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화
“…뭐?”
드르륵, 의자를 뒤로 미는 소리에 벨트 버클을 푸는 소리가 이어졌다. 믿을 수 없이 끔찍한 소리에 고개를 힘겹게 들자마자 그레이스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안 돼. 싫어.
그녀의 앞에 윈스턴이 섬뜩한 기운을 온몸으로 풍기며 우뚝 서 있었다. 정신이 혼미한 탓일까. 남자의 몸 한가운데에서 고개를 사납게 쳐들고 꺼덕이는 살 기둥이 그녀를 물어 죽이려는 구릿빛 독사로 보였다.
눈앞이 핑 돌았다.
“윈스턴, 제발….”
“입 벌려.”
“아!”
머리채를 휘어 잡혔다. 그는 고통에 찬 탄식을 미처 끝맺을 시간도 주지 않고 벌어진 입에 성기를 박아 넣었다.
“우욱!”
살 기둥이 단숨에 목구멍까지 처박혔다. 뭉툭하고 묵직한 살덩이가 구멍 끝을 콱 찌르는 순간 그레이스는 헛구역질을 했다.
“읏….”
목구멍이 조여들며 선단을 물자 윈스턴이 탁한 신음을 터트렸다. 숨이 할딱할딱 넘어가는 길을 막고 여린 점막을 짓이기던 살덩이가 주룩 빠져나갔다.
“하아, 읍….”
숨을 돌릴 여유는 주어지지 않았다. 그레이스의 타액으로 진득하게 젖은 살 기둥이 목구멍으로 다시 미끄러져 들어왔다. 눈물이 흘렀다.
“으읍, 읍….”
숨 막혀. 역겨워. 토할 것 같아.
윈스턴은 그레이스의 뒷머리를 그악스럽게 움켜쥔 채 허리를 거칠게 놀렸다.
찔걱찔걱, 젖은 혀에 성기가 비벼지는 마찰음이 저질스럽기 짝이 없었다. 입 속으로 뱀처럼 길쭉한 살덩어리가 쉴 새 없이 들락날락하는 게 똑똑히 보이자 그레이스는 모멸감에 치를 떨었다.
여자를 범하는 허리 짓마저 고문 기술자다웠다. 들어올 땐 콱, 단숨에 쑤셔 박힌 물건이 나갈 땐 혀뿌리부터 끝까지 느릿하게 긁었다. 어느 움직임 하나 괴롭지 않은 게 없었다.
입으로 가늠하는 길이는 끝이 없었다. 뿌리를 윈스턴이 손으로 쥐고 있으니 끝까지 다 들어온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충분히 위협적인 물건이 배 속에는 끝까지 박힐 거란 생각에 눈앞이 깜깜해졌다.
“흐읍….”
그레이스는 있는 힘껏 저항하고 애걸했다. 기둥처럼 우뚝 선 윈스턴의 두 다리는 아무리 밀고 때려도 꿈쩍하지 않았다.
벨트를 붙잡고 애원하는 눈으로 그를 올려다봐도 그는 여전히 싸늘한 분노와 뜨거운 욕정이 이글거리는 눈으로 내려다보기만 할 뿐이었다.
“읍, 흐읍….”
절대로 만지고 싶지 않았던 성기의 밑동까지 쥐며 입으로 들어오는 걸 막으려 했지만….
“하아… 성가시게 굴지 마.”
윈스턴이 손을 떼어 버렸다.
“이 세우지 마.”
그는 한 손으로 그레이스의 턱을 쥐더니 볼을 눌렀다. 남자의 악력을 따라 입이 속절없이 벌어졌다.
찌르고 뽑기만 하던 허리 짓이 변했다. 넓어진 입 구멍 속을 성기가 마구잡이로 찔렀다.
“아, 흐읍…. 흑, 으읍….”
레온이 허리를 튕길 때마다 여자의 볼이 불룩 튀어나왔다.
언젠가 상상했던 모습 이상이었다.
