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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백퍼센트 순혈인간-82화 (82/113)

< 유곡가인 (3) >

며칠이 지나자 진소란은 차대운을 완전히 스승처럼 따르며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신봉하게 되었다. 세한에서 기다리고 있을 경비원이 서운해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그런 말을 넌지시 건네자 진소란은 얼굴을 붉히며 화를 냈다.

“그,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확실히 딱히 정식으로 사제지연을 맺은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의 지도를 추종한다고 해서 나쁠 것은 없었다. 진소란 입장에서는 며칠 만에 실력이 쑥쑥 늘어가는 게 느껴지니 차대운에게 단련받을 남은 날들이 아까워 죽을 지경일 것이다.

딱히 경비원의 지도법이 잘못된 것이 아니었다. 다만 차대운은 말 그대로 극단적인 방법으로 진소란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바위에 부딪혀 깨져버리든가, 아니면 바위를 깨뜨리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든가 하는 식이었다. 효과는 확실했다.

“피하고 싶으면 피해도 상관없어.”

차대운은 웃는 얼굴인 채로 검을 치켜들었다.

“여기까지라 납득하고서 그만두는 것도 하나의 용기니까. 확실히 말해두는데, 나는 절대로 직전에 멈춰주지 않아.”

그가 들고 있는 것은 이전과 같은 목검이 아니라, 제대로 날이 서있는 날카로운 검이었다. 사고를 막기 위한 방어용 결계도 일부러 해제했다. 무슨 짓을 해서라도 강해지고 싶다고 한 진소란에게, 차대운은 정말로 무슨 짓이든 시켰다.

침을 꿀꺽 삼킨 진소란이 조용히 자세를 잡았다.

”···일부러 시간을 내주시는데, 지도받는 입장이 기대에서 등을 돌리는 건 아니 될 일. 계속해서 부탁드립니다.“

“딱히 기대 같은 건 안 하지만 말이야.”

그 말과 동시에, 차대운의 팔이 휘둘러졌다. 검격은 아슬아슬하게 대응할 수 없는 스피드로 진소란을 몰아붙였다. 그리고 이내 ‘공격을 허용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 만들어졌다.

차대운은 일부러 진소란보다 정확히 한 단계 위의 속도로 공격하고 있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검을 주고 받았다간 간단히 무방비가 되어 급소가 노출되어버린다. 그는 말한대로 정말 진소란을 다치게 하기 직전에 멈춰줄 생각이 없었다.

뒤로 물러나 피하는 것은 쉽겠지만, 그랬다간 지도는 거기서 끝. 순간적으로 대응할 수를 찾아내 그 자리에서 역전의 기술을 체화하지 않으면 중상을 입을 수도 있었다. 상황을 뒤집는 수. 정상적이지 않은, 비정상적인 움직임과 형태.

마치 묘수풀이와도 같다. 차대운이 몰아붙이는 연격의 끝에는,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틈이 있었다. ‘정답’이라고 할 수 있을 아주 가느다란 실마리. 그것을 잡아내 곧바로 반응할 수 있다면 받아칠 수 있다. 잡아내지 못했다면 단칼에 베일 뿐.

한 순간 집중을 잃는 순간 피투성이가 된다. 헤엄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하니 일단 익사할 위기에 빠뜨려보잔 것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 당연히 실력이 느는 속도는 빠르겠지. 이미 훈련이라고 표현할 수도 없었다. 저건 그냥 실전이다.

그런 미친 짓을 차대운은 은은한 미소를 지은 채, 진소란은 반쯤 희열에 빠진 얼굴로 반복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진소란은 ‘반드시 당해야 할 상황’에서 단 하나의 활로를 찾아 생환했다. 검을 튕겨낸 진소란이 숨을 몰아쉬었다.

“해냈다···.”

공방은 한 순간이었다. 진소란이 지금 숨을 헐떡이고 있는 건 육체의 피로 때문이 아니라, 사선을 정면으로 마주한 정신의 긴장 때문이었다. 그러면서도 또 하나의 한계를 넘어선 게 기쁘다는 듯 웃었다. 저런 나사 빠진 방식을 웃으면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야말로 탈선자의 자질일지도 몰랐다.

실제로 저번엔 일부러 앞으로 더 걸어가 칼자루와 가까운 부분의 칼날을 어깨로 받아넘겨, 다른 쪽 손에 넘겨준 검으로 반격하는 게 상황을 타파하기 위한 기술이었다. 빗맞춰진 검격을 정면에서 받아낸 진소란의 어깨는 피부가 찢어졌고, 차대엽의 어머니에게 무슨 짓을 하는 거냐고 크게 혼났다.

