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7회
준비
V LOG에서 밝힌 블루디카 관리 부분은 길드 내에서도 많은 이슈가 되었다.
아무래도 이벤트에 참가를 하고자 하는 인원이 많았던 만큼, 해당 지역 관리에 있어서 이런저런 말들이 나올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준혁이 먼저 이런 부분을 읽어 내고 현재 블루디카 영지에 자리를 잡은 신전 및 길드에 지원 요청을 해 놓았고 이들이 대신 지켜주고 좀 더 편의를 봐주기로 했다는 내용은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받아 들여졌다.
그리고 이번 이벤트를 위해서 빠른 지원이 가능하게 방송 녹화를 미리 땡겨서 한다는 발언도 오프라인 방송보다 게임 방송을 더 신경 쓰고 있음을 알리는 것 같아서 기존 시청자들 역시 큰 만족을 표했다.
많은 이들이 방송을 타고 꾸준히 방송국 생활을 하다 보면 오프라인에서 좀 더 잘되려고 하는 것과 달리 라온 크루는 오프라인은 부수적이고 온라인이 메인이라는 개념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이런 소소한 것들 하나, 하나가 팬덤 결속을 더 단단하게 만들었으며 이들이 소속된 라온 길드의 결속도 한층 더 단단해질 수 있게 되었다.
"음, 그러면 4교대로 로테이션을 하자는 거지?"
"4교대 말고 5교대로 하는 것도 좋은데. 아무래도 그렇게 되면 방송 시간이 짧아지는 경향이 너무 크니까요. 이게 즉각적으로 반응하기도 쉽잖아요."
"하긴, 그렇긴 하지. 이게 언제, 어느 곳에서 딱 진행된다는 소식을 들을 수가 없으니까 답답하긴 해."
"이리저리 파악을 해보려고 하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장원영 팀장과 이런저런 내용을 주고 받으며 경계를 하고 있기는 한데 운영진 역시 전조가 있어서 살피는 것 외에는 딱히 명확하게 아는 것이 없다고 했다.
단지 이쯤에 활동을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랜덤 형태로 침공을 한다는 공지를 내렸고 추가적으로 '모험가들이 가장 방심하고 있을 때' 등장을 할 것이라는 답변을 내놓았을 뿐이다.
'최대치에 도달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인데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것이고. 공지를 올렸다는 것은 적어도 한 달 안에 각이 잡힌다는 뜻이니까.'
실제로 장원영 팀장 역시 한 달 내로 무슨 일이 터질 것 같기는 하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전해왔었다.
"그래? 네가 그 정도면 뭐, 어쩔 수가 없는 거네. 그나저나 이거 모험가들이 몇 번 죽어도 고기 방패하고 데미지 넣고 죽이겠다고 불타오르고 있던데. 솔직히 이거 가능성 있어 보이냐?"
북어형의 물음에 준혁은 솔직한 답변을 하기로 했다.
"힘들겠죠. 마계 군주가 뭐, 자기가 힘이 감소되어 나타난다고 해도 이런저런 핸디캡 견딜만 하니까 오는 건데, 기존 마족 상대하는 수준이라고 생각하면 말도 안되고. 제가 나름 참고하고 있는 것은 제국끼리 전쟁 났을 때 정도를 기준하고 있어요."
"제국끼리 전쟁?"
"네. 도시 왕국, 연합 왕국 이런 자잘한 국가들 빼고요. 진짜 제국이라 부를 수 있는 존재들이 멸망전 하듯이 일어난 전쟁들 수준으로 잡고 준비를 하려고요. 솔직히 그 정도는 되어야 뭐, 답 나올걸요. 마계 군주가 뭐에요? 마계에서 일단 정점 찍어봤다는 거고. 뭔가 비장의 수가 있으니 이쪽으로 온다는 건데… 단순 레이드로 생각하고 준비한다? 이건 아니죠. 만약에 부하들까지 제대로 소환할 수 있는 기술들이라도 있어봐요. 그러면 그것 만으로도 벅찰텐데."
정보는 없다.
하지만 최대한 가상의 적을 상대해야 하는데 과소 평가를 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 과대 평가를 해서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렇기에 준혁의 이런 발언은 모두에게 공감을 쌓았다.
"하긴, 그렇네."
"맞아. 단순하게 레이드로 생각했는데."
"국가전 수준이긴 하겠다. 실제로 나라 박살날 수도 있는데."
"마족 소환 같은 건 생각도 안 했어."
"전에 브라운 공국에서도 계속 부하들 소환했는데."
"으으. 그건 지옥이었는데. 여기도 또 그렇게 되려나. 엄청 힘들 것 같은데."
"이거 진짜 가볍게 볼 사항이 아닌데? 나도 레이드 기준으로 대충 짜고 있었는데 이거 강화석 아낀 것부터 투자해서 만반의 준비를 해야겠어."
단순히 전초전이라고 했기에 이벤트 형식의 레이드라고 떠올렸던 꽤 다수의 라온 크루 멤버들을 보며 준혁은 살짝 쓴 웃음이 나올뻔했다.
확실히 자신이 이런저런 판단을 많이 한 탓에 대체적으로 이런 분석 부분에 있어서 약한 모습을 보였다.
뭐, 라온 크루 수준의 레이드 준비라고 하면 어지간한 곳보다 낫겠지만 그래도 부족한 것이 이번 이벤트였다.
"그러면 어떻게 준비를 할 생각이냐? 나도 사실 레이드 정도로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 그 우리가 쓸 공성병기나 극화력 뽑아낼 때 사용하는 신성 물자 같은 거… 이래저래 준비는 하고 있었는데."
