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3회
준비
라온 길드 마계화 토벌 이벤트 2주차가 되었을 때, 그간 라온 길드를 참고하고 혹은 자신들의 방법을 갈고 닦아 준비를 한 대연맹 마계화 토벌 이벤트가 함께 진행이 되었다.
이로 인해서 정말 일부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마계화 토벌 의뢰가 부족한 현상이 생겼고 다른 국가로 지원을 하는 형태가 그러졌다.
기존 거주민 NPC들은 이런 상황이 당황스러워 원인을 찾았고 이게 서대륙에 위치한 라온 길드에서 벌인 일 때문에 그렇다는 것을 파악하게 되었다.
모험가들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끼치는 라온 길드의 모습을 보고 당연히 대륙 각각에 흩어진 라온 길드원들에게 접촉을 하여 이런저런 친분을 쌓으려는 이들이 생겼다.
라온 길드원들은 이런 이들이 과거에도 종종 있었기 때문에 자신들에게 접근하는 존재들을 준혁의 개인 카페 및 넥게더에 올리고 길드에 전파 되도록 한 뒤 성향을 파악하고 친분을 나눴다.
혹여라도 자신들로 인해서 라온 길드가 이용 당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
확실한 규율로 돌아가는 라온 길드는 마계화 토벌 공적으로 인해서 모든 대륙에서 명성이 퍼질 정도로 유명해졌으며 덕분에 이벤트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마계화 토벌 관련 부분에 있어서 자발적인 참여가 활성화 되었다.
대연맹 소속의 길드들이 활동을 해도 너무 많은 마계화 진행으로 인해서 골치 아픈 곳에 라온 길드이기에 간다는 말을 내뱉으면서 말이다.
그렇게 6주의 시간 속에서 준혁은 자신도 틈틈이 마계화 토벌을 개인적으로 또는 길드원들을 이끌고 또는 오랜 만에 파티원들을 이끌고 진행하면서 공략들을 만들어 내었다.
그와 함께 추가적으로 강원도 쪽으로 V LOG도 한편을 더 찍으면서 미래 준비도 틈틈이 했으며 지은이 마치 지나가는 투로 '누군가 함께 같이 와도 좋겠다.'는 발언을 한 것을 '재미있겠는데?'라는 발언으로 되받아 치면서 흥미로움을 갖도록 만들었다.
지은과 준혁의 지인이라면 스트리머들도 있겠지만 연예인들도 있을 수 있으니 해당 채널의 시청자들은 기대감을 표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밑 밥 작업도 깔면서 준비를 하며 운영진들이 마계 침공에 꽤 대비를 했을 무렵 이상 현상이 발현했다.
그리고 준혁은 이게 본격적인 마계 침공의 서막임을 알고 슬쩍 미소를 지었다. 긴장을 하고 걱정을 하던 시간은 이미 지났고 이제는 최선을 다해서 막을 뿐이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은 이미 충분히 다했으니 나머지는 게임사의 몫이었다.
* * *
"딱한 녀석이 오는군."
기르메쉬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턱을 괴고 있는 상태로 이야기를 하자 옆에 있던 간달푸가 고개를 숙이며 답을했다.
"… 아무래도 종말을 집행하는 존재였던 만큼 루시퍼의 행위로 인해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지 않겠습니까?"
"그렇겠지. 종말은 루시퍼에게 이어지고 남은 것은 녀석이 마계에서 쌓아 올린 순수한 업(業)이자 진체(眞體)가 올 것이다."
진체(眞體)라는 표현을 기르메쉬가 하자 간달푸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되물어 보았다.
"베히모스의 힘은 종말이… 진체가 아닙니까?"
"그것은 그저 부여 받은 힘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의지가 있으며 그 의지에 동의를 한다면 세계를 멸망 시킬 힘까지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순수한 베히모스의 힘은……."
"이미 본래의 세상에도 종말을 거부한 녀석이니 적어도 그에 준하는 힘은 있을 터, 북대륙이 꽤 무너지겠구나."
"드래곤이 움직일까요?"
"글쎄… 녀석들이 움직이기에는 베히모스의 진체가 가진 힘이 어느 정도로 올지 애매할 듯 하니, 웃기게 돌아갈 것 같군. 드래곤이 움직였을 때, 걸맞는 이유가 아니라면 세계의 멈춘 흐름이 돌아가니… 이번에도 모험가들에게 기대려나?"
기르메쉬는 아마 라온 길드를 비롯해서 라온 길드가 만들었다는 대연맹의 소속 길드들이 떼거지로 베히모스에게 달려들 경우에 녀석의 힘이 절반 가량으로 강림을 한다면 몇 번의 죽음은 발생할 지언정 승리를 거둘 것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그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모험가들은 이곳의 사람들이 아니고 자신들만의 삶을 영위하고 이곳을 즐기기 위해 오는 이들이었다.
그러니 이런 일은 불가능 할 것이고 기껏해야 60% 정도가 한계라고 여겼다. 뭐, 라온 길드 한정이라면 80% 정도도 가능하겠지만 대연맹 기준이 60%였다.
"동대륙에서 나서지 않겠습니까?"
"그것도 힘들 것이다. 단군 녀석은 현재 루시퍼와의 결전을 위해서 상당히 힘을 자제 하고 있는 상태니까. 하늘 자손의 피를 사용한다면 뭐, 도움이 되겠지만 그리 했다가는 미래를 포기하는 것이니."
"폐하 그렇게 된다면 실질적으로 막을 이는 동대륙의 일부 용병들이나 모험가들 밖에 없을 것인데… 제압이 사실 상 불가능한 상태가 아닐런지요."
