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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6화 〉특별편 : 8개월 뒤 (4) (86/117)



〈 86화 〉특별편 : 8개월 뒤 (4)

“작년 미팅 때 보신 뒤로는... 처음이시죠?”
“아... 네. 이런 형태로 뵙는 건 그 이후로 처음이네요.”
“아, 그래도 매니저를 하셨었으니까...”
“네. 개별적으로 전부 만났었던 적이 있습니다. 하나사키씨는...그 이후로 처음 뵙지만요.”
“아~ 그러시군요. 그러면 혹시 하고 싶은 말씀이라던가, 당부하고 싶은 말은 없으신가요? 원래라면 첫 더빙 작업 때 모셔서 이야기를 나눴어야 했는데...”
“에... 그러니까”

윤은 여전히 자신을 뚫어지라 쳐다보고 있는 삼총사의 시선. 특히나 아즈냥과 미츠키의 시선을 의도적으로 피하면서 지금 하고 싶은 말을 머릿속에서 빠르게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약 10초 뒤, 생각을 어느 정도 정리한 윤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1기는 여러분 덕분에 원작보다도 더 멋진 작품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도 여러분들의 연기를 보고 영감을 얻어 보다 더 집필에 몰두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앞으로 방영 될 2기도 아무쪼록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윤의 말이 끝나자 스튜디오 안에 모든 사람이 기다렸다는 듯이 박수 세례를 보내주었다.

“제가 아니라 여기 있는 성우분들이 많은 도움이 되었군요.”
“아하하하... 물론 오구라 감독님이나 한자와씨, 키요타카씨에게 감사하고 있습니다. 제 시야가 넓어지는 데 많은 도움을 주셨으니까요.”

곤란함이 녹아 들어간 쓴웃음을 삼킨 윤은 오구라와 한자와, 키요타카 순으로 자연스레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자, 그러면 보이스 체크는 이걸로 끝입니다. 도중에 생각지도 못한 암초를 만났었습니다만 이제 드디어 재출발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한자와(프로듀서)가 박수를 치면서 말하자 성우들은,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이 인사를 끝으로 스튜디오를 차례차례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이 중에서 윤과 개인적으로 친분이있는 오토메와 히로미는 ‘오랜만이에요.’, ‘도시락  먹고 싶어요.’, ‘작년보다 더 젊어지셨네요?’, ‘다음 작품 나오면  캐스팅 해주세요.’ 등등. 어떻게 들으면 형식적으로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일과 관련된 관계에서는 나눌  없는 대화를 가볍게 주고받은 뒤에 스튜디오를 나갔다.
그렇게 마지막으로 남은 삼총사는...

‘니가 여기에...’
‘...어째서 있는 거예요’
‘??’

여전히 한결같은 시선으로 윤을 바라보고 있었다.

“에...”

삶은 타이밍의 연속이라 했던가. 윤은 인사를 하기에도, 그렇다고 안부를 묻기도 애매한 이 타이밍 속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고르기 시작했다. 분명 무언가 죄를 지은 건 아닐 텐데... 어느새인가 뒷머리가 삐쭉 서는 감각까지 느끼고 있었다.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갑작스러운 만남에 당황한 것일 뿐.  삼총사와의 만남이 싫다거나 부담스럽다거나 그런  전혀 아니기에 일단은 상황을 정리하기로 마음을 먹고 오구라 감독을 향해 입을 열었다.

“저, 감독님. 혹시 준비하는데 시간이 좀 걸릴까요?”
“네? 에... 한자와씨?”
“네. 카메라 설치하는데 2~3분 정도 걸릴 것 같네요.”
“저, 그러면 잠시 밖에 좀 다녀와도 될까요? 조금... 할 이야기가 있어서...”
“네, 네. 괜찮습니다. 준비가 다 되면 저희 쪽에서 부르러 가겠습니다.”

오구라에게 무사히 양해를 구한 윤은 여전히 자신의 얼굴을 멀뚱멀뚱 바라보고 있는 삼총사에게 따라 나오라며 눈짓으로 이야기한 뒤에 스튜디오를 나섰다.
이러한 윤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삼총사는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윤의 뒤를 따라 스튜디오를 나섰다.

“음~ 뭔가 분위기가 이상한 것 같지 않아? 윤작가님하고 저  사람.”
“그런가요?”
“뭐라고 해야 하지? 마치 만나면 안 되는데 만나버린... 연인 같은 느낌?”
“에이... 감독님. 콘티를 너무 많이 그리셨어요. 요즘 순정물 하고 있어서 모두 다 핑크빛으로 보이시는  아니에요?”
“음... 그런가?”

지금 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성하만이 숨을 죽인 채 쓴웃음을 삼킬 뿐이었다.
한편, 스튜디오 밖으로 나온 삼총사+윤은...

“그러니까... 다들 잘 지내고 있었냐?”

재회가 뜬금없고 갑작스러워 많이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나름대로 산전수전  겪은 친구 사이... 서로 악감정을 가지고 헤어진 것도 아닌 만큼 재회했을 때 느껴지는 뭉클함이라던가, 반가움은 이런 당황스러움에서 쉽게 빠져 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

윤의 어색한 인사를 끝으로 순간의 정적이 흐르고... 이 정적을  사람은...

