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스트리머다-558화 (528/548)

558회

준비

북대륙의 아오지 설원.

춥고 배고픈 자들의 설원이라 불리는 이곳에 악의적인 평가가 정말 극단적으로 심한 도시 왕국, 로동 왕국이 자리 잡은 곳이었다.

로동 왕국은 귀족은 없고 오로지 왕가만 존재했는데 왕가의 인정을 받는 이들은 관리직으로써 왕국의 신민들을 관리할 수 있다.

이들을 귀족이라 평할 수 있겠으나 주변 나라의 평가는 절대로 아니었다.

왕이 개처럼 짖으라 하면 짖어야 하고 죽으라 명 하면 죽어야 하는 이들의 행태는 품위도 의무도 없는 쓰레기에 불과하다고 여겼고 로동 왕국의 관리가 방문한다면 철저하게 상인 정도로 취급했다.

관리직들은 아오지 설원의 심층에 묻힌 광물들을 판매하는 역할로 많이 다녔기에 틀린 대우도 아니었고 말이다.

아무튼 이런 로동 왕국의 왕인 기므피그는 두툼한 뱃살을 자랑하며 눈 앞에 있는 백성을 어떻게 죽일까 고민을 하고 있었다.

감히 로동 왕국에서 탈출을 하려던 녀석이었는데 단순히 탈출을 하는 것이 아닌 자신을 그리고 더 나아가 왕가를 모욕하고 도망을 갔다.

"쉽게 죽이면 재미가 없는데 말이다."

"227개의 고문을 준비할까요?"

"그게 너무 쉽다는 말이다. 중간에 정신을 놓거나 죽을 수 있는데. 이딴 버러지에게 치료를 해주긴 아깝고. 어떻게 죽여야 하나."

벌벌 떠는 백성의 모습을 보면서 기므피그는 왕좌에서 벌떡 일어났다. 하지만 이내 육중한 몸으로 인해서 뒤뚱거렸으며 주변에서 관리들이 빠르게 다가와 부축을 했다.

"후욱-… 하아!"

뒤뚱거리는 걸음걸이는 마치 펭귄과 같았고 기므피그는 관리직이 가지고 온 자신의 지팡이를 받아 덜덜 떨고 있는 백성의 얼굴을 끌어 올렸다.

"어떻게 죽고 싶냐. 네가 죽고자 하는 것과 정 반대의 죽음을 주도록 하마."

하지만 기므피그는 말을 내뱉고 난 뒤에 뭔가 이상함을 해당 백성에게서 느꼈는데 녀석은 덜덜 떨고 있지만 눈빛에는 즐거움이 남겨 있었고 입꼬리는 올라가 있었다.

"감히! 버러지가!"

지팡이로 머리를 내려치기 위해 팔을 들어 올린 그 순간 백성의 입은 열렸다.

"때가… 왔다."

"뭐라고 쳐 내뱉는 것인가!"

"우리의 소망을 위하여… 아! 종말의 군주시여!"

종말의 군주라는 희한한 말을 내뱉는 백성의 눈동자는 희번득하게 돌아가 있었고 기므피그는 뒤로 물러났다.

광기와 같은 눈동자를 보면서 꺼림칙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신을 부축하고 있는 관리직들의 눈도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네놈들?"

부축을 하는 관리직들을 뿌리치고 지팡이로 지탱을 하면서 뒤로 불러났고 주변을 다 살폈다. 그런데 전부 그런 눈동자로 죽이려 했던 백성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백성은 활짝 웃으며 기므피그를 지목하며 말했다.

"이 한 몸을 받치겠나이다. 부디 우리의 소망을 들어 주소서."

그 말과 함께 백성을 비롯해 기므피그가 있는 방안의 모든 관리직들은 신체가 녹아 핏물이 되었고 기므피그는 해당 상황에 패닉 상태가 되었다.

"여, 여봐라! 누구 없느냐!"

기므피그의 외침이 공허하게 울려 퍼진 그 순간 하늘에서 음성이 들려왔다.

- 너희들의 그 분노와 희생으로… 내가 강림했으니…

- 그 소원은 이루어질 것이다.

그리고 기므피그의 머리에 짐승의 발굽이 천장을 뚫고 내려와 짓이겨 버렸다. 영혼마저도 소멸될 정도로 짓이김이었으며 종말의 군주, 베히모스의 지상 강림이었다.

* * *

"비상! 다들 북대륙 모니터요! 베히모스 떴습니다!! 다들 일어나세요!"

숙직실을 깨우는 막내 팀원의 목소리에 쪽잠을 자던 운영진들은 눈을 번쩍 떴고 그 사이에 껴서 잠을 자던 장원영 팀장은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언제!"

"한 1분 정도 됐습니다. 지금 북대륙 아오지 평원에 위치한 로동 왕국에서 모습을 들어냈습니다!"

"가자!"

빠릿하고 정확한 보고에 장원영 팀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후다닥 모니터실로 달려가기 시작했고 그 뒤를 이어서 다급한 표정을 짓는 좀비떼 직원들도 움직였다.

다행히 5시간 정도는 숙면을 한 상황이라서 달리는 도중에 좀비에서 점점 휴먼으로 탈바꿈 했고 모니터실에 도착할 때는 다들 정상적인 얼굴이 되었다.

"상황은!"

"크, 큰일 났습니다. 예상 수치를 웃도는 수치로 강림했습니다!"

"뭐? 어떻게!"

