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9화 〉너희의 사랑
저녁 식사를 위해 멤버들이 다시 정미의 방에 모여 식사하게 되었다.
오전의 일로 미순과 환희는 눈이 마주쳤을 때 웃으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왠지 둘 다 어색했다.
더욱이 경수는 미순과 마주보았을 때, 바로 눈을 돌려버렸다. 아직 둘은 가까이할 수 없었다. 더욱이 환희가 옆에 있으니.
환희 커플은 미순의 시선을 피하며 자기들끼리 눈을 마주치며 사이좋게 식사를 했다.
미순은 그들의 시선을 피하며 시선을 아래로 향했고, 태겸은 그런 미순을 불만스럽게 쳐다보며 밥을 먹었다.
그런 침묵을 깬 것은 성화였다. "그럼 이번 휴가는 내일까지... 인가?"
영훈은 경수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해야지 않겠어? 내일 아침 식사 이후에 여기서 출발해야 할 텐데?"
그 자리에서 차를 가지고 운전할 수 있는 사람은 태겸과 경수였다.
"내일 돌아가도 되겠어? 아직 언론에서..."
정미의 물음에 경수는 망설이다 미순을 보며 물었다. "부사장님. 혹시 수영씨와 연락할 수 있나요?"
"아... 한번 연락해볼게요. 지금 돌아가도 되는지 말이지?"
경수의 물음에 조금 당황했지만, 미순은 바로 정신을 차리고 경수의 말투에 맞춰 대답했다.
"상황이 좋지 않으면, 환희와 어머님은 여기에 있고, 우리들만 가야해."
"우리보고 여기에 남아있으라고? 그건 싫어!" 환희는 더 있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우리 집 앞에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어. 나도 집에 들어가지 못했단 말야."
정미는 미순에게 시선을 향했다. "그래서 그 기자에게 물어보려고? 우리가 돌아가도 되는지?"
미순은 벌써 수영에게 전화를 걸고 있는 중이었다.
"여보세요? 언니, 나야 미순이."
통화 도중 미순의 얼굴이 밝아졌고, 모두 기대감을 가지고 미순을 바라보았다.
통화 후 미순은 모두를 향해 말했다.
"아직 잠잠해진 건 아니지만, 이정미님 집 앞에 있던 기자들은 철수 했답니다. 취재 대상에서 멀어졌다는 의미래요. 그러니 이제는 돌아가도 될 것 같다네요."
그 말에 정미와 경수 부부의 얼굴이 밝아졌다.
저녁 식사가 끝나고 정미는 환희에게 말했다. "환희야, 너와 할 말이 있어."
환희는 의아한 얼굴로 정미를 바라보았다.
"이제부터 네가 HGE의 사장이야. 네가 회사에 대해 알아두어야 할 것도 있고, 네가 서울에 올라가 일을 시작해야 해. 그래서 너에게 할 말이 많아."
환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네. 내가 사장이니까."
환희와 같이 방에 들어가며 정미는 경수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눈빛으로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다.
둘이 방에 들어가자 경수는 한숨을 내쉬었다. 정미는 눈빛으로 경수를 압박한 것이었다.
경수는 스마트폰을 들었다.
자기 방에서 랩탑을 보던 미순에게 전화가 왔다. 그 번호는 경수의 것이었다.
미순은 떨리는 손으로 머뭇거리며 전화를 받았다. "오빠..."
- 그래.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너와 눈을 마주치며 말하고 싶지만, 안사람과 태겸씨를 생각하면, 너와 같은 방에 같이 있을 수 없어.
"그래..."
한둥안 침묵이 흘렀다.
"왜 전화 했어?"
- 전부터 묻고 싶은 것이 있었어. 왜 나와...
미순은 경수의 말을 막았다. "알고 있는 걸 왜 묻지?"
또 다시 침묵이 흘렀다.
- 그럼 이건 대답해줘. 네가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지?
그 말에 미순의 가슴 속에서 무언가 주저앉는 느낌이 들었다. 언제나 고민하고 언제나 생각해왔던 것이었지만, 답이 없던 것이었다.
순간 며칠 전의 정미의 말이 생각났다. 이제는 결정을 내리고 말해야 할 때였다.
"내 대답을... 잘 알잖아..."
- 그래도 네 목소리로 듣고 싶어.
미순의 전화를 쥐지 않은 왼손이 주먹을 쥐고 떨렸다.
"환희... 언니야..."
전화기 너머에서 한숨이 들렸다.
경수는 미순의 목소리로 알 수 있었다. 그녀가 필사적으로 숨기며 자신의 감정을 숨기며 말하는 것을. 3년 넘게 그녀와 사귀었던 그는 그녀의 이런 모습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추궁할 수 없었다. 그녀의 속마음을 파내면, 닥쳐올 후유증을 감당할 수 없었다.
