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6. 도둑과 스파이 (26/45)


#26. 도둑과 스파이
2022.06.29.


서하는 꿰뚫는 듯한 경준의 시선을 마주 응시했다.

뒤로 손을 써 비서가 된 다음 회사를 집어삼킬 계획을 짜고도 말짱한 얼굴로 조개를 굽던 남자다. 그만큼 똑똑하고 치밀하단 거다. 그냥 넘겨짚는 질문일 리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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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런 질문을 하시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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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한테 윤서하 냄새가 나.”

경준이 일어나더니 몸을 앞으로 당겨왔다. 진짜 서하의 냄새를 맡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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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똑같아. 말투, 습관, 행동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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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닮았나 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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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뻔뻔한 눈빛도.”

누가 누구한테 뻔뻔한 눈빛 운운하는 건지. 서하는 일그러지는 눈썹을 애써 반듯하게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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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류 비서님 생각이 맞다 쳐요. 친구라는 건 사적인 관계인데 왜 이렇게 추궁하듯 물으시는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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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윤서하 디자인이거든.”

경준이 책상에 놓인 서하의 첫 번째 디자인을 집어 눈앞에 들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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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전혀 모를 거라 생각했나 본데. 이건 윤서하가 사고 전에 마지막으로 낸 디자인이야. 당신은 그걸 베껴 놨다가 나한테 들켰고, 내친김에 본인 아이덴티티인 척 다른 디자인까지 가져와서 내민 거지. 내 말이 틀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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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하는 혼란스러웠다.

이 디자인의 원본은 금고 안에 있다. 비밀번호를 다섯 번 틀리면 영원히 잠겨 버리는 그 금고의 비밀번호는 서하와 엄마만이 알고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류경준이 그걸 아는 거지?

혼란에 빠져 생각을 더듬던 서하의 머릿속에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처음 대표실 앞에서 만난 날, 바닥에 떨어졌던 디자인북. 그걸 돌려주지 않고 유심히 들여다보던 경준.

고작 한 번 보았던 스케치를 기억하고 있다가 정확히 알아봤다니. 생각보다 더 무서운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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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윤서하 디자인이라는 증거는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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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대표님 상태가 조금씩 호전되고 있지. 완전히 회복하시고 나면, 금고에서 그 디자인을 꺼낼 수 있고.”

엄마가 호전되고 있다고?

가슴이 쿵쾅거렸다. 기쁜 나머지 코끝까지 찡했다. 이 회사에서 엄마와 함께 미래를 그려가던 시간들이 떠오르고 그리움이 울컥 터졌다.

조금만 더 버티자. 회사를 지켜야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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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알아보셨네요.”

서하는 고개를 들고 심드렁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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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이거 윤서하 디자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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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그렇게 당당하지? 책상 놓고 내기 건 거 잊었나?”

남의 디자인 훔친 거면 책상 정리하겠다고, 확실히 그렇게 말했다.

지금도 서하에겐 당당하지 못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경준이 저 디자인의 비밀을 알고 있다면, 서하 역시 경준의 비밀을 알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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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비서님이야말로 너무 당당한 거 아닌가요?”

경준이 이마를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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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이지?”

이번에는 서하가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서하의 코끝이 경준의 턱에 닿을 듯 말 듯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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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비서님, 태양그룹 스파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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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내 곱씹던 말을 입으로 내뱉자 체한 속에 탄산수 들이부은 듯 시원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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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나 윤서하 친구예요. 류 비서님이 태양그룹 류 회장의 숨겨진 아들이라는 것도, 그래서 강 대표님의 약점을 찾아서 이 회사를 억지로 태양그룹에 넘기려고 한 것도 알죠. 그리고…….”

서하는 대표실에 버금가게 넓은 경준의 사무실을 쭉 둘러보곤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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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의 주주와 경영진들은 그걸 전혀 모르고 있다는 것도요.”

