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5회
준비
베히모스는 루시퍼에게 흘러가는 자신의 의무이자 힘을 보내면서 과거를 회상했다.
과연 마계를 위해서 저기 저 중간계를 멸망의 길로 이끄는 것이 올바른 선택인 것인가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기 위해서 말이다.
자신의 세계는 사라졌고 다시 안착한 곳은 마계라는 낙오자들의 세계였다. 낙오자의 세계여도 이곳에서 나름 정을 붙이며 살아갔고 희노애락을 느끼며 무던히 삶을 영위했다.
삶을 살아가면서 수 많은 마족들을 보았고 이들은 마계를 탈출하여 자신들의 세상이었던 중간계로 돌아가고자 했었다.
몇몇 마족들은 중간계에 안착을 한 이들도 있었는데, 본인의 힘을 90% 이상을 포기하고 기존의 중간계의 종족들과 융화하여 살아갔다.
그 증거의 대표적인 케이스가 '수인'이었고 '다크엘프'였다.
하지만 다수의 이들은 이들과 달리 '정복'을 원했다. 중간계의 모든 것은 자신들의 것이었기에 그것을 원하는 모습을 보였다.
베히모스는 이런 마족들을 볼 때마다 어이가 없었다.
불가능한 일이었다. 당시의 중간계는 더욱 더 신에게 직접적인 개입이 있었으며 수호자인 드래곤도 100 개체 이상이 활동하는 시기였다.
또 신과 직접 하는 소통하는 이들도 있었으며 황제가 제국을 다시 열고 백성들에게 자유의 의지를 부여하여 그들만의 자유로운 나라를 세우는 시기였다.
나가면 몰살이라는 것이 확정적인데도 이들은 나갔다. 그리고 거의 99%는 죽었고 나머지는 패잔병처럼 마계로 돌아왔다.
이게 무한히 반복되는 것이 마계였고 베히모스는 어느 날 방문을 하여 온 마계의 왕이라 불리는 루시퍼에게 이것에 대한 의문을 물어 보았다.
"고향을 그리워 하는 것이네. 신이 밉지만 신에게 보살핌을 받았던 그 시절이 그리운 것이겠지. 어미의 손길을 그리워 하는 것이네. 부정을 해도 저 깊은 곳에는 그게 있어. 애증이라고 할 수 있겠지. 화도 많이 나 있을 게야. 자신들이 먼저 태어났는데 관심은 이제 사라지고 뒤늦게 태어난 동생들에게 애정을 쏟으니 섭섭함도 있고.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자신들의 오만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기에 괴롭기도도 하고… 그걸 너무 오래 고민을 하면 어긋난 애정이나 분노만 남지."
돌이켜 생각을 해보면 베히모스는 루시퍼 역시 이런 사태에 끝 없이 고민을 하고 있었다고 여겼다. 그는 마계에 대한 처우가 걱정되어 저 위에서 내려온 존재였으니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베히모스는 계속해서 마계의 존재들을 살피며 그들의 행동에 늘 의문을 품고 조롱을 가지다 루시퍼가 중간계 침투를 하기 위해 진두지휘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대귀족 혹은 군주급에 속하는 마족들도 몇 명이 붙었다는 소문도 들었으며 중간계에 아주 잘 먹히는 계략까지 쓰면서 확실히 침투를 할 것이라는 소문이었다.
그래서 그때, 베히모스는 루시퍼가 분노와 애증만이 남게 되었음을 느꼈다. 그리고 그가 자신을 영입하러 왔을 때, 광기와 같은 집착만 남은 것을 보고 안타까웠다.
긴 시간 동안 계속해서 마족의 죽음을 본 그가 무너진 것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시간이 좀 더 지나고 난 뒤, 그가 왜 집착을 할 수 밖에 없는 지 알게 되었다.
마계는 무너져 내리고 있었고 중간계로 최소 80% 이상을 옮기지 않는다면 자연적인 멸망의 길에 도달하게 될 판이었다.
베히모스는 이 모든 것도 그저 운명이라고 받아들였지만 루시퍼의 성향 상 그럴 수 없다는 것을 느꼈고 그를 이해했다. 그는 무너진 것이 아니라 마계의 모든 것을 받들면서 힘겹게 나아갈 뿐이었다.
그게 너무 힘들고 고되어 저렇게 된 것이다. 자신이 겪었을 감정 이상의 것을 느끼고 있을테니 차후에 도움은 못 주더라도 그의 행보에 방해를 할 생각은 하지 않기로 했다.
자신에게 피해가 살짝 온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그렇게 지켜보면서 있던 베히모스는 루시퍼의 계획이 크게 틀어졌음을 느꼈다.
자신이 간신히 알아 차릴 수 있는 마계의 압도적인 '존재'의 힘이 루시퍼를 따라서 계획을 돕던 존재를 소멸시켜 버렸고 루시퍼는 종말을 받아들였다.
너무 빠른 시간에 이 모든 것이 진행되자 베히모스는 당황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종말의 힘이 루시퍼에게 흘러가면서 자신 역시 위험한 상황이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 끝에 루시퍼를 제외하면 그가 얼마나 강자인지 짐작도 못하는 '벨페고르'와 만남을 가졌다.
이런저런 말을 하면서 이야기를 하려고 했지만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왔는지 알고 있다는 듯 이런저런 말과 함께 시한부 인생임을 이야기 해주었다.
언제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여겼지만 이렇게 황당하게 다가오니 곤혹스러우면서도 쉽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도 벨페고르와의 대화를 통해서 꽤 홀가분한 마음으로 많은 부분을 정리했고 루시퍼를 다시 만났다.
마계의 모든 존재들이 아름답다 말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키메라와 같은 그의 기괴한 모습은 충격적이지만 그럴 수 밖에 없다고 여겼다.
