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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굴을 위해 들어간 광산의 갱도는 의외로 나쁘지 않았다.
현실의 광산을 떠올리면 어둡고 뭔가 음침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곳은 솔직하게 광신인데 뭔가 예쁘다는 느낌이 들었다.
색색 별로 야명주 같은 것들이 박혀서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 냈으며 지하의 아름다운 미로를 다니는 느낌이었다.
"예쁘다."
"그러게. 나는 되게 어둡고 그럴 줄 알았는데."
"괜찮은데?"
참여자들 역시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금강은 그들의 대화를 듣고 이야기를 했다.
"영주님 소유의 광산을 길드에서 허가를 받아 운영되는 곳이니 당연히 좋지. 더군다나 트리톤은 칼스 레이너 영주님께서 노동자들을 우대해 주시기로 유명한 곳이다. 수익이 좀 적게 나도 기초 공사부터 아주 튼튼하고 안전하게 다 진행한단 말이지."
이 말에 준혁을 비롯한 모두는 감탄의 탄성을 내뱉었고 금강은 그런 영주를 모신다는 것이 뿌듯한 것인지 아니면 반응이 좋아서 그런 것인지 우쭐 거리며 말했다.
"다른 곳 영지는 대다수 야명주가 듬성듬성 박혀져 있어서 여기 작업 수레에 치여서 다치는 놈들도 천지야. 열심히만 해. 그러면 우리 도시에서는 돈 떼어 먹히는 일 없이 잘 살아갈 수 있으니까."
자부심 가득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한 금강은 각 갱도 입구에서 마중을 나와 있는 사수들에게 두 명씩 차례로 보내면서 실실 웃는 것이 뭔가 취향이 사디와 비슷하다는 느낌이 적잖게 있었다.
그렇게 묘한 감정을 느끼게 해준 금강 때문에 준혁이 끌어 오른 분위기가 가라 앉을뻔 했지만, 가라앉을 시간도 없이 사수들이 이끄는 탓에 순식간에 참여자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준혁 혼자 덩그러니 남게 되었다.
"자네는 나랑 가도록 하지. 나도 오늘 작업을 하거든."
"네? 담당자 분이 작업을 하신다고요?"
"돈을 더 받으면 당연한 것 아닌가? 이런 것도 하고 저런 곳도 하고. 그래야 돈을 더 받는 것이지. 뭘 그리 놀래?"
"아니. 그냥 실무쪽은 담당하시지 않는 것 같아서."
"실 없는 소리 그만하고 가도록 하지."
돈을 더 많이 받는 수뇌부 일수록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는 금강의 발언은 앞선 묘한 감정까지 사라지게 할 정도로 시청자들에게 긍정적인 말들이 나오게 했고 말이 좀 직설적이긴 해도 참된 상사라는 평을 했다.
그렇게 금강에게 끌려간 준혁은 갱도의 통로보다 좀 비좁고 밝기도 덜해서 어두운 느낌이 나기는 하지만 여기저기서 땀을 뻘뻘 흘리며 일을 하고 있는 광부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정말 많은 분들이 일을 하시고 계시네요. 저는 해안도시라서 단순히 무역 쪽으로 발달을 했을 것이라고 추측을 했는데."
"트리톤은 자원의 축복을 받은 도시라고 할 수 있지. 뭐, 그 만큼 몬스터의 침입도 빈번하지만 우리 같은 길드 관계자들은 축복이지. 뭐, 평범한 백성들에게도 말이야. 적어도 굶고 사는 이들은 없거든."
"그렇군요."
"여기에는 총 숙련된 광부 100명이 존재한다. 다른 광물을 파는 곳에는 또 그곳만의 광부들이 존재를 하지. 뭐, 이제 좀 곡괭이 좀 들었다 싶은 녀석들이 50명 정도 더 있는데 입구와 통로 작업을 하는 정도지."
"음, 그럼 저희가 차후 그 작업을 하는 걸로 이어지겠군요. 꾸준히 온다면."
