을 때린 것이었다.


환희는 깜짝 놀랐다. "뭐야 당신? 뭐하는 짓이지? 이러고도..."

경수는 손을 들어 환희를 제지했다.

"뻔뻔스럽게 다시 와? 그것도 이렇게 가까이에... 그런 짓을 벌이고도 여기가 그리웠나 보지?"

수영의 행동에도 경수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그저 고개를 돌린  외면할 뿐.


그런 경수를 환희도 박정미도 바라만 볼 뿐이었다.


환희는 갑자기 6년 전의 일이 생각났다.  때도 수영은 경수를 찾아와 뺨을 몇 번이고 때렸다.

수영은 환희에게 얼굴을 돌렸다.
"애초에 당신이 여기에 오지 않았다면 이런 일도 없었어. 당신은 우리에게 불행을 퍼트리고 떠나버렸으니까. 가장 친한 친구에게 배신당한 사람의 마음을 생각도 하지 않은 채."

환희는 자신을 알아보는 수영에게 아무  못한 채 남편 뒤에 숨어 그녀의 시선을 피했다.
6년 전에 수영이 자신을 몰아붙인 것을 생각하며.

자신을 피하는 환희에게 수영은 더욱 화가 났다.
"이렇게 하려면 다시 오지 말았어야지! 왜 또 다시 나타나 이렇게 아픔을 더하는 거지?
당신은 여기서 행복만 가져갔어. 대체 얼마나 우리들의 행복을 빼앗아 가야 만족할 거지?"


경수는 수영과 환희 사이에 서서 환희를 뒤로 숨기며 나섰다.
"그만해 수영씨. 미순이를 처음부터 배신한 것은 나였어요. 내가  사람을 선택했고, 이 사람은 나를 따랐을 뿐입니다."


경수의 말에도 수영은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으며 더욱 살기를 띄고 그들을 노려보았다.

"6년 전에도 내가 한국에 오라고 했어요. 힘들면 날 만나러 오라고. 지금도 내가 한국에 오자고 했고요. 이 사람은 아무 잘못 없어요."

"그래도 당신만 없었어도 미순이는 그렇게 되지 않았어."


둘에게 상처인 그 이름이 나오자 경수도 수영의 시선을 피했고, 환희는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정말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으아아앙." 환희는 울음을 터트리며 등 뒤로 도망쳤다.

"여보." 경수는 환희의 뒤를 따라 갔다.

박정미는 둘의 모습을 보다 수영을 바라보았다.
"이제 만족하시나요?"


수영은 그들을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아뇨! 아직 멀었어요. 그녀가 받은 고통에 비하면."

"그만 가시죠. 다시 만나지 않길 바래요."

"그러죠."

옆의 다른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고, 경비원이 나왔다. 수영은 그 경비원을 순순히 따라갔다.
박정미는 엘리베이터에 타서 그들을 따라갔다.


1층에 도착해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경비원과 수영이 내렸다.

박정미는 내리는 수영에게 말했다. "다시 오지 마세요."


"다시 보게  겁니다."

"그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내 친구를 위해서요."

그렇게 수영은 경비원에게 이끌려 VIP병실 입구를 나갔다.



환희는 병원 비상계단 구석에서 웅크려 앉아 울고 있었다.

경수는 환희를 따라가 그 옆에 앉았다.


경수가 환희의 어깨에 손을 올리자, 그녀는 그의 품에 안겨 울음을 터트렸다.


"여보. 우리 내일 파리로 돌아가자."

남편의 말에 환희는 아무  없이  뿐이었다. 며칠 간의 고민이 아무 의미가 없게 되었다. 더 이상 여기에 있을 수 없다는 생각 뿐이었다.

"여보, 여보, 으아아앙~"


"미안해... 나 때문에."


"아니야. 당신은 아무 잘못 없어.  때문에... 나 때문에"

그렇게 경수의 품에서 환희는 한참을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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