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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혁이 요즘 왜 저러냐? 공부 존나 열심히 하는 듯."
준상은 친구의 말에 슬쩍 고개를 돌리니 인터넷 강의를 보면서 눈을 불 태우고 있는 준혁의 모습에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아버지랑 내기 했다고 하더라고. 뭐, 사주는 걸로 말이야."
"아~ 그래? 그래도 좀 오버 아니냐?"
"뭐, 자기 마음이지. 학생이 공부 하는게 이상한 것도 아니고."
"그렇긴 하지만. 좀 그래서 요즘에 VR 방이나 PC방도 같이 안 가잖아."
공부를 한다고 어울리는 시간이 줄어들다 보니 준상 역시 조금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준혁이 있다면 게임 센스나 컨트롤이 좋아서 승리를 하는 경우가 많아 재미가 몇 배로 증가를 하는데… 요즘에는 영 시원치 않았다.
"그건 좀 아쉽긴 하지."
"쩝. 근데 준혁이 저렇게 열공 하는데… 뭐, 공부 좀 잘해졌냐?"
"내가 모르는 거 물어보니까 풀어주기는 하던데. 저번에 쪽지 시험도 채점을 하니까 다 맞고 그러더라. 제가 공부를 안 해서 그렇지 머리는 좋았잖아. 우리랑 탱자탱자 놀면서 성적도 꽤 높았고."
"하긴… 그렇긴 하지. 크으. 저게 각성이라는 건가? 무슨 내기길래 제가 저렇게 불타고 있는 건지 되게 궁금하네. 뭔지 알고 있어?"
"아니. 나도 거기까진 몰라. 근데… 제가 저렇게 열성적인 것을 보면 아마도 컴퓨터나 이런 거 아닐까? 준혁이 집 컴퓨터 자기 입으로 똥컴이라고 이야기 하고 그랬잖아."
상당히 정확한 추측이었고 아이들은 컴퓨터라는 추측에 고민을 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준혁의 변화를 이해했다.
"확실히……."
"컴퓨터라면……."
"인정할 만 하지……."
바로 섭섭한 마음을 털고 이해를 했다는 표정을 짓는 친구들의 모습에 준상은 피식 웃음이 나올 뻔 했다.
"컴퓨터라고 추측하니까 바로 인정 각?"
"야. 컴퓨터는 이야기가 다르지. 아무튼 중간 고사 때까지 빡시게 공부한다고 선언을 했으니 어휴. 얼른 끝나고 같이 게임하러 갔으면 좋겠다. 솔직히 준혁이 없으니까 존나 노잼인 것이여……."
"그건 인정. 준혁이 빈 자리 크더라. 오더가 없어서 더 두들겨 맞아."
"읭읭. 쩝. 아무튼 중간 고사 얼마나 남았냐?"
"2주 남았잖아… 공지를 해도 안 봄?"
이미 일찍 공부를 포기한 녀석들이기에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친구들의 모습에 준상은 고개를 저었다. 어쩌면 준혁이 녀석들과 잠시 선을 그은 것도 이해가 될 정도였다.
'이거 나도… 성적 떨어지는 거 아니야?'
학원이나 이런 곳을 가서 기본은 하겠지만… 준혁이 부쩍 공부를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보니 제법 걱정이 들었다.
'나도 지금부터는 좀 자제 하면서 공부 좀 해야겠다. 성적을 살짝 올려 놓으면 그래도 낫겠지. 음.'
옆에서 컴퓨터 사양과 돌아가는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들을 보면서 오늘부터 대비를 좀 해야겠다는 계획을 짜는 준상이었다.
* * *
준혁은 자신의 주변에서 정말 너 왜 그래? 라는 의문을 제시 할 정도로 공부에 집중을 했다. 애초에 머리가 나쁘지도 않았고 목표 의식이 확고하니 뭐라고 주변에서 떠들어도 자신이 할 공부에만 집중을 할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선생님들도 준혁의 변화에 크게 기뻐했고 근근이 본 쪽지 시험에서도 좋은 성적을 만들어 내어 중간 고사가 기대 된다는 칭찬을 하며 열심히 하라는 응원을 해줬다.
이런 칭찬과 기대는 준혁도 처음이라서 좀 당황하긴 했지만 목표는 5등이라는 생각으로 밤낮을 가리지 않았다.
그리고…
노력의 결과는 굉장했다.
"… 4등? 실화냐?"
중간 고사의 성적은 무려 반에서 5등을 넘어서 4등이었으며 전교 석차는 36등으로 선생님들도 깜짝 놀랄 수준이었다.
