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화 〉1장. 사후 세계로(10)
서슬이 날이 선 목소리로 말했다.
“백희가 정찰병을 풀었나보지?”
“저희가 원체 숲에서 할 일이 많기에. 겸사겸사 사람도 찾는 겁니다.”
“이 아이가 너희들에게로 갈지 어떨지 알지도 못하면서.”
“지금 저희에게로 오신 것 같습니다만.”
“모르는 일이지. 막상 마을에 들어섰다가 실망하고 다시 나에게 올지도.”
“그거야말로... 아뇨. 여기까지 합시다.”
줄곧 무표정하던 남자의 입 꼬리가 비웃듯이 뒤틀렸다가 다시 내려왔다. 이어서 그는 놀랄 만큼 조용하게 앞으로 몇 발짝 걸어 나왔다. 그가 이번에는 소녀를 보며 꾸벅 고개를 숙이고는 말했다.
“백희님이 어젯밤 많이 찾으셨던 분 맞으시죠? 저는 정찰병 정록사라고 합니다. 마을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소녀는 앞으로 걸어 나가며 서슬을 마지막으로 올려다보았다. 그는 이때까지와 다르게 등골이 오싹해지도록 살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주춤거리자 살벌한 표정을 조금 거두더니 작게 고개를 끄덕여 가도 좋다는 뜻을 내비췄다.
그녀는 그를 향해 목례를 하고 공터를 후다닥 가로질러 정록사 쪽으로 건너갔다. 가까이에서 본 그는 키가 멀대 같이 크고 깡마른 남자였다. 그의 이마에는 표정을 그리 다양하게 짓지 않는다고 써 붙여놓은 것 같았다. 게다가 그는 밤을 샌 듯이 피곤한 얼굴을 하고 있어서 적어도 40대 중반은 되어보였다. 어차피 영혼 세계의 나이는 의미가 없기에 그는 늙어 보이는 걸 별로 개의치 않았다.
그녀가 푸른 숲 쪽으로 완전히 건너가자 서슬은 힁허케 뒤돌아 그대로 붉은 숲 안쪽으로 걸어 가버렸다. 정록사는 악마의 뒷모습이 나무 사이로 사라질 때까지 활을 가볍게 겨누다가 내리고 소녀에게 물었다.
“괜찮으세요? 저 악마의 집에서 하루 묵으신 겁니까?”
“네.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네요.”
“악마가 당신을 다치게 하진 않았습니까? 그의 집에서 묵고 멀쩡히 살아나온 사람은 당신이 유일할 겁니다.”
“다치긴 했는데... 그리 공격적인 악마는 아니던데요. 사실 꽤 착하다고 생각했어요.”
소녀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어딜 다치셨습니까?”
“어...”
소녀는 목덜미 쪽으로 손을 가져갔다가 그 사이 쓸린 상처가 거의 아프지 않게 된 걸 깨달았다. 정록사가 그녀에게 어딜 다쳤는지 묻는걸 보면 겉으로도 티가 안 날만큼 아문 모양이었다.
그녀는 그냥 손을 내리고 고개를 저었다.
“별 거 아니에요. 심하게 다친 것도 아니었고, 그가 약을 줬어요.”
“병 주고 약 주고 군요. 무사히 탈출한 건 정말 기적입니다. 저 자는 착하지 않아요.”
“저를 친절하게 대해줬는데...”
“사람 잡아먹는 악마가 착하다니요? 다 눈속임입니다. 혹시 환생 타령하며 당신도 호수에 유폐시키려고 하진 않았습니까?”
“이미 사람 형상을 취하고 있는 영혼은 강제로 데려가지 않는다고 하던데요. 그보다 사람을 잡아먹는다니요? 밥 먹고 사는 거 같던데.”
“백희님이 견제하고 있어서 예전처럼 날뛰지 못하는 거에 불과해요.”
정록사는 소녀의 주변을 돌며 정말 다친 곳이 없는 지 확인하더니 등 뒤로 맨 화살통에 화살을 집어넣었다. 그는 말을 하면서도 주위를 경계하는 것을 늦추지 않았다.
“어떤 이들은 서슬이 다른 잔악무도한 악마들에 비하면 인간들에게 직접적으로 해를 입히지는 않기에 그나마 더 낫다고 생각하지만 저 악마가 과거엔 얼마나 많은 영혼을 먹었는지 모릅니다. 저는 제 두 눈으로 직접 봤죠.”
“서슬이 영혼을 잡아먹는 걸요?”
“제 누이가 눈앞에서 먹혔습니다.”
소녀는 입을 벌린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정록사는 푸른 숲 안쪽으로 고갯짓을 하며 걸음을 옮겼다. 그는 그런 얘기를 하면서도 그다지 슬퍼보이지도 않고 그저 피곤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녀도 그를 따라서 걸었다.
