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5. 구인 공고 (15/45)


#15. 구인 공고
2022.05.21.


조서하는 이 집에 외할머니와 단둘이 살면서 공장 경리로 일했다. 번 돈은 대부분 편찮으신 할머니의 병원비로 나가기 일쑤였다.

그러나 공장에서 해고당한 후로 새 일자리를 찾지 못했고, 병원에 제대로 못 다니는 사이 할머니는 돌아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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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뒤늦게 알고 병원에 모셔갔지. 그런데 합병증이 너무 심해서 손을 쓰기엔 늦었어. 대체 왜 바로 얘기 안 한 거야? 아니, 너도 모르겠네. 제기랄!”

재욱이 삼겹살을 씹으면서 투덜거렸다. 매사에 어쩜 이렇게 화가 많은지. 신기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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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왜 이렇게 상추만 뜯어 먹어? 고기 식으면 질겨지는 거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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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며칠째 고기잖아요. 개인적으로 채식을 선호한다고 말씀드렸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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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고기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뜯어 먹었다고 몇 번을 말해? 그리고 환자는 원래 고기를 먹는 거야. 단백질을 보충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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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동물성 단백질 섭취는 오히려 환자에게 독이 될 수 있어요. 뭐든 적당한 게 좋죠.”

서하는 반 정도 비운 밥그릇을 앞에 놓고 입가를 톡톡 두드려 닦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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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먹었습니다. 오늘도 신세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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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밖에 안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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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식하면 몸이 무거워서요.”

재욱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서하가 남긴 밥을 제 밥그릇에 엎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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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가서 준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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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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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병원 간다며. 데려다줄 테니까 삼십 분 있다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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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의는 감사하지만, 혼자 갈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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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해서 데려다준다는 거 아냐. 어차피 그쪽에 대량 주문이 들어와서 배달 가야 해.”

썩 내키지 않았지만, 서하는 재욱의 과일 트럭을 얻어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시트에 잔뜩 밴 담배 냄새를 맡으면서 트럭을 타고 가는 건 버스나 지하철을 타는 것보다 훨씬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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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받는 데 얼마나 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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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시간 정도요. 신경 쓰지 말고 먼저 들어가세요.”

서하는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폴짝 트럭에서 뛰어내렸다.

사실 통원 치료 따윈 없다. 서하가 여기 온 건 엄마를 찾기 위해서였다.

마주 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엄마가 정신을 찾을지도 몰라. 완전히 다른 껍데기에 들어 있는데도 나를 보자마자 알아챘잖아.

이 가정은 서하에게 있어 유일한 희망이자 동아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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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하기 딱 좋은 날이야.’

서하는 치료가 끝나자마자 해선을 만났던 병원 뒤쪽 정원으로 향했다.

그 선택은 아주 훌륭했다. 산책로 맞은편에서 해선이 나타난 것이다. 그것도 혼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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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혼자 있지?’

경준도, 간병인도 보이지 않았다. 서하는 반갑고 기쁘면서도 걱정되는 마음에 후다닥 달려가 해선의 손을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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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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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자기 앞을 막아선 서하를 해선이 의아하게 쳐다보다가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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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애기. 학교 잘 다녀왔어?”

눈물이 대책 없이 왈칵 솟았다. 서하는 얼른 소매로 눈을 쓱쓱 문지르고 마주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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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알아보겠어? 엄마. 나 누구야?”

해선이 눈을 몇 번 깜박거렸다. 입가에 떠올라 있던 미소가 천천히 지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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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보는 아가씨네. 혹시 이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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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

그때, 해선이 온 방향에서 비명 같은 외침과 함께 경준이 달려왔다. 이마에 땀이 가득하고 재킷은 손에 아무렇게나 들고 있는 모양이, 해선을 찾아 온 병원을 다 뛰어다닌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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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뭐야. 내가 지난번에 경고했을 텐데!”