공부를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으나 이렇게 잘 할 줄은 예상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컨닝이나 이런 것을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준혁의 주변은 반 석차가 20등 후반 ~ 30등 초반을 유지하는 녀석들이라서 컨닝도 불가능했다.
즉, 스스로 노력으로 성적을 끌어 올렸다는 것이었고 준혁에게 큰 축하를 해주었다.
"와, 존나… 미쳤네? 여름 방학 끝나고 중간 고사 때 10등 안으로 들어갈 거라고… 미친 듯이 공부를 하더니. 진짜 했나? 와… 대박이네."
준상은 자신도 성적을 끌어 올려 11등을 해서 나름 만족한 성적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준혁이 4등을 했다고 하니 헛웃음이 나왔다.
"으아아아! 됐다! 으아아! 이겼다. 내기에서 이겼어!"
성적표를 보며 부들부들 거리면서 기쁨을 표하는 준혁을 보면서 준상을 비롯해 친구들은 축하와 함께 내기에 관련된 부분을 물어 보았다.
"미친놈. 진짜 대박. 근데 내기가 뭔데?"
"아버지랑 무슨 내기 했다는 건 알고 있는데. 알려줘라."
"그래. 우리랑 놀지도 않고 공부만 했잖아. 좀 풀어 봐."
친구들이 성화에 준혁은 씨익 웃으며 으스대며 말했다.
"200만 원 상당의 초호화 컴퓨터다."
"뭐? 2, 200 만원?"
"리얼이냐?"
"실화임요? 님아?"
준혁의 대답에 다들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고 준혁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아직도 몸을 달구는 성취감에 연신 기쁨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방학 때, 사실 컴퓨터가 맛이 살짝 간 상황이라서 게임 접도 못했는데 아버지가 컴퓨터 바꿔주는 걸로 내기를 하셨거든. 수리를 하려다가 내기 내용이 너무 쎄서 진짜 공부 존나 열심히 했는데. 하늘이 노력에 감동을 하셨나 보네. 크윽."
"아~ 그래서 접도 못했던 거냐?"
"그래도 정말 독하네. 성적을 얼마나 올린 거야?"
"마~ 축하 한다. 남자네. 크으! 부럽다. 컴퓨터."
"풀 사양이겠네. 지렸다."
컴퓨터에 관련된 부분인 이미 나름 추측이 된 부분이기는 했지만 금액이 200만 원이라고 하니 친구들은 다들 부럽다는 표정을 지었고 준혁은 친구들을 향해서 씨익 웃으며 말했다.
"흐흐. 풀 사양. 최고의 컴퓨터. 흐흐. 렉이 없다. 내 컴퓨터. 돌아간다! 모든 게임."
"이 새끼 완전 뿅 가버렸네. 근데 이제는 공부는 어떻게 할 거임? 계속 그렇게 공부할 예정임?"
"공부? 음… 글쎄. 근데 이번에 느낀 건데 확실히 한다고 마음 먹으면 성적을 올릴 수 있다는게 증명은 된 거라서. 잘 모르겠다. 부모님이 성적에 관련된 뭔가 좋은 걸 주면 공부는 계속 해야 하지 않을까 싶네. 게임도 좋지만 일단 대학은 가야지."
준혁이 목표를 달성했으니 친구들의 예상 답안은 "공부 엿이나 까잡숴! 게임 해야지!" 라는 답안이었으나 전혀 다른 말이 나와 다들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준상만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전교 석차 이 만큼이면 꾸준히 유지하면 정시보다 수시로 편히 갈 수도 있기는 하니까. 인서울 노릴 수도 있잖아?"
"음. 그러니까. 나도 내 성적 보고 좀 놀랐는데. 욕심도 나네. 내가 이런 말하고 있는게 놀랍기는 하지만 말이야. 낄낄."
"그건 그렇다. 게임 폐인 준혁의 입에서 공부는 계속 할 거라는 소리를 듣다니. 으으."
"뭐, 그렇긴 하다. 그나저나 니들은 왜 썩은 표정을 짓고 있냐? 내가 공부한다고 하는데 정신 차렸다고 박수를 쳐주지 못할 망정?"
준혁의 이야기에 친구들은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얌마, 그래도 게임은 좀 해라! 너 없으니까 우리 개털리고 다님!"
"님 캐리 좀 부탁드려요."
"으으. 슈벌 중간 고사 끝나면 괜찮아 질 줄 알았는데."
"준상이 놈도 갑자기 빡세게 공부 들어간다고 우리 샌드백처럼 맞기만 했다."