그럼에도 그만둘 생각은 양쪽 다 요만큼도 없어보였다. 성공한 게 그 모양이니, 실패했을 때의 참상이 어떨진 상상도 안 갔다. 차대엽은 어련히 잘 조절할 거라고 말하지만.

‘나는 평생 탈선 못하겠네.’

사실 애초에 혼혈이 아니니 탈선자 따위 될 수도 없다. 아무튼 강해지는 데에 위험을 감수하는 건 취향이 아니었다.

진소란이 이번에도 한 순간 정답을 찾아내 받아치자, 차대운은 놀라지도 칭찬하지도 않고 칼을 거두었다. 진소란에게 기대 따위 하지 않고 있다는 차대운의 말은 사실이었다.

기대라는 건 애초에 상대방이 이러했으면 좋겠다는 희망이다. 차대운은 진소란이 이 정도의 한계는 뛰어넘을 수 있다고 희망 따위가 아니라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1 더하기 1을 했는데 2가 나왔다고 기뻐하는 인간은 없다.

“방금 움직임, 언제든 쓸 수 있도록 만들도록 해. 상당히 편리해지니까. 감각은 잡았으니 재현할 수 있겠지?”

“···네. 확실히.”

차대운은 오늘은 여기까지라는 듯 가칭 진소란 죽이기 훈련을 멈추었다. 딱히 너무 가혹한 일정이라는 생각에 그런 것이 아니라, 아무리 강제로 생명의 위기에 빠뜨린다 해도 정신이 필사의 집중을 유지하는 데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구석 옆에 앉은 차대엽에게 말했다.

“너 가르칠 때도 저렇게 했냐?”

“그렇진 않았는데···. 오히려 진검으로 훈련하려 들면 위험하다고 혼났지. 검귀니까 웬만하면 다칠 걱정 없는데.”

가부좌를 튼 차대엽은 내 지도를 받고 있는 중이었다. 뇌를 불태우고 있는 저쪽과 달리, 이쪽은 마음을 평온히 비우는 훈련이었다. 자기 내면에 누군가가 발을 들이는 것을 거부하지 않는 것.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것을 아주 힘들어했다.

놀랐을 때 무의식적으로 몸에 힘이 들어가는 것과 비슷했다. 정신이 다른 무언가를 느끼면 발작적으로 밀어낸다. 그렇기에 수도 없이 초대 검성의 신검을 휘둘러, 자신의 일부라 생각하게 된 뒤에야 그 안의 정령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래서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고로 어떻게든 과정을 단축할 수 없을까 고안해본 방법이 이것이었다. 큼큼 헛기침한 차대엽이 얼굴 앞에 든 신검을 보며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연극하는 것처럼 어색해하지 말라고! 진짜 사람이랑 대화하는 것처럼 대하란 말이야. 얘가 지금 뭐라고 해?”

“안녕하세요. 라고 하는데.”

“그건 그냥 네 망상이야. 좀 더 잘 느껴.”

진짜 신검 안의 정령은 예의는 있구나 꼬맹아, 라고 말하는 중이었다. 나는 옆에서 차대엽과 정령의 의식을 이어주려 노력하고 있었지만, 역시 내가 아닌 사람은 쉽게 다른 정신과 접촉하지 못하는 듯 했다. 차대엽이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차라리 저쪽 훈련이 더 편해보이는걸.”

“너는 할 수 있어. 나를 믿어!”

차대엽 앞에 앉은 나는 두 손으로 든 스케치북을 천천히 한 장씩 넘겼다. 스케치북에 그려진 형태대로 차대엽이 초대 검성의 신검을 변형시키는 훈련이었다. 계속 능력을 쓰며 이어져있는 상태라면 좀 더 정령을 느끼기 쉬워질 것이다.

차대엽이 자력으로 신검의 검령과 감응할 수 있다면, 그 감각을 살려 신검합일의 경지에 닿는 것도 훨씬 수월해질 게 틀림없었다. 일단 거기까지만 도달하면 온갖 곳에 차대엽을 데리고 다니며 눈덩이를 굴리고 다 쥐어팰 수 있었다.

극단적으로 말해 신검합일만 할 수 있으면 지금의 차대엽조차 차대운을 잡을 수 있는 견적이 나온다. 그만큼 백류의 신검합일은 만능에 가까운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혈통시대의 주인공답다는 말이 아깝지 않을 만큼. 차대엽이 말했다.

“오늘은 날씨가 좋네요. 정령님.”

“뭐라 대답하는 것 같아?”

“···그렇네요, 오호호?”

차대엽이 확신하지 못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이마를 짚고 한숨을 쉬었다. 역시 아직 갈 길이 멀어보였다.

