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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준혁이 승리를 할 수 밖에 없는 방송이었다.
애초에 준혁이 벌인 자작극에 분탕 종자들과 함께 준혁의 성장을 시기하고 있던 몇몇 소기업 스트리머들이 참전을 하여 판을 키운 것이었다.
"자, 컴퓨터 실행 완료 됐고. 추가적으로 카메라 고정을 하면서 제가 아무 짓도 안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 시켰으니… 이제 접속만 하면 되겠네요. 뭐, 몇몇 분탕분들이 오늘만 사용 안 할 수도 있지 안느냐라고… 채팅 창에 써 놓는데요. 자~ 저런 분들을 위해 해야 할 작업이 하나 있습니다."
혹시 IP밴(해당 IP로 방송에 들어올 수 없도록 하는 것)을 이야기 하는 것인가 싶었으나 준혁은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
"아~ 채팅창에 밴에 대해서 언급을 하는데. 그것도 할 예정이지만 일단 부관참시(剖棺斬屍)를 할 예정입니다."
부관참시라는 말에 시청자들은 그게 뭐냐는 식으로 있었는데 준혁은 분탕을 저지른 이들의 아이디를 클릭하여 화면에 따로 띄운 뒤에 그들의 방송 채널로 들어갔다.
넥스트TV의 회원들은 시청자도 되지만 모두가 스트리머가 될 수 있기에 방송 채널이 있었고 그곳에는 본인들이 즐겨 찾기를 한 스트리머도 확인할 수 있었으며 닉네임이 아닌 아이디를 파악하여 회원 가입 날짜 등을 확인할 수도 있었다.
"자, 여러분 가입 날짜가 무려 오늘이네요. 이건 그냥 분탕을 치기 위해서 아이디를 만들었다는 것을 대놓고 보여줍니다. 음, 이건 깔끔히 IP밴입니다."
부관참시의 뜻이 어떤 것인지 준혁이 행동으로 보여주자 시청자들은 미친 듯한 〈ㅋㅋㅋ〉 채팅을 치면서 웃음을 터트렸다.
▷내안의흑염룡: ㅋㅋㅋ 진짜 미쳤네. 이게 부관참시였어?
▷방심왕: 푸하하하. 방심하다가 웃음을 터트려 버렸군. 대단하다 나의 스트리머여!
-방심왕 님이 10,000 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다른 녀석도 얼른 부관참시를 실행 하거라!
▷빅버거당첨자: 진짜 처음부터 범상치 않은 스트리머라고 느꼈는데. 대단해!
▷병동수석간호사: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기도 병동 같은데? 병동이 아닌가?
▷유동닉 1호기: ㅋㅋㅋㅋ 진짜 돌았다.
만 원까지 후원을 받은 준혁은 아주 빠르게 가장 먼저 부관참시를 당한 녀석을 벤 시켰고 그 뒤에 화면에 띄운 모든 녀석들을 체크했다.
그런데…
분탕 아이디라고 차출한 녀석 중에 한 명이 아주 제대로 된 녀석이었다.
"어? 방… 송을 하시는 분이시네요?"
당황하는 준혁의 목소리에 사람들 역시 화면에 뜬 분탕종자의 프로필을 보면서 같이 어이없다는 식의 채팅을 치기 시작했다.
"잠시만요. 여러분 진정하세요. 일단 음… 채팅을 좀 확인해 볼게요. 제가 잘못 봤을 수도 있으니까. 채팅 로그 확인 좀 할게요."
채팅 로그란, 현재 채팅 창에서 시청자들이 치고 있는 채팅의 모든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인데… 이건 반드시 방송하는 입장에서 필요한 것이었다.
