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스트리머다-23화 (23/548)

<-- -->

"도, 독립을 하고 싶다고?"

준혁은 자신의 말에 부모님은 제법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이런 반응을 보고도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놀란 표정의 부모님께 이야기를 했다.

"네. 독립 자금은 충분히 있어서 가능할 것 같더라고요."

"그, 그런 돈이 또 있어?"

"방송도 했지만 이걸 그냥 갖고 있기 보다는 투자를 했더니 이게 잘 되었는지 좀 크게 불었더라고요. 괜찮은 오피스텔 전세 값 이상은 될 것 같아요. 겸사겸사 남은 돈은 방송 방음 부스 설비랑 낙후 장비를 교체 하는 걸로 사용할 생각이에요."

이미 계획까지 다 짜 놓았다는 식의 준혁의 말에 준혁의 아버지인 명현은 놀란 표정을 가라 앉히고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뭐, 대학생 되면 다들 기숙사나 아니면 하숙집에 산다고 하기는 하더라. 그러니 너도 나쁘지 않지. 너는 일도 하니까."

"학교 근처에 얻으면 좋겠지만… 굳이 값이 비싼 곳을 갈 생각은 없어서요. 이번에 면허도 따서 중고차로 경차를 하나 뽑아서 타고 다니면 좀 먼 거리도 상관 없을 것 같아요."

"면허? 음. 그래 면허는 따야지. 차도 중고차로 경차면 네 벌이면 충분히 감당하고도 남고. 괜찮네."

허투로 쓰지 않고 일단 자기가 독립할 것들을 이미 다 준비를 했다는 것에 명현은 준혁을 막을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여겼다.

고등학생 때, 인터넷 방송을 한다고 선언을 했을 그때부터 사실상 준혁은 알아서 공부도 하고 생활을 하며 본인만의 생활 패턴을 만들었다.

이는 충분히 존중을 해줘야 할 부분이었기에 명현은 불안해 하는 아내의 손을 한번 잡아주면서 말했다.

"이미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다 큰 놈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래도… 경차 같은 거 사면… 집에서 가도 되는데. 굳이 자취를 하고 독립을 한다고 가야 되는가 싶어서."

"애 아니야. 이미 따로 서울에서 전세를 주고 살 정도로 돈을 모았고 인정을 받고 있는데… 내 품 안에 자식으로 생각하면 안되지."

"그렇긴 하지만… 후우. 난 몰라요. 둘이 아주 짝짝꿍 잘 맞더니."

섭섭함을 그대로 표정으로 드러내는 어머니의 모습에 준혁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래서… 이번에 겨울 방학 때, 시간을 좀 내주셨으면 해요. 그 일본 오키나와로 가족 여행을 좀 준비를 하고 있어서요."

"뭐?"

"3박 4일 혹은 시간적 여유가 되시면 6박 7일로 해서 오키나와랑 위 쪽에 후쿠오카 쪽도 같이 둘러 보면 좋고요."

"뭐어? 그렇게나?"

준혁의 여행 코스 이야기에 어머니는 섭섭한 표정보다는 다시 놀란 표정을 지으셨고 준혁은 당연하다는 듯 이번에도 말을 이었다.

"네. 가족 여행 가고 싶다고 했었잖아요. 근데 공부나 이런 것 때문에 제대로 못했으니까요. 이제는 좀… 고3 생활은 끝났으니 기념을 하는 느낌으로 가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요."

"그래, 그것도 괜찮겠다. 근데… 이거 급작스럽게 한 거 아니니?"

"아뇨. 일단 여행 루트랑 숙소도 알아본 상황이라서요. 두분 시간만 맞추시면 바로 갈 수 있을 정도에요."

"그래? 흐음. 그래도 엄마 섭섭한거 잘 안 풀려. 그런 생각이었으면 이야기라도 좀 해주지. 요즘에 네가 큰 사건들을 그냥 툭툭 이야기를 하면서 엄마가 너무 엄마 노릇을 못하는 것은 아닌가 싶어서 생각이 많단 말이야."

"에이~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말도 안되죠. 두 분은 저에게 최고의 부모님이십니다."

어머니가 하신 말씀이 어떤 의미인지 알기에 준혁은 너스레를 떨면서 적당히 애교를 붙여 이야기를 하니 어머니는 서운함은 남아 있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셨다.

"어휴, 아들이 너무 잘나도 문제. 그리고… 집은 우리가 조금 보태줄 테니까. 좋은 곳으로 전세를 알아 봐."

"네? 아니에요. 저 돈 많이 있어요."

"수시 합격한 뒤에 아빠랑 엄마랑 의논을 해서… 혹시나 이런 일이 있으면 보태서 주자고 이미 말 해 놓은 게 있어. 차도 중고차에 경차는 알뜰해서 좋지만… 위험하니까 그냥 경차 새로 뽑아. 이건 우리가 마지막에 선물이야."

"아니… 그 대학도 아직 어떻게 될 지 모르는데. 그건 좀 너무 많이 투자를 하시는 것 같기도 하고."

