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만 다섯인 케스터 공작 가문의 막내딸, 세리아. 가뜩이나 아픈 몸, 그마저도 약한 고양이라 서러운데 오빠들은 호랑이부터 시작해서 드래곤까지. 별별 것들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세리아, 커서 꼭 오빠 같은 남자랑 결혼해야 해?” “뭐? 싫어! 진짜 싫다고!” “어떻게 기다렸다는 듯 그런 대답을….” 아무리 오빠가 상처받은 표정을 지어도 세리아는 확고했다. 이제껏 강인한 오빠들에게 둘러싸여 숨 막힐 정도로 과보호를 받아왔는데, 미쳤다고 그런 남자랑 결혼할까! “나 쟤가 좋아.” 그래서 홧김에 가리킨 작은 남자애 하나. 같은 고양이 수인인 데다가 척 보아도 약해 보이는 게 마음에 쏙 들었다. 문제가 하나 있다면. “나, 나는 너 싫어!” 그 애가 세리아를 피한다는 거랄까. *** 세리아는 한때 자신을 피해 도망치기 바빴던 꼬맹이를 바라봤다. 분명 꼬맹이였던, 그러나 이제는 무서울 정도로 변한 남자가 서서히 다가오며 말했다. “알았지? 세리아. 만약 내가 못 멈추면….” “…유엘.” “이걸로 날 찔러.” 난 괜찮으니까. 속삭이던 뒷말은 곧 맞닿은 입술 사이로 자취를 감췄다. 애초 그는 스스로 멈추지 못할 것을 알았던 거다. 표지 일러스트 : 도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