“아주 오래 전 입니다. 하지만 분명히 일어났던 일이죠. 저는 광기에 가득 찬 그 악마의 눈빛을 잊을 수 없습니다.”
“친 누이가...?”
“영혼 세계에서 만난 의남매였죠. 그렇지만 친 누나나 다름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아가씨는 잘 모르시겠군요. 여기서는 서로 피가 이어져 있지 않더라도 마음이 맞으면 가족의 연을 지어서 어우러져 산답니다.”
소녀는 서슬이 과거에 나쁜 짓을 많이 했다고 고백한 게 떠올랐다. 그 말을 들을 당시엔 나쁜 짓이 정확히 뭔지, 얼마나 오래전인지 그런 건 전혀 궁금하지도 않았고 위기의식도 느껴지지 않았었다. 하지만 무거운 마기의 영향에서 벗어나 밝고 푸르른 숲에 들어서자 새삼 얼마나 위험한 이와 같이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죄송해요. 저는... 그런 얘기를 말하게 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어요.”
“전 아무렇지도 않으니 미안해하지 마십시오.
그토록 강한 악마와 같이 하룻밤을 보냈으니 마기에 영향을 받아서 위험이 위험처럼 안 느껴질 수 있죠. 더군다나 아가씨는 여기 온지 얼마 안 된 분 이시니까요. 서슬이 거짓말을 하면 곧이곧대로 믿으실 수밖에 없으셨겠죠. 이해합니다.”
그들은 밝은 청록색의 수풀 사이를 헤치며 나아갔다. 발걸음을 내딛는 대로 풀숲 사이에서 완전히 새하얀 나비들이 우르르 날아올라 나풀거리더니 거품처럼 톡하고 터졌다.
서슬은 백희가 거짓말을 한다고 했었다. 이제 정록사는 서슬이 거짓말을 한다고 하고 있다. 서슬이 진짜로 거짓말을 했었나? 그러는 백희는? 소녀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 둘이 말한 것 중에 일단 확실히 밝혀진 거짓말은 그녀 입장에선 없었다. 그들은 그저 불리한 부분은 적당히 얼버무리고 지나간 것뿐이었다.
휴식을 취해야할 사후 세계도 온갖 이념과 사상대립으로 시끄럽구나. 그녀는 머리를 벅벅 긁으며 한숨을 쉬었다. 어찌됐든 간에 둘 중 한 명을 선택하고 사상을 받아들여야하는 처지였다. 이렇게 되고 보니 서슬에게 왜 이것저것 더 질문하지 않았는지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적어도 그가 돌본다는 순수한 형태의 영혼들을 직접 보고 싶다고나 해볼걸. 영혼을 잡아먹는 악마가 지금은 그들을 돌보는 일을 하고 있단 건 너무 상이했다. ‘영혼을 돌본다’ 는 게 정확히 어떤 일인지도 왜 궁금해 하지 않았을까?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그토록 무시무시하게 생긴 악마를 너무 쉽게 믿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어젯밤 그에게서 도움 받은 것 또한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는 소녀더러 스스로 자기 미래를 선택하게끔 했다. 확실히 그녀를 해치려고 들진 않았었다.
“정록사 씨...?”
“네.”
무덤덤한 그의 단답에 소녀는 좀 머쓱해졌다.
“순수한 형태의 영혼은 어떻게 생겼어요? 영혼 세계 곳곳에 있다고 하던데.”
“지금 옆에 많네요.”
“네? 어디요?”
그들은 푸른 나무가 듬성듬성 있는 얕은 숲을 지나고 있었다. 나무 사이로 바람이 불자 들어본 적 있는 오묘한 소리가 울렸다. 발아래로는 화사한 꽃이 만발해서 불어오는 바람소리에 맞춰 흔들렸다. 활짝 핀 꽃무리 위로는 희미한 오색안개가 피어나 서서히 흩어졌고 새하얀 나비들이 어디선가 날아왔다가 어디론가 날아갔다.
소녀가 고개를 휘휘 돌리며 이짝저짝을 살펴보았다.
“...설마 나무 말하시는 거 에요? 옆에 많은 거라곤 이거뿐 인데.”
“나무는 그냥 나무고요. 이거 말하는 겁니다.”
그는 멈춰 서서 한없이 늘어선 꽃무리 위로 손을 뻗어 휘휘 저었다. 그러자 흰 나비 떼가 동시에 다 같이 날아올라 순간 시야를 새하얗게 채웠다. 한 번에 족히 백 마리는 될 만한 나비 떼가 날아올랐지만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팔랑팔랑 날갯짓하는 영혼들 사이로 그녀가 말했다.
“설마 나비?! 나비요?”
