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N각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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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N각관계
2022.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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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디자이너?”
해선이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서하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다가 이내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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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가 기대되네요. 우리 회사에 훌륭한 인재가 들어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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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훌륭한 인재인지 아닌지는 어떻게 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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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보면 알죠. 우리 류 비서도 그렇게 좋은 눈을 가졌거든.”
서하는 멈칫했다가 조심스레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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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비서님을 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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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비서예요. 그러고 보니 안 보이네. 일찍 퇴근했던가?”
해선은 과거에 살았다. 하지만 현재에도 있다. 어디에 있든 서하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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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서하가 앞에 나타나면 엄마가 완전히 현재로 돌아올지도 몰라.’
윤서하의 몸이 위험해지면 영혼이 돌아간다.
아직은 짐작일 뿐이지만, 그동안의 경험과 앞뒤 상황을 생각하면 거의 맞아 떨어지는 가설이었다.
지금까지는 조서하의 몸에 윤서하가 들어간 것처럼, 윤서하의 몸에 조서하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눈을 뜨진 못하지만 그 안에 잠들어 있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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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난 모르겠어.”
서하는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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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되찾으면 조서하는 어떻게 되는 거지? 조서하는 어디 있는 걸까?”
해선의 시선은 그새 다시 텅 빈 벽지에 고정되어 있었다. 뭘 보고 있는지, 입꼬리에 살짝 걸린 미소는 행복하기만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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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진심 아니죠? 새 디자인실 만들겠다는 거.”
지수가 말을 꺼내자마자 이승오는 이마부터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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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결정할 일이 아냐. 회의를 거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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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가 대, 대표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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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라고 해서 내 마음대로 다하진 못해.”
이승오는 대충 대답하면서 재킷을 벗어 내밀었다. 그런데 당연히 와서 옷을 받아 걸어야 할 지수의 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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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돌아본 이승오의 눈이 지수와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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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러고 있어?”
지수는 곧 눈물을 쏟을 듯한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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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나는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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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도 어쩔 수 없어. 어쨌든 이번 품평회에서 제일 좋은 성적을 낸 사람은 조서하야. 이 상황에 조서하가 수틀려서 퇴사라도 하는 날엔 다음 시즌 자체가 망해버린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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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요? 나, 나는 억울하게 정직까지 받고 이제 복귀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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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분리해 주는 거잖아. 여보 스트레스 받지 말라고. 일단 임원 회의부터 거쳐야 하니까 나중에 얘기하자.”
이지수가 아니라 조서하를 위한 ‘분리’라는 걸 지수는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입 밖으로 내서 말할 순 없었다. 그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비참해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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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요, 오빠.”
지수는 이를 악물고 손을 뻗어 승오의 재킷을 받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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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 때 얘기해서 나 브랜드 런칭시켜 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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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이승오가 이마를 찌푸리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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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브랜드 런칭한다고 했잖아요. 그거 내, 내가 할래요. 내 이름 걸고 브랜드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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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브랜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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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고 해, 했잖아요.”
커다란 눈에 눈물이 곧 떨어질 양 가득히 맺혔다. 이승오는 뭐라고 말하려다 말고 그냥 한숨만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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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어. 일단 내일 회의에서 얘기해 볼게.”
지수는 그 말을 듣자마자 깨달았다.
그 브랜드, 나를 위한 브랜드가 아니구나.
‘그렇게 하자’라곤 하지 않았다. ‘얘기해 볼게’ 라고 했지.
처음 디자이너로 입사시켜 줬을 때, 또 팀장으로 승진할 때, 그동안 지수를 무시하고 깔보는 디자이너들을 처리해 줬을 때 등은 저렇게 애매하게 대답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되면 방법은 딱 하나다. 조서하가 그럴 자격도, 능력도 없다는 사실을 이승오가 똑똑히 알도록 해 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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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요. 그냥 투정 좀 부려 봤어요.”
