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화 〉프롤로그
뜬금없이 ‘아웃사이더란 무엇일까요?’ 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무슨 대답이 떠오를까?
랩퍼로 활동하고 있는 아웃사이더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테고 노래 제목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이 질문을 받은 사람이 대학교에 다니고 있다거나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면 아마도 이러한 대답을 할지도 모른다.
주위 사람들과의 교류를 스스로가 거부한 채 ‘천상천하유아독존!’이라고 외치며 대학 생활을 홀로 보내는 사람. 영어에서 유래된 그 아웃사이더 (outsider)!
"그러니까 지금 포아송 분포의 jiont pdf의 식을 대입해 이를 변형 시키면..."
대학교의 아웃사이더는 크게 세 가지 타입으로 나뉜다.
우선, 자기 잘난 맛에 스스로가 아웃사이더가 된 타입. 좋은 대학에는 가고 싶었지만 성적이 뒤따라주지 않아 눈물을 머금고 현실과 타협한 뒤 아무 대학이나 적당히 골라 들어와 편입을 준비한다거나, 자신은 이런 대학과 수준이 안 맞는다며 자기 얼굴에 침을 뱉는다거나. 이유야 여러 가지 있겠지만 어찌되었든 자신은 이 대학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가장 주요한 신입생환영회를 시작으로 대학에 관련된 모든 행사를 불참해 아웃사이더의 칭호를 손에 넣는다.
"여기서 또 순서통계량의 개념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는데..."
'아, 젠장.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네.'
두 번째로는... 사교성이 부족해 전국각지에서 모인 사람들과 친해지지 못한. 다시 말해, 낯을 많이 가려 사람들을 잘 사귀지 못하는 타입이다.
노력을 해도 사람들과 섞이지 못한다거나, 천성적으로 내뿜고 있는 아우라(?)에 의해 사람들이 무의식중에 거부를 한다거나. 이런저런 사정으로 인해 무리에 끼지 못하고 결국 아웃사이더로 전락해버린다.
"순서 통계량의 평균을 구하는 공식은 저번 학기에 배웠었죠?"
'pdf? 이건 또 뭐고... 순서 통계량은 뭔데. 아낙, 앞에부터 뒤져 봐야 하나.'
마지막으로는 시간에 쫓겨 본의 아니게 학과 생활을 하지 못하는 타입.
자유로움의 상징인 대학생 신분을 취득을 하긴 했지만 개인의 사정이라는 녀석 덕분에 여기저기 불려 다니다가 학과생활은커녕 대학교에 다니는 것도 버거워져 다른 사람들과 친분을 쌓지 못하고 결국 학과 내에서 고립. 그렇게 아웃사이더가 되어버리고 마는 사람이다.
'과목은 과목대로 바뀌어 있고. 거기다 왜 다 영언데? 왜 통계학과인 내가 영어로 수업을 들어야 하냐고. 엉? 난 통계학과라고.'
아까부터 당최 알아들어 먹을 수 없는 말만 내뱉는 교수에게 불평을 토로하면서도 이번 중간고사의 성적을 위해 울며 겨자 먹기 심정으로 칠판의 판서를 노트에 열심히 베껴 적고 있는 이 학생, 세계 외국어 대학교 통계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이진’ 역시 아웃사이더 중 한명이었다.
미리 말해두지만 진이 아웃사이더인거랑 교수가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전혀 관계가 없다. 단지 진이 병역의 의무를 다하고 제대 한지 얼마 되지 않은 복학생이기 때문에 수업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을 뿐이었다.
“하아...”
‘물어볼 사람이라도 있으면 편할 것을.’
진은 외계어와 같은 용어를 설명해줄 누군가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딱히 후회 같은 건 안하지만... 이럴 때는 진짜 불편하네.’
진은 아웃사이더의 길을 선택한 과거의 자신을 원망하거나 후회하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생긴 결과라며 이에 대해 순응하며 학교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그렇다면 진은 어째서 아웃사이더가 된 걸까? 자기 우월주의에 빠져서? No. 이 대학은 자신이 고른 대학이었고 지금도 그 선택을 후회하고 있지 않았다.
그렇다면 사교성이 없어서? 이것도 NO. 진은 고등학교 동창들과도 아직 연락하고 지내고 있었고 타인에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답답이도 아니었다. 단지 대인관계를 형성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인 1학년 1학기에 개인적인 사정으로 바빠지는 바람에 학과에 있는 다른 사람들과 친해지지 못해 아웃사이더가 되어버린 이른바 ‘타입 3’에 해당하는 대학생이었다.
“이 부분도 시험에 꼭 나오는 부분이니 잘 기억하고 필기하시길 바랍니다...”
‘무슨 입만 열면 시험 범위냐? 무슨. 시험지를 백과사전으로 만들건가.’
그 개인적인 사정이란 바로... 태어난 순간부터 짊어진 숙명으로 인해.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하자면 '동물의 안녕을 비는 자’라는 정령에게 부여된 존재 이유 때문이었다.
그 이유가 하필이면 1학년 1학기에 갑작스레 바빠져 버렸고 이 바람에 학교행사는커녕 수업시간에도 얼굴을 제대로 내밀지 못해 아웃사이더로 전락해 버린 것이었다.
‘아낙, 아직 다 안 썼다고!’
그렇다. 여기서 교수에게 불평을 토로하는 아웃사이더는 평범한 인간이 아니다.
구상의 힘에 의해 태어나는 판타지적 존재. 판타지 소설이라면 꼭 한번 쯤은 등장하는 신비로운 존재. 있다고 믿고 있는 사람도 있는 반면 허구의 존재라며 소설, 영화, 게임 속에서나 있다고 믿는 그 존재. 바로 그 정령 중에서도 ‘동물의 안녕을 비는 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