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스트리머다-12화 (12/548)

<-- 나는 성장한다. -->

대전 컨트롤 파이트의 오래된 게임인 만큼 고수라 칭할 수 있는 이들이 즐비했다.

그리고 이런 고수들을 사냥하듯이 갖고 노는 고인물들도 타 게임에 비해서 상당히 많았는데 덕분에 진입 장벽이 꽤 높았다.

고인물들의 실력은 캐릭터의 타격, 기술 등을 픽셀 단위로 계산을 하여 움직이고 공격, 반격, 방어, 회피를 하는데 정말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준혁 역시 중학생 때, 정말 방송에서 이야기를 한 것처럼 동네의 고전 오락실에서 우승을 한 실력자지만 넓고 넓은 대전 컨트롤 파이터 세계에서는 고수 수준 밖에 실력이 되지 않았었다.

그래서 처음 방송을 했을 때, 아주 신 나게 시청자들에게 얻어터졌고 승률이 35%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고등학생의 싱싱한 손목과 손가락은 빠르게 고인물들의 컨트롤을 습득했으며 대전 컨트롤 파이트를 거의 하지 않고 접을 즈음에는 76%의 승률을 유지했다.

국제 대회에서도 수상을 했던 선수들도 픽셀 단위 움직임을 아는 고인물이라는 평을 내릴 정도가 되었고 조금 더 노력하면 그 이상도 가능하다는 말을 했지만, 굳이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았다.

대전 컨트롤 파이트 외에도 할 게임이 많았고 이 게임을 전문으로 하는 스트리머가 될 생각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때 다져 놓은 기본기들은 뼈 속에 인이 박혀서 과거로 돌아온 뒤에 가볍게 이런저런 테스트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검은 불꽃처럼 자신도 만족스러운 컨트롤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런 자신감을 토대로 준혁은 광역 어그로 도발을 시전하였고 1:1 대전 모드로 시청자들의 저격과 기존 유저들과의 승부를 하면서 70% 이상의 승률을 3시간 20분 가량 계속 유지하고 있었다.

그것도 단순히 게임에만 집중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시청자들의 채팅에 반응도 해주고 시청자들이 원하는 캐릭터의 필살 기술도 보여주면서 메인 구독에 대한 이모티콘도 거론하며 진행을 했는데…

덕분에 호기롭게 이야기를 한 시청자들의 자존심이 역으로 상하고 있는 중이었다.

"76% 이거… 시청자분들께 빅버거의 햄버거 세트는 드리지 못할 것 같네요."

3판 정도를 패배하게 되어도 70% 초반 때의 승률을 유지하는 상황이라서 방송 시청자들은 감탄을 하며 채팅을 쳤다

▷나는넥수: 와, 고수를 넘어서 고인물인데? 타 스트리머 방송에서 나온 고인물을 뚜들겨 잡고 있네. ㄷㄷ 미쳤네.

▷마그마를마그마: 인디고님 혹시 게임에 몰빵한 인생임? 학생인데 이게 뭐야!?

▷반격을반격한다: 와, 4판 도전해서 3판을 지네. 뭐지? 준프로였나?

▷팔두룡의후손: … 5연패 했습니다. 고인물 딱지 버리겠습니다.

▷격겜만본다: 이 스트리머는 미친 스트리머가 맞습니다.

▷손타는게임쪼아: 한국팀 완전 멋지네. 하단 캔슬 공격 6연타 실화? 하!

▷믿고보는채널만봄: 여긴 무조건 봐야 하는 채널입니다.

이후 준혁은 채팅창의 반응을 슬쩍 보고는 손가락과 손목을 이리저리 돌리며 말했다.

"역시, 고인물분들은 많네요. 초반에 승률을 좀 빨리 올려서 버틴 거지. 음, 큰일 날 뻔 했습니다. 딱 빤스런 하기 좋은 타이밍이네요. 승리를 했을 때 튀어야지. 괜히 눈치 없게 남아 있다가 참교육 당하면 안되잖아요."

준혁의 이야기에 시청자들은 〈ㅋㅋㅋ〉을 도배 하면서 현명한 판단이라는 말을 했지만 아쉬운 반응도 보였다.

슬슬 점점 더 강한 상대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데 준혁이 도주를 한다는 식으로 말을 한 것이다.

▷마그마를마그마: 좀 더 하지. 아쉽다~

▷손타는게임쪼아: 현명한 선택이지만 아쉽네. 좀 더 해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은데.

