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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백퍼센트 순혈인간-109화 (109/113)

세한삼우 (3)

차대엽 패거리의 깜짝 등장에 나는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 옆에선 자세빈이 맥없는 놈이라는 듯 코웃음을 쳤다.

“당황했군. 이건 예상에 없었던 건가?”

“그래. 완전히 허를 찔렸어.”

결계를 활용하는 금예린의 전략이란 이를테면 땅따먹기 같은 느낌의, 자신들의 영역을 천천히 늘려가는 양상일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대뜸 이쪽에 직통으로 전이해오다니. 어떤 방법을 써서 내 위치를 특정한 건지는 대충 짐작이 갔다.

“여우구슬이구만···.”

“어머, 눈치도 빠르셔라.”

그야 이런 무지막지한 주물을 봉인도 없이 주머니에 대충 넣고 다녔는데 주술사 쪽에서 추적하지 못하는 게 더 이상했다. 하지만 내가 이런 상황을 경계하지 않은 건 신중한 금예린이 이런 도박수를 던질 리 없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성급하게 승부를 내는 건 싫어하지 않았었나?”

“당신한테 뭘 할 시간을 주기 싫어서요.”

금예린이 주변에 부적들을 전개하며 말했다.

“그리고 저는 딱히 속전속결을 싫어하는 게 아니에요. 확실히 이기는 걸 좋아하는 거지. 무슨 뜻인지 아시겠죠?”

나는 눈썹을 찌푸렸다. 금예린의 말은 곧 자신이 반드시 이긴다는 확신이 있기에 지금 여기 왔다는 뜻이었다. 대체 무엇이 저 의심병 환자인 금예린에게 그런 확신을 갖게 해주었을까 고민하고 있자, 본인이 직접 답을 가르쳐주었다.

“이 사람, 차우진 교수를 일 대 일로 꺾고 왔어요. 그런 걸 보고서도 올인하지 않으면 승부사 자격이 없는 거죠.”

“그게 뭔 헛소리야?”

황당해하는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자세빈과 현미나 또한 당황해서 눈썹을 찌푸렸다. 학생들이 자기들끼리 괴물이네 천재네 해봐야 교수랑은 하늘과 땅 차이였고, 차우진은 그런 교수들 중에서도 압도적으로 강한 전투의 일인자였다.

차대엽의 진면목을 알고 있는 나조차 쉬이 믿을 수 없는 이야기다. 아직 잠재능력이 제대로 개화하지도 않았는데, 만화 속 주인공처럼 갑자기 각성이라도 하지 않는 이상···.

거기까지 생각한 난 한 손으로 내 이마를 짚었다.

“너 칼이랑 말 텄냐?”

“그래. 도와준 덕분에.”

차대엽의 대답에 나는 전부 납득했다. 신검의 정령과 연결된 게 사실이라면, 진짜로 차우진을 쓰러뜨리고 왔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다. 초대 검성의 모든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는 분신에게 혈통시대 최강의 재능이 지도받은 것이다

“칼이랑 말했다는 게 무슨 소리지?”

“저기 서있는 게 그냥 차대엽이 아니라 슈퍼 차대엽이란 소리야.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상황이 더 최악인데···.”

자세빈과 현미나에겐 차대엽이라는 폭주 기관차의 발을 묶어달라 부탁할 생각이었지만, 이렇게 되면 시간을 끈다는 것 자체가 가능하긴 할지 의문이었다. 진정한 양류백로를 익히면서 차대엽은 본격적으로 혈통시대를 제패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내 말에 자세빈이 차대엽을 흘겨보았다.

“슈퍼? 흑기사 수준이라도 된다는 건가.”

“그래. 딱 흑기사단 평균쯤 될걸.”

자세빈은 과장해서 꺼낸 말이겠지만 나는 진지하게 수긍했다. 흑기사단. 뒷세계에서 예의 없이 날뛰는 강자들에게 조용히 신고식을 치러주는 마왕 직속의 해결사 집단. 구성원 하나하나가 이질적인 재능을 지닌 마왕성 무력의 상징.

그리고 신검의 정령을 일깨운 차대엽이라면 그런 흑기사단에 당장 신입으로 입단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

마왕성에 대해 대단한 자부심을 지닌 자세빈이니 농담하지 말라고 쏘아붙이며 화내겠지만, 재능을 개화하기 시작한 혈통시대의 주인공이란 건 그만큼 괴물이었다. 그리고 자세빈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리며 장검을 꺼내 들었다.

“그런가. 그러면 이긴다고 장담은 못 하겠군.”

“뭐?”

