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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빌어봐-108화 (108/240)

108화

레온은 레이스의 틈을 벌리고 젖꼭지를 꺼내어 입에 물었다. 혀로 끝을 굴리자 여자의 마른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느릿한 혀 놀림을 따라 만져 주지도 않은 반대쪽이 서서히 솟아올랐다. 거칠거칠한 천에 덮인 그대로 정점을 긁어 주자 여자가 그의 손을 덥석 쥐며 막았다.

“으응, 그냥 해. 누가, 흣, 찾으러 오기 전에 끝내….”

레온이 꿈쩍도 하지 않고 애무를 이어 가자 여자가 그의 이마를 손바닥으로 짚었다. 머리칼 속으로 가느다란 손가락이 파고들어 왔다.

여자가 그를 힘주어 밀수록 레온은 젖꼭지를 더욱 깊숙이 감싸 물었다. 고개가 뒤로 젖혀지며 퍼져 있던 살덩이가 볼록하게 솟고 가슴 끝이 마시멜로처럼 길쭉하게 늘어났다. 눈을 마주한 채 맛있다는 듯이 살을 빨아 먹었더니 여자가 눈을 질끈 감으며 손을 뗐다.

그의 아래에 깔린 몸이 자꾸만 뒤틀렸다. 여자가 다리를 바르작댈 때마다 그 사이에서 잘그락 소리가 울렸다.

치맛자락을 위로 들추고 뽀얀 허벅지 한쪽을 한껏 젖혔다. 분홍 속살 틈에 끼워진 한 줄의 진주가 애액으로 미끌미끌하게 젖어 있었다.

레온은 한쪽 가슴을 가린 여자의 손을 다리 사이로 끌어당겼다. 손을 겹친 채로 마구 흔들었다. 제 손끝에서 진주가 구르며 음핵을 자극하자 여자가 몸을 크게 들썩이며 흐느꼈다.

“누가 나를 찾으러 오기 전에 끝내고 싶어?”

그는 레이스 사이로 튀어나온 젖꼭지를 혀끝으로 길게 핥아 올리며 물었다. 여자가 숨을 할딱이며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명령했다.

“그럼 말해.”

“아흑, 넣어 주세요, 대위님.”

어쭙잖은 반항을 하다 더 심하게 당하느니 명령을 단번에 따르는 게 낫다는 걸 여자는 체득한 지 오래였다.

기특하다 싶으면서도 맥이 빠졌다. 여자의 목소리에는 체념뿐이었다. 그가 그토록 좋아하는 수치심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어디에.”

당연한 걸 묻는 이유를 모를 리 없는 여자가 이를 사리물었다. 대답이 없자 레온은 둔덕에 올려 둔 손을 아래로 미끄러트렸다. 줄줄이 이어진 진주를 손끝으로 톡톡 치며 내려가다 질구에서 멈추지 않고 그 아래의 좁다란 구멍 앞에서 멈췄다.

“여기?”

“앗! 거기가, 아흣, 아니야.”

손끝에 힘을 주자 애액에 흠뻑 젖은 진주가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저항하는 몸을 짓눌렀다. 여자의 얼굴이 모멸감에 울상이 되어 갔다.

그제야 여자가 움직였다. 제 손으로 진주 끈을 옆으로 젖히고 손가락을 질구에 얕게 박아 넣어 벌리는 모습을 레온은 눈 한 번 감지 않고 지켜보았다.

“여기, 넣어 주세요.”

이제야 비로소 악문 잇새로 수치심이 쏟아져 나왔다. 그를 경멸한다고 외치는 눈동자의 가장자리에서 눈시울이 달아올랐다. 여자가 제 손으로 드러낸 속살만큼이나 붉게.

좋아. 그거야.

레온은 그제야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몸을 일으켰다. 몸을 활짝 열고 그를 기다리는 여자를 내려다보며 그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성기를 꺼내 들었다.

남자의 손이 바지 앞섶을 헤치고 밑동을 쥐었다. 그래 봤자 그가 움켜쥔 건 살 기둥의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 그레이스의 얼굴을 가리고도 남을 정도로 큰 손인데 말이다.

어쩌면 가장 무시무시한 괴물은 저 남자가 아니라 저 거대한 말뚝에 매일같이 꿰뚫리고도 살아 있는 자신일지도 모른다.

엉뚱한 생각을 하며 벌써 뻐근해지는 아랫배에서 긴장감을 풀어내려 애를 썼다. 가슴이 부풀어 오를 정도로 숨을 크게 들이쉬는 찰나 윈스턴이 그녀의 위로 올라왔다.

“고개 돌리지 마.”

그레이스의 몸에 성기를 넣을 때면 반드시 눈을 마주해야 하는 남자였다. 무얼 보고 싶어 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무얼 보여 주든 비틀린 미소를 짓는 걸로 보아 무언가를 보고 싶다기보다는 보여 주고 싶은 게 분명했다. 지금 몸을 섞는 남자가 그라는 걸 말이다.

‘뭐가 그렇게 불안해? 나를 가두는 것도 모자라 오로지 너만 볼 수 있게, 너만 만질 수 있게 만들어 두고도 그렇게 불안해?’

색소가 옅은 푸른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눈빛으로 추궁했다. 남자는 늘 그렇듯 그녀의 눈빛을 깡그리 무시하며 다리 사이를 끼워 맞췄다.

벌려 둔 살 틈에 뜨거운 살덩이가 박혔다. 손가락을 빼자 속살이 스르르 조여들며 성기 끝을 빠듯하게 물었다.

‘하아… 맙소사.’

그레이스는 절망 섞인 한숨을 삼켰다.