그리고 준혁은 이 채팅 로그를 화면에 띄워서 체크를 했는데 처음부터 욕설이 살짝 섞인 말로 비꼼이 가득한 글이라 어이없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음, 긴 말 안하고 그냥 IP밴 할게요. 저 싫으시면… 차후에 반박 영상 축약으로… 확인하시고요. 방송은 이제 3일 차이기는 하지만… 정말 동업자 입장에서 좀 그렇네요. 수고하시고 번창하세요."
깔끔하게 IP밴을 하면서 일을 마무리 한 준혁은 복잡한 마음을 털어 낸다는 듯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채팅창을 보면서 말했다.
"절대로 타 스트리머 언급 및 비하를 하지 말아주세요. 이건 저기 구석에 적혀있는 제 방송의 절대적인 원칙입니다. 그 분과의 관계는 제가 풀 수도 있고 풀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니까요. 제 방송에 그냥 집중을 해주세요. 비하, 욕설 이런 거 절대 안됩니다. 저는 유쾌한 방송을 여러분께 보이고자 하고 있고 유쾌한 마음으로 방송을 하는 것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불타지 마세요. 저에게 집중 하시길 바랍니다. 얼른 시나리오 3으로 들어가야겠네요."
아직 어린 학생이기에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고 심한 말을 할 수도 있지만 준혁은 전혀 그렇지 않고 대인배적 마인드로 이야기 하면서 방송에 대한 부분만 거론했다.
그러자 시청자들은 이에 또 감탄을 하면서 칭찬일색의 모습을 보였는데 만약 준혁의 캠이 손이 아닌 얼굴을 가리키고 있었다면 횡재를 했다는 표정을 지으며 미소 짓고 있는 모습을 찍었을 것이다.
"자~ 검은 불꽃에 다시 들어왔고요. 오늘은 시나리오 3을 시작해 보겠습니다. 솔직히 이제는 죽지 않고 클리어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이 드네요. 진짜 운이 좋아서 될 수도 있기는 하겠지만… 그런 행운이 있다면 차라리 시험 때 답을 몰라 찍는 문제가 맞는 걸로 변경되었으면 합니다."
학생임을 계속 밝히고 있었기에 준혁이 시험 문제 찍기에 관련해서 이야기를 하니 시청자들은 순식간에 빵 터져서 〈ㅋㅋㅋ〉을 도배했다.
그와 함께 시나리오 3을 시작했는데 확실히 점점 더 괴팍하고 지랄 맞은 상황이 연출 되었으며 준혁 역시 아슬아슬한 상황들을 많이 경험해야 했다.
잡몹 처리에도 포션을 상당히 먹음으로써 보스 클리어 이전에 장비보다 포션을 다시 구매하여 돈을 소모해야 했고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후우… 잡몹이 원거리라서 고생을 엄청했네요. 보스 전 몇 번 죽을 것 같은데. 흠. 손 좀 스트레칭 좀 하고 갈게요."
▷달나라의미래: 와, 잡몹을 정말 다 잡네. 골드 손해난 거 아님?
-달나라의미래 님이 1,000 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게임 속 골드는 손해 나도 실제 돈은 늘어나라 얍얍!
"하하, 감사합니다. 달나라의미래님. 근데 이게 골드가 손해 난 건 아니에요. 당연히 사냥을 했으니까 벌기는 했죠. 포션을 7개 쓰기는 했지만 다시 15개로 맞춘 상태고 골드도 조금 증가를 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레벨 업을 7번이나 해서 근력, 민첩 2:1 비율로 밀었으니 데미지도 증가했을 겁니다. 물론, 제 뇌가 최대한 행복 회로를 풀 가동시켜서 말씀드리는 중이라는 거 잊지 마시구요."
▷병동수석간호사: ㅋㅋㅋㅋ 행복 회로 풀 가동. 신박하다. ㅋㅋㅋㅋㅋ
▷유동닉 32호기: 현실이라도 더 행복해야지. 나도 투척한 드아!
-유동닉 32호기 님이 5,000 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장례식 장이 열릴 것 같아 육개장 값 조의금은 넣어두고 왔소이다.
