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게 빌어봐-77화 (77/240)

77화

보드랍고 촉촉한 살점이 손가락에 착 감겼다. 이슬에 젖은 꽃잎을 만지는 느낌이었다.

아니, 제가 흘린 꿀로 흠뻑 젖은 꽃잎인가?

살 틈은 여전히 빠끔대며 물을 흘리고 있었다.

여자의 음부를 꽃에 비유하는 건 다들 문학적이라고 평하지만 지극히 과학적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피와 살로 이루어진 겹겹의 꽃잎을 헤치고 깊숙이 손가락을 넣었다. 이 속에는 꽃이 그러하듯 씨를 받아 새로운 생명을 수태하는 방이 숨겨져 있었다.

꽃이 아름다운 꽃잎을 피우고 달콤한 꿀을 흘려 누군가를 유혹하는 목적은 단 한 가지. 번식이었다.

레온은 궁금해졌다.

남자란 모두 이 원초적인 유혹 앞에서 번식욕을 느끼는 걸까. 이 여자에게 새끼를 심어 소유권을 주장하고픈 야만적인 충동을 저 홀로 느끼는 거라면, 꽤나 약이 오를 것이다.

레온은 다른 손에 든 페서리를 넣기 좋게 반으로 접었다. 이따위 물건을 주문한 건 그 충동이 갈수록 강해졌기 때문이었다.

역겹기 짝이 없는 짓.

그것도 그의 씨를 더럽다고 하는, 제가 성녀인 줄 착각하는 여자에게.

손가락을 하나 더 넣었다. 내벽을 벌리려는 생각이었지만 그는 계속 딴짓만 했다.

마개로 벌써 막히고도 남았어야 하는 살덩어리에서 레온은 손을 떼지 못했다. 작은 자두만 한 자궁구가 미끌미끌하고 말랑말랑했다.

“흐읏….”

불편한지 여자가 몸을 뒤틀며 신음했다. 살이 쫀쫀하게 조여들며 침입자를 꽉 물었다. 감히 네 주제에 이 성스러운 곳을 건드리지 말라는 경고로 느껴졌다.

그래, 성소일지도 모르지.

이 여자에겐 블랜차드 ‘왕조’의 다음 후계자가 탄생할 성소였겠지.

그걸 왕정의 돼지가 더럽혀 또 다른 돼지 새끼를 배게 한다면?

웃음이 나왔다.

갈수록 그를 무서워할 줄 모르는 여자에게 겁을 줄 방법을 찾았으니.

“쓰지 말까?”

“…….”

눈치가 빠른 여자는 불길한 예감을 느꼈는지 입을 다물었다.

“피임 따위 집어치우는 거야.”

그는 두 손가락을 집게처럼 벌려 말랑한 살덩이를 슬며시 쥐었다.

“여기를 흠뻑 적시다 못해 밖으로 넘쳐흐를 때까지 싸고 또 싸는 거지. 그러곤 마개로 네 구멍을 틀어막는 거야. 단 한 방울도 새어 나가지 못하게. 전부 네 자궁으로 흘러 들어가게. 몇 번만 그렇게 해도 넌 배가 불러 오겠지.”

예상대로 여자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갔다.

“그래, 역겹지?”

나도 역겨워. 그러니 하지 않아.

“그러니 얌전히 다리나 벌려.”

여자는 그 어느 때보다 얌전하게 굴었다. 넣기 좋도록 무릎을 세우고 다리를 더욱 활짝 벌리기까지 했다.

여자의 의지에도 별수 없이 오므라드는 살 틈을 벌리고 반으로 접은 페서리를 안으로 깊숙이 넣었다. 질 끝까지 들어간 마개가 펴질 때 허리를 움찔하긴 했지만 여자는 아무런 불평도 하지 않았다.

가장자리를 눌러 가며 마개를 자궁구에 빈틈없이 덧씌우고서야 손을 뺐다. 그러곤 개에게 칭찬을 하듯 여자의 아랫배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잘했어. 착해.”

레온은 넥타이 매듭을 느릿하게 풀며 눈앞의 나신을 감상했다.

그가 가장 고대하는 시간이었다.

