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7회
베히모스
머리를 굴려야 했다.
전투가 진행된 시간은 길게 따져 봐야 고작 1시간 30분 정도 밖에 지나지 않았다.
물론 그 과정에서 6500만 명의 모험가가 일격에 사망을 해서 피해는 발생하기는 하기는 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즐기기 위해서 기대 가득한 마음으로 찾은 이벤트가 지금 자신 때문에 너무 빠르게 박살이 난 것이다.
더욱이 말도 안되는 미친 듯한 강력함을 자아내면서 말이다.
'생각을 해라. 생각을!'
여기서 반응을 하지 못한다면 이건 게임사와 자신과의 불법적인 결착이 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올 수도 있었으며 모든 것이 무너질 수 있었다.
좋아하는 사람이 많지만 그 사이에 질투심이 내심 깔려 있기도 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머리를 굴리던 준혁은 한 가지 스쳐가는 것이 있었다.
'이거다!'
그리고 해당 관련 부분에 있어서 승리의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합법적으로 자신의 퇴장도 알릴 수 있고 말이다.
* * *
후우-
후우-
거친 숨을 내쉬면서 덜덜 떨리는 몸을 보여준 준혁을 향해서 수 많은 이들이 모이게 되었다.
최전방에서 전투를 하던 이들이었고 말도 안되는 무력을 선보인 준혁을 향해서 황당함과 기이한 투쟁심 및 호기심 등 다양한 감정을 들어내었다.
특히 중간에 개입을 하려고 각을 잡고 있던 간달푸와 호치 등도 마찬가지였는데 뭔가 다 꼬인 듯한 분위기었다.
"인디고… 덕분에 빠르게 종결 되긴 했지만… 설명이 필요한 것 같아."
호흡을 가다듬은 준혁은 시청자들이 뭐라고 떠들든 간에 일단 긴 한 숨을 내쉬면서 굳은 표정으로 이야기를 꺼냈다.
"진실만을 이야기 해드리겠습니다. 뭐,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여길 수 있으니 진실 탐지할 수 있는 물품을 가지고 계시다면 꺼내어도 좋습니다."
그러자 몇 명이 동그란 수정구를 하나 꺼내었는데, 각기 다른 신전의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진실의 수정구네. 신께서 진위 여부를 파악하시지. 계약을 한다면 이번 발언에 대한 진위 여부 판별이 가능해."
이들의 말에 시청자들 역시 떠들던 채팅을 멈췄고 준혁은 그것들을 받은 채로 설명대로 계약을 진행했다.
진실만을 이야기 한다는 것을 말했으며 해당 부분에 거짓이 있을 시에 히어로 크로니클에서 자신이 소멸되도 좋다는 강력한 규제를 걸었다.
이러한 강력한 규제에 시청자들은 식겁을 했으며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위대한 위업을 달성한 이를 겁박하는 것처럼 지금 보였기 때문이었다.
특히 예의 경우에는 강한 불만을 보였는데 생명에 은인이고 피해를 줄이며 막아낸 영웅에게 무슨 모욕적인 행사냐고 펄쩍 뛰었다.
하지만 준혁은 되려 예를 진정시키며 말했다.
"아닙니다. 마계의 침공 이전에 한 번은 이야기를 해야 할 부분이었습니다."
"그래도. 이건 아니지. 적어도 뒷 수습이 끝난 뒤에 이야기를 해도 충분한 것이었는데."
"괜찮습니다. 의혹이 나온다면 바로 해결하는 것이 좋으니까요. 이 자리에 계신분들 말고 저의 방송을 보는 분들도 궁금해 하고 있으니 괜찮습니다."
"흠. 황당하군. 피해를 적게 입고 토벌을 했는데 의심을 받아야 하다니. 아무튼, 인디고 자네의 의견을 존중하지."
"감사합니다."