장례식 장 육개장 값이라는 드립에 준혁은 역시 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장례직 장 조의금이라는 말씀을 하시니 음, 오기가 생기는군요. 후우… 노다이로 한번 깨보도록 하겠습니다. 피하고 때리고, 막고 때리고 그러면 제가 이기겠죠. 남자는 짤짤이 아닙니까?"
준혁의 노다이 선언에 시청자들은 후끈한 반응을 보였고 이내 어제와 같이 미션을 걸었다.
▷내안의흑염룡: 장비도 시나리오 2때 상태고 이거 안전 코인이네? 탄다!
-내안의흑염룡 님이 1,000 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노 다이로 보스 클리어 시, 10,000 원!
▷방심왕: 오호! 노다이 선언이라 그거 흥미롭구나. 좋다 이 몸도 참여를 하마!
-방심왕 님이 1,000 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한번도 죽지 않을 시에 10만 원을 후원 하도록 하지. 자신이 있느냐?
▷빅버거당첨자: 와, 안전 코인이라고 사람들 막 지르네? 나도 지르고 싶네?
-빅버거당첨자 님이 1,000 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쭈발 나도 가즈아! 나는 2만 원 건다!
▷유동닉 1호기: 캬, 육개장 값이 이런 파급을 일으켰버렸네.
-유동닉 1호기 님이 1,000 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미션 노 다이 시 7만 원 + 추가미션 포션 섭취 7개 미만 일 시 5만 원 추가 콜?
준혁은 이리저리 풀던 손을 멈추며 마우스에 손을 올리면서 말했다.
"님들… 고딩의 피지컬은 하늘을 찌른다. 그리고 미션 금액이 크면 클 수록 스트리머의 집중력도 하늘을 찌른다…는 말이 있습니다. 좋습니다. 저도 핸디캡을 하나 걸도록 하죠. 아직 저 레벨 업만 했지 게임 저장을 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죽으면 시나리오 2에서 시작한다는 말이죠."
시청자들은 준혁의 이야기에 술렁 거렸고 준혁은 아주 다부진 목소리로 말했다.
"배수의 진을 치도록 하겠습니다. 임전무퇴(臨戰無退)! 생즉사 사즉생(生卽死 死卽生)! 만약 죽게 된다면 시나리오 3을 다시 해야 하고 극한 스트레스를 또 받겠죠. 후후. 남자 짤짤이 인생이지만 뒤가 없이 가야 성장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악마사냥꾼: 으아아아! 이 스트리머는 진짜다. 미쳤다 ㅋㅋㅋ
▷네다^^7: 캬, 진짜 미쳤네. ㅋㅋㅋ 가즈아!
▷떡상각잘보는놈: 성공하면 반박 방송에서 레전드 찍고 개떡상 각?
▷탐방왕: 빅 스트리머의 자질이 보이는 녀석이라고!
▷별헤는밤: 화이팅! 힘 내세요.
▷백병원폭☆발: ㅋㅋㅋ 이 방송 터지겠네. 와~ 채팅 글 올라가는 것 보소!
▷매의눈빛희열좌: 가즈아! 어린데 완전 상 남자 아이가!
▷부산꿀주먹: 마! 남자네! 남자야!
채팅을 잘 참여하지 않았던 시청자들까지 준혁의 선언에 뜨거운 반응을 보여줬고 준혁은 진한 미소를 지었다.
분명히 어렵다.
하지만 자작극까지 펼쳐서 오늘 방송의 어그로를 최대한 끌어온 지금 이 순간… 자신은 성공을 해야 했다.
실패를 하면 분명 다음 방송에서 유입된 시청자들이 꽤 빠져 나갈 것이다. 하지만 죽지 않는다면 아주 많은 이들이 자신에게 즐겨 찾기를 할 것이며 메인 구독을 할까 말까 고민하던 이들도 한 달 정도는 해줄 수 있었다.