- 미순아. 네가 환희를 좋아하건 사랑하건... 나와는 상관 없어.
그 말에 미순이 놀랐다. 그녀의 떨림이 멈추었다.
- 미순아. 네가 내 마누라를 좋아한다 해도, 난 문제 없어. 그냥 이대로 네가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하면 돼.
미순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도... 언니는 오빠의 아이를 낳을 거고... 언니는 날 보지 않아. 오빠만 바라보고 있어."
- 넌 언제나 어려운 사랑을 하네. 네가 나에게 고백하던 때, 내가 말했지. 왜 어렵게 사냐고. 나와 사귀면 우리 사이에 환희가 있을 텐데, 나를 볼 때마다 괴로울 거라고. 그래도 넌 멈추지 않았어.
지금 생각해보면, 난 환희를 잊으려 너와 사귀었는데, 넌 환희를 기억하려 나와 사귀었어.
그 말이 미순의 가슴을 찔렀다.
- 날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 넌 정말 그 때 나를 진심으로 사랑했었어. 그렇지 않았다면 나도 알고 화를 냈겠지. 나도 너도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했었어. 그렇지?
그 말에 미순의 눈에 눈물이 흘렀다.
- 우리 사랑에 다른 사람이 끼여 있었다고, 그 때 우리가 진심이 아니었던 것은 아냐. 우리는 그 때 진정한 사랑을 했었어. 지금은 아니지만.
지금 아니다 라는 말에 미순이 경직되었다.
- 변명 같지만, 그 때 네가 헤어지자는 말을 안했다면, 지금 난 환희에게 이런 말을 했을 거야. 그 때 너를 진정으로 사랑했다고. 난 옛날이나 지금이나 내 옆에 있는 사람밖에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니까. 지금 내 옆에 있는 것은...
"그만! 그만해!"
미순은 울면서 말했다.
"그만해... 나도 오빠를 사랑했어. 지금도 사랑해. 하지만... 난 오빠보다 언니가 더 좋아. 언니를 더 사랑해."
그 말을 듣고 경수의 몸이 굳어졌다.
그러다 경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 목소리 끝이 흔들렸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알아? 난 오빠보다 언니가 더 좋아. 언니가 기억나서 오빠와 사귀었던 거야. 오빠 말대로 그 때 우리는 진정으로 사랑했어. 왜? 언니가 없었으니까.
지금은? 언니를 볼 수 있어. 난 그걸로 만족해. 오빠가 없어도 좋아. 나에겐... 언니가 있으니까."
경수는 그 목소리에서 미순의 거짓말을 알 수 있었다. 그 거짓말은 100% 거짓이 아니었다. 50%는 진실이고, 50%는 거짓이었다. 자기보다 환희를 좋아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환희가 있다고 자신이 없어도 된다는 것은 거짓이었다.
순간 경수에게 그녀의 마음이 와 닿았다.
성화의 말대로, 미순은 둘 다 원하고 있었다. 경수는 남편으로, 환희는 친구로. 그렇게 둘 다 원했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경수의 목소리가 떨렸다.
- 내가 어떻게 해야 겠어?
갑자기 미순이 큰 목소리를 냈다.
"왜 그걸 나에게 물어?
왜 오빠는 그렇게 무책임해? 옛날과 달라진 것이 없잖아. 모든 판단을 남들에게 미루고, 내가 판단하고 나만 나쁜 년 되고.
언제까지 이래야 해?
오빠가 나쁜 놈 되면 안 돼?"
미순의 울음이 그치지 않았다.
"이런 일은 남자가 결정해야 하는 게 아냐?
그렇게 환희 언니가 좋으면 나에게 당당히 말해. 내 마누라에게서 떨어지라고.
내가 좋으면 언니와 헤어져 나에게 와! 그러면 오빠 아이를 100명이라도 낳아줄 수 있어.
왜 이렇게 모든 판단을 남에게 미뤄? 언니에게 끌려 다니다 유럽까지 쫓아간 건 오빠 아냐?
왜 내가 잡아주길 바래?
오빠가 언니를 버리면 안 돼?"
그 말은 경수의 마음을 찔렀다.
그녀의 말대로 인생의 중요한 판단을 항상 남들의 손에 맡겨왔다. 대학도, 독립도, 연애도, 동거도, 재회도, 이민도, 모든 중요한 것을 남들의 판단에 맡기며 끌려 다녔다.
그래도 불만이 없었다. 그렇게 남들에게 판단을 맡겨서 나쁘게 되지 않았다. 환희에게 인생을 맡겨 사랑하는 가족과 더불어 부와 명예를 함께 얻었다.
"그렇게 행복해졌으면 이제는 오빠가 나서면 안 돼? 또 언니에게 미룰려고?"