“나비? 마을에 새로 오신 분들은 그렇게 부르시더랍니다. 저희들은 그냥 순수한 영혼이라고 부릅니다.”
“오, 세상에... 전 영혼이 무슨 유령이나 그렇게 생겼을 줄 알았어요. 희멀건 안개나 구름덩어리처럼... 그래서 지금 눈에 보이는 수백 마리의 나비-아무튼 이것들이 다 영혼 세계에 온 영혼이라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하긴 필멸 세계에서 하루에 죽는 사람만 해도 어마어마하게 많을 테니까. 이렇게 많은 수의 영혼들이 있어야 말이 되겠네요. 사실 이정도도 부족해 보이는데?”
“필멸 세계와 영혼 세계의 시간은 다르게 흘러가거든요.”
“무슨 말이에요?”
흰 나비 떼가 무리지어 날아가다가 어느 젠가 일부는 그대로 날아가고 나머지는 거품이 되어서 톡하고 터졌다가 다시 문득 주변 꽃이나 나무줄기 위에 앉아있었다.
의식하고서 주위를 둘러보니 생각보다 훨씬 많은 나비가 곳곳에 포진해 있었다. 완전히 새하얀데다 실제 나비와 다르게 더듬이나 다리, 화려한 무늬 등이 없어서 눈에 잘 띄지 않는 것이었다.
“영혼 세계는 필멸 세계보다 훨씬 작습니다. 이 곳은 마음먹고 돌아다니면 전 세계를 도는 데에 보름정도 걸리죠. 물론 푸른 숲 밖은 많이 위험하니까 그런 짓을 하는 사람은 실제로 없으리라고 생각이 듭니다만. 이런 좁은 세계가 필멸 세계에서 죽는 영혼의 수만큼을 포용할 수 있을 리가 없겠죠.”
“미어터지겠네요.”
“두 세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일까요? 그런 이론적인 건 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확실히 영혼 세계의 시간이 필멸 세계의 시간보다 훨씬 빠르게 가요. 영혼 세계에서 구십구일이 지나야 필멸 세계의 하루라고 하시더랍니다.”
“누가 그런 걸 가르쳐 준건가요?”
“죽음의 아버지께서 가끔 저희 마을에 오실 때가 있습니다. 그 분께서 직접 말씀하신 거니 믿으셔도 됩니다. 그 분은 필멸 세계의 모든 죽은 이들을 이 세계로 데리고 오시니까요. 두 세계간의 시간차를 가장 잘 아시죠.”
“그 저승사자 역할을 하신다는 분?”
“간혹 그렇게 불리시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희들 말로는 죽음의 아버지라고 해요. 죽음 자체가 그를 뜻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소녀는 전에 백희가 이 세계의 영혼도 없어질 수 있다 비슷한 얘기를 했던 게 어렴풋이 기억났다.
“그럼 죽음의 아버지가 영혼 세계에서 죽은 영혼들도 필멸 세계로 인도해주나요?”
“예? 아니요. 영혼 세계에는 죽음이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우리는 그 단어를 오직 필멸 세계와 이 세계를 이어주시는 두 분 중 한 분의 이름인 죽음의 아버지를 일컬을 때만 씁니다.”
“영혼 세계에서도 죽는 사람이 있지 않나요?”
“혹시 서슬에게서 그런 표현을 들으셨습니까? 이 세계의 존재 중 죽는다는 표현을 쓰는 건 집착과 미련에 사로잡힌 악마들뿐입니다. 저희들은 영혼 세계의 영혼이-그런 일이 일어나는 건 참 슬픈 일이지만 그냥 없어진다고만 말합니다.
‘소멸했다’라고 말하는 게 일반적인 표현입니다. ‘먹혔다’라는 표현은 악마에게 당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고 더 감정적인 느낌입니다.”
“영혼 세계에서 죽으-소멸하면 환생할 수 없어요?”
“소멸합니다.”
소녀는 서슬과 백희가 했던 말들을 다시 찬찬히 떠올려보았다.
‘영혼을 없애면 그 존재는 영영 사라져.’
‘...악마가 된 자신의 이웃에게 죽임당할 것이다.’
백희는 영혼이 없어진다고만 말했고 서슬은 죽는다고 했다. 두 표현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는 걸까? 지금의 그녀는 잡아먹히는 건 몰라도 죽음이나 소멸이나 그게 그거인 개념으로 느껴졌다.
“그런데, 음-”
소녀는 말을 꺼내기 전에 어떤 식으로 표현해야 할지 조금 뜸을 들였다.
“-백희도 악마잖아요?”
정록사가 소녀를 확 째려봤다. 독사같은 눈초리에 그녀는 각오하고 있었음에도 흠칫 놀랐다.
“서슬이 그렇게 이야기 하던가요?”
“아뇨. 백희가 직접 자신을 그렇게 말했었어요.”
