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3회
베히모스
예는 준혁에게 자신이 겪은 많은 나날들을 이야기 해주면서 당시보다 꽤 많이 성장했다는 식의 이야기를 했다.
준혁은 그런 예의 발언을 동의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랜드 마스터 급에 위치한 자신이 예를 파악하려 해보지만 딱히 무엇을 느낄 수 없었다.
실력적으로 이야기를 하자면 호치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
그런 강자가 추가된다는 것은 이번 토벌의 승률을 더욱 더 높이는 계기가 되기에 준혁은 예의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더욱 더 반갑게 들어주었다.
"그나저나 진짜 많이 강해졌구나. 그랜드 마스터라고 들었는데. 기세도 많이 조율을 할 수 있고 말이야."
"음? 뭔가 좀 달라요?"
"어정쩡한 놈들이 본다면 뭐, 익스퍼트 수준으로 여기겠지. 모험가들은 실력에 따라서 기세를 숨기지 못하더라고. 근데 인디고 너는 달라. 역시. 대단해."
기세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데 준혁은 어색한 표정을 지어야 했다. 기술의 마나 소비와 강약을 조절할 수 있는 모험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준혁은 가능하다. 베타 테스터로 인식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여파는 NPC만 가능한 기세와 관련된 부분까지 온 것이었고 차후에 이런 말들이 퍼지게 된다면 곤란한 상황이 여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마력 차단이나 이런 특이 기술을 배워뒀다고 해야 하나. 메인 직업 특성 같은 거라고 해줘야 하나.'
대충 암살자 계열에 은신 쪽으로 뭔가 비슷한 것이 있기는 한데 기척을 지우는 것이었지 기세를 지우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대략적으로 둘러 대면 못할 것도 없어서 이에 대한 대비를 좀 해놔야겠다고 준혁은 생각했다.
"아하하.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네요."
"그나저나 장비가 좀 부실한 것 같은데 괜찮아?"
"좋은 장비인 것은 맞기는 한데 자네가 입을 수준은 아닌 것 같은데. 골드가 부족하진 않을테고."
그랜드 마스터가 골드 부족하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서 예가 무슨 이유가 있냐는 듯 걱정하는 모습으로 물어보니 준혁은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영지에 좀 투자를 하다 보니 타이트하네요. 블루디카… 영지에 투자를 해야 다른 분들이 편히 쓰잖아요."
"아! 이런 그걸 깜빡했군. 그래도… 뭐, 자네 성격이 워낙 좋아서 그렇겠지만 그래도 차후라도 장비는 좀 투자해야 해. 음, 안되겠군. 망토를 하나 줘야겠어."
"망토요? 그거 움직이는데 좀 불편하지 않을까요?"
망토는 전투에 있어서 정말 불편했다. 의전용이나 쓰이는 것이지 전투에 망토를 펄럭이며 싸우면 그것만큼 어리석은 것이 없었다. 방향이 들어 나고 저항도 생기며 추가적으로 자신의 동작이 엉킬 수 있다.
"후드형 망토라서 괜찮네. 짤막한 거야."
"아?"
"엘프들의 머리카락과 정령의 눈물을 가지고 만든 건데. 여러모로 각종 저항력이 높은 건데. 내가 선물로 주지."
"어후~ 아닙니다. 그건 제가 너무 과분하네요."
"최근에 이슈가 되는 강화라는 것 해 놓은 건데? 8번의 강화를 성공한 것이지."
8강화 아이템이라는 말에 대현은 눈이 동그랗게 변했지만 이내 욕심을 버렸다. 저런 것을 받으면 예와 자신의 관계가 괜히 헝크러질 수 있었다.
예와는 딱 지금 이 정도의 친분이 좋았다. 웃으며 이야기를 할 수 있고 서로 부담감을 갖지 않는 그런 느낌으로 말이다.
"아닙니다. 그것을 받으면 제가 마음의 무게가 생길 것 같아요. 그러면 예님과 이렇게 편안하게 대화를 못 나눌 것 같습니다."
"쩝. 그래? 그러면 곤란하지. 이것 참. 자네 답다라고 해야 하는 건지 원. 허허"
"차라리 예님이 쓰시죠?"
"음. 이걸 쓰면 단점이 소리 파악이 좀 덜 되는 부분이 있어서. 2km 밖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걸… 한 1.8km 정도로 줄어든다고 해야 하나?"
"아!"
"자네야 탱커니까 그런 부담이 덜 하니 주려고 했지. 나는 기민하게 피하면서 해야 하는데 좀 아쉽더라고. 이런저런 효과들은 좋은데 이런 미친 놈들의 등장에서 쓰기는 좀 그래서. 자네에게 주려고 했는데 접어야 겠군."
"네. 그냥 평범한 상황에서 예님이 쓰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미 마음이 없다는 듯 딱 잘라 이야기를 하는 준혁을 보면서 예는 과거 자신을 구했을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겸손하고 멋진 모험가라고 여겼다.
* * *
부대 편성은 빠르게 진행 되었다. NPC들은 정말 못해도 마족과의 전쟁 50회 이상은 한 최상급 익스퍼트 수준의 존재들로 채워져 있었고 이들 NPC부대와 모험가들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하기로 했다.
모험가들은 NPC들이 죽지 않도록 하는 진형을 추구했는데, 워낙 현실감 있는 게임이다 보니 자신들은 죽어도 이곳에서 살아가는 NPC들은 죽으면 뭔가 찝찝함을 선사했다.