"그렇겠지. 그러면 너희의 사수 역할을 하던 놈들이 드디어 광맥 맛을 보면서 열심히 광물을 캐겠지. 뭐, 이래 저래 곡괭이질을 하는 거지. 끌끌."
뭔가 사람이 줄어드니 말투도 좀 달라지고 무뚝뚝함이 사라져서 준혁은 금강과 제법 친밀하게 지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자, 그러면 잡담은 그만하고 일을 시작하지. 곡괭이를 들고 자세를 잘 기억해둬. 내가 휘두르는 것들을 말이야. 그러고 보니 아직 직업이 없지?"
"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일단 서브 직업부터 광부로 할 생각입니다. 그 뒤에는 천천히 대장장이나 기타 가공을 하는 직업들로 이어서 할 예정입니다."
"음, 진짜로 그렇게 할 건가? 힘들어서 못할 건데? 용병들도 지쳐서 나가 떨어져."
"해 보이겠습니다."
"좋네. 오늘 그럼 자네가 부지런히 잘 하고 내일도 온다면 내 아주 매끈하고 우람한 신상 곡괭이를 하나 주도록 하지."
〈 퀘스트(서브)을 공개 하시겠습니까? 현재 스트리밍 중입니다.〉
〈 퀘스트 공개를 하시려면 '예'를 거부를 하시려면 '아니오'를 누르십시오.〉
퀘스트(서브)
★목표
- 금강의 인정을 받는 활약을 펼쳐라.
- 서브 직업 광부를 얻어라
- 벽면에 표기된 선을 따라 곡괭이질을 하라.
★보상
- 매끈하고 우람한 신상 곡괭이(매직)
- 안전제일 드워프 안전모
- 채굴(패시브 기술서)
준혁은 채굴 기술서를 공짜로 준다는 말에 눈이 정말 번쩍 떠졌다.
채굴 기술은 광산 및 노동자 조합 길드 등에서 구매를 하려고 한다면 현재 최소 30골드 정도의 가격을 한다.
패시브 기술이라서 항시 적용이 되는 것도 컸고 채굴의 효율도 높아져서 꼭 사야 하는 기술 중에 하나지만 며칠을 돈을 모아서 장비도 사야 하고 길드도 만들어야 하고 메인 직업의 기술들도 구매해야 하는 입장에서 쉽사리 사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걸 금강이 그냥 준다고 하자 준혁은 의욕이 생길 수 밖에 없었다.
또 이를 방송으로 공개를 하니 시청자들 역시 잠시의 정적이 생기더니 연신 대박이라는 말을 외치며 부러움을 드러냈다.
"근데 이건 저에게만 주시는 퀘스트입니까?"
"그렇지. 사디에게 인정을 받은 자네가 내 인정도 받을 수 있는지 궁금해서 말이야. 광부의 직업을 갖겠나? 내 담당자의 권한으로 걷겠다고 하면 인정을 해주지."
"…예. 걷겠습니다."
"좋네. 자네는 이제부터 광부네. 곡괭이 질도 해보지 못한 광부 말이야. 그러니 어디 한번 근성을 보여 봐. 벽면에 표기된 부분들을 모두 내려쳐서 통로를 넓히기 작업을 진행 하도록 해. 덤으로 삽질도 하면서 잡석들도 위로 보내고."
"알겠습니다."
"어이, 거기 한거석. 잘 가르쳐. 광부를 제대로 하겠다는 녀석이니까. 나는 저기 안쪽 들아가서 푸만 영감 곡괭이질 좀 도와줄 테니까. 허리도 삐끗한 양반이 왜 나와서는."
혀를 차면서 자신의 곡괭이를 어깨에 걸치자 옆에서 조용히 있던 한 남성이 공손하게 대답을 했다.
"예. 알겠습니다. 금강님. 추가로 뭐 더 할 것은 없나요?"
"몇 가지 있는데, 일단 저거나 잘 하는지 살펴."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푸만과 금강의 대화가 진행되는 사이에 준혁은 광부 직업을 얻고 뜨는 알림 문구들을 시청자들에게 보여 주려고 하다가 이내 멈춰야만 했다.