냉정한 대답에 나는 순간적으로 휙 고개를 돌렸다. 내 표정이 정말 바보 같았는지 옆에 선 자세빈이 쯧 혀를 찼다.

“정면에서 찍어누를 자신이 없다는 말이다. 마음에 들진 않지만, 네가 말했던 대로 발 묶는 데 집중하지. 기사단장 수준의 괴물만 아니라면 버티는 정도는 어떻게든 될 거다.”

“너···.”

내가 뭐라고 말하려 하자 자세빈이 팍 인상을 썼다.

“잔말 말고 갈려면 빨리 가라. 질질 끌며 싸우는 건 딱 질색이지만 이건 반드시 이겨야 할 싸움이야. 민우 자식도 고생하고 있는데 내 자존심 정도야 잠깐 접어둘 수 있지.”

자세빈은 진심이었다. 무작정 할 수 있다 억지 부리는 게 아니라, 눈앞에 있는 차대엽이 어느 정도의 괴물인지 이해하고서도 어떻게든 해보겠다 말한 것이다. 여기서 자세빈을 믿어주지 못한다면 애초에 팀 같은 걸 짠 의미가 없었다.

그리고 나를 내려준 현미나가 볼을 크게 부풀렸다.

“이렇다니까. 우리 대장님은 내가 학생회를 맡을 테니 너흰 남은 거 상대해라. 세빈이는 또 내가 차대엽을 맡을 테니 너는 남은 거 상대해라. 축구할 때 골키퍼 떠넘기는 초등학생들도 아니고. 나한테는 맛없는 부분밖에 안 남았잖아.”

그리고 현미나는 상어의 이빨처럼 톱날이 뾰족뾰족 튀어나온 검을 금예린과 진소란에게 겨누었다. 현미나가 입가에 호전적인 미소를 띄운 채 특유의 상쾌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도 먹을 것 가지고 투정 부리는 성격은 아니야. 이쪽도 충분히 맛있을 거 같고, 거기 둘은 내가 상대해줄게.”

그 말에 금예린과 진소란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현미나는 내게 가보라고 엄지를 들어 뒤쪽을 가리켰다. 난 고개를 끄덕이고 공중에 떠올랐다. 여기서 차대엽에게 발목을 잡혀있으면 죽도 밥도 안 된다. 그리고 진소란이 자세를 낮추었다.

“설마 그냥 보내줄 거라 생각한 건가?”

진소란의 허리에서 새까만 날개가 펼쳐졌다. 한정 탈선을 터득한 진소란은 명실상부 세한기전 최속의 검사였다. 선도부에서 단련받은 호흡의 틈을 파고드는 제압 기술까지 합쳐져, 상대 입장에서의 체감속도는 순간이동 수준이었다.

궤도를 미리 예측해 막아내보려 해도 돌진하는 도중에 공간 자체를 도약해버리기에 방해물 따위 무시하고, 공격이 올 방향도 읽을 수 없다. 절대선공이란 말이 어울리는 쇄도. 상대하기 까다롭다는 점에 있어선 이만한 능력도 없었다.

속도전을 장기로 하는 진소란이 눈을 마주치자마자 급습해오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상대가 행동을 시작한 뒤 움직여도 자기 공격을 먼저 맞출 자신이 있는 것이다.

무조건적인 선공능력을 지닌 진소란 앞에서, 먼저 움직인다는 것은 스스로 빈틈을 만들어주는 것과 같은 일. 내가 등을 돌리는 그 순간에 덮쳐서 제압할 생각이겠지. 자세빈이나 현미나가 앞을 가로막아봤자 무시하고 건너뛸 것이다.

그 생각대로 진소란은 오직 나만을 노려보고 있었다. 하지만 내 앞에서 한정 탈선을 시도하는 건 악수였다.

“쫓아오면 다칠 텐데.”

“그런 말을 듣는다고 알겠다 내빼겠나?”

진소란이 칼자루에 손을 가져갔다. 충고를 해줘도 안 들으니 별수 없다. 나는 이 자리에서 도망치기 위해 공중에 떠올랐고, 순간 진소란의 날개가 완전히 펼쳐지며 기괴하게 일그러졌다. 한정 탈선. 인식과 동시에 진소란이 사라졌다.

거의 총알이 터져나오는 듯한 빠르기였다. 자세빈과 현미나는 급히 진소란의 앞을 가로막았지만, 검은 날개를 펼친 그녀는 공간을 생략하며 땅을 박찼다. 부딪치기 직전 능력이 발동해 진소란이 있던 자리엔 새까만 깃털만이 남았다.