실제로 게임 내에서는 NPC들이 죽으면 장의사를 통해서 장례식도 치르고 무덤에도 묻히며 가족은 큰 슬픔에 빠진다. 현실과 다를 것이 없다.
그런 모습들을 어지간한 모험가들이라면 2 ~ 3번 이상은 보았고 모험가들의 이벤트 때문에 그들이 죽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나름의 배려를 한 것이다.
이런 모험가들의 배려는 NPC들 측에서도 모험가들을 한층 더 좋게 보는 계기가 되었는데 자신들을 위해 궂은 일을 한다는데 고맙지 않을 리 없었고 호의가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최상급 익스퍼트 이상의 병력들은 사실 상, 어지간한 나라들은 그들의 국가에서 미래를 이끌 동량이라고 봐야 하는데 이들을 지키기 위해 모험가들이 나서니 모험가에게 좀 더 관대한 정책을 펼쳐도 나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이후 마스터급의 NPC들은 백부장급 역할을 하면서 실질적으로 모험가들을 진두지휘하는 역할을 하면서 혹시 모를 일에 대비를 하는 역할을 했고 그랜드 마스터 급 이상의 실력자들은 따로 차출되어 극최전방으로 나섰다.
베히모스의 코앞까지 가서 근접 공격을 펼치는 특공대 형식이었는데, 준혁이 여기에 속해 있었다.
당연히 방송에서도 해당 부분은 나오게 되었고 수 많은 시청자들은 준혁의 실력을 제대로 볼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을 하면서도 준혁이 가장 먼저 죽을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가졌다.
아무래도 마계의 지배자였고 슬슬 보이기 시작하는 베히모스의 모습은 두렵기 그지 없었다.
움직이는 고층 빌딩 수준으로 350m는 족히 되어 보였는데 로동 왕국의 왕성이 어째서 짓밟혀 죽었는지 알 수 있었다.
걸음을 걸을 때마다 땅이 울리고 긴장감을 뿜어내는 베히모스의 주변에는 수 많은 신성 결계들이 그를 막고 공격하고 있었는데 피가 흐르는 상황에서도 베히모스는 그저 이곳을 향해 다가 올 뿐이었다.
그리고 운영진들은 조심스럽게 준혁에게 접근을 하여 베히모스에 대한 정보를 흘렸는데 내용을 보면서 준혁의 머리는 복잡해졌다.
- 베히모스
약점: 없음
* 현재 크기 역시 자신의 이성을 유지하기 위한 수준으로 조절을 하고 있는 상태.
* 베히모스에게 직접적으로 들을 사실이기에 믿을 수 있음.
(베히모스는 침묵을 할 지언정 거짓말을 하지 않는 마족 중 하나임.)
* 베히모스는 현재 8할의 힘으로 강림을 했으나 '종말'의 힘을 사용하여 로동 왕국을 공격한 탓에 힘의 소실이 발생함.
(대략적으로 전투가 시작되었을 때 5할 ~ 6할 정도라고 여겨짐.)
(단, 이성적인 모습은 없어지고 본능으로 움직이게 될 것인데 신체적인 특성이 어떻게 변할 지 파악 불능. 더 커질 수도, 작아질 수도 있음.)
* 베히모스는 루시퍼의 대의에 동의는 하나 중간계를 파괴하는 작업에는 껄끄러움을 느끼고 있음. 치료 행위는 없고 오로지 마계화 관련 방해물 제거 및 모험가들의 수준을 떨어트릴 생각으로 보임
(모험가들이 죽으면 패널티가 제법 있다는 것을 파악하고 모험가만 집중적으로 노릴 수 있음.)
* 지속적인 상처를 낸 곳은 갈비뼈 부근과 목과 척추 부분이지만, 사실 상 피부 정도만 벌린 것 같음.
(출혈이 꾸준히 발생하는데 출혈로 흐르는 피는 꽤 강력한 저주가 스며듬)
(신성 보호막과 저항 수치가 높아야 함.)
(익스퍼트 중급 미만일 경우에 저주에 즉사 가능성 높음.)
* 여러가지 부분으로 타격을 한 것을 보았을 때 신성 마법 계열이 효과가 가장 좋으나 딱히 뛰어난 편은 아님. 저항력이 높은 것 같음
(하지만 평균 7클래스 이상의 공격엔 타격이 있음)
(8클래스 수준이면 출혈을 살짝 발생 시킬 수 있음. 집중 공격시 깊은 상흔도 가능할 것 같음)
* 현재까지 방어와 관련된 모습을 보이지 않지만 이 모습을 보인다면 아마 많이 힘들 것 같음. 이성이 있을 때, 최대한 제거를 하는 것이 좋을 듯 보임.
'이게 무슨 말이야, 똥이야.'
결론은 그야말로 사기캐릭 수준의 짱짱맨인데 그래도 다굴빵을 치면 나름 어떻게든 될 것 같다.
헌데 이 다굴빵도 베히모스가 말 통할 때 가능하지 말 통하지 않고 눈 뒤집힌 수준이라면 우리도 모르겠다라고 말을 할 수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녀석의 피가 극독이라는 걸 파악한 건가. 이게 의미가 있는진 모르겠지만.'
다가오는 녀석을 보면서 준혁은 긴 한숨을 내쉬며 침을 삼켰다.
'어떻게든 정리한다. 정리할 수 있었다고 믿었잖아? 할 수 있다. 지원도 있고 그런데. 반드시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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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__)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