경수는 한숨을 내쉬고 아무 말 못했다. 솔직히 여기까지 와서도 경수는 환희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난 결정을 내렸어. 오빠를 포기했어. 그런데 왜 오빠는 날 포기 못하는데? 왜 나에게 이런 전화를 하는데?"
그 말에 경수는 다시 몸이 움찔했다.
그 때 미순은 결단을 내려 경수를 포기했다. 지금까지 미순이 자신을 못 잊고 있다 생각했지만, 미순은 결단을 내리고 실행했다.
정작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던 것은 자신이었다.
경수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 그럼 내가 결정하면 그대로 따를래?
"이미 늦었어. 모든 것이 끝나버린 지금에 와서 오빠가 뭘 할 수 있어?"
- 방금 말했듯이 네가 환희를 좋아한다고 해도 반대할 생각이 없어.
그 말에 미순이 놀랐다.
- 미순아. 네가 나에게 대쉬했을 때, 난 분명히 환희를 잊을 수 없다고 했고 넌 그래도 좋다고 했어.
나도 그래. 네가 무슨 마음을 가지고 날 보던, 환희에게 다가가던, 난 너라면 괜찮을 수 있어.
"무슨 말이지?"
- 사랑은 하나다. 남녀간의 사랑은 그럴지 몰라도, 거기에 다른 사람이 없을 수 없다고 생각해. 네가 환희를 좋아한다 해도, 난 괜찮을 것 같아.
미순의 목소리가 달라졌다. "그 만큼 환희 언니와의 사이가 튼튼하다고, 나에게 자랑하는 거야?"
- 맞...아.
"좋아! 그럼 나도 오빠던 환희 언니던 마음대로 좋아하고 마음대로 행동하겠어. 그래도 좋아?"
- 네가 만족한다면...
미순은 경수의 목소리에서 무언가 느낌이 왔다.
"그래야지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나 보지?"
잠시 침묵이 흘렀다.
- 그래... 맞아...
"그럼 그렇게 살아. 나도 내 마음대로 행동하겠어. 내가 누구를 좋아하건, 누구와 무슨 짓을 벌이건 오빠는 상관하지 말아."
그 말에 경수가 조금 화가 났다.
- 그건 네 자유야. 그런데 넌 그럴 수 없을 거야.
"뭐?"
- 지금 네 목소리에서 나에 대한 애정이 보이지 않아. 그건 내가 있던 자리에 또 다른 누가 있기 때문이야. 그렇지?
미순은 순간 경직되었다.
- 네 마음 속의 그 자리에 지금 누가 있지?
그 말을 남기고 경수는 전화를 끊었다.
순간 미순은 전화기를 황당히 바라보았다.
미순은 연애 시절에도 경수를 이길 수 없었다. 지금처럼 마지막에 와서 경수의 일발 공격에 당하며 지기를 반복했다.
미순은 무릎을 웅크리고 생각에 잠겼다. 며칠 전의 정미의 말, 지금 경수의 말. 두 사람의 말대로 미순의 마음 속에는 다른 사람이 자리 잡고 있었다.
..................
그 때 정미와 환희는 정미의 방에 같이 있었다.
"할 말이 뭐야?"
"이제 서울로 돌아가면 내 기획사가 연예기획사로 확대 되어 변해. 그 것에 대해 너와 조정이 필요한 것 같아서."
"그렇네. 내가 오너니까."
"선생님은 올해 봄에 은퇴하실 거야. 노인 분을 너무 혹사시켰어. 그리고 미순이가 사장이 될테고. 그런데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 것에 대한 것이 아냐."
"뭘 말하고 싶은데?"
정미는 태블릿을 조작한 후 환희에게 내밀었다.
"이게 한국에 있는 내 재산이고, 아직 외국에 있는 것이 있어. 그 것을 이제부터는 네가 관리해야해."
환희는 태블릿을 받아들고 그 수치에 놀랐다.
환희는 아직 외국에 있는 정미의 남은 재산을 알게 되었다. 양성화 되지 못한 자금이 지금 것에 20% 정도나 더 있다는 것에 환희는 새삼 정미의 위대함을 알게 되었다.
"이제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들어. 네가 직접 관리해야하는 돈이니까 앞으로 네가 할 일이 많아."
환희는 긴장한 얼굴로 정미의 말을 듣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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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수는 태겸의 방문을 두드렸다. 태겸이 문을 열고 밖의 경수를 놀란 얼굴로 바라보았다.
경수는 태겸의 방에 들어가 방 가운데에 앉았고, 태겸이 마주 앉았다.
"무슨 일이죠? 공적인 일인가요?"
"사적입니다."
태겸이 경수를 바라보았다. 그 얼굴에서 무언가 알고 있는 듯 했다.
"나와 미순이의 전화... 들으셨나요?"