“친애하는 리들 양, 야만인들처럼 젖가슴을 드러내고 남자의 몸에서 가장 야만적인 부위를 물고 있는 숙녀의 모습이 눈부시게 아름답군요.”
“흐읏….”
“아주 잘 어울립니다.”
조롱을 퍼부으며 제 성기의 모양대로 변한 뺨을 쓰다듬어 보는 순간 짜릿한 희열이 배가 되었다.
여자가 혀로 밀어내려 했지만 어림도 없었다. 말캉한 살덩이가 선단을 휘감고 치대자 레온은 등줄기를 찌르르하게 타고 흐르는 쾌감에 몸을 잘게 떨었다.
“하아… 이제야 제값을 하는군.”
여자의 본의 아닌 혀 놀림을 만끽하는 그의 눈빛이 서서히 누그러졌다.
쑥. 성기가 불시에 빠져나갔다. 길쭉하게 뽑혀 나가는 살 기둥을 따라 밀려 나온 타액이 그레이스의 입가로 흘렀다.
“하아….”
숨 돌릴 시간을 주는 건가? 아니면 이 역겨운 짓이 드디어 끝난 걸까.
윈스턴이 다시 의자를 끌고 와 그레이스의 앞에 앉았다.
“하, 으읍….”
이자에게서 일말의 자비를 기대한 게 어리석었다. 다시 뒷덜미를 붙들려 윈스턴의 사타구니에 얼굴을 묻어야 했다.
“이젠 네가 빨아.”
윈스턴이 아기에게 젖꼭지라도 물리듯이 그레이스의 입에 투명한 액을 흘리는 성기 끝을 억지로 물렸다. 입 속으로 뜨겁고 말랑한 살덩이가 들어오는 순간 모멸감과 분노가 또다시 몰려왔다.
하지만 체념과 절망의 무게를 이길 순 없었다. 뜨거운 살덩이를 물고 윈스턴이 그녀의 가슴에 그랬듯 혀를 굴렸다. 비릿한 발정의 맛이 혀 위로 퍼졌다.
“조금 더 깊이.”
큼지막한 손이 뒷머리를 누르자 성기의 절반이 쑥 들어왔다. 그레이스는 눈을 질끈 감고 혀를 놀렸다.
혓바닥으로 느끼는 살갗은 매끄럽고 부드러웠으나 그 속은 쇠로 된 것처럼 묵직하고 단단했다. 절대 알고 싶지 않던 느낌이었다.
비스듬히 턱을 괴고 따분한 눈으로 관망하던 윈스턴이 못마땅한 한숨을 길게 쉬었다.
“새끼 고양이가 접시에서 우유를 할짝대는 것도 아니고. 이런 식으로 성의 없이 빠는 건 네 약혼자가 가르쳐 줬나? 그 자식, 형편없는 교관이군.”
윈스턴이 그레이스의 이마를 밀어내자 입 밖으로 젖은 살 기둥이 튕겨 나왔다.
“그놈 물건을 이런 식으로 빨면서 훈련을 받았어? 빨아 보는 것 정도는 했을 거 아니야.”
“하아, 이런 거, 해 본 적 없어. 그리고 아까부터 훈련이라니. 헛소리, 흡….”
원하던 정보를 얻은 레온은 여자의 말을 더 들어 줄 필요가 없었다. 그는 성기를 다시 여자의 입에 물렸다.
“제 신부에겐 창녀 훈련을 안 시켰다 이거군. 실망스러워. 내가 가르칠 게 많겠는걸.”
그는 어느새 끈이 풀려 흘러내리는 그레이스의 머리칼을 세심한 손길로 한데 모아 쥐었다.
“리들 양, 이렇게 하는 거야.”
이는 쓰지 말고 입술로 감싸 물어. 막대 아이스크림 빨아 먹어 본 적 없어? 볼이 홀쭉해지도록 빨아. 손도 같이 쓰도록. 포피를 입술이나 손으로 당겨 가며 하면 더욱 기분 좋지.
