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만 백퍼센트 순혈인간-80화 (80/113)

< 유곡가인 (1) >

세한의 경비원이 조용히 초시계를 내려다봤다.

“37초 63···. 신기록 갱신이군요.”

선도부 전용의 단련실에선 오늘도 똑같은 풍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검은 날개를 펼치고 있는 소녀 하나가, 수많은 2학년 부원들을 벽과 바닥에 내팽개쳤다. 잠깐 숨을 가다듬고 있자 저편에서 한 명의 인영이 걸어왔다. 선도부장인 민유리였다.

“정말 선배들을 다루는 게 거친 녀석이군.”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진소란은 적을 인식하자마자 방향을 전환해, 최단거리로 돌진하는 새까만 직선이 되었다. 경비원이 진소란에게 철저히 박아넣은 ‘발을 쓰는 법’은 거대한 마물과의 장기전을 염두에 두고 있는 형태가 아니었다.

좀 더 작고 아담한 크기의 상대. 구체적으로 말해 인간을 제압하기 위한 기술이었다. 하지만 민유리는 아무렇지 않게 진소란의 일검을 받아냈다. 그야 선도부장인 민유리 또한 같은 기술을 지도받았으니까. 진소란은 그녀보다 하수였다.

“처음 들어왔을 때는 이렇게 난폭한 성격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뭐가 그렇게 초조한 거지? 이미 선도부에서 너와 제대로 싸울 수 있는 녀석은 손 꼽을 정도밖에 남지 않았어.”

하지만 하수라고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기술 자체의 이야기였고, 혈통능력을 지닌 성골들끼리의 싸움에선 선천적인 자질이 큰 부분을 차지했다. 진소란 등 뒤의 날개가 크게 젖혀지며, 쭉 뻗은 깃털들이 적을 향해 화살처럼 쏘아졌다.

기습적인 공격에도 선도부장은 재빨리 다섯 장의 깃털을 튕겨냈지만, 나머지 하나가 그녀의 어깨 앞쪽에 날아가 꽂혔다. 마력이 담긴 검은 깃털은 대상의 몸 일부를 무겁거나 가볍게 해 평형을 잃게 만든다. 진소란이 검을 치켜들었다.

“흑패. 받아갑니다!”

크게 휘둘러진 진소란의 검에 망설임은 없었다. 아무리 민유리가 백전연마의 선도부장이라 해도, 한 번 몸의 밸런스가 무너진 상태에서 다시 자세를 고쳐잡은 뒤 대응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민유리는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

“그러니까. 뭘 그렇게 초조해하는 거냐 했을 텐데.”

자연스럽게 검이 움직인다. 시간에 맞추지 못해야 할 대응이 진소란의 공격에 따라붙었다. 일격에 승부를 결정하지 못하자 큰 동작으로 빈틈을 내보인 건 오히려 진소란 쪽이었다. 민유리가 진소란을 칼자루로 후려쳐 바닥에 깔아뭉갰다.

엎드린 진소란의 등에 선도부장이 능숙한 몸짓으로 다리를 꼬아 앉고, 자신의 옷에서 깃털 하나를 뚝 떼어냈다.

“기술에 당해준 척 하자마자 신나서 달려드는 꼴이라니. 정직한 건 인간관계와 돈 씀씀이 정도로 해둬라. 그 철두철미한 녀석이라면 애초에 이런 싸움, 시작조차 안 했겠지.”

민유리가 시선을 던지자, 경비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번 싸움의 상세를 기록했다. 세한기전의 두 번째 흑패 소유자가 되기 위한 진소란의 일곱 번째 도전은, 앞선 여섯 번의 시도와 똑같이 선도부장이라는 벽을 넘지 못하고 좌절당했다.

“당신만···. 당신만 이길 수 있으면···!”

“그런데 못 이기지 않냐. 슬슬 포기해라.”

민유리가 너도 참 미련하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선도부의 업무는 가혹하다. 기본적으로 학생들을 억압하는 역할인 탓에 교실 안에서 고립되거나 미움받기 쉬운 것도 있지만, 그런 정신적인 것보다 순수하게 육체적으로 고된 것이 문제였다. 괜히 인력난이라는 표현을 쓰는 게 아닌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력난이기 때문이야말로 선도부는 개개인의 능력과 의지를 신중히 검토해 정식 부원을 선출했다. 일단 부원이 되면 죽어라 굴릴 수밖에 없는 탓에, 적성에 맞지 않는 인간을 적당히 강요하듯 구슬려 앉힐 수가 없는 것이다.

