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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백퍼센트 순혈인간-71화 (71/113)

< 풍종호 (3) >

“이게 요호에 대해 남아있는 문헌입니다.”

금양호가 꺼낸 것은 읽기 힘든 고문자로 되어있는 죽간과 두루마리들이었다. 일반적으로 상대해서는 답이 없는 대요괴들을 쓰러뜨릴 수 있도록 준비된 힌트라고 할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요괴들은 세상의 겉면에 드러나있지 않았다. 요호에 대한 언급이 조금이나마 적혀있는 이 문헌들 또한, 금가의 1장로인 금양호 정도 되는 인물이기에 가질 수 있는 자료였다. 죽간을 펼쳐 살펴본 진고요가 눈썹을 찌푸렸다.

“뭐라고 적혀있는 거지?”

당연한 반응이었다. 강시 투성이가 된 금가에 침입해 이 물건을 빼내오더라도, 여러 문자의 해석에 해박한 동료가 없으면 읽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혈통시대에서는 보통 천년서생의 의뢰를 받은 보수로 자료에 대한 해석을 요청했다.

“언제나 보름달인 마을. 밤이 되면 온 집안에 등불이 켜져, 움직이지 않던 것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어쩌구 저쩌구.”

나는 적당히 두루마리를 만져보며 말했다. 장로가 가져온 고문헌들은 읽어볼 필요도 없었다. 이미 모든 내용을 외워두고 있었으니까. 금양호는 어린 나이에 이것들을 읽어낼 수 있는 소양을 갖추었다는 게 대단하다는 듯 나를 쳐다보았다.

이내 금양호가 문헌들의 내용을 해설해주었고, 진고요를 비롯한 토벌대의 구성원들은 뜬구름 잡는 듯한 내용에 눈썹을 찌푸렸다. 그럴 것이 길을 헤매다 도착한 여우의 마을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따위의 풍경 묘사만 적혀있을 뿐이고, 도저히 싸우는 데에 도움이 될 만한 내용들이 아니었다.

‘사실은 반대지.’

어쩌다가 요괴의 마을에 발을 들여버렸던 여행객이, 반드시 저 요물을 퇴치해달라는 염원을 담아 언젠가의 누군가를 위해 기를 쓰고 남겨둔 기록이었다. 겉으로 보기엔 대단히 신기하고 예뻤다 정도의 내용이기에, 여행객이 쓴 글을 확인해봤을 요호도 철저하게 지워버리지 않고 남겨둔 것이고.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라면 대단히 도움이 될 만한 기록이지만, 볼장 다본 나에게는 아무런 쓸모가 없었다. 아무튼 밤에 뭔가가 움직인다는 언급을 메모한 진고요가 말했다.

“그렇다면 낮에 싸우는 게 유리하겠군.”

다른 사람들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적풍회의 정예들과 금가의 무사들은, 서로 상대 쪽이 만만치 않은 강자라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이만한 숫자가 모였다면 요호를 사냥할 수도 있을 거란 자신감 또한 엿보였다.

열기를 띠어가는 회의실에서 나는 조용히 손을 들었다.

“죄송한데, 여우고개에 들어가는 건 셋 뿐입니다.”

내 말에 모두가 이쪽을 쳐다보았다. 무슨 소리를 한 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이었다. 다같이 모여서 요호를 일점사해도 이길까 말까인 판에 단 세 명이서 본거지에 쳐들어가겠다니. 하지만 사실대로 말하면 그 이외는 짐일 뿐이었다.

내가 전투 내내 정신머리를 제대로 붙잡아줄 수 있는 건 고작 해야 한 명 뿐이고, 나머지는 요호의 환술에 빠져 무력화만 되면 다행이고 아예 적으로 돌아서버릴 수도 있었다. 그리고 여우고개 공략과 동시에 진행해야 할 일도 있었다.

예를 들면 유경명과 적풍회에 대한 인질로 쓰기 위해 일부러 살려두었던 아이들이나, 그 외에도 요호의 신변에 무슨 일이 일어날 시 은폐를 위해 작동되도록 한 주술 폭탄들.

중요한 곳에는 나름대로 강한 요괴들이 배치되어있지만, 금가의 장로와 무사장이 지휘하는 병력이라면 어떻게든 이길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요호가 이끄는 백귀야행의 진짜 전력은 전부 요호의 본거지 결계, 여우고개 안에 있었다.

“지휘권은 양도받았으니 불만은 받지 않겠어. 여우고개에 돌입하는 건 나랑 아저씨, 적풍회주 셋 뿐. 그동안 나머진.”

