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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깊어지는 사이 (37/45)


#37. 깊어지는 사이
2022.08.06.


예상은 했지만, 첫 고백 시도 이후 경준의 행동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사실 일이 너무나 바쁘긴 했다.

서하가 집에서 나올 때 엄마는 아직 자고 있고 집에 들어갔을 땐 이미 잠자리에 든 후라, 경준이 아니라 엄마 얼굴 보기조차 힘들었다.

이렇게 흐지부지되나 싶은 사이 어느덧 품평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모든 준비가 끝났다. 제품들은 다림질까지 마무리되어 옷걸이에 차곡차곡 걸려 있고, 그에 맞는 소품이며 구두도 몇 번이나 체크했다.

품평회라는 이름이지만 준비하는 스케일만 보면 패션쇼와 다를 바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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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대표실로 올라와요.]

서하는 기진맥진한 와중 이승오의 메시지를 받고 이맛살을 크게 구겼다.

또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 거지?

무슨 수작인진 모르겠지만 일단 올라가 봐야 한다. 서하는 전혀 내키지 않는 마음을 겁먹은 표정 뒤에 감추고 대표실에 올라갔다가 문을 열고 나오는 경준과 마주치곤 멈춰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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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류 비서님.”

경준은 평소보다 좀 더 차가운 표정이었다. 미미하게 찌푸린 미간 모양이 좀 불쾌해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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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실 들어갈 겁니까?”

서하는 인사도 없이 다짜고짜 묻는 저 싸가지를 지적하려다가 그냥 꾹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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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대표님이 호출하셔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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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시겠죠.”

경준의 미간에 어린 불쾌감이 좀 더 짙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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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 보세요. 난 따로 처리할 일이 있어서 이만.”

서하는 ‘알빠 쓰레빠’라고 입모양으로 말했다. 그러곤 경준이 또 뭐라고 하기 전에 얼른 문을 똑똑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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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오세요.”

이승오의 목소리가 조금 크게 대답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길에 흘긋 본 경준은 이제 대놓고 불쾌감을 표현하고 있었다. 별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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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셨어요, 대표…….”

들어서자마자 마주친 풍경에 서하는 말을 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입을 딱 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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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그렇게 놀라요?”

이승오가 싱글싱글 웃으며 물었다.

그가 기대 서 있는 테이블에 온갖 명품 브랜드의 쇼핑백이 가득했다. 큰 것도 있고 작은 것도 있었다. 검은색, 초록색, 오렌지색. 색깔도 다양했다.

저 미친놈. 이거 다 법인카드로 산 거 아냐?

서하는 분노로 파르르 떨리는 입꼬리를 힘껏 가다듬고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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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세요, 대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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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니까 그렇더라고.”

이승오가 제일 큰 박스 뒤에서 조그만 꽃다발을 꺼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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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도 짝짓기할 땐 암컷한테 먹이를 물고 가는데 내가 좀 맨입으로 말했나 싶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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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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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골라 봐요. 마음에 드는 거, 하나만.”

법인카드로 산 주제에 생색은 오지게 내는 새끼였다. 다 준다는 것도 아니고, 적선하듯 하나만 골라 보라는 건 또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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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표정 짓지 마요. 나머지는 내가 넣어 놨다가 조서하 씨랑 연애하면서 하나씩 하나씩 줄 거니까. 결국, 이거 다 조서하 씨 거란 뜻이지.”

여기서 ‘전 이런 거 필요 없어요!’ 하면서 고개를 저어댈 수도 있다. 아마 이지수라면 그렇게 했겠지. 아주 뻔하고 구리게.

서하는 전혀 망설이지 않고 이승오 바로 앞에 있는 커다란 오렌지색 쇼핑백을 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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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요.”

‘전 이런 거 필요 없어요’를 예상했던 이승오가 살짝 당황하나 싶더니 이내 커다랗게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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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과감하네. 생각보다 야망 있어.”

서하가 고른 쇼핑백은 여기 있는 쇼핑백 중 가장 비싼 브랜드였다. 그대로 중고 상점에 팔아도 현금 천만 원 이상 받을 수 있는 물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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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은 주시니까 받을게요. 하지만 이걸 받는 조건이 대표님과 연애라면, 지난번에 말씀드렸던 것과 대답은 같아요.”