'잘 하자.'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준혁은 시나리오 3의 보스를 잡기 위해 보스 룸으로 진입을 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원거리 공격을 하던 잡몹과 달리 기사처럼 보이는 커다란 보스 몬스터를 볼 수 있었으나 절대로 녀석의 외관에 속지 않았다.
커다란 보스의 검은 투검(投劍)을 하고 방패도 투검을 한 곳까지 빠르게 돌격하는 공격을 하면서 정신을 쏙 빼놓는다.
그 이후에 일정 피가 감소 되었을 때, 단순히 투검과 돌격을 하던 방식에서 검은 불꽃의 기운을 검에 담아 원거리 공격을 하는데… 당하면 정말 구토증이 올라올 정도로 좋지 않은 그런 공격들이었다.
'지금 상황에서 맞으면 무조건 3방이면 죽는다.'
장비 업그레이드를 못했고 근력과 민첩에 레벨 업 능력치를 투자한 만큼 많은 것을 바라면 안되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자신조차도 깰 수 있을 지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는 시나리오 3 보스전을 시작한 준혁은 어느새 미션이나 이런 것보다 컨트롤에 모든 것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적당히 사운드가 비지 않게 이야기를 하고는 있지만… 그건 정말 막고, 치고, 빼고… 이런 식의 단순히 게임 캐릭터의 움직임에 대한 이야기일 뿐 소통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런 준혁의 말에 시청자들은 더욱 준혁의 움직임에 집중을 하게 되었다. 마치 그런 말들이 게임 해설처럼 들리기도 했고 혹은 자신이 컨트롤을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은 준혁도 크게 생각하지 않은 부분이었으나 아주 좋게 작용을 했으며 준혁은 결국 보스룸에 진입한 지, 47분 만에 클리어를 할 수 있었다.
정말로 죽지 않았으며 클리어를 하고 난 뒤, 채팅창은 난리가 났으며 준혁 역시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며 벌떡 일어나면서 환호성을 질렀다.
"으아아아! 깼다! 정말 안 죽었다아아아!"
하지만 포션 섭취에 대한 제한을 건 추가 미션은 클리어 하지 못했는데 7개 미만으로 먹어야 하는 포션을 10개를 먹음으로써 클리어 실패가 되었다.
그러나 준혁은 그런 것보다 정말 죽지 않고 클리어를 했다는 것에 기쁨을 표했으며 시청자들 역시 준혁의 컨트롤에 세삼스럽지만 또 한번 반하며 난리를 쳤다. 미션을 걸었던 이들의 미션 성공비가 후원으로 터졌으며 준혁의 방송 역시 대박이 터졌다.
자작극에 분탕질을 하는 이들이 편승하여 판을 깔아줬고 적당한 하꼬 스트리머가 질투심을 넥게더에 드러내는 것도 모자라 자신의 채팅방에서 욕과 함께 비난을 가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모두 대인배처럼 넘어가고 극한 컨트롤로 시나리오 3을 한번도 죽지 않고 클리어 함에 따라 준혁은 넥게더에 또 한번 도배가 되었다.
시나리오 3 보스가 쓰러지고 준혁이 환호성을 터트리는 클립 영상이 넥스트TV의 메인에 걸리면서 넥게더를 이용하는 넥스트TV 시청자들을 넘어, 넥게더는 이용을 하지 않고 단순히 넥스트TV만 보는 시청자들에게도 이름을 알릴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즐겨 찾기 수와 함께 메인 구독을 한 이들도 대폭 늘어나 버렸는데 그것을 본 준혁은 정말 먹지 않아도 배부르다는 느낌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즐겨 찾기: 1188명 → 3024명
메인 구독: 26명 → 71명
미션 성공비 입금보다 더 기쁜 시청자들의 증가 수치였다.
========== 작품 후기 ==========
(__)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