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9. 안녕하세요, 팀장님 (39/45)


#39. 안녕하세요, 팀장님
2022.08.13.


차를 타고 가는 내내 조서하는 바빴다. 커다란 가방에서 체크리스트를 꺼내 하나씩 읊어 보고 의상 순서를 다시 외우기도 했다. 빨간 신호일 때 립스틱을 바르려는 시도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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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하면 해요. 최대한 빨리 가 볼 테니까.”

바퀴가 다시 구르기 전, 경준이 팔을 뻗어 서하의 어깨 부근을 잡아 주면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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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했어요. 막내가 꼴찌로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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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수도 있지 뭐.”

다행히 차가 많이 막히지 않았다. 경준은 주차장에서 딱 하나 비어 있는 자리를 찾아 차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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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것만 바르고 내릴게요.”

조서하가 립스틱과 티슈를 꺼내 공들여 바르기 시작했다.

파리하다고 느껴질 만큼 혈색 없는 입술을 새빨간 립스틱이 덮어 갔다. 그러고 보니 조서하가 제대로 화장한 모습을 본 적이 없단 생각이 들었다.

문이라도 열어 줄까. 특별한 날이니까.

경준은 차에서 내려 조수석 문을 똑똑 두드렸다. 조금 내려간 창문 사이로 조서하가 그를 쳐다보면서 립스틱을 돌려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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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려다줘서 고마워요. 이건 진심.”

하나로 모아 바짝 올려 묶은 머리카락 밑에서 조그맣고 동그란 귀가 눈에 띄었다. 경준은 반짝이는 거 하나 없이 작은 구멍만 뽕 뚫린 조서하의 귓불을 보면서 귀걸이도 하나 사 올걸, 하고 조금 후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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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문 열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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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나한테 차 문을 열어줬다고 그래요?”

경준은 피식 웃곤 조수석 문을 열어 서하가 내릴 수 있게 도와주었다.

또각.

심플한 블랙 하이힐이 주차장 바닥을 밟았다. 햇볕 한 번 못 보고 산 듯 새하얀 조서하의 피부는 실루엣이 늘씬하게 빠진 검은 정장과 제법 잘 어울렸다.

다른 것 없이 레드 립스틱 하나로 완성한 메이크업이 오히려 시크한 느낌을 물씬 풍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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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좀 디자이너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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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니까요.”

조서하가 입꼬리만 올려 생긋 웃었다. 신기한 것은, 구두 신은 모습을 한 번도 못 봤는데도 어제까지 하이힐을 신고 다닌 사람처럼 자세가 자연스럽다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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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시간 맞춰 왔어요. 먼저 올라갈 테니까 나중에 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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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지.”

서둘러 걸어가는 걸음걸이도 무척 편안해 보였다. 신발장에도 구두가 없는 걸 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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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됐고.”

경준은 조서하가 시야에서 사라지자마자 몸을 돌려 맞은편에 주차된 검은 외제차로 저벅저벅 걸어갔다.

똑똑.

짙게 선팅된 운전석 창문을 두드렸지만 반응이 없었다. 경준은 좀 더 힘을 주어 신경질적으로 차창을 노크했다.

똑똑똑똑똑!

그제야 마지못해 창문이 한 뼘쯤 열렸다. 그 사이로 오래간만에 봐도 여전히 보기 싫은 이지수의 얼굴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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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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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만입니다. 이지수 팀장.”

전혀 반갑지 않은 표정과 목소리로 경준이 말했다. 무언가 오싹한 느낌에 지수는 마른침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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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켜 주세요. 나 지, 지금 올라가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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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바쁘신 분이 왜 안 올라가고 음침하게 남의 차나 엿보고 있습니까?”

운전석에서 내릴 때부터 시선이 느껴졌다. 맞은편 차가 이지수의 것이라는 걸 깨닫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냥 보내줄 수도 있다. 이지수가 또 유치한 짓거리로 조서하를 괴롭히지 않는단 보장만 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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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비켜 달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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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경준은 매우 예의 바른 태도로 이지수의 차 문을 열어 주었다. 주춤거리던 이지수는 곧 마차에서 내리는 귀족 영애처럼 턱을 치켜들고 차에서 내렸다.