부디 게임에서 자신들을 이끌어 달라는 간청에 준혁은 낄낄 거리는 웃음을 터트리더니 이내 말했다.
"마, 걱정 마라. 야간 자율 학습 이후에 집에서는 게임 할 거다~ 이 말이야. 200만 원짜리 컴퓨터 사고 놀겠냐?"
"아! 그렇네."
"오우야. 쫄았잖어. 네가 공부에 미친 줄 알고."
"역시! 준혁이 형! 싸랑해!"
정말 공부를 하는 입장에서는 도움이 안되는 녀석들이기는 하지만 준상 만큼이나 자신을 끝까지 믿어줬던 놈들이기에 준혁은 방송을 제대로 하기 전에 슬슬 게임들을 하나, 둘 설치하고 점검해 보면서 자신의 컨트롤을 다듬을 예정이었다.
녀석들과 하는 것이라면 더 좋을 것이고 말이다.
"사랑은 개 풀. 뭐, 하다가 못하다가 그럴 수도 있으니까. 공부도 좀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와 존나 소름 돋았네."
"그건… 좀."
"때려도 되나요?"
좋은 녀석들이긴 하지만 방송도 종종 해볼 요량이기에 녀석들과 계속 게임은 할 수 없어서 슬쩍 밑 밥은 깔아두기로 했다.
"리얼임. 이번에 공부를 좀 하면서 나도 공부 열심히 하면 어느 정도는 성적 올릴 수 있다는 그런 생각이 드니까. 게임은 정말 적당히~ 할 생각이야."
진지하게 준혁이 이 부분을 명시하자 친구들은 어느 정도 이미 짐작은 했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준혁의 성적이 정말 올라도 너무 올랐기 때문이었다.
"하긴 그렇긴 하지."
"그래도 너희가 두들겨 맞는 건 못 참으니 이 형님이 나서줘서 혼쭐을 내주마."
"크으! 감동입니다. 형님."
"오냐. 나를 찬양 해라. 컵 라면을 쏘고 햄버거를 쏴라."
"똥 싸는 소리하고 있네. 내기에서 이긴 네가 쏴라. 그간 우리가 두들겨 맞고 다녔던 마음을 위로해주란 말이야."
억지와 같은 발언이지만 준혁은 녀석들과 살짝 벌어진 거리를 좁혀주기 위해서 일 말의 고민도 없이 흔쾌히 수락을 했다.
"그래, 가자. 컵 라면, 햄 버거, 샌드위치, 음료수 세트로다가 형이 쏜다. 어떠냐. 존경심이 갑자기 막 들지 않아?"
"전 준혁 형님이 꼭 우수한 성적을 지닌 만능캐가 되실 거라고 믿었습니다."
"제가 업어 드릴까요? 매점 가는 길이 내려가기 어렵사옵니다."
"이렇게 흔쾌히! 역시 대인의 풍모가 보이십니다."
친구들의 드립에 준혁은 낄낄 웃음을 터트렸고 녀석들은 혹여나 준혁이 말을 바꿀까 교실 문 밖을 나서며 빨리 나오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정말 먹을 거에는 짐승처럼 빠른 태세 전환을 한다는 생각을 하며 준혁은 옆에서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는 준상의 어깨를 툭 치면서 말했다.
"가자. 쏠테니까."
"어? 그래. 고맙다."
"고맙기는."
뭔가 자신이 알고 있는 준혁과 다르다는 느낌을 준상은 들었지만 이내 자신을 향해 웃는 모습은 똑같아서 머쓱한 표정을 지며 머리를 긁적였다.
'성적이 부쩍 올라서 좀 다르게 느껴지는 건가. 역시 성적빨이라는 것이 있는 건가? 그나저나 공부를 계속하면 10등 안에는 계속 들겠지? 아. 나도 공부 좀 해야겠는데.'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자신의 목에 팔을 휘감아 헤드 락을 걸며 매점으로 끌고 가는 준혁 때문에 긴 생각은 하지 못했다.
"켁- 얌마 목 아퍼!"
"그때 숄더 태클의 복수다."
"와~ 집요한 거 보소?"
"내가 좀 집요해. 복수는 아주 제대로 해야지."
뭔가 굉장히 의미 심장한 눈빛으로 준혁이 이야기를 했지만 헤드 락이 걸린 준상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애초에 이 발언은 준혁이 스스로에게 내 뱉는 다짐이었다.
천천히 방송에 대한 준비를 하면서 자신도 좀 더 성장 시키고 아주 인터넷 방송계에 얼씬도 못하게 할 생각이었다. 자신이 그렇게 당한 것처럼 말이다.
========== 작품 후기 ==========
(__)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