나는 발표회 준비를 빠지면서까지 조사해서 정리해둔 자료들을 각 조장들에게 건네주었다. 자료에는 건물의 도면을 비롯해 그곳에 있는 요괴들의 능력, 그것을 파훼할 수 있는 방법과 구출 대상의 위치 따위를 모조리 적어두었다.

“전이는?”

여우고개가 있는 위치는 한참 전에 전달을 끝낸 상태였다. 내 말에 진고요가 잔잔한 바람을 휘감으며 말했다.

“지금 당장도 가능하다.”

“좋아.”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양손으로 뺨을 짝 때렸다.

* * *

거대한 바람과 함께 우리 세 사람이 산골짜기 한복판에 떨어졌다. 내 왼쪽 뒤에는 진고요, 오른쪽 뒤에는 유경명이 서있었다. 한 번 크게 숨을 들이쉰 진고요는, 이만한 장거리의 전이를 행하고도 별로 소모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정말 이곳이 맞는 건가?”

“무슨 뜻이야.”

“내 능력 때문이라고 해야 하나···. 나는 체질적으로 바람의 냄새를 맡으면 주변에 무언가가 있다는 위화감을 느낄 수가 있다. 하지만 여기서는 어떤 낌새도 느껴지지 않아.”

자신이 생각하기에 이곳에는 정말 아무 것도 없다. 바람의 냄새를 맡은 것만으로 그렇게 단언할 수 있을 정도로, 진고요는 스스로의 감각에 자신을 가지고 있었다. 신중함과는 별개로, 그런 확신을 지녔기에 적풍회주란 자리를 지킨 것이다.

“코가 충분히 안 좋나 보네.”

나는 그렇게 어깨를 으쓱였다. 사실 진고요가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하는 것도 당연했다. 여우고개는 분류상 결계에 들어가긴 하지만, 금가의 주술이니 뭐니 하는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요호가 대요괴로서 지니고 있는 고유한 영역이었다.

결계라고 하기보단 이계라 부르는 게 오히려 어울릴 수준이었다. 간파한다면 오히려 그쪽이 이상하다. 나는 주변의 나뭇가지들을 슬쩍 확인해본 뒤 두 사람에게 말했다.

“오른쪽으로 쭉 걸읍시다.”

걷다보니 또 비슷한 곳으로 돌아왔다. 슥 돌아보면서 다시 한 번 나무들의 모양을 확인하고, 방향을 가리킨다.

“이번에는 왼쪽.”

“이번엔 오른쪽,”

“잠깐만. 여기서 다시 왔던 길로.”

내 말에 유경명은 아무 말 없이 묵묵히 걸었지만, 진고요는 가면 갈수록 눈썹을 찌푸렸다. 안 그래도 밤이 되기 전에 싸움을 끝내고 싶으니 마음이 조급해져있는데, 멍청히 걷기만 하면서 똑같은 곳을 빙빙 돌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겠지.

“지금 이 짓에 뭔가 의미가 있는 건가?”

인상을 쓰며 한숨을 내쉰 진고요의 말에 나는 손가락을 들어 앞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지금까지 없었던 통로가 나타나있었다. 온갖 부적이 붙은 밧줄로 묶여있는 바위와 함께, 덩굴이 꼬여서 문 형태가 되어있다. 여우고개의 입구였다.

“이게 무슨···.”

“그냥 믿어라. 이 녀석은 특별해.”

앞으로 나서서 걷는 유경명이 말했다. 이미 완전히 전투 집중 상태에 들어간 호걸은, 이쪽이 어떤 엉뚱한 지시를 내리든 그대로 따를 준비가 되어있었다. 침을 꿀꺽 삼킨 진고요가 자신을 다잡고 발을 내딛었다. 여우고개의 입구를 지나자, 정말 마법에라도 걸린 것처럼 주변의 온 풍경이 일변했다.

주변의 모습을 속이는 환영 주문 따위가 아니었다. 실제로 결계 안의 공간으로 이동한 것이다. 결계 안에는 스산한 분위기의 비어있는 한옥들이 늘어서있었다. 그리고 입구에 선 우리들 앞에 두 체의 거대한 수호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설마했는데 입구부터 이 정도라고···?”

“제대로 싸울 필요가 있겠군.”

그것은 등에 수십 개의 팔이 달려있는 기괴한 모양의 장승이었다. 두 장승은 거대하고 불길한 마력을 숨길 생각도 없이 풀풀 뿜어내고 있었다. 여우고개에 발을 들인 침입자를 배제하기 위해서. 유경명과 진고요가 전투 태세에 들어갔다.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

금가가 쌓아온 술식들을 배운 요호가 자기 식으로 완성시킨 방어물이었다. 기본적으론 금가의 주술 실험체와 다르지 않지만, 장승을 움직이는 동력과 의식은 요호가 아무렇지 않게 죽이고 수집해온 수백 수천 명의 원한 그 자체였다.