그렇게 준혁이 머리를 굴린 판은 좋은 시작을 주었다. 자신이 말한 강력한 규제로 인해서 지금 이 구슬을 건넨 이들은 압박을 준 존재가 되었고 행동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었다.
다른 이들도 예의 발언으로 인해서 동일한 감정을 갖고 있었으며 시청자들은 NPC가 준혁을 믿는 것보다 자신들이 준혁을 믿지 못했다는 것에 동일한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었고 말이다.
"일단 결말부터 말씀하겠습니다. 저는 마계 대전 이후에 사라지게 될 것 같습니다. 정확히는 이곳의 인디고라는 존재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씀을 드려야겠네요."
"뭐라고!? 무슨 말이야 인디고!"
예가 놀라 소리쳤으며 시청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진실을 알리는 구슬에서는 여전히 내용이 진실이라는 것을 알리는 푸른 빛의 기운이 돌고 있었다.
▷유동닉 1호기: ???????? 이게 무슨 소리임????????
▷한국인한국팀: 뭔 소리죠? 대장? 이게 무슨 소리임?
▷라온무적: 네? 인디고 캐릭터가 사라진다고요? 그게 무슨 말이죠?
▷패왕의라온: ;;;당황스러운 말을 내뱉었는데 진실이다;;;?
▷두시딱둡시딱: 예? 그랜드 마스터가 사라진다고요? 이게 지금 무슨 말이야;
▷관음법궁예: 와, 지금 나만 당황한 거 아니지??;;;
채팅창은 폭주 상태가 되었지만 준혁은 덤덤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음, 과거에 제가 직업이 특별하다고 말을 한 적이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이 직업이 사실 방패 전사와 별반 다를 것 없다고 이야기를 했고요. 실제로 그랬습니다. 하지만 익스퍼트를 넘어서 마스터 단계에 도달하고 그 이상이 되버리니 이게 이야기가 달라졌어요. 히어로 크로니클의 핵심에 도달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물론 이것은 비공개로 할 예정입니다."
명확하게 진실을 이야기 했고 준혁이 무엇을 더 알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 하고 있지만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준혁이 지금 캐릭터가 날라가게 생겼는데 덤덤하다는 것이었다.
"그런 비밀을 알게 되면서 꽤 무거움이 생겼습니다. 더욱 정보 공유를 하면서 다가올 무거운 사실들을 대항할 수 있게 모험가들을 결집해야 하는 의무감 같은 것이 생겼죠. 실제로 대연맹이 그러한 이유로 생긴 것입니다. 라온 길드보다 더 큰 틀이 존재해야 한다는 생각이었죠."
푸른 빛을 내뿜는 구슬은 여전히 진실임을 알렸고 준혁의 솔직한 발언들은 시청자들에게 꽤 무겁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준혁은 혼자서 저것을 위해 각종 콘텐츠 및 여러가지들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아마 대항을 해야 한다는 것은 '마계'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여겼다.
"그러면서 선택을 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결정을 내렸죠. 최대한 이 중간계에 피해가 가장 적고 수 많은 분들이 함께한 라온 길드의 추억들이 망가지지 않는 것을 위해서 음, 제가 결정을 했습니다. 그 대가는 아마 제가 사라지는 것이죠. 이번 힘은 제가 싸웠지만 제가 싸운 것이 아닙니다. 저는 창을 쓰지 않고 방패와 검을 쓰는 존재죠. 이건 조력자의 도움을 얻어서 빌린 힘입니다. 저런 무구 자체도 있지도 않고요."
역시 진실이었다. 무거운 분위기가 이곳을 가득 매꿨다. 그리고 예는 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옹졸하기 그지 없구나. 이해를 하지 못할 무력을 모험가가 펼치니 의심을 하기 위해 겁박을 하듯 몰아 세우다니. 모험가는 이곳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 놓으려 하고 있건만. 부끄럽다. 부끄러워. 이게 수호를 위해 움직인다는 자들의 마음가짐인가."
