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 대표실에서 나온 그 남자 (3/45)


#3. 대표실에서 나온 그 남자
2022.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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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이 옷 버린 적 없어요. 계절 되면 가져가려고 원래 쓰던 제 드레스룸에 보관해 둔 건데, 그게 어떻게 버린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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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그랬어?”

심상치 않은 서하의 표정에 옥순이 안절부절못하고 괜히 원피스 자락을 탁탁 털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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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또, 워낙 낡아서 버리는 줄 알았지. 우리 서하는 공주님이라 명품만 입잖니. 내가 잘 모르고 그랬어. 미안하다, 얘.”

고작 몇십 유로짜리라도 인생 첫 세계여행의 추억이 가득 담긴 옷이었다. 입을 때마다 서하를 행복하게 해 주었던 그 옷이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갔다가 섬유유연제 냄새에 푹 절여져 돌아온 것이다. 기름 얼룩이 덕지덕지 남은 치킨 종이가방에 담긴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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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령 그렇게 생각하셨어도 저한테 물어보셨어야죠. 제가 아무 데나 던져놓은 것도 아니고, 제 드레스룸에 넣어 둔 제 옷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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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하고 앉자. 엄마가 실수했다잖아.”

승오가 조금 굳은 얼굴로 나서서 상황을 정리했다. 그 옷이 어떤 옷인 줄 뻔히 알면서 편들어 주지 않는 남편이 원망스러웠다.

집에 가서 싸울 거야.

다짐한 서하가 입을 다물고 자리에 앉으려 할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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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 죄송해요!”

갑자기 이지수가 벌떡 일어나더니 서하의 발 앞에 무릎을 꿇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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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옷인 줄 모, 모르고 이, 입었어요. 디자인도 그, 그렇고, 아가씨는 시집가셨다고 들어서……. 제 탓이니까 순이 이모한테 그러지 마세요. 제, 제가, 옷만 안 적셨어도 아무 일 없었는데. 정말 죄송해요, 잘못했어요, 아가씨.”

서하 입장에선 당황스럽기 짝이 없는 노릇이었다. 잘잘못 따지자면 옷을 마음대로 내준 옥순이 잘못했지, 아무것도 모르고 그걸 받아 입은 이지수에게 더 무슨 말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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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왜 이지수 씨가 사과해요? 빨리 일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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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저, 저 때문에 순이 이모가 옷 꺼내줘서 아가씨가 화나셨잖아요. 그, 그러니까 제가 사과드릴게요. 저, 정말 죄송해요.”

이젠 바닥에 양손을 짚고 머리까지 꾸벅꾸벅 숙여댄다. 처음 인사했을 때보다 말 더듬는 횟수도 더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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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좀 해요! 그리고 내가 왜 그쪽 아가씨예요?”

사과고 뭐고, 이 상황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어진 나머지 서하의 언성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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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야.”

승오가 일어나선 서하의 손목을 부드럽게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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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잖아. 무릎까지 꿇고 사과하는데 면박 주지 말고 좀 받아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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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언제 무릎 꿇으라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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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표정 보면 나 같아도 무서워서 무릎부터 꿇겠다. 지수 씨 잘못도 아니고, 내가 보기엔 옷 한 벌 가지고 버릇없이 군 것도 충분히 잘못했어. 우리 엄마, 이제 너희 집 가정부 아니고 네 시어머니잖아. 안 그래?”

갑자기 스트레스를 받은 탓에 편두통이 몰려왔다. 안구 부근부터 뭉툭한 것으로 헤집는 듯한 두통이었다. 서하는 승오의 손을 탁 뿌리치고 의자 등받이를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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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서하야!”

옥순이 화들짝 달려와 서하를 부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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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편두통이지? 네 방에 올라가서 좀 누워라. 약 갖다 줄 테니까 먹고, 좀 쉬다가 사부인 오시거든 그때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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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녜요. 그냥 집에 가서 푹 자는 게 나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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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래? 그럼 잠깐만 기다려라. 파전 반죽 싸 줄 테니까, 집에 가서 프라이팬에 기름 넉넉히 두르고 부쳐 먹어.”