너무나 정확한 사실 지적에 경준은 입을 다물었다.

윤서하가 그의 정체를 눈치챈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하물며 그걸 친구라는 여자한테 말했을 거라고 어떻게 상상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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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협박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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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반말하신다. 이렇게 된 김에 우리, 말 편하게 할까? 어차피 동갑이잖아.”

이제 무서울 게 없는 서하는 여유롭게 눈썹까지 까딱 움직여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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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박이 아니라 협상이라고 하자. 나도 입 다물고 경준 씨도 입 다무는 거야. 지금까지와 똑같아. 달라질 게 없어.”

이제 완전히 윤서하 그 자체였다. 경준은 윤서하가 다른 사람의 몸에 빙의해서 말하고 있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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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까지 하면서 이 회사에 붙어 있으려는 이유가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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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가 되려고. 난 항상 서하가 부러웠거든.”

지금의 서하는 정말 서하를 부러워했다.

아무것도 없이 회사를 지키고 남편에게 복수하겠다고 칼을 가는 조서하가 아니라, 남편의 얼굴에 이혼 서류를 던지고 일어설 수 있는 윤서하가 너무나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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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다야? 윤서하가 부러워서, 윤서하처럼 되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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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이라니. 당신도 윤서하를 부러워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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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윤서하를?”

서하는 또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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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다 똑같아. 누가 미치도록 부러운데 부러워하고 싶지 않으면, 자기 감정 대신 그 사람을 부정하거든. 윤서하는 금수저니까 자기 노력으로 이룬 건 하나도 없어. 쟤는 머릿속이 꽃밭일 거야. 운이 좋았지 뭐.”

경준의 얼굴이 뜨거워졌다.

맞다. 마냥 즐겁고 당당하게 빛나는 그녀를 부러워하다 못해 시기하고 질투했다. 그 못나고 음습한 모습을 그대로 들키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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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장난은 그만두지.”

경준은 얼굴을 문지르곤 건조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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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서하 씨, 당신을 정식 디자이너로 채용하겠습니다. 윤서하의 디자인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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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은 당연하고. 뒤의 조건은 왜죠?”

경준의 시선이 어지럽게 널린 스케치 위를 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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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강윤컴퍼니에서 새로운 브랜드를 내놓게 되었네요. 축하해요, 윤서하 디자이너.’

이 디자인을 놓고 윤서하와 강 대표가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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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입점은 맨 마지막이야. 우리가 먼저 백화점에 입점시켜달라고 조르는 게 아니라, 백화점에서 먼저 제안이 오게 만들어야 해. 할 수 있지, 윤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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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걸 묻네. 내가 누구 딸이야, 강 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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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네. 예쁜 내 딸이지요.’

대표실 안에서 들려오는 대화와 웃음소리가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저렇게 부모에게 인정과 사랑을 받는 느낌이 어떤 건지, 경준은 도무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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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윤서하의 새 브랜드니까.”

경준은 스케치를 모아 차곡차곡 정리했다. 그동안 서하의 눈길은 경준의 기다란 손가락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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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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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서하가 깨어나면 이걸로 새로운 브랜드를 내놓을 겁니다. 청담동에 부티크를 오픈하고, VIP와 셀럽들 초대해서 런칭 쇼도 하고, 전국을 돌면서 팝업스토어도 열고. 그러니까 이건 건드릴 생각도 하면 안 됩니다.”

서하는 갑자기 뭔가 울컥 막히는 느낌에 목을 문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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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차피 이 회사, 타이밍 봐서 태양그룹에 팔 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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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강 대표님이랑 윤서하가 돌아온 다음이지. 난 그때까지 태양그룹이든 어디든, 이 회사 넘길 생각 절대 없습니다.”

경준이 한데 모은 서하의 스케치를 책상 맨 아래 서랍에 넣고 잠금 버튼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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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서하 씨도 협조하세요. 이승오 같은 머저리한테 꼬리 치느라 시간 낭비하지 말고, 디자이너답게 더 끝내주는 디자인이나 뽑아 오란 말입니다.”

