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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트리머다-19화 (19/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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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역시 우리 준혁이 제일 낫네."

준혁은 점심을 먹고 하교를 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담임 선생님께 인사를 드리러 교무실을 찾았는데 훈훈한 미소를 지으시더니 이런 이해하지 못할 말을 내뱉으셔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어야 했다.

"네? 무슨 말씀이세요."

"다른 놈들은 오지도 않는데 너는 그래도 출석도 하고 다 하잖아."

"아~! 저도 그냥 출석만 하고 점심 먹으로 학교 오는 건데요. 아하하……."

바로 이해를 한 준혁은 자신도 별반 다를 것이 없다고 이야기를 했으나 이내 이어진 선생님의 말에 어색한 표정을 지어야 했다.

"그럼 지금 너처럼 이렇게 인사를 하러 오는 놈들이 있을까?"

"아하하… 없겠네요."

"그래. 네가 그래서 제일 낫다고 한 거다. 열심히 하더니 응? 수시도 딱 합격을 하고. 뭐, 더 말해서 뭘 하겠어. 집에서 푹 쉬면서 스트레스 좀 풀고 그래. 가 봐."

"예. 감사합니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멋쩍다는 듯 머리를 긁적이며 준혁은 교무실을 빠져 나갔고 뜬금 없는 칭찬에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오늘의 목적지인 은행으로 갈 준비를 했다.

평소라면 집으로 향하겠지만 오늘은 은행을 들러야 했다.

은행에 들리는 이유는 가상 현실 기기를 구매하기 위해서였는데 본래는 고전 게임으로 방송을 꾸준히 진행을 할 생각이었지만 이제는 그런 컨텐츠도 한계에 도달하여 변형을 줘야만 했다.

생각보다 더 빨리 크고 성장을 한 탓에 컨텐츠 소모가 상당히 빠른 부분도 있었다.

그래서 추가적인 것을 위해 가상 현실 게임 중에서 호평을 받은 것들을 가지고 영역 확장 작업을 진행해야 했다.

하지만 현재의 가상 현실 게임으로는 결코 기존에 쌓았던 것을 버리고 주가 되는 일은 없기에 일 주일에 1번 ~ 2번 정도 진행을 할 생각이었다. 그것으로도 한 달에 8일을 버틸 수 있게 해주는 귀한 소재였다.

"리퍼브 제품이 300만 원, 중고가 200만 원… 흠집이 있더라도 새 제품과 다름 없는 리퍼브로 사는게 낫겠지. 중고는 괜히… 좀 그러니까."

가상 현실 기기를 구매하는데 준혁은 절대로 기성 제품 중에서 세 제품을 살 생각이 없었다.

어차피 지금 나온 가상 현실 기기들은 차후에 히어로 크로니클이 나오게 된다면 절반 이상이 사용되지 못하는 기기가 되어 버린다.

또 사용되는 절반의 기기들도 게임 최적화가 되지 않아서 굉장히 괴롭기는 마찬가지기에 자신은 70% 정도의 가격을 유지하는 리퍼브 제품을 구매하여 차후에 신형 기기가 나오면 구매를 할 생각이었다.

그때 까지는 자신이 구매하려는 제품으로 충분히 뽕을 빼 먹고도 남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알뜰하게 살아야지. 컴퓨터도 하나 더 장만을 하려면."

컴퓨터도 최대한 부품 업그레이드를 하면서 아직도 1대의 컴퓨터로 방송을 진행 중에 있었는데 고전 게임이나 온라인 게임을 하는 상황이라 넉넉하게 버티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번 가상 현실 기기를 구매하게 되면 최소 송출용 컴퓨터는 따로 둬야 하는 상황이라서 이야기가 좀 달라졌다. 가상 현실 게임을 제대로 송출하면 아무리 폴리곤 덩어리라고 할 지라도 한 대의 컴퓨터가 오롯하게 집중되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추가적으로 나갈 금액은 대략적으로 모니터와 컴퓨터를 모두 구매할 시에 200만 원 정도를 생각해야 하는데 이것만 해도 벌써 500만 원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뭐, 모은 돈에 비해서는 적다고 할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방송만 하던 때와 달리 건설 현장에서 일용직 생활을 긴 시간 해왔기 때문에 돈의 귀함을 정말 잘 알고 있어서 아낄 건 아껴야 했다.