자세빈과 현미나로부터 경악한 기색이 느껴졌다. 기술에 대해 미리 설명해주긴 했지만 직접 보는 건 느낌이 다를 것이다. ‘달려오는 도중 사라진다’는 말이 어쭙잖은 페이크나 비유가 아니라 정말 말 그대로의 의미라고 깨달았겠지.

“근데 나한테 쓰면 다친다니까?”

콰아앙! 진소란의 돌진 직후 폭음과 함께 흙먼지가 휘날렸다. 직격당했다면 일격에 전투불능이 되었을 정도의 위력이었다. 하지만 진소란은 내게 공격을 맞추긴커녕 손가락 하나 스치지도 못했다. 이내 먼지가 조금씩 걷혀가기 시작했다.

“다, 당신 뭐 하는 거예요!”

저만치에서 지켜보고 있던 금예린이 소리쳤다.

먼지가 걷히고 땅바닥에 뒹굴고 있는 건 어깨가 찢어져 피를 뚝뚝 흘리고 있는 진소란이었다. 진소란은 자기도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검을 짚고서 일어나 나를 바라보았다.

간단한 일이었다. 진소란의 공간 생략은 가속이 정점에 이른 시점, 자신이 도착할 지점을 의식하면서 도약한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한순간 온 정신을 집중해 발동하는 기술은 완전히 정신 능력자의 밥이었다. 도약하는 진소란의 의식을 끌어당겨 도착 지점을 살짝 어긋나게 만들기만 해도 그 엄청난 속도 그대로 땅바닥에 처박히게 되는 것이다.

검마로 변한 차대운의 검격조차 빗나가게 한 능력이다. 진소란의 도약 지점을 조금 비트는 정도는 일도 아니었다.

“그냥 웃으며 보내주면 좋잖아. 괜히 죄책감 드네.”

머리를 긁적인 난 더욱 위쪽으로 떠오르며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곳에서는 차대엽이 나를 빤히 올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한쪽 손바닥을 들어 차대엽을 향해 흔들어주었다.

“그럼 난 간다.”

“그래. 전부 쓰러뜨리면 다시 보자.”

차대엽은 전장에서 이탈하는 나를 쫓을 생각조차 하지 않고 그저 눈으로 배웅했다. 나중에 천천히 잡으면 되는데 지금 서두를 필요 뭐 있으랴, 하는 포식자의 눈이었다. 끝까지 내 등을 노려보는 시선이 무서워 소름 끼칠 지경이었다.

나는 양손바닥으로 내 뺨을 짝 때렸다. 차대엽 저거 진짜 어떡하냐 하는 고민을 해봐야 끝이 없다. 그보다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지금은 일단 해야 할 일을 할 수밖에 없다.

나는 학생회 팀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 * *

“···진짜 가버릴 줄은 몰랐네요. 망설임 없이 동료들을 버림패로 쓸 줄이야. 생각보다 냉혹한 지휘를 하는걸요?”

송한솔이 떠난 자리에서 금예린이 말했다. 표적인 송한솔을 놓쳤는데도 그녀는 딱히 유감스럽단 표정이 아니었다. 사실 한 번에 모든 것을 부딪치기보단 이렇게 야금야금 상대의 전력을 갉아먹는 쪽이 훨씬 더 금예린의 취향이었다.

하지만 현미나는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버림패라니. 누가?”

“허세는 그쯤 해두세요. 그쪽 둘이 저희 셋이랑 2 대 3으로 싸워서 이길 가능성이 눈꼽만치라도 있을 것 같나요?”

그리고 금예린의 말에 현미나가 입술을 삐죽였다.

“2 대 3 아니야. 1 대 2지. 저쪽은 애초에 우리랑 같이 싸울 생각 없을걸? 벌써 둘만의 세계에 들어가버렸네 뭘.”

현미나가 턱짓하며 가리킨 것은 가만히 서서 서로를 노려보고 있는 자세빈과 차대엽이었다. 그 말대로 두 사람은 남은 셋이 뭘 하든 말든 관심조차 없어 보였다. 그저 상대를 향해 온 신경을 집중할 뿐. 먼저 침묵을 깬 건 자세빈이었다.

“다른 곳으로 갈까. 날뛰고 싶어 어쩔 줄 모르겠단 표정인데. 너희 팀이 말려드는 걸 신경 쓰면서 싸우긴 싫겠지.”

“고마워. 장소는 네가 선택해도 좋아.”

그 대화에 금예린은 어이가 없는 것을 넘어 머리가 지끈거릴 지경이었다. 뭘 자기들 멋대로 일 대 일 승부 같은 분위기를 내고 있는 것인가. 여기서는 셋이 힘을 합쳐 쉽게쉽게 정리하고 도망친 송한솔을 쫓으러 가는 게 정답이었다.