입구의 장승은 대단히 강하며 번거로운 상대였다. 입에서는 무엇이든지 녹이는 지옥불을 뿜어내고, 수많은 손들은 원한을 머금은 채 적의 발을 묶는다. 무엇보다 최악의 경우 자기 스스로를 희생해 길동무로 적을 저주해 죽여버렸다.

“상대할 시간 없어.”

그리고 나는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전원이 꺼져버린 것처럼 날뛰기를 준비하던 두 장승이 움직임을 멈추었다.

금가의 주술을 이용해 본체에다 원혼 덩어리를 붙여놓은 거라면, 의식의 연결고리에 접해 끊어놓는 것만으로 어떤 움직임도 취하지 못하게 된다. 이것은 저번에 금가에 갔을 때 갑옷 무사들을 상대로 이미 검증이 끝난 사항이었다.

나는 벙쪄있는 두 사람을 재촉해 여우고개의 안쪽으로 들어갔다. 을씨년스러운 건물엔 기괴한 모양의 석상들이 놓여있었다. 돌하르방처럼 표면이 벌레먹힌 듯한 돌덩이로 이루어진 수많은 석상들은 하나같이 요괴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이것들은···.”

“요호 부하들이네.”

요호 매구는 누구보다 남을 믿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유경명을 자신의 꼭두각시로 만든 것과 비슷하게, 동포인 요괴들 또한 언제든지 돌로 만들어버릴 수 있다는 공포를 이용해서 지배하고 있었다. 진고요가 세찬 바람을 일으키며 말했다.

“전부 부숴버릴까.”

“안 돼. 그러면 큰일 나.”

지금 바위가 되어있는 요괴들은 일종의 봉인 상태라고 할 수 있었다. 억지로 부숴버리면 구속구에서 풀어주는 꼴이 되어 그대로 활동을 시작해버린다. 그렇다고 방치해두었다간 요호가 돌아왔을 때 그대로 전력이 된다. 해결법은 간단했다.

“당신이 전부 결계 밖으로 끌고 나가 전이시켜.”

그것이 진고요를 데리고 온 이유였다. 여우고개의 보스전이 시작되기 전에, 지형물을 이동시킬 수 있는 기술을 이용해 모든 석상들을 미리 결계 바깥으로 옮겨놓으면 요호가 백귀야행을 해방시키려 해도 추가 전력이 난입하지 않는다.

“그 뒤에, 당신이 바깥에서 해줘야 할 일이 있어.”

나는 진고요에게 지시를 설명해주었다.

진고요는 신속하게 자기 역할에 대한 이해를 끝내고, 바람을 휘날리며 온 건물 안에 있는 석상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동안 이쪽도 준비해야 할 것들이 있었다. 나는 여우고개의 파란 하늘 위를 가리키며 유경명에게 말했다.

“구름 많지?”

“그렇군.”

“바깥에는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는데.”

그 말에 유경명은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 즉시 최대 위력의 호신강기를 끌어내, 검을 휘둘러 하늘 쪽을 강타했다. 놀랍게도 멀리 날아간 강기에 구름이 떠있던 하늘은 자그맣게 금이 갔다. 유경명은 다시 대검을 휘둘렀다.

와장창! 하늘이 조각나 깨지며 새파란 하늘은 어두운 밤하늘로 변했다. 이것이 여우고개의 진짜 모습이었다. 언제나 보름달인 마을. 아까까지의 파란 하늘은 여우고개의 중심부에 해당하는 보름달을 숨기기 위한 장막 비슷한 것일 뿐이다.

“달 부숴.”

내 말에 유경명은 또 호신강기를 분출해 날렸다. 파괴력 하나 만큼은 지금까지 내가 직접 본 기술들 중 최고였다. 이내 보름달은 그대로 하늘에 걸려있는 채 여러 조각으로 박살났다. 이걸로 요호의 비장의 수 또한 쓰기 힘들게 됐다.

마을 안의 모든 석상을 전이시킨 진고요에게는 돌아가도록 말해두었다. 그의 역할은 끝났고, 미안한 말이지만 진고요의 참전으로 변수가 늘어나는 건 오히려 사양이었다.

싸움의 무대는 완벽하게 갖추어졌다. 이제는 두 명만으로도 이길 수 있다. 이미 혈통시대에서 정세나와 흑호 둘로 요호를 이겨본 적이 있으니, 내가 정세나의 역할을 대신하면 될 뿐이다. 어두운 밤의 마을 입구에 나와 유경명 둘이 섰다.

그리고 한 순간, 모든 마을에 등불이 환하게 켜졌다.

