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7화 (38/80)

37화

“…….”

워낙에 바빠 서울에 있든 청연에 있든 얼굴 한번 보기도 힘들던 분이 제 집에서 이러고 있는 것이 영 이상했다. 마치 미련이 나은 듯 한 걸음마다 두리번거리는 강 회장을 향해 입을 열었다.

“점심 드시고 가실래요?”

“어? 어…….”

“식사 못 하셨잖아요. 그래도 저 때문에 내려오셨는데.”

구태여 덧붙이는 말이 인하답지는 않았지만 그는 끝내 담담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조금 당황하는 듯하던 강 회장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선약이 있어서.”

“네. 그러셨군요.”

“인하 너도 괜찮으면 그냥 같이 가든가. 불편한 자리는 아닐 테니…….”

“아뇨. 아버지 중요한 약속에 제가 왜요.”

감정 없는 미소의 인하는 이제 완벽히 평소와 같아졌다. 얼른 가보시라 앞장서 공손히 문까지 열어드리자 강 회장이 아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정말 약속이 급하긴 한 모양인지 연신 시계를 내려다보던 그는 결국 비서가 열어주는 검은색 고급 세단에 올라탔다.

갈 사람은 가고, 남은 사람은 남고.

그들 부자에게는 워낙에 익숙한 일이었다. 오늘따라 나서는 걸음이 유독 느리다는 것을 제외하면 별다를 것 없는 일상일 뿐이다.

“……후우.”

눈앞에서 차가 사라지자마자 급격한 피로가 밀려왔다. 역시 아버지는 자신과 잘 맞는 편은 아닌 듯하다. 

미친놈. 전에 없던 제안을 했던 스스로를 비웃은 인하가 문득 창틀에 기대어 뜨거운 숨을 뱉어냈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했나 싶더니, 정말로 제가 정상이 아니긴 한 모양이었다.

이 와중에도 누군가의 얼굴이 떠오르는 것 역시.

◇ ◆ ◇

노인 안전 특집 - 뇌출혈, 봄에도 방심할 수 없다!

지난 4일 밤 10시경, 안온마을 김명혜 할머니가 뇌출혈로 쓰러지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다행히 손녀인 한희림 씨(안온마을 청년회 회장 및 상가 번영회 회장)가 곧바로 발견하여 골든타임 안에 병원으로 이송할 수 있었다. 이번 일은 겨울뿐 아니라 봄에도 뇌출혈과 뇌경색에 방심해서는 안 된다는 경각심을 마을 곳곳에 일깨웠다. 특히 혼자 사는 고령의 노인일수록 더욱더 주변의 관심이 필요하다.

현재 김 할머니는 정안시 한국대병원 분원 1209호 VVIP실에서 안정을 되찾고 있으며 병문안을 가실 예정인 분들은 오는 9일까지 푸름농업사 문학인 사장님에게 신청하면 된다. (선착순 25명, 010-****-****)

한편 본지의 발로 뛰는 단독취재로 김 할머니께서 깨어나는 기쁨과 감격의 순간을 함께할 수 있었다. 이틀 만에 눈뜬 김 할머니는 그날에 대해 진술하기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