지수는 살짝 시선을 떨어뜨리고 풀 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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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나, 새 디자인실이나 브랜드 피, 필요한 거 알아요. 조서하 씨가 재능 있다는 것도 아, 알고요. 그냥……. 그런 것 때문에 오빠가 다른 여자한테 관심 가지는 게 싫었어요. 이름도 서, 서하잖아. 윤서하처럼.”
‘윤서하’라는 이름을 듣자 이승오가 이맛살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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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서 왜 윤서하 말이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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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해서. 유, 윤서하처럼 조서하도 디자인을 하잖아요. 재능 있고……. 그리고, 스타일이 좀 닮은 것 같아요. 옷만 내놓고 보면 윤서하가 한 건지 조서하가 한 건지도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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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입사하려고 공부했겠지. 그러다 얼마든지 닮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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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나쁘다는 게 아니고요. 그냥 그렇다고요.”
지수는 얌전히 대답하며 옷솔로 이승오의 재킷을 정성껏 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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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새 디자인실 만들어서 조서하 씨가 맡도록 해요. 그게 맞을 것 같아요. 오빠가 하는 일은 항상 옳은 일이잖아요.”
조금 굳어 있던 이승오의 표정이 풀어졌다. 그는 옷장에 재킷을 걸어 놓는 지수를 뒤에서 감싸 안고 머리카락에 쪽, 입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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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보 이런 모습이 좋아. 고분고분하고, 내 말이 다른 것보다 우선이잖아. 알지? 윤서하는 전혀 이렇지 못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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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 때문에 오빠가 많이 히, 힘들었잖아요. 나는 안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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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지. 그래서 내가 여보를 선택한 건데. 사실 요즘 투정이 많이 늘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던 참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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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미안해요. 오빠 히, 힘들게 하기는 싫었는데.”
지수는 어깨를 더욱 축 늘어뜨리고 이승오에게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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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오빠 마, 마음대로 해요. 디자인실이든 브랜드든, 다, 다 오빠 거잖아. 나는 그냥 딱 하나만 들어 주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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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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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실에 기존 팀원을 잘라서 넣을 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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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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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억지로는 떼 놓지 마요. 그냥 가고 싶은 사람이 자원해서 가게 해주세요. 그건 괜찮죠? 나, 팀원들이랑 저, 정이 많이 들어서…….”
지수는 조그만 소리로 ‘오빠가 싫으면 어쩔 수 없고요…….’ 하고 웅얼웅얼 덧붙였다. 잠시 생각하던 이승오는 지수를 더욱 다정하게 안아 주면서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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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요. 내 공주님이 하고 싶다는데, 내가 그 정돈 해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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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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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시죠.”
승오는 류경준이 열어 준 뒷좌석에 몸을 실었다. 이제는 익숙해질 법도 한데 탈 때마다 불편하다.
경준이 순수한 호의나 비서로서의 책임감이 아니라 감시 겸 길들이기 위해 운전기사 노릇까지 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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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중 전체 임원 회의 있습니다. 오후 3시에는 Y백화점 미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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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실이라.”
별로 내키지 않는 말투로 승오가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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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류 비서님은? 그것도 조서하 씨 한 명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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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이나 말씀드렸을텐데요. 회장님은 실적 없는 회사를 싼값에 가져가시는 분이 아닙니다. 성장 가능성을 보이지 못하면 인수합병을 성사시킨다 해도 좋은 값이나 태양그룹 임원 자리는 기대할 수 없습니다. 그런 조건이라도 괜찮으시다면 할 말이 없지만.”
류경준이 지나가듯 덧붙인 마지막 말이 이승오에겐 핵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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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비서님이라면 지금 상태로도 좀 더 좋은 조건을 끌어낼 수 있을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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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제가 철저하게 태양그룹의 사람이라는 걸 기억하셔야 할 겁니다.”
경준이 능숙하게 핸들을 돌렸다. 부드럽게 우회전하는 고급 세단 안에서 이승오는 언제나와 같은 불편을 느껴야 했다.
아침부터 지루한 회의가 이어졌다. 디자인실 말고도 회의할 거리는 차고 넘쳤다.
