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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빌어봐-62화 (62/240)

62화

옆으로 넘어진 의자가 우지끈 소리와 함께 부서지고, 놈이 추락하는 그녀의 둔부를 움켜쥐었다.

“무서워할 것 없어. 더러운 변태 새끼가 잘 잡고 있으니까.”

그는 그레이스의 허벅지를 벌리고 딱딱하게 곧추선 살 기둥을 질 속에 단숨에 욱여넣었다. 젖지도 않은 좁은 질구를 굵다란 물건이 짓이기며 쑤석이는 탓에 찢어질 것만 같았지만 아파할 여유 따위 없었다.

이 잔인한 괴물은 음부를 치받아 올려 주지 않으면 밧줄에 목이 졸리는, 그 미묘한 높이에 맞춰 그레이스를 들어 안았다.

죽고 싶지 않으면 그에게 애걸할 수밖에 없도록. 내 음부에 네 성기를 더 세게, 더 거칠게, 더 빠르게 박아 달라고.

“제발, 끄윽, 세게, 박아….”

“적에게 더 세게 박아 달라고 하다니. 네 약혼자가 이 말을 들어야 하는데.”

재차 애걸하고 나서야 윈스턴은 둔부를 붙들고 위로 끌어당겼다. 반 정도 빠져나와 있던 성기가 배 속으로 단숨에 밀려들어 갔다. 퍽, 퍽, 살을 거칠게 찧어 올리는 아픔에 도리어 안도하자 질 나쁜 비웃음이 귓속으로 파고들었다.

“그거 알아? 요즘은 소리를 녹음해서 영화에 덧씌울 수 있다는군. 다음에는 녹음기와 카메라를 가져올게. 제 손으로 외로운 밤을 달래고 있을 네 약혼자가 내 선물을 무척 기뻐할 거야. 그렇지?”

그가 또 지미를 입에 올리자 그레이스는 거친 숨 때문에 부르튼 입술을 짓씹었다.

“아, 다들 돌려 보며 훈련에 쓰는 것도 좋겠어. 블랜차드의 창녀를 위한 교본으로.”

“아, 아흣….”

“그러니까 본거지의 위치는 언제쯤 말해 줄 거야? 응? 자기야? 내 말 듣고 있어?”

레온은 치받는 대로 흔들리며 신음하는 여자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이젠 음탕하게 출렁이는 젖가슴을 가릴 생각도 하지 않았다.

적에게 범해지면서 흥분하는 더러운 창녀.

그는 도톰하게 선 젖꼭지를 쥐고 세게 비틀었다. 그 순간 여자가 비명을 내지르며 속살을 사정없이 조였다.

“아앗!”

“하아, 미안. 내가 무리한 부탁을 했군. 네가 그렇게 역겨워하는 돼지 새끼의 성기를 좋다고 꽉 물어 대고 있는 걸 보면 제정신이 아닐 텐데 말이지.”

미끼를 내걸듯 아슬아슬하게 치받아 올리던 허리 짓이 재빨라졌다. 숨통이 완전히 트인 그레이스가 서서히 의식을 또렷이 찾는 사이 레온은 저도 모르게 자제력을 놓았다.

여자를 더 위로 들어 올려 젖꼭지를 짐승처럼 빨고 씹어 대기까지 했다. 그것도 모자라 그녀의 뒷덜미를 틀어쥐고 키스를 하려 했지만 그의 입술에 부딪친 건 건 여자의 부드러운 입술이 아닌 날카로운 비웃음이었다.

“넌 네 아버지를 죽인 여자의 딸에게 몸이 달아서 매일같이 박아 대잖아. 그런 너보다는 제정신이야.”

그레이스는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은 어린 소년 앞의 개미일 뿐이라는 것을. 다리를 뜯기고 돋보기에 지져지고 돌에 짓이겨지는 그런 개미.

하지만 그녀는 무는 개미이다.

윈스턴의 왼쪽 눈썹이 움찔하자 그레이스는 그를 한 번 더 물었다.

“지옥에 있는 윈스턴 소령이 훌륭한 아들을 아주 자랑스러워하겠어.”

그는 여유로운 척 웃음을 흘리더니 위를 올려다보았다.

“감사합니다, 아버지.”

검은 천장을 올려다보는 저의는 뻔했다. 제 아버지는 지옥이 아니라 천국에 있다는 뜻이었다.

“덕분에 질 좋은 노예를 구했군요.”

땀으로 미끈하게 젖은 엉덩이를 큼지막한 손바닥이 찰싹 후려쳤다. 살갗이 타오르는 듯한 고통에 여자가 움찔 튀어 오르더니 앓는 소리를 내며 몸을 비틀었다.

“이봐, 노예. 더 조여.”

“흣, 네 물건이 너무 작아서 조일 게 없어.”

그는 피식 웃으며 맞물린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겨우 붙었던 점막이 또 찢어진 탓에 음경의 뿌리에 붉은 피가 조금 엉겨 있었다. 아랫입을 윗입처럼 활짝 벌리고 곧 죽을 듯 뻐끔대면서 오기를 부리는 꼴이 깜찍하다.

“헉!”

손아귀 힘을 예고도 없이 풀었다. 몸이 덜컥 아래로 떨어지자 여자가 그의 목덜미에 꼴사납게 매달렸다. 살 기둥을 꽉 붙드는 속살도 꼴사납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아….”

윈스턴이 만족스러운 신음을 흘리며 허리 짓에 박차를 가했다. 그 와중에 말끔히 뒤로 빗어 넘긴 백금발은 한 올 흐트러짐도 없었다. 부드럽게 감긴 눈과 옅은 미소를 띤 입매만 보자면 고급스러운 취미라도 즐기는 낯이었다.