명치를 강하게 후드려 패는 예의 말에 진실을 알리는 구슬을 건네고 이를 시작하게 했던 이들이 사용 종료를 진행하면서 구슬들은 깔끔히 깨어져 나갔고 준혁에게 사과를 건네었다.
"미안하오. 딱히 의심을 한 것은 아니었고. 그 강대한 무력을 왜 늦게 보여준 것인지 생각했을 뿐이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저 역시 이 정도까지 유지가 될 줄은 몰랐거든요. 아무튼 너무 강대한 힘은 곧 사그라 들게 되니 균형 부분에 있어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곧 사그라진다는 준혁의 이야기에 시청자들은 정신을 차리더니 이내 조금 전에 떴던 알림 문구를 떠올렸다.
▷남자는주먹: 잠깐만; 그럼 지금 대장 거의 일 주일 정도 밖에 못한다는 거 아니냐? 마계 침공 일 주일 남았는데?
▷1129625: 이건 좀 아닌 것 같은데;;; 대장 굳이 그렇게 안 해도 되는데;;;
▷라온매니아: 아니 그걸 왜 대장이 희생을 해요.ㅠㅠㅠㅠㅠㅠ
▷뚭뚜루뚭뚭뚜: 무엇을 알고 있길래. 그런 희생을;;; 아니 인디고 캐릭터 키운 시기가 얼마인데ㅠㅠㅠㅠㅠㅠ
▷라이프이즈게임: 아니다. 이건 좀 아니다. 게임사 측에서 이건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하는 거 아니냐; 이건 좀.
▷한국인한국팀: 와. 캐릭터 삭제하는 대신에 한 10일 정도 여포 노릇 하라는 거 아니야. 이게 말이되나;
▷유동닉 24호기: 문의를 해서 조절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시청자들 역시 의구심부터 갖았기에 준혁의 설명을 듣고, 예의 말을 듣고 부끄러움을 덮기 위해서 준혁에 대해 옹호의 말을 해왔다.
하지만 준혁은 덤덤이 그런 채팅을 보다가 이내 작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니, 여기에서 사귄 사람들이 얼마나 있고 여러분과 함께 한 시간이 얼마인데 여기가 망하게 둡니까. 끝이 아닙니다. 새로운 시작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을 하시면 됩니다. 너무 강해져서 파티와 어울리지도 못하고 그거 되게 재미없는 일이거든요. 그러니까. 너무 막 그런 말들 하지 마세요. 강요한 것도 아닙니다. 그냥 제가 그렇게 선택했을 뿐이에요. 이곳에 쌓인 추억들이, 인연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러니 다들 다음을 대비하자고요."
미소 지으며 말하는 준혁의 이야기에 시청자 채팅은 눈물로 도배가 되었고 예의 경우에는 뜨거운 눈물을 줄줄 흘렸다.
"다음은… 그러니까 이런 전초전 말고 진짜는 모든 것을 불태운다고 해도 한계가 있을 겁니다. 이렇게 일격필살 개념으로 제거도 못하겠죠. 마계의 모든 것들이 쏟아지는 것이니까요. 그러니까… 어떻게든 이겨 봅시다. 똘똘 뭉치면 지금처럼 우리는 이겨낼 수 있습니다."
위험한 여론을 더 강하게 나가면서 준혁은 여론의 반전을 이끌어 내었다.
채팅창을 비롯해 이곳에 있는 모두는 준혁에 대해 미안함과 믿음, 신뢰 등의 시선을 보이며 고개를 숙이면서 인사를 건네었고 준혁은 이런 분위기까지 원한 것은 아니었지만 되려 잘 되었다고 여겼다.
피날레에서 제약 없는 많은 것을 실행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 날 포털 검색 사이트에는 준혁의 이야기와 영상이 검색 랭킹 1위 ~ 20위를 전부 수 놓으면서 뜨겁게 불타 올랐다.
물론, 준혁의 휴대폰도 불타오르는 상태였고 말이다.
=============================
[작품후기]
(__)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