탁.

차 문을 던지듯 닫은 경준이 옆으로 움직여 이지수의 앞길을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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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는 소문 퍼뜨려서 피차 불편하지 맙시다. 그 머릿속에 무슨 생각 하는지 다 보이거든. 이 시간 후로 조서하가 류경준 꼬셨다더라, 뭐 이딴 저질스러운 소문 들리면 이지수 팀장 입에서 나온 거로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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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런 소문이나 퍼뜨릴 정도로 내가 하, 한가해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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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쁠 거라고 믿습니다. 별 탈 없이 복직하려면 바빠야 하고말고.”

뼈 있는 말을 툭 던진 경준은 그대로 이지수를 지나쳐 자신의 차 문을 열었다. 핸들을 돌려 부드럽게 주차장을 빠져나가는 내내 뒤통수가 따가웠지만 별로 신경은 쓰이지 않았다.

***

강윤 정도 되는 의류 회사의 품평회는 새 시즌 패션쇼를 방불케 하는 규모다. 남녀 따질 것 없이 헐벗은 모델들이 런웨이 뒤를 뛰어다니고 디자이너들은 제 작품과 소품을 챙기느라 혼이 나갈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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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서하는 아직도 안 왔어? 막내 주제에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정세희가 짜증스럽게 소리쳤다. 이렇게 모두가 바쁜 와중에도 막내 디자이너는 선배들의 수발을 드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가장 먼저 와야 할 그 막내 디자이너 한 명이 아직도 나타나지 않아 선배들은 매우 기분이 언짢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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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서하 아직도 안 왔어? 막내면 새벽부터 와 있어야……!”

짜증스럽게 소리치려던 정세희의 시선이 별안간 입구 쪽에 고정되었다. 그 시선을 따라 다른 디자이너와 모델들도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또각.

하고, 하이힐이 서둘러 바닥을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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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조금 늦었어요.”

늘 촌스러웠던 막내 디자이너였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조금 마른 몸의 라인을 빈틈없이 감싼 블랙 수트와 햇볕 한 번 못 보고 산 듯 새하얀 피부. 라인을 완벽하게 채운 레드 립. 곱슬거리는 머리를 높이 올려 포니테일로 묶은 것마저 디자이너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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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누군가 감탄사를 뱉었다. 그 소리에 정세희는 고개를 탁 흔들곤 안쪽을 턱짓으로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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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움직여요. 샘플 다 들어와 있는지 체크부터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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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알겠습니다!”

허리를 꾸벅 숙여 보이는 서하 뒤에서 또 한 명이 나타났다. 비슷한 시간에 등장했지만 서하와 다르게 매우 느긋하고 여유 있는 걸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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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안녕. 잘 지냈죠?”

정직 처분으로 내내 집에서 작업해 왔던 이지수. 유명 브랜드의 하이엔드 라인으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도배한 이지수는 징계받은 사람이라기엔 너무나 자신감이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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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셨어요, 팀장님!”

연차 있는 디자이너들이 일제히 한목소리로 인사했다.

뒤를 홱 돌아본 서하와 여전히 느긋한 이지수의 시선이 딱 마주쳤다. 조금 이상한 생각이지만, 서하는 그 순간 이지수가 조금 움찔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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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지수 팀장님! 오래간만이에요.”

서하가 해맑게 웃었다. 이지수의 정직 처분이 자신과 전혀 아무 관계가 없다는 듯.

싸가지 없는 건 이겨도 눈치 없는 건 못 이긴다. 지금 조서하의 캐릭터가 딱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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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 씨는 속도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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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이요? 어제 좀 체하긴 했는데 지금은 괜찮아요.”

다른 사람이 하면 비꼬거나 놀리는 거라고 여겨질 만한 저런 헛소리도 눈치 없는 사람이 하면 진심 같은 것이다.

마냥 해맑은 서하와 서하를 죽이고 싶어 하는 이지수를 싸늘한 공기가 감쌌다. 그러나 이러고 서 있을 여유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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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

들으란 듯 커다랗게 콧방귀를 뀐 이지수가 찬바람을 일으키며 서하 옆을 지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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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샘플은 어떻게 됐지? 새벽에 여기로 보내 놨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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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에 다 있어요. 소품도요!”