허리 아래는 매음굴만큼이나 저속하기 짝이 없으면서.

언제나 첩자를 적당히 고문하다 금세 싫증을 내는 사람이었다. 죽이든 수용소로 보내든 이중 첩자나 작전의 미끼로 쓰든, 이 고문실에서 며칠 만에 치워 버리던 자가 그녀를 여태 놓아주지 않고 있었다.

“이제 내 구멍 없으면 못 살겠나 보지?”

한심하기 짝이 없다며 혀를 차는 여자의 늪 같은 배 속에 레온은 성기를 쉴 새 없이 찔러 넣으며 피식 웃었다.

“걱정 마. 곧 싫증 나면 버려 줄게. 어디가 좋아? 수용소? 매음굴? 어딜 가나 빵 한 조각 얻으려면 노인네들의 축 처진 물건을 세우려고 애를 써야 하는 건 똑같을 거야.”

“네 거랑 뭐가 다른데?”

그는 또 조소를 흘리더니 그레이스의 귓바퀴를 세게 깨물었다. 고통에 찬 신음을 들려주지 않으려 악문 턱을 놈이 한 손으로 우악스럽게 짓눌려 벌렸다. 조금 전처럼 키스를 하러 다가오는 뱀의 입 속에 그레이스가 속삭였다.

“너 설마 나를 좋아해?”

그 순간 모든 것이 거짓말처럼 멈췄다. 쉴 새 없던 허리 짓도, 오른쪽으로 살짝 기울인 채 다가오던 입술도.

움직이는 건 미세하게 떨리는 눈동자뿐.

“빌어먹을 년.”

그는 거친 숨을 가장해 욕지거리를 조용히 내뱉고는 손을 놓았다. 몸이 툭 떨어지며 저를 범하던 성기가 순식간에 빠져나갔지만 그레이스는 안도하지 못했다. 더욱더 큰 고통이 찾아왔으니.

“끅….”

목을 옥죄는 올가미를 쥐어뜯으며 윈스턴을 향해 손을 뻗었지만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테이블을 향해 걸었다. 그는 바지 앞섶을 다시 단정하게 여미더니 제복 재킷의 안주머니를 천천히 뒤졌다.

이내 밖으로 나온 손에는 고급 가죽으로 만든 시가 케이스가 들려 있었다. 시가의 끝을 커터로 잘라 입에 물고 금으로 만든 라이터의 작은 톱니를 돌려 불을 붙이는 동작이 독수리의 날갯짓처럼 여유로웠다.

태연하게 시가를 몇 모금 빨아들이던 그가 몸을 돌려 테이블 끝에 걸터앉았다. 시리게 푸른 눈은 알몸으로 버둥대는 여자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잠잠해져 있었다. 그는 흰 연기를 길게 뱉다 싸늘한 투로 천천히 한 자 한 자 짓씹었다.

“넌 노예일 뿐이야. 죽으면 새로 사면 그만이야.”

“끅, 윈, 스턴… 제, 발….”

“내가 그랬지. 빌 때는 무얼 어떻게 해 주길 비는지 확실히 하라고.”

하지만 여자는 그의 명령에 복종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가 맞을까.

그를 향해 뻗던 손이 툭 떨어졌다. 버둥대던 발도 축 늘어져 허공에서 힘없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시가를 부러트릴 듯 깨문 잇새로 또 한 번 욕지거리가 조용히 새어 나왔다. 그는 조금 전보다는 태연하지 못한 동작으로 여자를 붙들어 올렸다.

짝.

“헉!”

뺨을 찰싹 치는 순간 여자가 눈을 번쩍 뜨더니 숨을 되찾았다. 날카롭게 숨을 들이켜는 소리를 버클이 풀리는 소리가 뒤따랐다.

“하아, 진작에 이렇게 조였으면 좋잖아.”

다시 살 찧는 소리가 고문실 벽을 울렸다.

레온은 검지와 중지 사이에 시가를 끼운 손으로 여자의 턱을 틀어쥐었다. 뒤로 힘없이 꺾여 있던 고개가 쉽게 딸려 왔다.

가쁜 숨이 연신 쏟아져 나오는 입을 단숨에 제 입으로 틀어막았다. 이번에는 어떠한 저항도 없었다.

호응마저 없었지만 혀로 입 속을 집요하게 헤집어도 한 번 물리지 않은 건 여자에게 전용 도구를 시험했던 날 후로 처음이었다. 이것도 나름대로 만족스러웠다.

여자가 숨을 다시 꺽꺽대기 시작했다. 입술을 떼어 준 그는 핏줄이 터져 새빨갛게 얼룩진 눈을 바라보았다. 흥분 어린 숨이 저도 모르게 쏟아져 나왔다.

피로 물든 청록 빛 바다라.

이토록 아름다운 색은 처음 보았다. 쉽게 싫증을 내는 그의 까다로운 취향을 이처럼 잘 맞춰 주는 사람 또한 처음이었다.

적에게 붙잡혀 기쁨을 주는 첩자라니.

이 얼마나 무능하고도 유능한 첩자인가.

적이라는 것이 아깝다는 말은 철회다. 적의가 한순간도 식지 않는 저 눈빛이 더 구미를 당기게 하는 여자이니까.

“그레이스, 솔직히 말하자면….”

그는 의식을 잃은 여자의 귓가에 입술을 바짝 대고 누구도 알아서는 안 되는 비밀을 나직이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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