“···아시겠어요? 놀고 있을 때가 아니라구요!”

그러자 차대엽은 진지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쉽게 정리하자니. 그런 건 무리야. 느껴지지 않는 건가? 아까부터 내 안에선 비상 경고등이 울리는 중인데.”

말하면서도 차대엽은 자세빈에게서 한순간도 눈을 떼지 않았다. 금예린은 납득할 수 없었다. 이미 저번 순위전에서 자세빈의 대략적인 수준은 파악을 끝내놓았다. 최대한 과대평가를 해도 지금의 차대엽에게는 턱없이 못 미쳤다.

그리고 어떤 생각에 도달한 금예린이 흠칫 어깨를 떨었다. 자신들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처럼, 그 또한 방학 동안 무언가 바뀌었을 수 있다. 같은 팀인 그 남자의 손에 의해서.

“저쪽도 송한솔 씨 선물 받았다 뭐 그런 건가요?”

금예린의 질문에 자세빈과 현미나가 즉시 반응했다.

“그놈이 너희한테 선물까지 줬나? 부럽군.”

“헐, 한솔이 나빴네! 다른 팀한테만 선물 줘?”

차대엽은 작게 한숨을 쉬고 담담히 말을 이어갔다.

“그건 모르지. 강적이라는 내 직감이 틀렸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아. 하지만 확실한 건, 한솔이가 우릴 묶어두라고 말하고 간 이상 이 둘에겐 그럴 만한 능력이 있다는 거야.”

차대엽의 말에 자세빈이 과찬을 다 해준다는 듯 피식 웃었다. 그리고 금예린은 잠시 동안 곰곰이 생각에 잠기더니,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부채를 힘없이 위아래로 펄럭였다.

“···알았어요. 마음대로 가서 싸우든 말든 해요.”

“고마워.”

차대엽은 감사를 표했고, 자세빈 또한 올바른 선택을 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계속 같이 싸우자 고집을 부렸으면 그냥 주변을 초토화시키고 시작할 생각이었다. 이내 자세빈과 차대엽이 나란히 걸으며 깊은 숲 안쪽으로 사라져갔다.

세 사람만이 남은 가운데, 금예린은 자신의 동료에게 눈길을 주었다. 옆에 다가가 진소란을 부축한 그녀가 말했다.

“당신, 움직이는 데에 지장 있는 건 아니죠?”

“한쪽 팔이 좀 삐걱이긴 하지만··· 전투는 가능하다.”

“2 대 1이라고 손대중 같은 건 하지 말아요.”

“그런 건 애초에 할 줄도 몰라.”

그리고 금예린의 등 뒤에 전개되어있던 부적들이 둥글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폭열을 담아낸 부적의 연사. 요호의 유해 무기인 호선도를 얻어 주술사로서 완전히 다른 영역에 선 지금, 부적의 파괴력은 이전의 그것과 비할 바가 아니었다.

그리고 홍련의 탄환들이 거칠게 쏘아져나갔다.

“이건 Z 자로 피하기였나?”

그리고 영문 모를 혼잣말을 하며 현미나가 달렸다. 그녀가 아무리 민첩하다 해도 쉬이 대응할 수 없을 속사포. 콰아아앙! 폭음과 함께 안개가 걷히고, 금예린은 현미나의 상태를 확인했다. 그곳에는 넝마 조각 하나 남아있지 않았다.

“세 번마다 각 부적이 좌측, 중앙, 우측에 사출. 일단 연사를 시작하면 급격한 방향 전환이 불가능하다. 맞지?”

목소리가 들린 건 바로 옆에서였다. 금예린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고, 현미나의 검이 휘둘러지는 동시에 어떻게든 날개를 펼친 진소란이 급히 금예린을 껴안고 도약했다. 공간을 뛰어넘은 그 자리엔 검은 깃털만이 남아 휘날렸다.

“도착할 곳에선 먼저 작은 돌풍이 분다.”

현미나는 전혀 당황하지 않고 곧장 옆으로 뛰어 검의 궤도를 바꾸었다. 다음 순간 공간을 도약해 나타난 진소란에게 참격이 작렬했다. 나타날 장소를 처음부터 알고 있던 것처럼. 진소란이 안고 있던 금예린을 놓치고 땅바닥을 굴렀다.

금예린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적들의 피 냄새를 맡은 현미나의 동공이 짐승처럼 날카롭게 세로로 좁아졌다.

“미안해, 미리 답지를 읽고 왔거든. 조금 억울할 수도 있지만 너흰 2 대 1이니까. 그 정도는 이해해 줄 거지?”

흉포한 늑대가 두 사람을 향해 웃으며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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