* * *

차대엽네 식사는 아주 맛있었다. 저녁을 먹은 뒤, 나는 산책 좀 하고 오겠다며 매일 차대엽의 집 주변을 걸었다.

이미 며칠 만에 골짜기의 경치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나만의 명당까지 찾은 상태였다. 사실 경치라고 해봐야 밤이 되면 온통 새까맣게 물들어 보이지도 않았지만. 반대로 하늘에서는 별이 아주 잘 보였다. 생각을 정리하기엔 딱 좋았다.

차대운이 저렇게 열정적으로 진소란을 가르쳐주는 이유는 명백했다. 이윽고 자신의 한계에 부딪히게 한 뒤, 그걸 벗어던지며 탈선자로 거듭나게 하기 위해서겠지. 동포의 정 어쩌구는 제쳐두고서라도 일단 탈선자가 되어버리면 다른 세력에 몸을 의탁하지 않고는 정상적인 생활 자체가 불가능하니.

‘나중에 동료가 될 거라면 챙겨주지 않을 이유가 없지.’

일종의 선행 투자였다. 진소란이 인간을 버리고 탈선해야 성공하는 도박이었지만, 차대운은 진소란이 반드시 선을 넘을 거라 확신하고 있었다. 그건 사실이었다. 진소란은 어떤 이유로든 결국 탈선을 한다. 인간인 채로 제어할 수 있을 뿐.

돌연변이의 이상체질이라고 하지만, 다른 탈선자들 입장에서는 그렇게 불합리한 일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혈통시대의 주연들은 다 그런 놈들 천지였다. 모든 주문을 그냥 다 쓸 수 있거나, 모든 저주를 아무 반동 없이 걸 수 있거나.

별들을 보며 생각하고 있자니 옆의 커다란 바윗돌에 누가 풀썩 앉았다. 고개를 돌려보니 앉은 건 차대엽이었다.

“여긴 어떻게 알고 따라왔대? 길이 숨겨져있는데.”

“···누가 숨겼다고 생각하는 거야. 여긴 어릴 때부터 내 기지였어. 너야말로 투시라도 쓰지 않으면 못 찾았을 텐데.”

차대엽이 라이트를 켜 바위 한쪽을 비춰주었다. 그 말대로 그곳엔 차대엽이라고 검으로 긁어내 이름을 새긴 흔적이 있었다. 손님은 오히려 내 쪽이었다.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솔직히 놀랐어.”

“맞아. 나도 놀랐어. 저런 살벌한 걸 훈련이랍시고 한다는 게 참. 오늘 진소란 목 잘리는 거 아닌가 싶었다니까.”

“그거 말고.”

고개를 저은 차대엽이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진소란까지 데리고 우리 집에 왔다는 게. 너는 아무한테나 친한 척 다가서면서도, 어느 정도 선을 긋는 면이 있으니까. 이렇게 어울리는 건 꺼려한다고 생각했는데.”

뭐? 나 노는 거 좋아해. 너희가 날 따돌리는 거지.

그런 식으로 시치미를 떼는 건 간단했다. 하지만 쓴웃음을 짓고 있는 차대엽에게 그런 말을 하는 건 대단히 무례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무 말도 꺼내지 않고 차대엽을 쳐다보았고, 녀석은 바위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폈다.

“절친한 사이라도 쉽게 주지 못할 도움을 여기저기 뿌리고 다니다, 별 거 아니었다는 듯 다른 곳으로 훌쩍 떠나니까. 할 일은 다 했으니 더 이상 얽힐 필요가 없다는 것처럼.”

“담백한 관계를 좋아할 뿐이야.”

“그거. 그 애 앞에서 말하면 한 대 맞을걸.”

차대엽이 유매의 이야기를 하며 피식 웃었다. 확실히 유매라면 교정해주겠다며 다짜고짜 주문을 날려댈 것 같긴 했다. 하지만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최근 요괴 사냥이니 시나리오니 하는 일들로 바빠서, 같은 이유가 아니었다.

깊이 어울리지 못하는 건 조금 더 근본적인 문제였다.

모든 비밀을 다 터놓고 아무 것도 숨기지 않는 게 진짜 친구라는 거라면, 나는 아마 평생 친구를 사귈 수 없겠지. 결국 외부인에 불과한 나는 이 녀석들과 동등한 관계 같은 건 맺을 수 없는 것이다. 애초에 신분부터가 급조된 가짜였다.

“유매도 나도,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둔하지 않아.”

“갑자기 왜 이래? 수학여행 캠프파이어 시간도 아니고.”