옷을 벗는 소리와 점점 거칠어지는 숨소리만이 들리는 시간. 마치 살벌한 전운이 감도는 전장에 서서 곧 포화를 주고받을 적을 마주한 것만 같았다.

레온은 일부러 더디게 셔츠 단추를 풀었다. 그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여자의 몸은 긴장으로 뻣뻣해져 갔다. 갈수록 경직되어 가는 건 그의 하체도 마찬가지였다.

두 나신이 곧 거칠게 맞부딪칠 것이다. 팽팽한 긴장감이 단숨에 터지며 불꽃같은 쾌감을 거세게 일으키고 교성이 포성처럼 귀청을 울리는, 전쟁 같은 정사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군인이라면 피가 끓을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다.

여자는 수세에 몰린 주제에 벌써 전의를 상실했다. 무방비하게 드러낸 몸을 그는 단숨에 덮쳤다.

“읏….”

두 팔로 몸을 으스러지게 끌어안자 여자가 미약한 신음을 냈다. 신음은 입 밖으로 나오자마자 입 속으로 빨려들어 갔다.

레온은 빈틈없이 맞붙여 하나가 된 입 속에서 혀를 게걸스럽게 놀리며 여자의 음부에 제 아래를 밀착시켰다. 발름거리는 질구가 선단을 물었다. 말랑한 살 따위가 오물거릴 뿐인데 날카로운 이에 깨물린 것처럼 예리한 전율이 척추를 타고 치솟았다.

“하아….”

입을 떼고 밭은 숨을 내뱉자마자 타액으로 촉촉하게 젖은 입술을 다시 집어삼켰다.

등을 감고 있던 손을 땀에 젖은 등줄기를 따라 미끄러트려 내렸다. 손가락을 활짝 벌려 살진 엉덩이를 세게 움켜쥐고 들어 올렸다. 질구 밖에 걸쳐져 있던 구릿빛 기둥이 단숨에 습한 구멍 속으로 쑥 빨려들어 갔다.

“아….”

“아흣….”

검지만 넣어도 자궁구에 쉽게 닿을 수 있을 정도로 여자의 속은 짧았다. 그런데도 한 뼘보다 긴 성기를 끝까지 삼킨다는 사실이 겪을 때마다 놀라웠다.

레온은 아랫배에 촉촉한 점막이 달라붙을 때까지 성기를 여자의 배 속에 꽂아 넣고서야 잠시 멈췄다.

길쭉한 살덩어리를 빈틈없이 감싸 문 내벽이 잘게 떨렸다. 여자가 수없이 느낀 절정의 전율과 잔열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이대로 담그고 있기만 해도 사정할 것 같았다.

레온은 여자의 입술에 키스를 퍼부으며 엉덩이를 쥐고 있던 손을 허벅지로 미끄러트렸다. 시트 위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던 두 다리를 그의 허리에 감았다.

“움직일게.”

그렇게 귓가에 연인처럼 상냥하게 속삭이면 여자는 매번 몸을 웅크리며 겁에 질린 강아지처럼 흐느꼈다. 여자에겐 이 다정한 말이 약탈의 시작을 알리는 잔인한 신호탄이나 마찬가지일 테니.

레온은 오늘도 어김없는 반응으로 즐거움을 선사하는 여자를 세게 끌어안았다. 맨살이 찰싹 맞붙으며 토실한 살덩이가 탄탄한 가슴팍에 짓눌려 뭉개졌다. 그 부드러운 느낌과 탄력에 아래가 뻐근해졌다.

“아, 살살, 흣….”

그렇게 몸을 밀착한 채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살살 하라는 여자의 요구는 이해할 수 없었다. 이미 그는 난폭한 짐승처럼 찌르고 뽑아 대고 싶은 걸 최대한의 자제력을 발휘해 참고 있었다.

“자기야, 이 정도면 꽤 신사적이지 않아?”

레온은 허리를 느릿하게 놀리며 여자의 귀에 속삭였다. 그래도 여자는 버거운지 그의 허리를 감은 다리를 바르작거리고 벌써 갈 것처럼 자지러졌다.

“아, 으응, 아흣….”

거듭된 절정 후 녹진하게 풀린 살에 머리부터 뿌리까지 성기를 길게 박아 넣고 부드럽게 치댔다. 곧 내벽이 기둥을 꽉 조여 왔다. 압박감이 대단했다. 돌처럼 단단한 성기를 부러트리고도 남을 것만 같았다.