성의는 감사하지만 반죽 같은 걸 챙길 상황이 아니었다. 고개를 저으려는 서하를 승오가 살짝 건드려 제지하곤 대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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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님이 파전을 어떻게 부쳐요. 됐어.”

승오는 종종 서하를 공주님이라고 불렀다. 항상 기분 좋던 그 단어가 오늘따라 이상하게 거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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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가자. 여보, 나 좀 부축해 줘.”

예민하고 허약한 서하를 챙기는 건 늘 승오 몫이었다. 서하는 오늘도 승오의 커다란 손을 잡고 튼튼한 팔에 의지해 돌아갈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그 믿음은 외마디 비명 한 마디에 깨져 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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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아앗!”

이지수가 허둥지둥 일어서다가 균형을 잃고 인어공주처럼 철퍼덕 넘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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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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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요?”

늘 서하를 부축하던 승오의 손이 향한 곳은 넘어진 이지수였다. 이지수는 머뭇거리는가 싶더니 곧 그 손을 잡고 일어서서 서하에게 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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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비, 빈대떡 가져가세요. 저녁도 다 못 드셨을 텐데. 괜히 저 때문에 불편해지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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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어요. 저 원래 빈대떡 안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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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네……. 죄송해요, 아가씨.”

이지수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개졌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던 승오가 아직 풀지 않은 비닐봉지를 통째로 덥석 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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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먹을게요, 지수 씨. 냄새 좋네.”

이지수를 일으켜 주고, 빈대떡을 챙긴 다음이 서하 차례였다. 서하는 승오가 다시 내민 손을 탁 뿌리치고 혼자 힘으로 거실을 가로질렀다.

올 때만 해도 정말 즐겁고 들떴었는데. 빈대떡 봉지와 섬유유연제 냄새를 풍기는 원피스가 그 행복을 아작아작 씹어먹은 것 같았다.

집에 오는 길은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서하는 돌아오자마자 대강 씻고 침대에 누웠다. 아마 곧 승오가 들어올 것이다. 손에는 두통에 좋은 허브차를 들고서.

서하의 예상대로 얼마 후, 조용한 발소리가 다가와 침대 옆에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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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셔.”

종종 머리가 아플 때면 늘 마시던 허브차 향기가 침대 주변을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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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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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딱 좋은 온도야. 마시고 다시 누워.”

승오가 서하의 목 아래를 받쳐 일으켜 주었다. 말이 별로 없고 무뚝뚝하지만 늘 세심하게 그녀를 챙겨 주는 평소 모습 그대로였다. 서하는 못 이기는 척 따끈한 찻잔을 받아 들고 두어 모금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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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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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보단 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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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다 마셔. 욕실까지 데려다줄게.”

찻잔이 비워지는 동안 승오는 묵묵히 곁을 지켜 주었다. 서하가 사랑하는 안정적인 침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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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까 왜 그랬어?”

서하는 허브티를 다 마시곤 나지막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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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 옷 아끼는 거 알잖아. 속상할 거 뻔한데 내 편도 안 들어주고. 나 머리 아프다는데 이지수 씨부터 일으켜 준 것도 서운했어. 그리고 나랑 있을 땐 잘 안 웃으면서 이지수 씨가 말하니까 그렇게 크게 웃는 게 제일 서운했어.”

승오가 빈 찻잔을 받아 옆에 내려놓았다. 약간 마른 서하의 어깨를 만지는 손길은 무심한 듯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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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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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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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거기서 네 편 들면 엄마가 서운해져서 너 안 예뻐할까 봐 그랬어. 이지수 씨부터 일으켜 준 건, 앞에서 사람이 넘어지니까 놀라서 반사적으로 그랬고. 웃은 것도 미안해. 그건 그냥 단어가 우스워서 웃은 거야. 그것뿐이야.”

어깨를 만지던 손이 천천히 서하를 감싸 끌어당겼다. 서하는 넓고 따뜻한 승오의 품에 안겨서 아까의 서운함과 불쾌함을 털어버리려 숨을 깊이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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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조심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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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조심할게. 사랑하는 공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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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공주님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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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잘못됐나? 나는 평생 윤서하를 공주님으로 모시고 살 건데.”