“왔군.”

휙 고개를 올려다보면, 그곳에는 아홉 개의 여우 꼬리를 흔들고 있는 여자가 우리 둘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여우고개의 주인이 돌아왔다. 슬슬 이상을 느끼고 돌아올 만한 시간이기는 했다. 나는 유경명의 정신과 감응했다. 다행히도 유경명은 요호를 앞에 두고도 냉정함을 유지할 수 있었다.

“척 보니 헤매다 들어온 건 아닌 것 같고, 도둑일까?”

“여기 훔칠 게 뭐가 있다고 도둑이래.”

“그러면 무슨 일로 우리 집에 찾아왔는지 말해주겠니?”

요호가 내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여우고개 안에 쳐들어왔는데도 그녀는 이쪽을 전혀 위협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처분은 이야기를 들은 뒤에도 언제든지 할 수 있는 하찮은 벌레 정도로 보고 있었다. 나는 그녀를 향해 중지를 올렸다.

“너 죽이러.”

참, 이래서 인간들이란. 곤란하다는 듯 뺨에 손을 얹은 요호는 공중에 떠있는 채로 쓴웃음을 지으며 나를 관찰했다. 어느 정도로 강한지 가늠해볼 요량인 듯 했다. 꽤 쓸만하면 시체를 강시로 만들어 써먹을 여지가 있을 테니까.

“요즘 호환한테 줄 일감이 없어서 걱정했는데, 잘 됐지 뭐야. 도축용 칼도 안 쓰고 방치하면 무뎌지는 법이거든.”

“부를 필요 없다.”

대답한 것은 옆에 서있던 유경명이었다. 얼굴을 가리고 있던 모자를 벗은 그는, 코트의 안주머니에서 가면 하나를 꺼냈다. 귀신처럼 이빨이 다 드러나있는 괴물 호랑이. 호환의 가면이었다. 유경명은 그 가면을 땅바닥에다 내던졌다.

그리고 콰직, 발로 힘껏 밟아뭉개 깨뜨려버렸다.

“아니 그거 신체강화 용으로 쓰라니까? 내가 옆에서 흉폭화 안 하게 케어해주면 그거 써도 아무 나쁜 영향 없다고.”

“기분 나빠서 싫다.”

“아, 진짜···. 금가에 조각 모아가면 복원해주려나.”

나는 저 귀중한 물건을 아무렇지 않게 부숴버린 유경명의 행동에 아까워서 가슴을 쾅쾅 쳤다. 그리고 이쪽을 바라보고 있던 요호의 얼굴이 드디어 조금쯤 진지한 기색을 보였다.

“과연. 그렇게 된 거구나.”

요호가 미소짓고 나는 그대로 중지를 들고 있었다.

“무슨 수를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대단한걸. 저걸 제정신으로 돌려놓다니, 보통 방법으로는 불가능했을 텐데.”

“쉽던데.”

“하지만 저 가면에는 꽤 정성을 들였는데. 주제도 모르고 밟아서 부숴버리다니···. 조금은 짜증이 나는걸.”

그녀가 공중에서 한 바퀴 공중제비를 돌며 내려오자, 혼혈의 형상을 하고 있던 요호 매구는 타오르는 불꽃과 같은 털을 하고 있는 거대한 여우 그 자체가 되었다. 불꽃을 머금은 구슬 아홉 개가 요호의 몸 주변에서 돌아가기 시작했다.

<최소한 너희도 같은 꼴이 되어야 공평하겠지.>

요호 주변에서 돌아가는 저 구슬들은 요력의 총체로서, 하나하나가 내가 가지고 있는 여우구슬과 같이 추가 목숨이나 마찬가지인 물건이었다. 즉 대요괴 요호 매구를 토벌하기 위해선 최소한 열 번 죽음에 달하는 공격을 먹여야만 한다.

나는 구슬 하나를 가리키며 유경명에게 말했다.

“내가 지금 가리킨 구슬.”

“그래.”

“시계방향으로 1, 2, 3, 4, 5, 6··· 해서 9까지. 오케이? 내가 몇 번 구슬 때리라고 할 때 정확하게 맞춰야 돼.”

“확인했다.”

유경명이 외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똑같은 모양의 구슬이 계속해서 회전하면서 위치를 바꾸고 있기에 혼란스럽겠지만, 난전 사이에서 정보를 계속해 취합하는 건 오로지 실전만으로 성장해온 유경명의 최고 특기나 다름없었다.

“그러면 넌, 여기서 죽어줘야겠다.”

나는 어두운 마을에 내려앉은 요호를 보고 웃었다.

대요괴 사냥의 시작이었다.

< 풍종호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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