▷박수칠때떠나라: 왜, 좋은 선택인디?

▷격겜만본다: 잼 나게 봤습니다.

"음, 오락실 수준으로는 힘드네요. 이모티콘에 대해서 이야기를 좀 하면서 진행을 하려고 했는데 초반에 제 패기로 인해서 쉽지도 않았고. 그래서 이번에는 제 방송 컨텐츠에 대한 이야기랑 메인 구독 이모티콘에 대해서 좀 이야기를 진지하게 해볼까 합니다."

몇몇 판에는 이런 이야기를 좀 하기는 했지만 고인물들의 습격이 이뤄지면서 계속 이야기의 흐름이 끊긴 탓에 제대로 된 말을 나누지 못했다.

그래서 준혁은 적당한 승률이 된 지금 시점에서 도주를 택하고 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부분을 공유하고 자한 것이다.

한번 걸러지고 다시 유입이 이뤄지고 현재 자신의 방송 채널에 있는 시청자들은 이런 진지한 이야기를 나눠도 나쁘지 않은 대상이었으며 준혁은 슬슬 이야기를 시작했다.

"일단 저는 고전 게임을 지금은 주를 이루고 하고 있지만 온라인 게임도 할 거에요. 나중에 좀 더 여유가 되면 가상 현실 게임들도 할 예정이지만 모두가 아시는 것처럼 폴리곤 덩어리 똥망겜들이 너무 많아서… 그걸 감안하고 괜찮게 할 수 있는 스토리가 있는 것이라면 할 예정입니다."

폴리곤 덩어리 똥망겜이라는 준혁의 단어에 시청자들은 크게 공감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가상현실이 구현화 되고 신기한 것도 처음이지 발전이 되지 않는 그래픽은 그야 말로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아~ 다들 공감을 크게 하시네요. 저도 그렇습니다. 뭐, 언젠가는 갓겜이 나올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지만… 지금은 좀 아쉬운 면이 많아서 일단 가상 현실은 컴퓨터 게임보다 밀릴 것 같습니다. 이 부분에 기대를 하시는 분들이면 죄송하네요."

죄송하다는 준혁의 발언에 시청자들은 되려 나중에 한다고 하니 안심이라는 말이 상당히 많았다. 애초에 이들은 가상 현실에 상당히 지친 이들이었으니 말이다.

"음… 그리고 게임은 지금도 제가 구매를 해둔 게임들도 있지만 차후에 추천을 받아서 진행도 할 예정입니다. 똥겜데이라고 해서 정말 망작 소리를 듣는 게임들을 하며 평가를 해보자는 생각으로 2주에 1번 날 잡아서 해부, 공략을 해볼 요량입니다."

2주에 1번이라는 준혁의 말에 시청자들은 그 정도면 합리적이고 웃으면서 함께 컨텐츠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는 말들을 많이쳤다. 그리고 되려 기대를 한다는 말도 상당히 많았다.

망작 게임은 대부분 시청자보다 버그들로 인해서 플레이를 하는 스트리머들이 고통 받는 경우가 대다수였으니 말이다.

▷별헤는밤: 상당히 세세하게 구성을 하시고 있네요?

▷행복냥이: 철저하다냥! 놀랬다냥?

▷서리: 에에? 이렇게까지 준비를 하고 계셨네요?

▷유동닉 1호기: 될 놈은 싹이 다르다 이 말이야! 괜히 대협이겠어?

컨텐츠에 대한 부분을 꽤 고민한 흔적을 준혁이 보이니 시청자들 역시 귀담아 듣고 반응을 해줬다.

"음, 저는 이 스트리머라는 직업에 대해서 정말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절대로 대충 할 수 없어요. 대충 한다는 것은 게임 시작 전에 이야기를 했던 많은 스트리머이신, 스트리머셨던, 스트리머이실 분들에게 굉장히 모욕적인 행위라고 여겨서요."

다시 하는 말이지만 반응은 좋았고 준혁은 덤덤하게 어투로 말을 이어 나갔다.

"뭐, 제가 너무 진지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냥 제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그냥 단순히 자신의 취미를 같이 즐기려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니까요. 근데 저는 이걸 좀 더 취미를 넘어서 그 이상을 생각하고 있으니 그런 거에요."

취미 공유나 같이 게임을 즐기기 위해 방송을 시작하는 이들도 있으니 대충 포장을 해주면서 준혁은 채팅창을 빠르게 훑어 내렸고 그 중에 자신이 말하고 싶은 것에 대해서 질문을 한 이를 찾았다.