"여기 벽이 두껍지 않아요."
경수는 피식 웃었다.
"앞으로 어떻게 하실 거죠? 미래를 이대로 놔두실 건가요?"
"그보다 내가 마지막에 한 말을 해야겠네요. 난 미순이 마음 속에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있다고 했습니다."
"이 환희씨... 말인가요?"
"아니요. 당신이요."
태겸은 놀라지 않고 경수를 바라보았다.
"그 얼굴... 그러길 바라고 있다는 것이네요."
"4년 간이나 바래왔던 겁니다. 당신의 자리에 내가 들어가고 싶다고, 몇 번이나 외쳐댔죠. 미래가 모르게."
"그 자리는 내가 있던 것이 아니었어요. 내 집사람이 있던 자리였죠."
태겸이 고개를 돌렸다.
"그 것이 더 싫어요. 날 좋아한다면... 내가 환희씨 동생이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게 의심이 됩니다. 아니 그런 거 아닌가요?"
"덮쳐버려요!"
경수의 말에 태겸은 놀라서 그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고민되면, 그만 생각하고 달려들어요. 미순이는 당신을 거부하지 않을 겁니다."
"지금 무슨 말 하는 거죠?"
"당신이 있을 자리에 누가 있다고 하면, 힘으로 밀어내요. 언제까지 그 자리가 비어버리길 기다리실 거죠?"
태겸은 아무 말없이 경수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고민한 하지 말고 밀어붙여요. 지금이라도 당장 미순이 방에 뛰어들어 안아버려요. 남자라면서 왜 그렇게 못하죠?"
태겸은 고개를 돌렸다. "그러다 날 더 싫어하면..."
"미순이가 원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태겸은 놀란 얼굴이었다.
경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순이는 항상 나에게 불만이었던 것이, 내가 우유부단한 것이였죠. 태겸씨는 그렇게 되지 않길 빌어요."
경수는 태겸의 방을 나갔다.
태겸은 뭔가 결심한 듯 방을 나가 미순의 방을 노크했다.
그 뒤에 방 안에서 비명이 들리고 싸우는 소리가 났고 1분도 안되어 태겸이 도망치듯 미순의 방을 나왔다.
"이 변태! 뭘 하려는 거야?"
미순은 붉어진 얼굴로 방에서 도망치는 태겸의 등 뒤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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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서울로 올라가려 모두가 밖으로 나왔는데, 태겸의 얼굴에 상처와 멍 자국이 있었다. 미순은 화가 난 듯 태겸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태겸은 원망의 눈초리로 경수를 노려보았다.
정미는 둘을 보며 웃었다. "어제 뜨거웠나봐?"
미순이 발끈했다. "다짜고짜 방에 들어와서 뭘 하겠다는 거죠? 어떻게 경험이 많으신 분이 무드도 몰라요?"
그 모습에 성화가 웃었다. "태겸씨는 여자 사귀어본 경험이 없죠?"
그 말에 정미와 미순이 놀랐고 태겸은 고개를 숙였다.
"여성과 교제한 경험이 없으니, 그냥 힘으로 밀어붙인 것 아니에요? 미순이 말이죠, 저래뵈도 싸움 잘해요. 고등학교 때에도 짱 먹던 애인걸요."
"언니!"
성화가 웃으며 태겸을 바라보았고, 태겸은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 못했다.
정미가 말했다. "그보다 미순이가 좋았던 것 같은데? 태겸이가 달려드니 기뻐했던 것 같아?"
"우리 사이에 아무 일 없었어요. 몇 대 맞더니 울면서 자기 방으로 도망쳤다고요. 어떻게 남자가 끈기가 그렇게 없어요?"
정미가 말했다. "더 해주기를 바랬던 거야?"
"그러니까. 여자가 싫다고 떼를 써도 몇 대 맞아도, 계속 밀어붙여야 하는 거 아니에요? 왜 그냥 중간에 포기하죠? 내 몸을 이렇게 해놓고. 흡!"
갑자기 미순은 입을 막았다.
그리고 붉어진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 말에 모두의 시선이 미순에게 쏠렸다.
환희가 웃으며 말했다. "더 해주길 바랬던 거야?"
정미가 말했다. "어라? 더 밀어붙였으면 여기서 아이를 만들었겠네?"
그 말에 미순의 얼굴이 붉어졌고, 급히 달려가 차에 탔다.
태겸은 고개를 숙인채 아무 말 못했다.
경수가 태겸의 어깨를 두드렸다. "오늘 실패했지만, 내일은 성공할 거예요. 다음에는 더 세게 밀어붙여요. 거의 넘어왔거든요."
"안해요... 더 이상 경수씨 말은 믿지 않을래요."
태겸은 화가 난 듯 자기 차의 운전석에 탓다. 그 모습에 모두가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