"어차피 전세든 뭐든 돈은 묶인 거니까. 별 상관 없고. 차는 경차면 2000만 원 정도 일 건데… 그 정도는 네 선물로 해줄 수 있다. 등록금도 지원 받고 다 네가 하면 부모로써 우리 해주는 맛도 없다 얘."

준혁은 어머니의 말씀에 더 이상 거절을 하지 않고 그저 감사하다는 말을 하는 것으로 끝을 내었다. 그리고 더 자신이 잘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감사합니다. 정말 열심히 해볼게요."

"그래. 그거면 됐어."

* * *

"겨울 방학 중에 부모님을 모시고 일본 쪽에 3박 4일이나 6박 7일로 가족 여행을 좀 갈 생각이에요. 음, 그간 저 때문에 고생도 많이 하셨으니까. 고3 딱 끝났으니 효도 관광이라도 좀 해야겠다 싶어서요."

준혁의 이야기에 시청자들은 부모님을 모시고 효도 관광을 간다는 말에 아쉬움을 토로하기 보다는 박수를 쳐주었다.

▷유동닉 1호기: 좋은 생각이야. 옆에 계실 때 더 챙겨야지.

▷오페라의유령: (힐끔) 효자넵

▷하야시: 오이오이! 자네 일본어를 할 줄 아는가? 관광을 제대로 하려면 일본어를 좀 해야 할 터인데!?

▷욜로골로탕진: 어디로 가는데요? 이야기 해주셈!

▷방심왕: 오호! 해외로 간다는 말인가. 그것도 재미있겠군. 잘 즐기다 오너라!

이런 시청자들의 반응에 준혁은 정말 고마운 이들이라고 생각을 하면서 설명을 해줬다.

"오키나와를 비롯해서 여유가 되면 후쿠오카도 좀 들릴 예정이에요. 숙박이나 이런 건 대충 동선은 짜뒀는데 부모님 일정에 맞춰서 조절을 해야 하니 정확한 일정은 나와 봐야 알 것 같네요. 그리고 일본어랑 영어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잘 합니다. 저, 고전 게임이나 이런 거 할 때도 단 한번도 번역을 하거나 그러지 않았는데. 여태 모르신거 아니시죠?"

준혁의 발언에 시청자들은 이내 채팅창이 멈췄다가 느낌표〈!!!!〉로 도배가 되었다.

▷하야시: !!!!!!!!!, 어? 그러고 보니 그렇네? 한글 패치를 안 했잖아?

▷유동닉 1호기: !?!?!?!, 너무 자연스러워서 몰랐는데!?

▷욜로골로탕진: !!!!

▷빛디고대협: 대혀허어어업! 그저 빛이십니까!

▷할일없는넥수: 그저 빛! 스트리머의 빛! 크으! 역시 법학과 수시 합격생!

▷방심왕: 그런 건 미리미리 이야기를 하거라. 나도 당황했지 않느냐!!!

이런 시청자들의 반응에 되려 당황한 것은 준혁이었다.

자신이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여태껏 한글 패치를 한 적도 없이 게임을 했는데 이걸 알아차린 이가 하나도 없다는 것이 어이가 없었다.

"네에? 맙소사. 조금 섭섭한데요? 아니, 어떻게? 장난이신거죠?"

되려 준혁이 섭섭하다고 이야기를 하니 시청자들은 헛기침을 하면서 외면을 하기 시작했고 골수팬층으로 성장한 이들은 헛기침과 함께 미안하다며 사과의 후원을 쏘기 시작했다.

1000원부터 10,000원 정도의 금액까지 다양한 후원들이 사과와 함께 쏟아지니 준혁은 얼척이 없다는 듯 말했다.

"와… 조금 섭섭하고 당황했지만 으음, 사과에 굉장히 진정성이 느껴지는 것 같기에 크흠! 이 사태를 얼른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크흠. 근데… 아무도 모르진 않았겠죠? 아는 사람은 있었겠죠? 그쵸?"

하지만 시청자들은 대답이 없었고 준혁은 기운이 쭉 빠졌다는 듯 키보드와 마우스 위에 올려져 있던 팔을 책상으로 내리며 한숨을 내쉬었다가 이내 키보드와 마우스에 손을 올리면서 말했다.

"오늘은 기운이 좀 빠져서 파이팅 넘치는 걸 좀 해야겠습니다. 파이팅 넘칠 수 있는 게임이 뭐가 있을까요. 고전 낚시 게임이나 좀 해볼까… 실제 낚시랑 가장 비슷하게 만들었다고 극찬을 했던… 2038 낚시황제. 보자~ 미끼를 걸고 던지면 정말 최소 4시간 동안 찌를 보고 있어도 물고기가 입질을 안 한다고! 오! 정말 파이팅 넘치는 걸."

상당히 파이팅 넘치는 엄청난 게임을 준혁이 이야기를 하자 시청자들은 식은땀을 흘리면서 채팅을 쳤다.

▷마구니로구나: 누구인가! 대협을 저렇게 만든 이가 누구인가!