윈스턴은 신병에게 총 쏘는 법을 가르치는 교관처럼 굴었다. 그레이스의 머리를 흔들어 그가 좋아하는 리듬을 친히 가르쳐 주기까지 했다. 역겹기 짝이 없었다.
“하아, 이젠 꽤 하는군. 배우는 속도가 빨라.”
살면서 이토록 굴욕스러운 칭찬은 들어 본 적 없었다.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만 같았다. 성미대로 할 수만 있다면 이 더러운 물건을 콱 깨물어 뜯어 버리고 싶었다.
대체 언제까지 이 추잡한 짓을 해야만 하는 걸까.
시선을 들었다. 윈스턴은 그녀를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프레드가 묶인 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던 그가 갑자기 조소했다.
“프레드도 받고 싶은 모양인데?”
윈스턴의 싸늘한 시선을 따라가 본 그레이스는 환멸을 느끼며 눈을 질끈 감았다.
“봤어? 저 녀석 발기했어.”
“아, 아니에요! 이건 그런 게 아니라…. 그레이스, 이건 절대, 흑….”
“저 녀석한테 널 강간하라고 시키는 것도 재밌겠어. 니퍼를 들자마자 네 이름을 외친 놈이야. 지금 네가 당하는 걸 듣고 뻔뻔스럽게 세울 정도인데 널 범하라면 좋다고 덤벼들겠지.”
윈스턴이 저열한 미소를 지었다. 그레이스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이젠 안다. 이 남자가 하겠다고 마음먹으면 빌어 봐야 소용없다는 걸.
이미 최악의 상황까지 각오했다. 프레드만이 아니라 별채를 지키는 병사를 모두 불러와 윤간을 지시하는 일까지 이 남자라면 충분히 저지르지 않을까.
반응을 보이지 않자 윈스턴이 머리칼 사이에 손가락을 넣고 애무하듯 어루만지며 물었다.
“응? 저 녀석이랑 둘이 벗겨서 여기 가둬 줘?”
“좋을 대로.”
체념을 그대로 내뱉는 순간 연푸른 눈동자에서 장난기가 자취를 감췄다.
휙. 윈스턴이 손에 쥐고 있던 단검을 던졌다.
“으아악!”
프레드가 날카로운 비명을 내질렀다.
“어쩌지? 저 녀석은 못 하겠는데?”
고개를 돌려 본 그레이스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단검이 프레드의 사타구니 한가운데에 깊숙이 박혀 있었다.
“뭐 하는 거야, 이 미치광이, 아!”
소스라치게 놀라 거친 말을 외치는 그레이스를 윈스턴이 그악스럽게 틀어쥐었다.
지미의 이야기가 나왔을 때처럼 또다시 광기를 번뜩이는 눈을 마주하고서야 그레이스는 깨달았다.
저 광기에 이름을 붙이자면 뒤틀린 소유욕이라고 하는 게 좋을까.
이 남자, 단순히 굴욕감과 복수심 때문에 그녀를 유린하는 게 아니었다. 왜 자꾸만 지미와 해 봤냐고 물었을까. 왜 프레드가 그녀에게 발정한 걸 보는 이자의 표정이 싸늘했을까. 상황이 너무도 혼란스러워 놓쳤다.
이 남자는 그녀를 독차지하고 싶어 했다.
“왜? 반으로 잘린 물건이라도 주워서 쑤셔 넣어 보지 그래?”
“읏, 필요 없어. 저 녀석과 하고 싶다는 뜻은 절대로 아니었어.”
“그럼 무슨 뜻이었는데?”
“시키는 대로 뭐든 할게.”
윈스턴의 표정이 조금은 부드러워졌다.
“그러면 살려 준댔잖아. 저러다 출혈로 죽을 거야.”
“우리 자기가 신경 써야 할 남자의 물건은 내 것뿐이야.”
윈스턴이 꼿꼿이 선 음경을 손끝으로 쿡, 쿡 밀어 내렸다. 다시 빨라는 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