▷행복냥이: 근데 궁금한게 있다냥! 손캠만 인증하고 있는데 냥~! 혹시 얼굴 공개할 생각도 있는거다냥?

"얼굴 공개… 뭐, 해도 딱히는 상관 없습니다만 제 방송이 어느 정도 성장을 할 때까지는 절대로 공개하지 않을 예정입니다."

바로 얼굴 공개에 대한 부분이었는데 준혁은 질문에 대답을 해주니 바로 다음 질문을 하는 시청자에게 속으로 내심 고마움을 느끼며 말을 이었다.

▷행복냥이: 이유가 있는거다냥?

"이유는 있습니다. 저는 성장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얼굴 공개를 하면 어정쩡하게 성장을 한 상태에서 저에 대해 알게 되는 친구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그렇게 되면 제 방송에서 아는 척을 할 수도 있고 그러다 보면 제가 방송보다 친구와의 사담에 집중할 수도 있을 겁니다. 또, 시청자들과 친구가 소통을 하는 상황이 발생되어서 제 컨텐츠에 집중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거고요."

이건 시청자들도 예상치 못한 답변이었기 때문에 다들 감탄을 터트렸다. 이런 부분은 정말 세심하게 스트리머와 자신의 방송에 대해 고민을 했기 때문에 나온 결론이기 때문이다.

"손 캠은 뭐 괜한 프로그램 말이나 이런 게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공개를 한 부분도 있었지만 얼굴 캠은 저라는 사람을 그냥 보여주는 부분이니까. 나중에 여러분들이 꾸준히 방송도 와주시고 다른 시청자분들도 더 와주셔서 오픈 해도 진행 문제는 없다고 느껴질 즈음에 공개를 하겠습니다. 사실 제 얼굴 궁금해서 오시는 것도 아니잖아요? 이 녀석 언제 죽나? 헬 난이도 깰 수 있나? 이런 느낌으로 오신 분들 많죠?"

준혁의 마지막 말에 시청자들은 〈ㅋㅋㅋ〉을 도배하며 자신들의 마음이 들켰다는 것을 솔직하게 보였다.

"노다이도 사실 기적이라서 오늘 잠깐 흐름을 끊은 부분도 있습니다. 그리고 시나리오 4 즈음에는 하드여도 죽기 시작하는데. 슬슬 죽음을 향해 가고 있다고 생각도 하고요. 그래서 그런데 이모티콘에 검은 불꽃과 관련된 것들이랑 좀 이모티콘을 만들어 볼까요? 자체적으로 도트 찍으면서 제작을 해야 하는 지라… 좀 오래 걸리겠지만 그래도 메인 구독을 하신 분들이 너무 감사해서 좀 잠을 줄여서라도 찍어 보려고요."

▷서리: 에엑!? 도트도 찍을 줄 아세요? 헐?

▷행복냥이: 만능캐다냥?

▷유동닉 1호기: ??? 자체 제작 가능하다고?

▷별헤는밤: 학생인데 무리하는 거 아니에요?

팔방미인과 같은 자신의 재주를 놀라하는 시청자와 학생이라는 것을 알고 걱정을 해주는 시청자의 모습에 준혁은 절로 입꼬리를 올려 미소를 지었다.

"기초적인 도트로 찍을 생각이기도 하고… 콘티도 어느 정도 잡혀 있으니 한 10개 만드는데 다음 주? 그 정도 걸릴 것 같아요. 그때까지 메인 구독해주신 분들 아이디 옆이 섭섭하더라도 양해 부탁 드려요. 부지런히 만들어서 올리겠습니다."

그렇게 메인 구독을 한 이들을 특별하게 한 번 더 챙기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준혁은 소통을 좀 하다가 기존과 달리 학교에서 받은 과제를 해야 한다는 말을 하면서 방송을 종료했다.

오늘 방송으로 인해서 그 전과 같이 많은 시청자를 이끌어내지는 못했으나 준혁의 방송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을 완벽히 보여줌에 따라 굳건한 시청자 층을 만들어내는 작업을 성공시켜 내었다.

적당히 넥게더의 글로 인해서 삐뚤어진 마음을 갖고 검은 불꽃을 시청하러 온 이들도 적당히 털어내면서 방송은 좀 더 안정적으로 성장을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였다.

========== 작품 후기 ==========

(__)감사합니다.

6시 07분 예약글입니다요!

검은불꽃은..말씀하신 고거 맞습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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