▷하야시: 도게자로 머리 박고 정중히 사과하자.

▷킹시만먹는다: 대협! 저는 다릅니다! 저는 대협이 뛰어난 외국어를 지니고 있다고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파이팅 넘치는 그 게임을 제발!! 그건 명작이지만 망작에도 뽑힌 지옥의 킹갓똥겜!!

▷시골어부: 허허허, 낚시 게임 좋지. 나도 간만에 해야겠구만. 크으 조용하고 풀벌레 소리도 들리고 참~ 좋다 이 말이야.

▷별헤는밤: 바, 방제 설정을 파이팅 넘치는 나, 낚시황제로 이미!

채팅창의 분위기는 준혁의 방송 제목으로 인해서 굳어졌고 그 뒤에는 게임 카테고리 설정에 2038 낚시황제를 선택함으로써 오늘 방송은 낚시 방송이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채팅창은 비명이 터지기 시작했고 준혁은 그런 반응을 보면서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아~ 정말 제 말 못 믿으시네요. 이거 엄청난 컨트롤이 필요한 게임입니다?"

그냥 찌 던지고 가만히 있으면 되는 게임인데 뭐가 엄청난 컨트롤이 필요하냐고 시청자들은 이야기를 했지만 준혁은 진짜로 이 게임이 상당한 컨트롤이 필요한 게임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미끼를 끼고 던지는 낚시의 경우에는 한 없이 세월을 기다리며 해도 되지만 바다를 기점으로 시작하는 바다루어 낚시는 이야기가 달랐다.

키보드로 세세한 루어 컨트롤과 함께 마우스로 좌우를 흔들며 챔질을 해주며 쉼 없이 컨트롤을 해야했다.

물론, 이런 이야기를 알고 있는 이들은 거의 없는데 이유는 간단했다.

2038 낚시 황제의 DLC로 이 바다루어 버전이 등장했는데 너무 웃기는 상황이 뭐냐면 DLC를 만들어 낸 시점이 6년 정도가 지난 뒤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거기다 DLC 가격도 한화로 7만 원 정도가 되었는데 애초에 다른 좋은 낚시 게임들도 많아 이미 잊혀진 게임 취급을 받던 상황이라서 그냥 묻혔다.

제작자가 왜 이 DLC를 출시했는지도 모를 정도였으며 그 이후에는 아무런 피드백도 없었다. 그게 그냥 끝이었다.

그러니 사람들이 알 리가 없었고 준혁은 2038 낚시 황제를 실행 시켰지만 시청자들이 알고 있는 2038 낚시 황제와는 다른 배경의 것을 보여주었다.

"당황하셨죠? 오늘 할 게임은 다시 말씀드립니다. 2038 낚시 황제, 바다루어 DLC 판입니다. 가격은 7만 원에 해당하고. 정말 컨트롤이 필요한 파이팅 넘치는 게임입니다. 저는 언제나 진실만을 말하고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면서 방송 시작하겠습니다."

시청자들은 DLC 버전이라는 말에 모두 물음표 〈???〉를 채팅창에 도배를 하면서 정말 DLC버전이 있는지 확인을 했다.

준혁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파악하고 모두 황당하다는 식의 채팅을 쳤으며 이내 준혁의 말대로 낚시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점점 큰 바다 물고기들을 상대하면서 쉴 새 없이 바쁘게 움직이는 준혁의 손들과 게임 화면들을 보며 인정을 해야 했다.

정말 거짓말이 한 것이 없었다고 말이다.

그리고 이 날의 방송은 또 한 번 큰 이슈를 만들었으며 2038 낚시 황제를 갖고 있던 시청자들은 무려 할인도 없는 생 돈 7만 원을 주고 DLC를 구매하며 이들이 생겼다.

준혁이 늘 의도치 않게 약을 파는 이들처럼 너무 재미있고 신뢰도 깊게 진행을 한 탓에 속아버린 선량한 호구일 뿐이었다.

그러나 선량한 호구도 많아지면 흐름이 되어버리는데 시청자들이 이렇게 대거 구매를 해버리자 준혁의 방을 예의주시 하고 있던 작은 방이나 혹은 다른 대기업 스트리머도 구매를 하면서 2038 낚시 황제가 넥스트TV에서 일시적인 붐을 일으켰다.

그 뒤는 뭐 다시 죽기는 했지만 준혁 덕분에 2038 낚시 황제를 만든 제작자는 졸지에 최소 3000만 원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래봤자 홍보용 게임도 아닌 탓에 준혁에겐 별 의미도 없지만 이번 일로 준혁이 넥스트TV에 갖고 있는 파급력을 알 수 있는 척도는 되었다.

넥스트TV에서 준혁은 이미 흐름을 주도할 수 있는 대기업 스트리머로 뿌리를 깊게 내린 거목으로 성장한 것이다. 고작 2년이라는 시간 동안 말이다.

========== 작품 후기 ==========

(__)

선작, 추천, 코멘트 감사합니다. 언제나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ㅎ_ㅎㅋ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