거대 마물이 순위전에 난입한다거나, 용병들이 발표회를 점거하려 한다거나 하는 대사건이 아니더라도, 세한기전이라는 마굴에 선도부의 개입이 필요한 일은 하루에도 몇 개나 일어난다. 외부 인력에게 떠넘기는 것에도 한계가 있었다.

위험한 학생과 얽힌 끝에 사고로 재기불능의 부상을 입고 그대로 세한기전을 자퇴하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이러한 일들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해결책은 간단했다.

그렇게까지 열심히 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최소한의 규정만을 지키며, 있는 듯 없는 듯 존재하면 된다. 애초에 환영받는 일도 아니었다. 골치 아픈 일에 휘말리게 하지 마라, 괜시리 일을 키우지 마라, 그런 식으로 따지고 들면 끝이 없다. 온갖 불평들을 들으면서 하는 일이다.

하지만 끝이 없다는 걸 알고서도 끝이 없는 수고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겠다 결심한 인간들이 있다. 그런 머리가 나쁜 학생들이 모여있는 곳이 바로 세한기전의 선도부였다.

신입이었던 진소란에게 여러 가지를 가르쳐줬던 선배도 그러한 인종이었고, 지금은 부상으로 선도부에 나오지 못하고 쉬고 있다. 그 뒤 같인 순찰을 돌던 선배도 그러한 인종이었고, 지금은 부상으로 선도부에 나오지 못하고 쉬고 있다.

“···정신이 나갔어.”

무릎 꿇은 진소란은 자신이 제압한 선도부원들을 바라보았다. 운 좋게 재능을 타고났을 뿐인 신입 하나를 막는 데에도 힘에 부쳐 이 꼴이다. 자신은 순위전에서 대단한 성적을 거둔 것도 아니었다. 자신보다 강한 1학년은 얼마든지 있다.

만에 하나 그런 녀석들이 선도부와 적대하게 되었을 때, 이미 무리하는 중인 선도부는 대체 어느 정도의 타격을 받게 되는 것일까. 진소란은 굳이 상상해보는 것조차 싫었다.

“왜 모두 선도부 같은 일을 하는 겁니까.”

그런 와중 흑패라는 물건에 대해서 떠올린 것이다.

그것이 선도부를 지휘하는 권한만을 편리하게 유용할 수 있는 예외적인 자리의 증표라는 건 쉽게 알아낼 수 있었다. 그야 가르쳐주지 않는다면 송한솔에게 물어보면 될 뿐이니, 경비원 입장에서는 솔직하게 말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녀는 혼자 선도부 전체와 맞먹는 수준의 예외적인 학생이 아니면 흑패 발급은 불가능하다 말했고, 진소란은 그 예외가 되는 것에 도전하기로 했다. 선도부장은 차기 선도부장을 뿌리부터 단련시키는 데엔 딱 좋은 기회라며 응해주었다.

그리고 당연하게 실패했다. 진소란이 꽉 주먹을 쥐었다.

“이해가 안 갑니다. 다치기만 하고 힘들 뿐인데. 왜 선배들은 이런 아무 득도 없는 일에 힘쓰려는 건가요.”

“선도부인 네가 할 말이냐.”

진소란의 계획은 아주 단순했다. 흑패 소유자는 선도부의 유지 등, 선도부장이 지니는 의무에 얽매이지 않고 순수하게 그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 선도부장을 제외한 선도부원 전체를 강제 퇴출시키는 것 또한 가능했다.

그렇게 선도부에 자신 한 명만을 남기는 게 진소란의 목적이었다. 자기 스스로가 선도부 전체를 합친 것보다 빠르고 강하다면, 선도부 사람들이 고생을 할 필요도 의미도 없다.

“설마 뭐. 자신은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네.”

선도부장이 농담처럼 던진 말에 진소란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자부심 따위의 긍정적인 감정이 느껴지는 얼굴이 아니라, 끔찍한 자조에 가까웠다. 얼룩을 닦기 위해 만들어진 걸레는 따로 있는데 왜 깨끗한 수건을 쓰냐는 듯.

그리고 진소란의 말에 민유리가 한 대 꿀밤을 먹였다.

“아얏.”

“네 자기평가에 대해서는 뭐라 한 마디 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만, 아무튼 흑패는 포기해라. 그건 애초부터 어딘가 다른 놈들을 위해 준비된 물건이야. 너도 그 건방진 자식과 같은 반이라면 알 텐데. 그 놈이 얼마나 이상한지.”

“사람을 이상한 놈 취급하시고 너무하시네.”