비서가 아닌 사내이사 자격으로 회의에 참석한 경준은 오가는 헛소리들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가면서 그 중 가장 중요한 건에만 입을 열었다.
그중 하나가 신규 브랜드 준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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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더 미루긴 힘듭니다. 강윤의 기존 브랜드는 너무 고착화됐고 신규 고객 유입도 없어요. 흐르지 않는 물은 썩기 마련이죠.”
사내이사라지만, 경준의 발언은 실무 회의에 있어 대표인 이승오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가 입을 열자 웅성거리던 회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차분해졌다. 이승오 입장에서는 별로 마음에 안 드는 일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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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전에 결정한 새 디자인실에서 브랜드를 기획하게 되는 겁니까?”
누군가 물었다. 당연한 질문에 답은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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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닙니다. 당연히 대표님 의견이 중요하겠지만-.”
경준은 옆에 앉은 이승오를 흘긋 돌아보곤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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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공모전을 활용하겠습니다. 메인 디자이너를 희망하는 모든 디자이너가 공모전에 참여할 수 있고, 관련 부서뿐 아니라 모든 직원이 투표를 하게 될 겁니다. 대표님 생각은 어떠십니까?”
표면적으로 이승오는 대표다. 이렇게 경준이 의견을 말하고 나서 선심 쓰듯 생각을 물을 때가 이승오 대표에겐 가장 자존심 구겨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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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요. 일반 직원들의 안목을 과연 믿을 수 있을지가 관건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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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직원이라 해도 의류 회사입니다. 그래도 본 게 있고 들은 게 있죠. 게다가 직원들도 포괄적으로 보면 고객층이니 오히려 디자이너들보다도 대중의 취향을 더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이런 식으로 말발에 밀려 의견이 묵살될 게 뻔하기 때문이었다.
회의 끝에 새 디자인실과 브랜드에 대한 사안이 대충 결정되었다. 물론 회의에 참석한 임직원을 제외한 사원들에게는 아직 대외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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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은 어떻게 할까요, 대표님?”
이승오가 조금 쉬려는 와중 경준이 대표실에 들어와서 물었다.
이승오는 종종 경준이 뱀 같다고 생각했다.
눈이 쭉 찢어지고 강력한 송곳니를 감춘, 아주 커다란 뱀. 눈치 못 채는 사이 자신을 칭칭 감아 숨을 막아 버릴 것 같은 두려움이 왈칵 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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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입맛이 없네요. 굳이 안 나가고 샌드위치 정도만 먹고 싶은데.”
사실 나가서 제대로 된 식사를 하고 싶다. 하지만 류경준을 떼놓고 혼자 갈 핑계가 없었다.
애초에 비서실장이라는 직함으로 이승오의 모든 스케줄을 관리하는 사람이 바로 류경준 아닌가.
조서하가 빨리 일을 처리해 줘야 하는데. 잘 하고 있긴 하나?
알아볼 방법은 있다. 승오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통화 버튼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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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대표님.]
지극히 사무적인 말투로 조서하가 전화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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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서하 씨. 출근했죠?”
조서하라는 이름을 듣자 경준이 나가려던 발을 잠시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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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근무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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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퇴근하고 저녁 식사 가능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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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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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서만 먹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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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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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웬만하면 둘이 먹고 싶은데. 사람들 시선도 있고 하니……. 잠깐만요.”
이승오는 키득 웃곤 경준에게 넌지시 말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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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 식사 어때요? 바쁘면 그냥 나랑 조서하 씨 둘이서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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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경준이 조용히 중얼거리더니 고개를 미세하게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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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습니다. 셋이 식사할 만한 공간 찾아서 예약해 두겠습니다.”
그래도 잘 하고 있는 모양이다. 이승오는 안심하는 한편 기묘한 불쾌감을 느끼며 다시 핸드폰에 대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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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비서도 갈 겁니다. 주소 찍어 줄 테니 퇴근하고 거기로 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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