돈을 절약하는 방법에 대해 이런저런 고민을 하며 은행을 향해 가다 보니 인터넷에서 최저가를 구매하는 것보다 리퍼브 제품 매장으로 가서 살펴 보는 것도 괜찮겠다고 문득 생각이 들었다.

그곳에서도 자신이 컴퓨터 구매를 하면서 연을 쌓은 사장님처럼 친밀한 관계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그건 좀 오버인가? 매장이라고 해도 리퍼브 제품이니… 신 제품을 거기서 구매할 것도 아닌데.'

이래저래 뭐가 더 나은 것인가 고민을 하다 보니 은행 앞 횡단보도까지 도착을 했고 초록불로 바뀌어 걸어가려는 순간…

준혁의 눈에 이상한 것이 들어왔다.

"응?"

국도에서 너무 과한 속도를 내면서 이쪽으로 오는 SUV 차량이 눈에 들어온 것인데 기분이 싸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차량이 오는 방향을 따라 시선을 돌리니 그곳에는… 곱게 차려 입으시고 무슨 급한 약속이 있으신지 전화를 받으며 바쁘게 걸어가시는 할머니가 계셨다.

"할머니! 위험해요!"

준혁의 외침이 상당히 컸던지라 걷고 계시던 할머니는 멈칫하며 뒤를 돌아 봤으며 준혁은 재빠르게 뛰어서 할머니의 팔을 자신의 쪽으로 당겼다.

할머니께서는 이게 무슨 일이냐는 듯 당황한 표정이었지만 이내 쌩 하고 차량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곧 고개를 돌린 방향에서 쾅 굉음과 함께 가로수에 그대로 흰색 차량이 찌부러진 것을 볼 수 있었다.

다행히 준혁이 팔을 잡아 당기면서 할머니는 준혁의 힘에 의해 주춤주춤 물러나지게 되었는데 덕분에 한 발자국 차이로 아무런 피해가 없이 멀쩡하실 수 있었다.

준혁은 놀라서 멍하니 서 있으신 할머니의 안위를 살폈다.

"괜찮으세요?"

"괘, 괜찮아. 학생! 정말 고마워."

"아니에요. 그럼 잠시만요. 할머니. 119 전화를 좀……."

"아, 아니 난 괜찮은데."

"저 차량 운전을 하신 분도… 있으니까요. 일단 신고를……."

"어어! 그렇지. 어, 어서 해."

덜덜 손을 떨며 계시는 할머니를 보니 회귀 전에 자신 때문에 마음 고생을 하셔서 폭삭 늙으신 모습을 보이며 불안해 하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문득 떠올라 준혁은 할머니의 손을 꼭 잡으며 괜찮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주었다.

그제서야 할머니는 표정이 조금은 편안해 지셨고 준혁은 119에 연락을 하여 상황 설명과 함께 구급대원들이 올 수 있도록 조치를 했다.

이후, 바로 112에 추가적인 연락을 하면서 교통 사고가 났다는 것을 알리면서 다시 할머니를 돌봐 드렸다.

"따뜻한 뭐라도 좀 드실래요? 진정하실 수 있게요."

"으으응? 아,아니야. 난 괜찮아. 학생이 괜찮다 해줘서… 정말 괜찮아. 휴우. 살이 떨리기는 하는데… 어휴. 학생이 아니었으면 내가 황천길 가는 거였어."

그렇게 잠시의 시간이 흐르니 119 구급대가 금방 왔고 신고자를 찾기에 준혁이 바로 손을 들어 상황 설명을 해주었다.