“... 우앙~ 매니저님!!”

역시나라면 역시나일까? 바로 미츠키였다. 미츠키는 반쯤 울먹이는 목소리로 내며 윤을 향해 두 팔을 벌리고 있는 힘껏 달려들었다.
윤은 순간적으로 1년 전 요맘때면 늘 그랬었듯이 옆으로 살짝 비켜서 피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것도 잠시, 8개월 만의 제외이기도 하고 거기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번 응석만큼은 받아 주어야 할 것 같은 느낌에 그냥 있는 힘껏 달려드는 미츠키가 넘어지지 않도록 안정적으로 받아 주었다.

“너무 수선 떠는  아니야? 겨우 8개월밖에  지났잖아.”

윤은 품에 쏙 하고 들어온 미츠키의 등을 왼손으로 가볍게 지지해주면서 따스한 온기가 담긴 오른손으로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어 주었다.

“아마, 미츠키는(짱은) 오랜만에 재회해서라기보다는... 그동안의 설움이 북받쳐 오른 게 아닐까?”
“응? 무슨 소리야? 이번에 메인캐릭터 하나 땄잖아. 거기다 반고정이지만 라디오도 하고 있고.”
“일 때문이 아니라... 그래, 그래. 맨날 미츠키를(짱을) 안아주었던 윤군이라면 알겠네. 미츠키짱, 상당히 슬림~ 해지지 않았어?”
“맨날 안아주다니... 100번 중에 99번은 피해 다녔었다고. ... 그러고 보니 예전에는 꽤 무게감이 있었는데 지금은...”
“...! 웃! 무게감이라니욧! 작년의 미츠키도 그렇게 살이 찌지는 않았었다구욧!”

윤이 무심코 흘린 마지막  마디에 발끈한 미츠키는 고개를 수직으로 들어 올린  항변했다.

“어, 어라? 얼굴도...”

미츠키의 특징이라면 특징이라고 할  있었던 마쉬멜로 같이 통통한 볼살이 거의 사라진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한 윤은 고개를 살며시 갸웃거렸다.

“난 그냥 ‘사진이 잘 찍혔구나~’라고 생각했었는데 진짜로 빠진 거였네...”
“이게... 이게... 다~ 이치하시 언니 때문이라구요! 이치하시언니가... 이치하시 언니가... 우앙~!”

미츠키는 다시 한번 윤의  안으로 파고들어 얼굴을 묻고 양옆으로 비비기 시작했다.

“아하하하... 그래, 그래. 안 봐도 눈에 훤하다. 훤해.”

윤은 그동안 정말 고생했다는 의미를 담아 미츠키의 머리를 재차 쓰다듬어 주었다.

“것보다 일 정리되기 전까지는 안 돌아오는 거 아니였냐.”
“나도 그럴 작정이었다만... 엎어진 줄 알았던2기가 갑자기 부활하게 되었으니 뭐, 별수 있냐. 일이니까 와야지. 것보다 나도 그냥 조용히 있다가 갈 생각이었다고. 이 시기에 보이스 체크라니 참...”

윤은 다소 퉁명스럽게 말하는 츤츤고양이. 아니, 아즈사에게 평소와 같은 말투로 대답했다.

“에? 왜요? 왜요? 모처럼 일본에 왔는데!”
“왠지 너희들을 만나면... 요조라씨하고 만나게 될 것만 같아서 말이지...”

윤은 품속에서 버둥버둥하며 가슴을 가볍게 두들기던 미츠키의 허리를 양손으로 잡고 살짝 들어 올린 뒤에 한 발자국 뒤에 내려다 놓았다.

“에?! 요조라 언니 안 만나고 가려구요?”
“원래 일본에 완전히  수 있게 되면 그때 얼굴을 보자고 약속했었으니까... 그때까지는. 것보다 이렇게 다시 보니 다들 인상이 조금씩 바뀌었다고 해야 하나. 역시 잡지보다는 실물이네. 미츠키는  더 1)여자력(여자의 매력)이  올라간 것 같고.”
“어? 정말요?”
“유우지 너는 2)프린스력이 올라간 것 같고.”
“오호~”
“아즈냥 너는... 3)굉이력이  층  파워업  것 같고.”
“우아! 역시나 매니저님! 아즈냥 오빠 요즘은 굉이력이 넘쳐서 아무도 이름으로 안 부르고 아즈냥이라고만 부른다니까요.”
“역시 고양이 하면 아즈냥. 팬들 사이에서도 그렇게 부르고 있으니까. 이제 자타 공인 아즈냥이  셈이지.”
“... 에휴... 내가 말을 말지 진짜. 굉이력이고 뭐고 맘대로 해라. 맘대로.”

아즈냥은 한소리 할까 하다가 어차피 그래봤자 3:1로는 놀림밖에 더 당할 거라는 생각이 들자 정신 건강을 위해 빠르게 포기해버렸다.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평범하게 즐겼었던 대화. 윤도, 미츠키도, 유우지도, 그리고 아즈사도... 모두 오랜만에 느껴보는 그 그리운 감각에 점차 빠져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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