"로동 왕국의 모든 백성들이 왕가의 멸망을 이르기 위해서 광산의 지하 갱도에 마계화 작업을 도왔고… 자기 희생을 통해서 정당한 대가로 왕을 죽이고 나온 탓에 거의 온전한 수준으로 왔습니다."

"… 거, 거의 온전한 수준?!"

"적어도… 70% 많게는 85% 정도는 잡아야 할 수준입니다… 팀장님. 이거… 저희 선 넘어간 것 같습니다. 모험가들이 달려들어도 불나방 수준입니다."

레이드를 할 수 있는 것도 정도가 있다.

수십, 수백 만의 모험가가 힘을 뭉쳐 달려간다고 한들 베히모스의 힘이 70% 이상이라고 한다면 그중 99%는 단 일격에 죽을 것이다.

개미가 뭉쳐봤자 인간이 짓밟아 으깨는 것처럼 이도 별반 다를 것이 없다. 되려 비교 대상이 인간 수준이라서 미안할 정도였다.

"… 라온 크루 연락 돌렸어?"

"네! 그 연계를 해놓아서 북대륙에 있다고 바로 연락을 했습니다. 다행히 모두 로테이션을 돌리고 있어서 빠른 연락이 닿았고 접속을 완료해서 이동 중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후우… 숨 돌릴 틈이 있겠어?"

"…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무력의 차이가 너무 큽니다. 익스퍼트들도 각종 버프를 두른다고 한들… 100만 명의 로동 왕국 국민들이 제물이 된 것이 너무 큽니다."

100만 명이나 왕을 죽이기 위해서 계약을 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저 한 사람, 한 사람 정성들여서 스며들게 했을 것이고 마계화 작업까지 진행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정성이 타격이 너무 컸다.

"신들의 반응은?"

"다행히 전투 계열의 신들은 척마의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다만… 여기도 직접적인 개입을 하면 균형이……."

"빌어먹을 균형!"

"루시퍼가 직접 모습을 들어낼 때까지 유지해야 합니다."

"그러면 적당선은 어느 정도인데."

"직접적인 축복 및 소통을 하는 부분인데… 아시다시피 단군은 루시퍼 토벌을 위해서 힘을 비축중이라 소통이 불가능합니다. 그 외의 동료들이 나설 것 같습니다."

단군을 제외해도 확실히 강력한 존재들이긴 했다. 하지만 단군의 전력이 90% 이상이라고 말을 해도 과언이 아니었기에 입술을 깨물 수 밖에 없었다.

애초에 이 90%로 한정된 이유도 단군이 미래를 생각해서 적당히 하는 탓에 이 정도지 선을 넘고 활동하게 된다면 단군은 황제와 다름 없는 존재가 된다. 단지,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그가 다짐한 부분이었기에 10%를 그 동료들이 채울 수 있는 것이다.

신과 소통하는 가장 강력한 존재는 각 교단의 교황이나 성녀, 성자 프리스트가 아니라 하늘의 핏줄인 단군이었다. 근데 그게 말짱 도루묵이 된 상태니 머리가 아파왔다.

"대신 할 사람이 있을까."

"고대 신을 모시는 존재라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만 그게 기껏해야 황제 진영에 있는 백호족 밖에 없을 겁니다."

"백호족! 하지만… 황제구나."

"예. 그리고 백호 자체가 개입을 꺼려하고 있습니다. 이번 건에 무슨 제약이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제약이라……."

백호가 제약을 받을 정도라면 당연히 그 근처에 있는 황제, 기르메쉬가 떠올랐다.

아마도 모종의 거래가 있었을 것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어? 간달푸가 움직인다고 합니다!"

"뭐라고!? 정말?"

"네. 황제가 직접 명을 내려서 보낸다고 합니다! 그… 호치도 따라오는데요?"

"뭐? 이게 뭐지……?"

저들은 대륙을 지배 할 수 있는 강자들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런 이들이 참전을 한다고 하니 이야기가 좀 달라졌다.

"그런데 갑자기 왜? 우리 방금 안된다고 하지 않았어?"

"아마도 강준혁씨를 만난 것 같습니다."

"아! 꼬신건가!?"

"연락을 한번 해서 알아볼까요?"

"아니야. 바쁜데 뭐. 내가 들어가서 직접 물어보면 그만이지. 그리고 모험가들 최대한 빨리 북대륙으로 집결할 수 있도록 각종 편의 다 봐줘."

"예. 알겠습니다."

불가능할 것이라고 여겼던 원군들이 참여하고 있었다. 동대륙의 강자들도 합류를 하게 되면 백중세는 아니어도 기회를 충분히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그 과정에서 모험가들이 아이스크림 녹듯이 아주 살살 녹아버리겠지만 말이다.

"잠 깬 사람들은 얼른 캡슐에 들어가서 접속해! 대신성 결계 유지하려고 최대한 유지하고 그리고… 맵 메이커 어딨냐!"

"여기 있습니다!"

"그래 너희들은… 지하 갱도들 살펴."

"예? 잘 못들었습니다?"

"대규모 지하 갱도들 위주로 마계화가 있는지 살피라고. 이번 일이 북대륙에만 있을 것 같아? 다른 곳에서도 지하에 숨길 수 있는 거지. 그리고 조인족 마을이나 심해 쪽에도 있을 수 있으니까 그쪽도 전체로 훑어."

"… 알겠습니다."

"너희는 참여 안해도 되니까 그거 훑어야 한다."

차라리 참여를 하는게 낫겠다고 생각이 드는 일폭탄이었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할 뿐이었다.

짬이 낮은게 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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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__)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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