그리고 할머니가 많이 놀라셨고 자신이 팔을 급하게 당긴 탓에 관절이나 근육 등을 좀 살펴 달라는 말도 했다.

구급 대원들은 벌벌 떨고 있는 할머님을 보면서 바로 간단한 담요를 걸쳐 드리고 기다리시라는 말을 하며 사고 난 차량으로 갔는데 먼저 간 구급 대원이 무전을 통해서 사고 차량의 운전자의 상황에 대해서 전달을 해왔다.

〈 다행히 의식은 있습니다. 술 냄새가 가득한 것을 보니까. 음주 운전으로 인해서 사고를 낸 것 같습니다. 후우, 굉장히 심합니다. 일단 빼고 경찰이 오면 추가적으로 이걸 말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음주 운전이 대참사를 일으킬 뻔 했던 것이었고 준혁은 얼척이 없었다.

점심 시간이 얼마 되지도 않은 시간에 저렇게 만취할 정도로 술을 먹었다는 것과 운전대를 잡는다는 것은 살인범이나 다름이 없다고 생각을 하여 절로 험한 말을 내뱉었다.

"살인범이네. 술을 먹고 운전을 하면… 살인범이나 다름이 없지. 뭐, 저런!"

준혁의 말에 구급대원은 머쓱한 표정으로 동감을 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또 경찰이 오면서 준혁은 상황 설명과 함께 구급대원의 무전에 대해서 슬쩍 거론하면서 경찰에게 사건에 대한 상황 설명을 끝냈다.

경찰은 준혁에게 아주 훌륭한 일을 했다며 칭찬을 하면서 구급차에 실리고 있는 운전자를 향해 가더니 이내 얼굴을 팍 찌푸렸다.

정말 술 냄새가 너무 독하게 풍겨와서 누구나 만취 상태라는 것을 알 수준이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준혁 덕분에 다친 이가 없어서 일단 사건의 마무리는 빨리 될 것이라고 판단이 되었고 경찰은 준혁에 차후에 연락을 다시 할 수 있다는 말을 해주면서 학교와 이름 등의 신상 정보를 알아내더니 좋은 소식이 있을 거라는 말을 전해 주었다.

그렇게 큰 일을 겪은 준혁은 은행을 그냥 오늘은 일단 돈만 자신의 통장에 입금을 하고 자신도 좀 쉬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큰 사고를 목격할 뻔 했는데 그걸 어찌 막아 내었더니 뭔가 자신도 굉장히 심장이 쿵쾅거리는 것 같았다.

어안이 벙벙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와 잠시 낮잠을 자면서 마음을 좀 추스리자 싶어 침대에 누으려고 했는데… 이내 휴대폰이 울렸다.

혹시 경찰인가 싶어서 휴대 전화를 살피니 담임 선생님이셨고 준혁은 별 생각 없이 받았다.

"여보세요? 선생님?"

"강준혁! 너 임마! 그런 일을 했으면 학교에 와서 이야기를 해 줘야지?"

"네?"

"경찰에서 연락이 왔잖아. 교장 선생님하고 난리가 났다. 너 어디에 있냐고. 집에 있는 거야? 뭐야? 어디야?"

"저… 집인데요? 저도 좀 놀라서 자려고… 했는데요?"

"지금 잠이 오냐? 이 녀석아? 얼른 학교로 튀어 와! 난리 났다! 교장 선생님부터 해서 교감 선생님도 너 찾고 난리 났어. 빨리 와!"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가 준혁은 학교에 연락이 가면 확실히 홍보를 위해서라도 충분히 저런 반응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뭐야… 잠깐만 좋은 소식이… 음. 이런 거였나? 아! 음. 괜히 복잡해지는 건 아니겠지?"

머리를 벅벅 긁으며 상황이 어떻게 될 지를 머릿속으로 여러가지 가정을 생각하면서 준혁은 다시 학교로 향했다.

========== 작품 후기 ==========

(__)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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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6시가 아닌 12시 07분에 4편을 올립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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