서하는 경준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사실 궁금하긴 했다. 삼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얼마든지 회사를 넘길 수 있었을 텐데 왜 아직도 그러지 않았는지. 왜 이승오의 비서 노릇까지 해 가면서 이 회사에 남아 있었는지.

어쩌면 이 사람이 그동안 강윤을 지켜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습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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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그렇게 보지? 할 말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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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탁이 있어요.”

만약 그렇다면 조금 도움받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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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대표님이 보고 싶어요. 만나게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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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서하 씨가 왜 강 대표님을 보고 싶어 하지?”

경준의 눈빛에 날이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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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서하 친구라고 했잖아요. 나는 부모님이 안 계시거든. 어릴 때부터 강 대표님이 나 엄청 예뻐하셔서 엄마처럼 생각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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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이나 훔쳐먹는 그 대단한 친구?”

서하는 잘도 비아냥거리는 경준을 정말 한 대 때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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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스러우면 계속 옆에 계시고요.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뵙기만 할 거니까.”

그런 마음을 전혀 내비치지 않고 재차 부탁하는 서하를 경준이 의심스러운 눈으로 훑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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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내일 퇴근 후. 동행해서 병원으로 갈 테니까 내가 연락하면 주차장으로 내려오세요.”

드디어 엄마를 만난다. 서하는 부푼 가슴을 손으로 살며시 눌렀다. 우리 딸, 하고 부르는 엄마의 목소리가 벌써 귀에 들리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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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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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말도 아, 안 돼요!”

충격적인 소식에 지수는 자려고 누웠다가 얼굴까지 새빨개져서 벌떡 일어나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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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조서하는 아직 이, 인턴 기간도 안 끝났어요. 그런데 한 달 만에 저, 정식 디자이너라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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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됐어, 여보. 내가 아무리 대표라도 회의에서 결정한 걸 무를 순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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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조, 조서하가 뭔데 회의까지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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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이사가 조서하의 디자인을 마음에 들어했어. 다른 경영진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지수는 제 어깨를 감싸 안으려는 이승오를 있는 힘껏 밀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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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회의에 나, 나는 없었잖아요! 디자인실은 내 거예요. 내 의견이 반영 안 된 인사는 무효란 말예요!”

이승오의 눈빛에 한순간 불쾌감이 어렸다. 은은한 스탠드 하나만 남기고 모든 불을 끈 상태라 지수는 그것을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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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지, 우리 여보.”

잠시 정적이 흐른 후, 이승오가 다정하게 지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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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실은 여보 담당이야. 하지만 이 회사는 내 거지. 여보한테는 인사 관련 권한이 없어.”

곧 죽어도 미안하다던가 조서하를 해고하겠다는 말은 하지 않는 이승오가 너무 야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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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가씨가 팀장일 때는 안 그랬잖아요. 디자이너 새로 뽀, 뽑을 때도 아가씨가 뽑고, 그래서 나도 떨어졌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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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서하는 오너패밀리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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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그래요!”

지수는 또 힘껏 이승오를 밀치면서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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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는 대표고, 나는 아내예요! 아내도 가족이란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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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법적,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오너패밀리를 말한 거야. 우리가 혼인신고하고 결혼식까지 올리면 네 말대로 되겠지만 지금은 아니잖아.”

지긋지긋했다. 윤서하가 복수하려고 죽지도 않고 버티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지수는 이불을 홱 뒤집어 쓰고 승오에게서 등을 돌렸다.

평소에 이렇게 삐지면 승오는 귀엽다면서 늘 지수를 달래 주었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짜증 섞인 한숨을 푹 내쉬더니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 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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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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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

같이 가자는 말도 없었다. 곧 슬리퍼 소리가 거실을 가로지르더니 현관문 열었다 닫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이승오는 밤새도록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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