서하는 금방이라도 손에 든 쇼핑백을 도로 내려놓을 기세로 말했다. 이승오가 피식 웃곤 양손을 어깨 위로 살짝 들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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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내 호의라고 생각해 줘요. 내일 만날 사람 많을 텐데, 그래도 좀 디자이너다운 모습 보여줘야 하잖아. 안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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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평회에 들고 나오라고 주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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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그래요. 나 잘 봐 달라는 뇌물이기도 하고.”

이승오가 찡긋 윙크했다. 서하는 속이 울렁거리고 없던 정이 죄다 떨어져 나가는 걸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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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류 비서 시켜서 집으로 보낼 테니 놓고 가요. 만난 김에 잘 좀 꼬셔 보고.”

이승오는 마지막 말을 좀 더 낮은 목소리로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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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 열한 시.

서하는 거의 기진맥진해서 기다시피 집에 도착했다. 민지는 대문부터 꺙꺙 짖으면서 반갑게 맞아 주고, 재욱은 밤 배달이라도 나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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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아저씨 없어? 맘마는 먹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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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꺙!”

이것 보라는 듯 발랑 뒤집어 눕는 민지의 배를 만져 보니 빵빵했다. 서하는 그대로 쪼그리고 앉아 민지를 여기저기 쓰다듬어 주다가 곧 일어섰다.

더 놀아 주고 싶지만, 빨리 올라가야 아직 집에도 못 가고 있는 경준과 교대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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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 지나면 시간이 좀 생겨. 우리 산책도 가고 터그놀이도 하자.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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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꺙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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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다. 우리 민지.”

마지막으로 민지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어 준 서하는 어둑한 전구 불빛에 의지해 옥탑방으로 올라갔다. 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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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불이 켜져 있지?”

서하는 자신의 방에 불이 켜져 있는 걸 보고 멈칫했다.

경준은 서하의 방에 들어가는 일이 없었다. 해선의 수발을 들 때도 해선은 방에 있고, 그는 좁은 거실 겸 부엌에 불편하게 앉아 자리만 지키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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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비서님?”

안에선 대답이 없었다. 현관에 익숙한 남자 구두가 있으니 집에 간 것도 아니었다.

똑똑.

서하는 두어 번 노크하고 나서 문을 열었다.

조그만 침대 위에 경준이 걸쳐지듯 아무렇게나 누워 잠들어 있었다. 재킷은 의자 등받이에, 넥타이는 그 위에, 바닥에는 쇼핑백 두 개.

오렌지색 쇼핑백은 이승오가 준 것이었다. 하지만 그 옆에 놓인 커다란 쇼핑백은 서하가 모르는 물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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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비서님.”

대답 대신, 경준이 뒤척 돌아누웠다.

그러고 보니 며칠 전부터 계속 피곤해 보였다. 평상에 눕거나 부엌 벽에 기댄 모습도 몇 번 봤다. 서하가 늦게 퇴근하는 동안 늘 와서 해선을 돌봐 왔으니 당연한 일이긴 했다.

깨우지 말자.

좀 좁더라도 잠은 엄마 옆에서 자면 된다. 아무리 스파이에 늘 티격태격하는 사이라지만 지금 깨울 순 없었다.

서하는 정체 모를 곰돌이가 그려진 서랍을 열고 잠옷을 꺼냈다. 최대한 소리가 나지 않게 조심하면서 열린 서랍을 닫는데, 낯선 쇼핑백 안의 내용물이 눈에 띄었다.

구두 상자와 옷이었다. 그것도 여자 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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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옷……?’

좋아하는 사람 있다더니. 그 여자에게 선물할 옷인 듯했다.

서하는 경준에게 여자 전화가 걸려온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딱히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 같지도 않았다. 여자라곤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 것 같은데, 어디서 만난 누구를 좋아한다는 걸까.

괜스레 입맛이 썼다. 쇼핑백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서하는 돌아 나가려다가 다시 침대로 다가가 이불 끄트머리를 당겼다.