경준이 숨을 헐떡이며 서하의 손목을 잡아챘다. 그 바람에 서하는 잡고 있던 엄마의 손을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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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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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도 대표님 나오실 때 훔쳐보고 있었지. 왜 자꾸 알짱거려? 목적이 뭐야?”

경준이 사납게 으르렁거렸다. 해선은 그에게 가려 잘 보이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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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히 무례하시네요.”

서하는 턱을 쳐들고 그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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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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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슬쩍 말 잘라먹지 마. 내가 당신 아랫사람이야?”

경준은 대답이 없었다. 서하를 바라보는 눈빛도 복잡했다. 스파이답게 알기 어려운 시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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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냥 통원 치료 왔다가 한 바퀴 걷고 있었고, 그러다가 정신 온전하지 않으시다는 분이 혼자 계신 거 보고 걱정돼서 잡고 있었던 거야. 당신은 강 대표님 혼자 돌아다니실 동안 어디서 뭐 하다가 이제 와서 그렇게 당당한데? 내가 지금 당신 폭행으로 신고할 수 있다는 거 알아?”

꽉 잡혀 있던 손목에 힘이 풀렸다. 서하는 아픈 손목을 문지르면서 돌아섰다. 엄마와 한 마디라도 더 나누고 싶었으나 경준이 온 이상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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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뭔가 있어. 저 여자 앞에서 강 대표님이라고 부른 적이 없는데.”

경준이 멀어지는 서하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나직이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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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왜 저렇게 윤서하처럼 말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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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오와 류경준의 퇴근길.

차 안에는 그 흔한 라디오나 음악 하나 없이 적막만이 감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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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네요.”

한동안 앞만 보고 운전하던 경준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말을 꺼냈다. 이승오는 조금 당황했다가 어색하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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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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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재작년에 이어서 올해도 S/S시즌 매출을 말아먹은 소감이 어떻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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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까지 말아먹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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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까지 말아먹었죠. 회장님이 많이 실망하셨습니다.”

삼 년이 지나는 동안 이승오가 실제로 태양 그룹 류 회장을 만난 건 딱 한 번이었다. 그러나 그 한 번의 임팩트가 얼마나 컸던지, 그릇이 작다 못해 간장 종지 수준인 이승오에겐 ‘회장님’이라는 단어가 트라우마나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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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실 손보세요. 사적인 관계로 이지수 씨를 메인 디자이너로 앉힌 것부터 잘못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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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실력을 본 겁니다.”

말도 안 되는 변명은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경준이 피식 코웃음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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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 그룹은 자선사업가가 아닙니다. 대표님이 이 회사에서 보인 실적이 인수합병 후 드릴 요직 선정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거라는 점, 상기하세요.”

승오는 대답하지 못하고 애꿎은 입술만 물어뜯었다.

그가 대표직을 맡고 나서 처음 일 년간 강윤은 정체되어 있었다. 이듬해에는 매출이 하향곡선을 그렸고, 그 이듬해에는 하향곡선이 더욱 가팔라졌다.

차가 아파트 입구로 들어섰다. ‘DH 포레스트’라는 이름에 걸맞게 단지 전체가 친환경으로 조성된 이 아파트는 해선이 딸의 결혼 선물로 사준 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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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시죠.”

경준이 집 앞에 차를 세우고 뒷좌석 문까지 친절하게 열어 주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대표를 잘 보좌하는 수행원 겸 비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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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하지만 허리를 깊이 숙이면서 굽실거리는 쪽은 이승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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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그럼 이만.”

경준이 옆에 주차해 놓은 자신의 차로 옮겨 타고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승오는 하루가 끝났음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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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무슨 냄새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구릿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한 층에 한 호실씩 있는 아파트 구조상, 이 냄새의 출처는 분명 그의 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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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승오가 현관문을 홱 젖혀 열자 귀여운 앞치마를 두른 지수가 손에 국자를 든 채 뛰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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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왔어요? 가방 이리 주세요. 옷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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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무슨 냄새야?”