이런 진지한 분위기는 질색이었다. 봐달라고 양손바닥을 편 내 말에 아랑곳않고, 차대엽이 담담히 말을 이었다.

“네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도, 친해졌다곤 해도 보인 모습보다 보이지 않은 모습이 훨씬 많다는 것도 진작에 눈치챘어. 알고 싶어하지 않은 건, 파고들지 않아줬으면 할 거라 생각했으니까. 그것도 유매 쪽은 상당히 한계 같아 보이지만.”

폭발에 대비를 해두는 게 좋아, 하고 차대엽은 진지하게 충고를 건넸다. 가볍게 흘려넘기기엔 좀 무서운 말이긴 했다. 일어선 차대엽은 옆의 바위를 향해 가볍게 검을 휘둘렀다.

“사정을 파고들 생각은 없지만···. 도움이 되고 싶다고는 생각하고 있어. 딱히 이유나 설명같은 게 없어도, 그냥 도와달라고 하면 도와줄 거야. 그러니까 네가 곤란할 때 굳이 말려들게 할 필요는 없다 생각하진 마. 친구로서 섭섭하니.”

“섭섭하다니.”

“유매 식으로 말하면, 짜증이 나.”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바로 이런 부분이었다.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정말 이야기 속의 주인공 같은 녀석들이구나 하고 생각하게 된다. 혈통시대를 살아가는 빛나는 이 녀석들과 도망쳐버린 나는 인종 자체가 다른 것이라 실감한다.

쩝 입맛을 다신 나는 앉아있던 그대로 공중에 떠올랐다. 슬슬 얘네 어디 갔나 하고 집에서 찾을 시간이었다.

“오케이. 접수.”

“접수?”

“진짜 위험할 거 같을 땐 질질 짜면서 살려달라 도움을 구걸해보지. 그때 가서 이건 좀 하면서 도망치지 마라.”

저택으로 돌아가는 길, 차대엽은 방금 내가 한 말을 유매한테도 전달해도 되냐며 끈질기게 물어왔다. 나는 마음대로 하세요~ 하고 누워서 뒷짐을 진 채 공중에 떠 날아갔다.

슬슬 차대엽네 집에서의 합숙도 마지막 날이었다.

* * *

“오늘은 바깥에 나가서 가르쳐줄 게 있어. 아주 중요한 거니까 반드시 따라와. 어르신들 재주도 좀 구경하고.”

“···네? 따라가도 되나요?”

“그럼 그럼. 이런 기회를 놓칠 수야 없지.”

아침에 온 편지를 확인한 차대운은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보였다. 사실 왠지 모르게도 아니었다. 정말로 소풍 가는 어린이처럼 들떠있는 기분이 여기까지 팍팍 전해져왔다.

차대운의 손에 들려있는 것은 종친회의 호출장이었다.

차대엽네 집의 종친회라고 하면, 당대 검성을 필두로 하여 수많은 원로 검귀들과 현역 칼날술사들이 우글우글 모여있는 괴물 집단이었다. 그런 곳의 장로가 굳이 차대운을 꼭 집어 즉시 찾아오라 호출하는 것은 결코 좋은 징조가 아니었다.

좋은 징조가 아닌 수준이 아니라, 혈통시대의 시나리오를 통틀어 그런 경우는 딱 하나밖에 없었다. 차대운이 뒤에서 해오던 온갖 행위를 비롯해 전대 검성을 매장한 범인이 누구인지 꼬리가 잡혔을 경우였다. 싱긋 웃은 차대운이 말했다.

“대엽이 넌 집에 있어? 그쪽 양반들 거북하잖아.”

“응.”

차대엽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러 정치와 권력싸움의 한복판인 종친회의 인간들은, 당연히 천재인 차대엽을 가만히 놔두려고 하지 않았다. 딱히 권력 따위에 관심이 없는 차대엽의 입장에서는 대단히 귀찮고 짜증나는 인간들이었다.

저택 마당에 나온 차대운은 드디어 이때가 왔다는 듯 상쾌하게 맨몸운동을 시작했다. 어떻게 해야 오늘이라는 특별한 날을 더 훌륭하게 끝맺을 수 있을까 고민하는 얼굴이었다. 내가 옆에 가 서자 차대운이 피식 웃으며 이쪽을 돌아보았다.

“얼굴을 보니 한솔이 너도 예상이 갔나 보구나? 하긴 그 양반들이 긴급 자까지 붙여서 날 호출할 용무야 뻔하지.”

“가서 어쩔 셈이야.”

“물론, 전부 죽일 생각인데.”

차대운은 상쾌하게 웃으며 한 손에 신검을 발현시켰다.

< 유곡가인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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