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화 (9/80)

8화

희림이 기가 찬 듯 그의 손등을 가볍게 쳤다. 하지만 손끝에 닿는 단단한 감촉과 바짝 일어선 푸른 핏줄에 도리어 입이 말라버렸다.

대체 내가 왜 그랬을까.

데인 듯 화들짝 손을 뗀 그녀가 공연히 손끝을 문질렀다. 머리칼 사이로 인하의 짐승 같은 눈빛이 다시 번뜩이는 동시에 희림도 반사적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주 잠깐이지만 막혔던 숨이 쉬어지는 것도 같았다.

“그, 그냥 내 말은 다 너 좋게 해주려고 그랬던 거지.”

“아아. 그러시겠지. 회장님이신데.”

“…….”

마찬가지로 몸을 세운 인하는 언제 그랬냐는 듯 심드렁해졌다. 그의 관조적인 태도에 희림만 더욱 애가 탔다. 분명 잘 나가고 있었던 것 같은데 어디서부터 꼬인 건지. 그녀가 더 늦기 전이라도 그의 마음을 사보고자 고개를 슬며시 기울였다.

“대한민국 다 가 봐도 여기만큼 좋은 데 없을걸?”

“대한민국 다 가봤어?”

“……가봐야지. 언젠간.”

“…….”

“그치만 너도 이렇게 돌아온 거 보면 여기가 좋은 거잖아.”

내심 기가 죽었던 희림이 다시 배시시 웃음을 되찾았다. 강인하 성격에 여기서 더 물고 늘어져봤자 좋은 소리도 못 듣는다. 오늘도 이렇게 물러나지만 현관으로 나서는 걸음이 어제보다 더 필사적이었다.

“공기 좋고 물 좋고 인심 좋고.”

“어, 그래.”

“좋을걸? 진짜 좋을걸? 정말 정말 막 좋을걸?”

“지금 그걸 설득이라고 하는 거면…….”

“나의 아름다운 숲!”

“…….”

맹수처럼 서서히 희림을 내몰던 그가 무슨 일인지 걸음을 멈추었다. 인하의 흔들리는 머리칼 사이로 선명해진 눈빛에 이거다 싶은 희림은 숨을 가득 들이마셨다.

“그 작가 여기 산대!”

◇ ◆ ◇ 

뜨거운 해가 낡은 슬레이트 지붕을 달구고 그 아래의 나는 더욱 끓어올랐다. 시야가 흐릿할 만큼의 더위가 최절정에 치달았던 어느 날, 나의 숲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여름’ 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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