“우리 자기 요즘 감옥에 갇힌 죄수처럼 운동을 하더니 조임이 더 좋아졌어.”

“아흑….”

“아, 미안. 감옥에 갇힌 죄수 맞지?”

거듭 조롱을 퍼붓는데도 여자는 분한 기색이 없었다. 뺨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지만 그건 화가 난 탓이 아니었다. 그는 입술이 델 것처럼 뜨거운 뺨에 키스를 하며 속삭였다.

“운동 계속 열심히 해. 기분 좋아.”

하지만 여자의 말랑한 살덩이가 아니라 딱딱한 고무 따위가 부딪히는 느낌은 썩 좋지 않았다. 비스듬히 각도를 올려 찔렀더니 질 끝의 쫀쫀한 살이 팽창한 살덩이를 빈틈없이 감싸 물었다.

“하아….”

레온은 결국 자제력을 잃었다.

“아! 제발, 살살, 하읏!”

“그럼 네가 살살 물었어야지.”

팽팽히 당겼다 놓은 활시위처럼 허리를 튕기고 또 튕겼다. 퍽퍽 살 찧는 소리가 시끄럽게 울리며 애액이 맞물린 살 틈으로 튀어 올랐다. 레온의 아랫배와 여자의 허벅지 사이가 삽시간에 미끌미끌하게 젖었다.

레온은 흥분을 참지 못하고 조용히 욕지거리를 중얼거렸다.

여자의 눅눅한 배 속 또한 자제력을 잃고 그를 난잡하게 주물러 댔다. 성기를 뽑아낼 때마다 살이 붙어 딸려 나올 정도였다. 들락날락할 땐 도톰하게 부푼 음순이 기둥에 찰싹 달라붙어 긁어 댔다.

그 무엇 하나 그에게 달라붙지 않는 게 없었다.

늪처럼.

이 여자의 음부는 늪이었다. 한번 몸을 담그면 헤어 나올 수 없는 그런 늪 말이다.

레온은 이따금 후회했다.

여자로 보였던 순간 해고했어야 했다.

아니, 체포한 순간 수용소로 보내 버렸어야 했다.

적어도 이 저질스러운 욕망에 굴복하지 말았어야 했다. 겁도 없이 머리부터 처박은 후에야 제가 늪에 뛰어든 걸 깨달았다.

레온은 그의 어깨를 힘없이 쥔 채 신음하는 여자를 지그시 내려다보았다.

“아, 아흐….”

그의 아래에 깔린 몸을 뒤틀고, 고개를 젖혀 부드럽게 굽이치는 다갈색 머리칼을 흐트러트리고, 군데군데 그의 입술 자국이 새겨진 새하얀 목덜미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던 여자가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그와, 다름 아닌 그와 몸을 섞는 쾌락에 취해 혼탁해진 청록 빛 눈동자가 레온을 응시했다. 그 순간 그는 후회 따위 모조리 잊어버렸다.

‘넌 내 거야.’

그는 또 탐욕스러운 키스를 퍼부었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알몸이 서로 거칠게 부대끼다 점점 땀에 젖어 미끄러졌다. 하지만 꼿꼿이 선 젖꼭지가 그의 가슴팍을 긁어 대는 건 여전히 거칠게만 느껴졌다.

레온은 여자를 억세게 끌어안고 있던 팔을 풀고 상체를 일으켰다. 몽실몽실한 살덩어리가 그의 허리 짓을 따라 물결쳤다.

손을 뻗어 하나를 거머쥐었다. 손놀림을 따라 말랑한 가슴이 모양을 달리하며 자꾸만 그의 손에서 삐져나가려 했다. 자꾸만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는 제 주인과 다를 게 없었다.

“아흑….”

그는 살갗이 손바닥에 찰싹 달라붙도록 가슴을 움켜쥐고 고개를 숙였다. 말아 쥔 검지와 엄지 사이로 살이 볼록 튀어나오며 연분홍빛 젖꼭지가 더욱 도드라졌다. 레온은 가슴 끝을 유륜까지 부드럽게 물고 빨아올렸다.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