승오는 지수에게 가방을 내밀면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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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국장 끓였어요. 맛있는 쌈밥 해줄 테니까 목욕하고 오세요. 물도 받아 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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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국장?”

승오의 얼굴이 크게 찌푸려지자 지수가 눈치를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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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옛날에, 오빠가 맛있게 머, 먹던 생각이 나서……. 이, 이제 안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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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네 집이었잖아! 여기서 그걸 끓이면 어떡해!”

그 집은 이지수가 월세로 살던 옥탑방. 이 집은 내부가 온통 대리석과 원목으로 도배된 주상복합이다. 창문도 제대로 열리지 않고 환기 시스템으로 일정량의 공기만 순환되는 집에서 청국장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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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 어떡하냐. 빠지려면 며칠 걸리겠네.”

투덜거리면서 일단 열 수 있는 만큼 창문을 연 승오는 이상한 기분에 뒤를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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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뭐 해!”

청국장 냄비를 들어 싱크대에 부으려던 이지수가 화들짝 그를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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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미안해요. 빨리 버, 버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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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긴 또 왜 버려? 벌써 끓인걸.”

승오는 지수의 손에서 냄비를 빼앗아 인덕션 위에 도로 올려놓곤 손에 튄 청국장을 핥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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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네. 밥 줘. 나 배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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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진짜요?”

지수의 얼굴이 당장 환해졌다.

이지수는 항상 이렇게 승오의 말 한마디에 웃고 울었다. 승오가 늦게 오면 거실 소파에서 꾸벅꾸벅 졸면서 기다리고, 꼭두새벽부터 갓 지은 밥에 새 국을 끓여 아침상을 차렸다.

그게 좋았다. 대접받는 가장이 된 기분에 어깨가 저절로 올라가고 자신감이 생겼다.

처음 몇 달간은 그랬다.

승오는 맞은편에 앉은 지수를 새삼스러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함께 살게 된 이후로 이지수는 자신의 모든 것을 명품이나 디자이너 브랜드로 도배했다. 윤서하가 쓰던 것도, 새로 산 것도 있었다. 하다못해 지금 꽂은 머리핀 하나조차 해외 명품 브랜드였다.

분명 이렇게 만들어 주고 싶었는데. 좋은 것만 입고 먹게, 다시는 고생하지 않게 해 주고 싶었는데.

이상하게 입맛이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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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W 신상은 잘 나오고 있어?”

밥숟가락을 들면서 묻자 지수가 입술을 삐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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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을 땐 일 얘기 안 하기로 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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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그럴 때가 아니야. 이번 달 안에 샘플 나오지?”

승오는 짜증을 내지 않으려고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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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걸릴지도 몰라요. 또 한 명이 관둔다고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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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윤서하가 팀장으로 있을 때는 단 한 명도 퇴사하지 않았던 디자인팀에서 벌써 다섯 명째 퇴사자가 나왔다. 당연히 업무 효율은 떨어지고 새 디자인은 중구난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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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괘, 괜찮아요. 디, 디자인은 내가 할 거고, 이번에 그만둔 사람은 들어온 지도 얼마 안 돼서 중요하지도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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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오는 밥 먹다 말고 이마를 짚었다.

지수를 사랑하지만 인정할 건 해야 한다. 이지수의 디자인은 너무나 무난하고 특색이랄 게 없었다. 좋게 보면 누구나 입을 수 있는 디자인, 나쁘게 보면 어디에나 파는 디자인이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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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브랜드가 필요해. 새 디자이너도.”

이지수가 눈이 동그래져선 승오를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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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브랜드랑 디자이너요? 그럼 나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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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자리가 없어지는 게 아니야. 어차피 인원이 비니까 충원해야 하는 거고, 새 브랜드는 강 대표가 멀쩡할 때부터 추진하던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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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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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대로 해.”

승오는 또 뭐라고 토를 달려는 지수의 말을 딱 끊었다. 봐주는 데도 정도가 있지. 이러다 인수합병이 날아가면 이만저만한 손해 정도로 끝날 일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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