이지수의 것은 런웨이가 가까운 메인 자리에, 서하의 것은 당연히 구석에 있었다. 서하는 박스를 뜯어 옷걸이에 하나씩 걸고 스팀을 쏘이면서 이지수 쪽을 흘끔 보았다.

정직 안 먹었으면 어쩔 뻔했어.

제작 과정부터 장난질할 궁리를 하던 이지수다. 정직 처분이 아니었다면 이 옷들을 만드는 데 세 배는 더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했을 것이다.

류경준이 거기까지 생각하고 일을 진행시켜서 중징계까지 내렸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가 누군가의 비명에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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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 났어요!”

얼굴이 새파래진 정소연이 핸드폰을 들고 허겁지겁 뛰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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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팀이 오다가 사고가 났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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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어어?”

누가 누구라 할 것도 없이 동시에 비명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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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접촉 사고예요? 아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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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났대요. 지금 앰뷸런스도 와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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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차에 몇 명 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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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명요!”

오늘 동원되는 헤어메이크업 팀은 모두 다섯 명. 안 그래도 빠듯하게 잡은 인원이 더 빠듯해졌다.

그래도 팀장이라고,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이지수를 쳐다보았다. 그래 봤자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건 속으로 알고 있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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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를 봐? 나 쳐다볼 시간에 다른 숍에 전화를 돌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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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시간이 일러요. 어떻게 온다 쳐도 시간 안에 올 수 있는 숍은 없어요, 팀장님!”

강윤에선 예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 아주 어이없는 커뮤니케이션 오류로 헤어팀이 죄다 엉뚱한 장소로 가 버린 일.

그 아찔한 상황을 함께 극복했던 디자이너 중 이 자리에 있는 사람은 서하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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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어, 잠깐만요.”

서하가 한 손을 번쩍 들고 발언을 청했다. 넌 뭐냐는 눈빛과 이지수의 사나운 시선이 한꺼번에 꽂혀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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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서하 씨, 지금 정신없는 거 안 보여요?”

이지수가 새된 소리로 따졌으나 서하의 표정에는 별 변화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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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오늘 패션쇼 아니잖아요. 품평회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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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얼마나 중요한지 몰라서 하는 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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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중요한 건 우리 샘플인 거잖아요? 모델들이 얼마나 예쁘냐가 아니라.”

여기까지 말한 서하가 갑자기 제 머리에 묶은 헤어밴드를 풀어냈다. 대책 안 서는 곱슬머리가 한꺼번에 파도치면서 단정치 못하게 어깨 위로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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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오늘 헤어 바로 묶을게요. 메이크업도 생략하겠습니다.”

강윤의 디자이너들은 그날 모델들이 직접 머리를 하도록 했다. 본인이 아무리 잘한다 해도 전문가가 아닌 이상 티가 나기에 무조건 묶으라고 주문했다.

누군가는 포니테일을 하고 누군가는 만두처럼 동그랗게 얹었다. 하나로 묶은 머리에 립스틱만 바른 오늘의 조서하처럼.

시선들이 조서하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촘촘하게 훑었다. 예전에 강윤에 있던 디자이너들만 못하겠지만, 그들도 디자이너고 안목이 살아 있다.

새하얀 드로잉북에 스케치를 얹은 듯, 심플한 스타일링이 오히려 의상을 살렸음이 또렷하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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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조서하 씨만 그렇게 해요. 나머지 팀은 언제 도착하지? 도착하는 대로 1번 모델부터 세팅 갈 테니까 바로 준비해요!”

이지수가 긴 머리카락을 뒤로 팩 넘기면서 조급하게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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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1번인데요.”

정세희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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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으론 턱도 없어요. 저도 서하 님과 똑같이 세팅 가겠습니다. 이번 시즌은 모던으로 잡았으니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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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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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그렇게 할게요. 어차피 출품이 얼마 안 돼서 괜찮아요”

절반이 넘는 디자이너들이 서하의 의견에 동조하고 나섰다.

그래도 아주 못 쓸 안목들은 아니네.

서하는 생각하면서 겉으로는 순진하게 눈만 깜박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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