"글쎄. 희생이 있다면 가능하겠지."
"희생이라 한다면……."
"서번트는 도구이니라. 그 희생 아직 인디고는 받지 못했다.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거기까지 올라 온 것이지. 아마 그 반푼이가 결정을 내리는 것에 따라 인디고가 한층 더 성장할 수도 있겠구나."
뀽을 거론하는 것임을 깨닫고 간달푸는 인디고의 무력이 너무 비상식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예상이 들었다.
"모험가에게 너무 강대한 힘이 들어갑니다."
"비상식적인 성장에는 끝이 있는 법이지. 하물며 모험가라면 더욱이."
"…!!!"
"아마 녀석도 알고 있을게다. 하지만 그걸 준비하겠지. 뭐, 반푼이의 희생까지 생각을 하지는 않겠지만 제 스스로는 포기하고 있을게야."
"그렇게 된다면 라온 길드는!"
"라온 길드는 존속될 것이다. 모험가는 이곳에서 사라진다고 해서 진짜로 사라진 것이 아니다."
"아!"
"그리고 다시 이곳에 찾아오겠지. 새롭게 말이야. 그때가 되면 녀석이 위축되었을 수도 있을 것이고 라온 길드가 분열될 수도 있겠지만… 어떻게 되든 모험가들은 다시 즐길 것이다."
"그렇다면 황궁에 방문을 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이유가."
"작위나 영지에 관련된 부분이나 여러가지 것들을 이야기 하고 싶겠지. 빵신령이라는 이름을 가진 여성이 녀석의 아내라고 하니 그쪽으로 승계되게 만들면 될 것이고… 그 또한 재미있게 흘러가지 않겠느냐."
이런저런 계산을 해본 간달푸는 확실히 고개를 조아리며 이 세상이 이번에도 어떻게든 '유지'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끝을 보고 싶더냐?"
"아닙니다. 그저 폐하의 영광을 보고 싶을 뿐입니다."
"그래. 그렇다면 그럴 것이다. 네가 사우론이 되기 전까지 말이다."
사우론이라는 이름을 기르메쉬가 이야기를 하자 간달푸의 안색은 어색하게 굳었다.
"폐하. 저는 한낮 황궁 마법사일 뿐이옵니다."
"너 역시 베히모스와 다를 것이 없으니 그러는 소리다. 베히모스는 세계를 사랑했지만 너는 나의 찬란함에 홀린 것 뿐이니라."
"폐하께서는 유일한 광명이자 태양이십니다."
"그래. 하지만 끝은 있는 법이지. 그것이 이번에 네가 끝이 된 이유니라. 인조의 신은 고약한 녀석이니 널 많이 흔들 것이다. 넘어가지 않을 자신이 있느냐?"
"그 괴팍한 꼬마에게 넘어갈 바에는 고블린의 발등을 핥겠습니다."
"하하하. 그거 참 말 시원하게 하는구나. 괴팍한 꼬마가 맞지. 아주 괴팍하지."
웃음을 시원하게 터트린 기르메쉬는 고개를 돌려 시계를 살핀 뒤 슬쩍 미소를 지었다.
"인디고가 올 시간이 다 되었구나. 흠, 그래! 네가 녀석을 도와주거라. 그래도 이 세계의 끝인데 어디서 떨거지 같은 녀석이 설치는 것이 아니더냐?"
"… 그리 허락을 해주시면 감사할 따름이 옵니다."
"적당히 도움만 주면 된다. 녀석이 성장을 할 수 있도록 말이야."
"예. 그리 하겠습니다."
* * *
"후우……."
"뭘 그리 긴장을 하는가? 폐하를 한 두 번 만나는 것도 아닌데."
"한 두 번 만나는 것도 아니지만 만날 때마다 긴장이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네요. 아무래도 명줄을 쥐고 계신 분이라고 생각을 하니."
실제로 기르메쉬의 의향에 따라서 라온 길드가 편안한 길을 걷게 될 수도 있고 혹은 좀 더 어렵게 풀어나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블루디카의 영토, 자신의 작위, 트리톤에 위치한 베이스 캠프, 제국에서 라온 길드에 지원하는 각종 의뢰 등 무궁무진한 것들이 많았다.
이 모든 것을 자신이라는 존재로만 한정 짓는다면 이후에 라온 길드는 힘든 나날을 보내게 될 것이다.
블루디카의 경우에는 강제적으로 유지를 하려면 할 수는 있겠지만 세금이나 여러가지 부분에서 피곤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고 타국의 비호나 여러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딱히 황제가 그럴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은 맞는 말이었다.
"흐흐흐. 그렇긴 하지. 그래도 뭐, 폐하가 자네를 아끼는 편이라서. 실수한 것도 없고."
"그렇게 생각해주신다면 감사할 따름이죠."
"그러니 너무 걱정말게. 내가 종종 블루디카의 상황도 이야기를 해주면서 자네 칭찬 많이 해줬으니까."
호치의 발언에 준혁은 감동의 시선으로 쳐다 보면서 역시 호치 만큼 의리 넘치는 캐릭터가 없다는 시선을 보내주었다.
"흠흠. 그런 시선은 좀 부담스럽군."
"호치님 고맙습니다."
"당연한 이야기니 걱정 말게. 흠흠."
그래도 호치가 좋은 말을 했다고 하니 안도감이 들면서 준혁은 다가오는 마계의 침공도 침공이지만 해결해야 할 부분들도 깔끔하게 털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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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__)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