이젠 삽입할 때의 온도나 부피감만으로도 이 남자가 얼마나 흥분했는지 알 수 있었다. 절대 얻고 싶지 않았던 능력이었다.

오늘 밤 무엇이 그를 성난 황소의 뿔처럼 세운 건지는 몰라도 쉽게 놓아주지 않을 거란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피로연에서 빠져나가 정부나 박고 있는 정신 나간 예비 신랑을 누군가가 찾으러 오기만을 바라며 그레이스는 몸속으로 밀고 들어오는 성기를 꾸역꾸역 삼켰다.

“힘을 조금 더 풀어.”

“아흣….”

“숨 크게 들이쉬고. 그렇지.”

몸은 그가 가르친 대로 반응했다. 그레이스는 순식간에 제가 누군지 잊고 윈스턴의 허리 짓에 맞춰 아랫배를 조였다 풀었다.

긴 드레스는 어느새 허리에만 휘감겨 있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완벽히 차려입은 남자와 벗은 것도 입은 것도 아닌 꼴인 여자가 한 침대에서 뒤엉켰다.

남자는 섬세하고 값비싼 레이스를 입혀 두고도 사나운 손버릇을 자제할 줄 몰랐다. 가슴을 거머쥐고 비틀고 주물러 댄 끝에 속옷 곳곳에 구멍이 생겼다.

그는 그 틈으로 거리낌 없이 손가락을 집어넣고 살이 움푹 팰 정도로 힘을 주어 살덩이를 손안으로 집어삼켰다.

“이런, 하아, 새로 사 줄게.”

“필요 없….”

필요 없으면 버려. 레온은 속옷을 단숨에 찢어 벌렸다. 가슴골부터 배꼽까지 뽀얀 살이 겉으로 드러났다. 너덜너덜해진 레이스 사이로 튀어나온 젖가슴이 그의 허리 짓을 따라 거칠게 출렁였다.

“읏….”

그 음탕한 꼴을 지켜보는 레온의 목구멍 깊은 곳에서 목이 졸리는 듯한 신음이 새어 나왔다. 그는 결국 이성을 잃었다. 침대에 널브러져 암고양이처럼 우는 여자를 번쩍 들어 안고 허리를 위로 거칠게 짓쳐 올렸다.

“아, 아흑….”

여자가 손톱을 세워 그의 등을 긁으며 애걸했다.

“제발, 빼. 너무, 흣, 깊어….”

끝까지 잘만 받아먹으면서 무슨 소리야?

핀잔을 입 밖에 낼 순 없었다. 위로 힘차게 튕겨 오르는 가슴 끝을 덥석 물고 빠느라 말 같은 걸 할 틈이 없었다.

살을 게걸스럽게 삼키고 빨아 먹고 씹어 댄다. 먹어도 먹어도 먹은 것 같지 않다. 이 여자는 가져도 가져도 온전히 가진 것 같지 않았다. 레온은 채워지지 않는 허기라는 저주를 받은 짐승이었다.

“윈스턴….”

여자가 가냘픈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가끔은 이 침대에서의 그날 밤처럼 레온이라고 부르는 걸 듣고 싶기도 했다. 그런 제가 우스웠다.

대꾸하지 않으니 여자가 더욱 딱딱한 호칭으로 그를 불렀다.

“대, 대위님….”

“왜?”

통통하게 부푼 젖꼭지를 뱉어 내고 대꾸해 주었더니 여자가 어깨에 걸쳐 두었던 손을 매끄러운 베스트를 따라 미끄러트렸다. 힘없이 떨어진 손이 맞물린 자리를 가리켰다.

“이건, 하읏, 치워 줘.”

치골 사이에 낀 진주알을 말하는 것이었다. 음부를 치받을 때마다 여자가 고작 진주 한 알에 숨넘어가는 소리를 내며 그의 허리를 휘감은 허벅지를 파르르 떨었다. 성기를 꽉꽉 물어 대기까지 하며 깜찍한 짓을 하는데, 레온이 그걸 치워 줄 리가 없었다.

“헉!”

도리어 허리를 유연하게 돌리며 진주알을 음핵에 비벼 댔다. 여자가 그를 밀어내려 안간힘을 썼지만 허리를 감은 팔을 풀어 주지 않았다.

여잔 그러다 다리 사이로 손을 넣어 끈을 뜯어내려 했다. 레온은 여자의 두 팔을 등 뒤로 꺾어 한 손으로 한꺼번에 결박했다.

“아흑, 싫어!”

여자는 울부짖다시피 하며 몸을 좌우로 비틀고 위아래로 들썩였다. 뜨겁고 말캉한 속살이 예민한 살덩이를 치대고 빨아 대는 게 짜릿해 신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하아, 그렇지. 잘하네.”

“빼, 빼 줘, 빼 주세요.”

여자의 말끝이 점점 길어지며 그의 자비를 빌었지만 자비 같은 것을 모르는 남자에게 빌어 봤자였다.

“하윽!”

자제력을 잃고 성난 황소처럼 여자의 음부를 들이받고 또 들이받았다. 여자가 울부짖으며 가 버린 후에도 멈추지 않았다. 레온은 벼락이라도 맞은 사람처럼 자지러지는 여자를 으스러트릴 듯 끌어안았다.

“싫다면서? 하아, 아주 좋아 죽는데.”

“흡, 흐읍….”

여자가 절정을 느끼는 동시에 둑이 터지듯 터져 나온 애액이 진주알을 타고 새하얀 침대 시트로 뚝뚝 떨어져 내렸다. 하지만 여자는 제가 탕녀처럼 쾌락에 굴복해 줄줄 싸 댔다는 건 안중에도 없었다. 그가 놓아 버린 손으로 입을 틀어막는 데 정신이 팔려 있었다.

창문이 활짝 열려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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