그 목소리에 단련실에 서있던 모든 이가 휙 고개를 돌렸다. 단련실 한쪽에 늘어서있던 비품들의 꼭대기에, 자연스러운 자세로 턱을 괴고 앉은 송한솔의 모습이 있었다. 송한솔은 누구도 눈치채지 못한 사이 어느 샌가 그곳에 앉아있었다.

“사람이 참 뒷담 같은 거 하고 다니면 안 되는 거예요. 선도부장쯤 되는 사람이면 평소에도 모범을 보이셔야지.”

“한솔! 네가 여긴 무슨 일로···.”

“무슨 일이고 뭐고. 여기 선도부 시설이잖아? 난 모든 선도부 시설들을 정당하게 이용할 수 있는 권리가 있어.”

비품들 위에 앉아있는 송한솔이 진소란 쪽을 향해 흑패를 꺼내 흔들었다. 팔짱을 낀 민유리는 눈썹을 찌푸렸다.

순간이동이나 투명 능력이라도 갖고 있지 않은 이상 설명이 안 될 정도로 갑자기 나타난 것도 놀랍긴 하지만, 정말 의문스러운 점은 선도부 전용의 지하 시설을 어떻게 알고, 어떻게 들어왔냐는 점이었다. 선도부장인 자신에게 따로 카드키를 발급받지 않으면 입구의 보안을 통과할 수 없을 텐데.

그리고 송한솔이 민유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잠깐 얘 좀 빌려갈게요. 문제 없죠? 활동 중인 일반 선도부원은 흑패 권한으로 언제든 차출 가능하니까.”

송한솔의 시선에 경비원은 테스트는 끝났으니 상관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갑자기 나타난 송한솔은 자신의 반 친구를 데리고 유유히 지하의 단련실에서 사라졌다.

* * *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일단 진소란이 있을 만한 장소들을 하나씩 돌아다니다 찾아내서 끌고 나오긴 했는데, 갑자기 대뜸 차대엽네 형이 끝내주는 검사인데 이번 방학에 걔네 집 놀러가서 단련하고 오자 권하기는 조금 부담스러웠다.

벤치에 앉은 난 진소란에게 음료수를 건네며 말했다.

“아깐 뭐 하고 있었던 거야? 집단전 연습?”

“흑패의 자격 심사다.”

진소란이 진지한 얼굴인 그대로 입을 열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대답에 나는 안주머니에서 흑패를 꺼내 보여주었다.

“이거? 필요해? 뭐 도와줄 거 있나.”

“아니, 나 혼자서 선도부 전체를 대체할 수 없으면 의미가 없어. 사람들이 무리를 하는 게 답답해서 그런 거니까.”

그 말에 난 대충 어떻게 된 일인지 감을 잡았다. 혈통시대에서도 선도부장이 된 진소란은 학교의 모든 사건을 자신이 먼저 해결함으로서 선도부가 할 일이 없게 만드는 게 목표였다. 진소란은 기본적으로 내로남불의 화신이기에, 자신이 다치거나 구르는 건 되도 남이 그러는 것은 못 넘겼다.

“방학 때는 어디 갈 예정 있냐?”

“딱히 없군. 학교에 남아있을 생각이다.”

“수업도 없고 시간이 엄청 붕 뜰 텐데.”

애초에 방학까지 캠퍼스에 틀어박혀있지 말고 밖에 나가 휴식이든 다른 활동이든 하라는 것이 세한기전의 방침이었다. 학기중에는 학생들 모두 너무 빡빡한 커리큘럼에 묶여있기에 다른 방향의 자기 개발이 불가능해지는 경향이 있으니까.

사실 나처럼 성적 따위 내다버린 양아치랑은 상관이 없는 이야기였지만. 그리고 진소란이 옆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마 우리 혈족은 내가 돌아가는 걸 그리 달갑게 여기지 않을 거다. 가족의 정에 기대는 건 어리광일 뿐이니.”

평소와 달리 묘하게 당당함이 없어진 진소란의 말투에 나는 작게 콧숨을 쉬었다. 백익 혼혈들 사이에서 내려오는 전설이다. 진소란의 가족은 수십 년 만에 태어난 흑익인 그녀에게, 정의를 위해 싸우는 영웅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적어도 진소란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사실은 정반대였다. 그들은 진소란에게 아무 것도 기대하고 있지 않았다. 당신은 정의를 이루기 위해 태어난 특별한 존재입니다. 그렇게 존대까지 하며 영웅으로 대접한다. 그것은 단순히 진소란을 자신들과 분리하기 위한 수작이었다.