"아마도 신성 속성 무기는 갖고 있어야 할 것 같긴 해요. 신성력 쓸 줄 모른다면 말이죠."
"아… 그건 좀 빡빡하네. 너도 준비했어?"
"조금요. 인첸트 쪽으로 신성력 쓸 수 있어서요. 마나 유지가 되는 탓에 그냥 계속 쓸 수 있어요. 버프 떨어져도 딜 로스는 나지 않을 거에요."
"와, 벌써 준비를 하고 있었구나. 크으. 너한테 물어보길 정말 잘했다. 물자도 좀 다르게 준비해야 할까?"
물자 부분을 물어 보는 북어형의 말에 그 부분은 부정을 표했다.
"그건 아닐 것 같아요."
"왜?"
"단순 화력에만 집중을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에요. 이 방송이 나가고 난 뒤나 혹은 저희가 개인 인터넷 방송을 통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준비를 하면 많은 분들이 준비를 할 건데. 집단적으로 일점사 하는 효과가 나타나서 극딜이 들어가긴 할 거니까… 장기간 싸움은 아니고 멸망전인데 진짜 단기 결전 이런 느낌이겠죠. 본게임도 있을 거니까요."
"하긴 또 그렇게. 와, 그러면 진짜 이번에는 극공 세팅으로 달려야 한다는 이야기잖아?"
"아마도요. 그리고 그 군주도 엄청 탱킹한 느낌일 거라고 생각해요. 보통 간 보는 캐릭터가 탱킹력이 좋아서 그냥 뚝 등장하거나 혹은 머리 좋아서 음습하게 스며드는 뭐, 이런 두 가지가 제일 많은데 얘는 그냥 뚝 떨어지는 케이스니까. 물리계열이라고 보면 될듯요. 뭐, 그래도 마법도 쓸 거고 강력하겠지만"
확실히 남다른 추측이라고 생각을 하면서 어떤 부위를 추가적인 강화를 하고 준비하면서 나아가야 할지 다들 고민에 빠졌다.
"근데 이제서 말을 하지만 나는 블루디카에 좀 머물고 싶은데."
"응? 이벤트 참여 안하고?"
"그래도 우리 길드 임원은 하나는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나는 뭐, 전투 인원도 아니고 거기서 NPC 임직원 좀 도우면서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어… 그래도 되기는 하는데 괜찮겠어요? 그래도 참여를 하면 좋잖아요. 증표 관련 부분도 있고."
"에이~ 내가 뭐 던전 탐사 할 것도 아니고. 나는 요즘에 종자 교미 시켜서 우수 종자 만드는 것에 푹 빠져서 연구한다고 좀 그래서."
갑작스럽지만 밭두렁이 불참을 하고 싶은 의견을 피력하자 준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황스럽긴 했지만 그것도 그의 선택이었다.
"개인의 선택이고 존중합니다. 하지만 희생을 하실 필요는 없어요."
"어휴, 희생은 아니죠. 사실 고기 방패를 할까 생각도 하고 그랬는데 그 크루장님 정령인 '수'가 주는 정령수로 식량 개종하는데 이게 계속 살펴야 하는 거라서 한 하루 정도는 괜찮아도 며칠이면 곤란해서."
'수'는 준혁의 정령으로 알려졌지만 그건 정말 단순 계약일 뿐이지 준혁이 마력 공급을 하지 않아도 그냥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정령이다.
최근에는 지능적인 성장도 부쩍 늘어나서 마음에 드는 사람 한정으로 저런 협업도 해주는데 밭두렁이 거기에 속할 줄은 몰랐다.
'하긴, 자연 경관을 관리하고 이래저래 좋게 꾸미니… 그럴 수도 있겠다.'
게임에 다양성을 존중하는 만큼 준혁은 밭두렁의 의견을 존중했고 블루디카를 잘 부탁한다는 말을 해주었다.
밭두렁 역시 초기에 와서 도움을 준 크루원이니 관리도 되려 잘 이루어질 것이라고 여겼다.
"그럼 밭두렁님 말고 더 없으시죠?"
"음. 없는 것 같네."
"나중에 비밀 상점 같은 곳에서 우리가 뭘 살진 모르겠지만 일단 밭두렁님에게 필요하다 싶은 상품을 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본인은 아니라고 해도 이건 희생 같아 보여서."
"오~ 그거 좋다. 어차피 여러게 살 수 있다고 하니까. 음, 나쁘지 않지."
북어형이 이야기를 하자 다들 동의를 표했고 밭두렁은 아니라고 했지만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고마움을 표했다.
사실 참가를 한다면 참가를 할 순 있지만 이런저런 블루디카의 작물 상황도 걸리고 임원직이 NPC들 밖에 없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자신이 그곳에 있으면 방송이든 휴대전화든 어떠한 형태로든 현지 상황이 전달 되지만 아무도 없다면 무방비와 다름이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희생을 했다. 이런 희생은 늘 전투 직업군을 가진 쪽에서 많이 해왔고 비전투 쪽은 많은 배려만 받아서 이런 총대를 맨 것이다.
"어휴. 괜찮은데 감사하고 그렇네요. 좋게 봐주셔서. 욕심 제가 좀 내보는 건데."
분위기는 좋게 잘 마무리 되면서 회의는 잘 끝이 났고 준혁은 따로 밭두렁을 만나서 1:1로 이야기를 잠시 나눴다. 정말 괜찮느냐는 물음을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밭두렁은 아주 평온한 표정으로 괜찮다고 했으며 준혁은 더 이상 이 부분을 묻지 않도록 했다.
길드에 도움이 되고 싶어 희생을 한 것인데 더 왈가왈부한다면 이건 밭두렁을 욕보이게 하는 것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잘 포장을 해서 이야기를 해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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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__)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