종말이라는 것은 그런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와의 대화를 나누면서 도움을 주기로 결정을 내렸다.
광기와 같은 그의 집념은 세계를 지키지 못했던 모순된 종말인 자신과 비슷하다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크르으음-… 흐흐. 이게 옳은 것인가. 옳지 않은 것인가. 알 수 없군."
도움을 주기로 했으나 중간계의 입장에서는 늘 얻어 맞는 입장일 뿐이었다.
자신이 종말로 있을 때도 마계의 침공에 앓는 소리를 하는 존재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심지어 증오하는 마계의 종족이 된다고 종말의 시기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존재도 있었다.
그런데 자신은 그런 마족들이 살아가는 마계를 살리기 위해서 중간계를 공격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망설임이 가슴 속에 적잖게 많이 남고 있었다.
"망설임… 후후. 모르겠군. 종말의 존재이자 종말도 못 시킨 존재가 도움을 주겠노라 말을 하고 망설임을 갖고 있다라. 처음부터 끝까지 모순된 것이 딱 나로구나. 흐흐흐. 크르르-……."
본인에게 비웃음을 터트리면서 이성을 잃고 나온 베히모스의 짐승의 소리가 무섭기도 하지만 꽤나 서글프게 들렸다.
* * *
베히모스의 중간계 강림 소식은 운영진도 파악을 하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본체로 활동하기 시작되는 베히모스의 주변에서 그가 해야 할 역할의 기운이 다른 곳으로 이전되고 있다는 것도 관측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를 대비하여 준비를 전방위적으로 진행을 했는데, 어느 곳으로 출동을 해야 하는지 살폈다. 또 중간계에 그가 머물렀던 시대의 흔적이 어디에 존재하는지 광범위한 탐색에 들어갔고 제거 작업까지 펼쳤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파악하지 못한 부분들이 많았기에 불안함을 가졌다.
마계화와 같이 합리적인 방식으로 베히모스가 지상에 강림을 하게 된다면 지상계에 큰 타격이 올 수 있기에 부디 큰 희생이 없는 곳에 녀석이 오고 자신들이 처리를 할 수 있는 선에서 오기를 희망했다.
그런데…
이러한 자신들의 생각은 의외로 바뀌게 되었는데 장원영 팀장이 준혁을 다시 만난 뒤부터였다.
아무래도 6주 동안 아주 멋들어지게 시간을 벌어준 탓에 고마움을 느낀 장원영 팀장이 식사 대접 및 감사함을 표하기 위해서 만난 자리에서 해당 내용으로 대화를 주고 받게 되었고 꽤 좋은 이야기가 오갔었다.
"어!? 마계의 강력한 존재가 온다는 걸 알고 계시네요?"
"네. 뭐, 여기저기 저도 촉을 세우고 있고 황제에게 들은 것도 좀 있어서요."
"아! 기르메쉬."
기르메쉬가 정보를 주었다는 말에 장원영 팀장은 대번 이해를 했다. 기르메쉬는 운영진도 어찌하지 못하는 존재였다.
서버 컴퓨터가 만든 또 다른 무엇이라고 표현을 할 정도로 애초에 게임 내에 강력한 영향력을 선사했고 신도 어찌할 수 없는 존재였다. 되려 신들이 그와 깊게 엮이는 것을 꺼려하는 편이었다.
그의 이력에는 신살이라는 업적이 무궁무진하게 자리 잡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운영진들이 따로 관측을 해서 베히모스가 이동되는 순간에 공간을 분리하고 따로 제거를 할 생각이거든요. 중간계에 이번 피해가 오면 좀 그러니까요."
"음, 그것도 좋겠지만 그렇게 하지 말고 이벤트로 진행을 하면 어때요?"
"이벤트요? 이걸요?"
"네. 마계의 강력한 대군주가 마계화를 통해 탐방을 하기 위해 모습을 드러냈다. 그 힘은 마계에 있을 때와 비교하면 많이 낮아졌지만 토벌을 할 이들을 모집한다. 뭐, 이런 식으로요. 그러면서 보상이나 이런 것들을 좀 풀고… 그러면 되지 않을까요. 많이 참가할 것 같은데. 본체가 나온다고 하니까 확실히 자체적인 업적 보상도 있을 거고."
준혁의 이야기에 장원영 팀장은 방향을 달리 잡으니 또 그렇게 된다는 생각이 들기는했다.
"근데 많이 죽지 않을까요?"
"대군주가 왔다는데 죽지 않을 것이라고 여기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해요. 뭐, 한 몫 챙기고 싶다는 사람들은 좀 많아도 말이죠. 등장하면 해당 대륙 국가도 비상 시국일 거고 여러모로 괜찮을 것 같은데요."
"… 사실 그렇게 되면 베스트죠. 마계가 전송 되는 부분을 미리 체험할 수도 있기도 하고요."
"대신 보상이 짭짤해야 해요. 죽음을 각오해도 이건 꼭 챙길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어야 하니까."
"그렇다면……."
"6강화 이상 100% 성공하는 강화석을 지급하는 거죠 뭐. 단 교환불가로 만들어서 배급하면 눈 뒤집혀서 참여할 거에요. 요즘 강화에 눈 돌아간 사람들이 많아서."
이러한 제의로 이벤트화를 어떻게 시키면 좋은지 의논을 하면서 베히모스를 계속 관측했다.
그렇게 2주 정도가 더 지났을 무렵, 운영진들은 베히모스의 기운들이 심상치 않아졌음을 관측하고 공지를 내렸다.
베히모스 토벌 이벤트이자 목숨이 솜사탕처럼 녹아 버리는 이벤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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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__)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