백익 혼혈들은 하나같이 상당히 깔끔을 떠는 성격이었고, 그들의 새하얀 날개에 대단한 자부심이 있었다. 그들에게 순백의 날개는 단순한 외모 이상이었다. 얼룩이나 다른 색의 깃털이 섞여있는 자들을 은근히 열등하다 무시할 정도로.

그런 마을에서 완전히 새까만 날개를 가지고 태어난 아이는 오점 이외의 무엇도 아니었다. 조금 과장해 말한다면 그들에게 진소란은 태어난 아기가 괴물이었던 것과 별 차이가 없을 것이다. 애초에 같은 혼혈이라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것만이었으면 괜찮았겠지만, 그들은 하나같이 대단히 체면이나 명분 따위를 중요시하는 성격이었다. 적어도 아이를 단순히 괴물 같다는 이유로 버려버리거나, 단순히 보기에 불길하다는 이유로 마을에서 내쫓을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영리한 그들은 타협안을 내놓았다.

흑익은 전설 속에 나오는 특별한 존재다. 우리들과는 태생부터가 다른, 정의를 이루기 위해 태어난 영웅이다. 그런 이야기를 근거로 가족들은 진소란의 가족이기를 거부했고, 마을은 진소란과 동류이기를 거부했다. 정중하게 떠받들면서.

진소란은 비단으로 둘러싸인 집에서 마을과는 격리된 채로 아주 귀하게 자랐으며, 어릴 적부터 스스로는 사람들을 지키고 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태어난 특별한 존재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진소란은 그러한 기대에 응하기 위해 단련했다.

가족들도 자신을 사랑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말을 했다간 정에 사로잡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걸 우려해, 언제나 다가서지 못하고 멀리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몇 번이나 자신 안의 의심을 죽여가며, 오로지 불의를 참하는 검이 되기 위해 혼자 노력해왔다.

금예린과는 여러 모로 정반대인 성장 과정이었다.

자신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요물일 뿐이라 생각하는데도 가족 같은 애정을 받은 탓에 완벽한 당주로 있어야 한다는 강박에 걸린 금예린과, 자신을 기피하고 있을 뿐인 가족에게 애정이 있을 거라 굳게 믿으며 정의를 추종하는 진소란.

진소란 쪽에서 금예린을 의식하게 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진소란은 바보가 아니었고, 그녀가 사실 어떤 취급을 받고 있는지 마음 깊은 곳에서는 깨닫고 있을 것이다. 단지 의식이 그걸 자각하고 싶지 않아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 진소란에게 있어서 혈육조차 아닌데도 마을 전체에 가족 같은 애정을 받으며 자라난 금예린은 모든 걸 가진 것이나 마찬가지겠지. 진소란이 금예린의 가벼운 도발에 그렇게까지 잘 걸리는 이유는, 그녀에게 질투하고 있어서였다.

딱히 그것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말하고 싶지는 않았다. 가족과의 갈등을 제대로 마주보고 해결해나갈 것인지, 아니면 그냥 무시하고 살아갈지는 전적으로 진소란의 선택이었다. 상담이라면 응해주겠지만 내가 먼저 떠들 문제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은 얼마 안 있어 적으로서 진소란 앞에 서게 된다. 진소란은 결국 자기 마을 사람들을 베어버리겠지. 질서를 어지럽히는 악은 베어야 한다고 가르침받은 대로. 그런 것을 두고 보는 건 같은 반 친구로서 도리가 아니었다.

혈육과 마주보든 도망치든, 전부 진소란이 마음의 정리를 끝낸 다음이 좋다. 아무 것도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족을 자기 손으로 베어버리는 건 최악이었다. 그러한 사태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아주 간단했다. 진소란이 한 명도 죽이지 않고도 상황를 해결할 수 있을 만큼 강해지면 된다.

그리고 나는 혈통시대의 동료들을 빠르게 강하게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는 이골이 나있는 인간이었다. 음료수를 다 마신 나는 빈 페트병의 뚜껑을 다시 잠그며 말했다.

“뭐, 나도 방학 때 갈 곳이 없기는 해. 가족 같은 거 없고. 본가는 좀 멀어서 현실적으로 돌아가는 게 무리거든···.”

그냥 먼 게 아니라 좀 많이 멀다. 어떻게 해야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눈앞의 해야 할 일들을 처리하다 보면 단서가 보이지 않을까 막연한 희망을 가질 뿐이다. 진소란이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래서, 우리 1학년 수석님께서 제안이 있다는데.”

그리고 인터넷에 차대운, 세 글자를 검색해 예의 바르게 웃고 있는 대단한 유명인의 얼굴을 보여주었다.

“검성한테 지도받는 거. 관심 있어?”

< 유곡가인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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