이불은 덮어야지.

조심스럽게 이불을 당겨 덮어주는데 경준이 다시 뒤척이며 손을 휙 저었다. 그 바람에 두 사람의 손등이 아주 잠깐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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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간이었지만, 손등이 뜨거웠다.

놀란 서하는 들고 있던 잠옷을 던지고 급히 경준의 이마에 손을 올렸다. 뜨거운 정도가 아니라 숫제 불덩이였다.

자세히 보니 입술이 평소보다 붉고, 경준의 머리를 받치고 있는 꽃무늬 베개도 땀으로 흠뻑 젖어 색이 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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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비서님. 류 비서님.”

어깨 부근을 두드리면서 부르자 경준이 천천히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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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서하 씨.”

머리를 살짝 흔들면서 일어나 앉는 모습은 또 멀쩡하기 짝이 없었다. 이마를 짚어 보지 않았다면 열이 있다는 것도 몰랐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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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몇 시나 됐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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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 시 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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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네.”

경준이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한 손으로 쓸어 올렸다. 붉게 달아오른 입술 사이로 하아, 안정적이지 못한 숨이 새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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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은 주무십니다. 난 이만 가 볼 테니 쉬고, 내일…….”

아주 태연하고 멀쩡하게 일어서던 경준이 말을 끊는가 싶더니, 커다란 몸이 서하를 향해 푹 고꾸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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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비서님!”

크고 무거웠다. 그리고 뜨거웠다. 새하얀 셔츠가 땀으로 흠뻑 젖어 등에 철썩 들러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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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요. 다시 누워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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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서하의 어깨에 기댄 채로 경준이 헛소리처럼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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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피곤할 뿐이야. 집에 가서 자고 나면 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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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긴 어딜 가요? 열이 펄펄 끓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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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타고 가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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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차 운전하다가 죽을걸. 빨리 누워요. 해열제 가져올 테니까!”

어깨를 잡아 밀어내자 경준이 침대 위에 스르르 무너졌다. 아프긴 더럽게 아픈 게 분명했다. 이 정도 힘에 밀려서 도로 눕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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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다니까.”

그 와중에 입은 살아 있는 걸 대견하다고 해야 할지, 어이가 없다고 해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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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괜찮아. 셔츠부터 벗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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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츠는 왜.”

경준이 반쯤 뜬 눈으로 서하를 보면서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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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자 안 될 여자네. 어디서 남자 옷을 막 벗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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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소리 마요. 젖은 옷 입고 있으면 열이 더 심해진다고요.”

서하는 서랍을 뒤져 대충 경준에게 맞을 만한 박스티를 꺼냈다. 그동안 경준은 침대에 누운 채 셔츠 단추를 풀려고 했으나 힘이 풀려 자꾸만 손가락이 미끄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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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이라도 가야 하는 거 아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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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 가지고 응급실은.”

목소리는 뭐가 저렇게 멀쩡하냔 말이다. 서하는 자꾸만 헛도는 경준의 손을 치우고 자신이 직접 셔츠 단추를 하나씩 풀어냈다. 의외로 밀도 높고 탄탄한 근육이 형광등 불빛 아래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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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하지 마. 조서하 씨 보라고 운동한 거 아냐.”

솔직히 조금 구경하긴 했다. 서하는 강한 부정을 표현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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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하긴 뭘 구경해요? 가만히 있기나 해요!”

열이 너무 높다. 땀 때문에 피부가 끈적거렸다. 서하는 수건에 미지근한 물을 적셔 가지고 와서 경준의 목덜미부터 꼼꼼하게 닦아 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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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원하네.”

질척한 수건이 어깨 부근을 닦아 내리자 경준이 희미하게 중얼거렸다.

수건 한 장을 사이에 두고, 서하의 손이 경준의 몸 위를 느릿느릿 움직였다. 일자로 쭉 뻗은 쇄골을 지나 조금 마른 듯 근육의 형태가 선명한 가슴으로, 그리고 점점 아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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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읏.”

서하가 갈비뼈 부근 어딘가를 조금 힘주어 닦자 경준이 이마를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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