그의 얼굴이 좀 누그러지더니 덤덤한 무표정으로 돌아와 다시 길을 재촉했다.
“제가 오해했군요. 네, 맞습니다. 하지만 그 분은 다른 사악한 악마들과는 본질적으로 다르신 분이세요.”
“저도 백희는 좋은 인상이라고 느꼈었어요. 그런데 다른 악마와는 다른 좋은 악마라는 게 존재할 수 있나요?”
“백희님은 다른 영혼을 절대 먹지 않으십니다. 과거에도 그러셨고 현재도 그러시죠. 그리고 그 분께선 우리들의 안전과 평화를 위해 무던한 노력을 아끼지 않으십니다. 더 말이 필요할까요.”
“다른 영혼을 안 먹는 악마라는 게...”
“제가 알기론 백희님이 유일하십니다.”
그 후 소녀는 입을 다물었다. 정록사라는 사람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감이 오는 것 같았다. 그는 나쁜 사람은 아니었지만 융통성이 좀 없고 신의가 있지만 절친이 되긴 어색한 느낌이었다.
그녀가 질문을 그만두자 그는 편해 보이는 기색이었다. 그는 아무 말 않고 해야 할 일만 묵묵히 할 때가 제일 편안했다. 뛰어난 사냥 실력을 가졌지만 오래도록 정찰병으로 남아있는 것도 다른 사람들과 무리를 지어서 행동하는 게 불편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서슬처럼 혼자 속도를 내서 걸어가진 않고 그녀가 편하게 따라오도록 걷는 속도를 충분히 늦춰주었다.
시야를 가리는 커다란 나뭇잎을 걷어내자 푸른빛이 감도는 깎아지른 협곡이 드러났다. 그가 절벽을 따라서 올라갈 수 있는 좁은 길을 가리켰다. 나무판자가 듬성듬성 깔린 바닥사이로 절벽 아래쪽이 까마득하게 보였다. 절벽 아래쪽엔 오색 안개가 한가득 끼어있어서 다리가 얼마나 높은지 가늠하기 힘들었다.
“이정도로 무섭다고 하진 않으실 거죠? 고소공포증 있어요?”
“앞장서 봐요?”
“다행입니다. 제 일이 좀 편해졌네요.”
그는 비웃는 것처럼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가 다시 내렸다. 소녀는 웃을 때마다 비웃는 표정이 돼서 일부러 무표정하게 있으려는 건지 묻고 싶었지만 그가 확 째려보던 뱀눈초리가 생각나 그냥 입을 다물었다.
그들은 좁은 판자길을 따라 함께 올라갔다. 협곡은 짙은 안개로 가득차서 바로 앞에서 걷는 정찰병의 뒷모습만 보였다. 그녀는 큰소리를 치긴 했지만 워낙에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다가 다리가 묘하게 떠있는 기분이 들어서 자신 있게 걸어가진 못하고 조금씩 주춤거렸다.
그의 침묵을 방해하고 싶진 않았지만 그녀는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마을에서 살려면 이 길을 매일 같이 걸어 다녀야 하나요?”
“아가씨가 정찰병이 되시면 매일 걸어 다니시겠죠. 걱정 마십시오. 보통 사람들은 마을 안으로 들어가서 다시 나오는 일이 잘 없습니다.”
“...그럼 이 길을 걸으면 무조건 마을 안에서 살아야 하나요?”
“네?-”
소녀가 머뭇거리는 표정을 감출 새도 없이 그가 뒤돌아보았다. 그녀의 복잡한 얼굴을 보고선 그가 다시 앞으로 걸어가며 다 이해한다는 듯이 말했다.
“-아직 혼란스러우시겠지요. 사람들을 만나서 얘기도 하시고 하면 여기서 살고 싶어지실 거 에요. 어쩌면 좋은 사람 만날 수도 있으실 겁니다. 이 세계에서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사는 거죠.”
“정록사 씨도 여기서 결혼 하셨어요?”
“...아니요. 저는 혼자가 좋아서.”
“본인은 독신이면서 저한테는 결혼 권하시는 거 에요? 참내.”
“아가씨하곤 다르게 저는 딱 보면 외톨이다운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습니까?”
“...직접적으로 말하면 상처받을 거 같아서 가만히 있었죠.”
“상관없습니다. 사실인데요, 뭘.”
“다른 가족도 아예 없어요?”
“다 친구들이고 동료들이지 가족이라 부를 만한 사람은 없네요. 전 혼자 삽니다. 그런데 제가 희귀한 경우인 겁니다, 진짜로.”
“하하, 다들 이미 제 가족을 이루고 있다면 제가 어떻게 비벼볼만한 좋은 사람은 없단 거네요.”
“새로운 분은 꾸준히 오시니까...”
“아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