공주님이라는 단어가 다시 좋아졌다. 서하는 투정하듯 승오의 허리를 끌어안고 얼굴을 더욱 깊이 파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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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진짜,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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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사랑해.”

다정하게 머리카락을 쓸어 주며 대답하는 승오의 표정까지는 알 길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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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하는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 새벽녘에 이유 없이 눈을 떴는데, 문득 머릿속에 끝내주는 디자인이 떠오른 것이다. 머릿속에 있는 디자인을 시각화해서 스케치해 내느라 그때부터 잠을 못 잤지만 피곤보다 흥분이 더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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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는 길에 눈 좀 붙여. 어제 새벽 세 시에 일어났다며.”

승오가 차에 시동을 걸면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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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좋아서 잠도 안 와. 이건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이야. 내 브랜드의 시그니처가 될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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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반응은 그게 끝이었다. 서운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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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 안 해줘? 나 요즘 디자인 안 나와서 우울했던 거 알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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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스럽잖아. 너는 항상 뭐든지 잘해서 하나하나 축하하려면 끝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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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백 번 축하해도 새삼스럽지 않아. 이렇게까지 내 마음에 쏙 드는 디자인이 흔하게 나오는 것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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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어, 알았어. 축하해요. 공주님.”

승오가 한 손을 뻗어 서하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었다. 엎드려 절 받은 기분이 그리 상쾌하진 않았다.

두 사람의 출근길은 늘 비슷했다.

별다른 일이 없으면 같은 차를 타고 ‘강윤컴퍼니‘에 출근한다. 디자이너인 서하는 디자인 1팀이 있는 3층에, 경영부장인 승오는 경영지원부가 있는 5층에 내린다. 각자 실력과 경험을 쌓은 부부가 언젠가는 이 회사를 물려받을 거란 사실을 누구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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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 사무실 올라가?”

항상 내리는 3층 대신 꼭대기층 버튼을 누른 서하를 보고 승오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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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당장 보여드리고 싶어.”

자랑스럽게 말하는 서하의 품에는 어젯밤 새로 채워낸 디자인북이 꼭 안겨 있었다. 몇 달에 걸친 슬럼프를 딛고 그려낸 보물과도 같은 디자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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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갈까? 나도 궁금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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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안 되는 거 알고 묻는 거지?”

일은 일이고 사랑은 사랑이다. 디자이너 윤서하의 이름과 커리어를 걸고 런칭하는 새로운 브랜드의 시그니처를 샘플 제작 전에 공개할 순 없는 일 아닌가.

서하는 디자인북을 꼭 끌어안고 혼자 대표실로 올라갔다. 그러곤 한 손을 들어 가볍게 노크하려는 찰나, 갑자기 안쪽에서 문이 홱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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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깜짝 놀란 서하가 뒤로 펄쩍 물러났다. 문고리에 부딪힐 뻔한 손에 힘이 풀리면서 디자인북이 툭 떨어져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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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런.”

안에서 나온 사람이 떨어진 디자인북을 줍더니 그다지 성의 없는 손놀림으로 먼지를 탁탁 털어냈다.

성큼 큰 키에 어깨가 넓고 정장을 갖춰 입은 남자였다. 슬림한 몸매와 쌍꺼풀 없이 약간 찢어진 눈매가 흰 피부와 어울려 차갑고 까칠한 인상을 주었다. 대표실에서 나올 만한 직원이라면 서하가 아는 사람일 텐데, 이 남자만은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누군지 생각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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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쪽 물건입니까?”

남자가 툭 던지듯 물었다. 서하는 애매하게 무례한 그 질문에 대답하기 싫어 그냥 손만 내밀었다. 무례함을 떠나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인간이라면, 사과와 함께 그가 주운 디자인북을 서하에게 돌려줄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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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가만히 서서 관찰하는 듯한 시선으로 서하를 쳐다보았다. 서하가 생각한 ‘정상적인 사람’과는 조금 거리가 먼 행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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