〈 직업, 광부를 얻었습니다. 메인 직업이 없습니다.〉
〈 직업, 광부를 메인 직업으로 선택하시겠습니까? 아니면 서브 직업으로 추가를 하시겠습니까?〉
〈 서브 직업으로 광부를 선택하셨습니다.〉
〈 베타 테스트 기록을 살핍니다. 직업 광부에 관련된 기초 서적들이 지급됩니다.〉
- 기술서 목록
채굴(패시브 기술서)
섬세한 힘 조절(패시브 기술서)
강인한 어깨(패시브 기술서)
광맥 탐지(액티브 기술서)
〈 최초로 서브 직업을 선택 하셨습니다. 서브 직업 관련 기술서 중 최초 습득 기술서의 레벨이 1단계 더 상승합니다.〉
〈 최초로 습득할 기술서를 선택해 주세요. 이후 나머지 기술서들은 자동 습득 됩니다.〉
☞강인한 어깨(패시브 기술서)
〈 강인한 어깨를 습득 하셨습니다. 서브 직업, 광부의 기술 강인한 어깨의 레벨이 상승합니다.〉
〈 최초로 서브 직업 스킬 레벨 2를 달성 했습니다. 추가 보상으로 레벨 1이 더 상승합니다.〉
서브 직업
★ Lv.1 광부
기술(패시브)
Lv.3 강인한 어깨
Lv.1 채굴
Lv.1 섬세한 힘 조절
기술(액티브)
Lv.1 광맥 탐지
공개를 하는 순간 그야 말로 자신은 캐릭터 삭제를 각오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 되었고 준혁은 온 몸이 떨리려는 것을 꾹 참으며 그저 저들의 대화에 집중을 한다고 공개를 못했던 것처럼 액션을 취했다.
그리고 둘의 대화가 끝이나고 금강이 사라지자 준혁은 푸만에게 공손하게 인사를 건내니 그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하하, 반가워. 말은 편히 하네. 뭐, 나야 광부일 뿐이니 말이야. 그나저나 저기 안에서 일을 하는 친구가 자네에 대해서 이야기를 좀 하더군. 목재 일을 하는데 괜찮은 친구랑 열심히 정말 이 악물고 한다고 말이야."
"앗! 그때 십장님이!?"
"내 친구지. 그때처럼 열심히 하게. 나는 반대편 쪽을 해야 하는데 간단히 시범을 보여주지. 어깨가 굉장히 중요해. 괜히 어설프게 곡괭이 질을 하면 어깨가 나가거든."
깡깡-
맑은 소리가 내부에 울려 퍼지면서 벽면에 균열이 빠르게 이어졌고 이내 곡괭이가 벽 안을 파고드는 소리가 나더니 돌이 우수수 떨어졌다.
그야 말로 깔끔하기 그지 없는 곡괭이질었고 준혁은 이미 충분히 광물을 캘 수 있는 이들이 지금 이 통로 공사 때문에 노동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음을 파악했다.
'그래서 잡부라도 더 많이 받고 진행을 하는 거구나. 원석을 하나 캐는 것이 훨씬 더 이득이니까.'
현재 상황을 보면 확실히 일손 부족이라는 것이 느껴져서 강현은 자신이 성실하게만 하면 무조건 기회가 온다는 것을 느꼈다.
단지, 일단 문제가 자신의 비정상적인 상태가 문제였지만 말이다.
'돌아버리겠네. 정말! 이거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해. 젠장 맞을!'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상태이기에 준혁은 저도 모르게 시범을 보면서 한숨이 튀어 나왔고 푸만은 그런 준혁에게 유쾌한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푸하하하. 벌써부터 그런 한숨을 쉬면 어떻게 하나. 걱정 말게. 금강님이 무리한 수준으로는 하지 않아. 근성 좋고 성실하다면 충분히 저 정도는 소화 할 수 있을 거니까. 잘 모르겠거든 계속 나에게 물어보게 답을 해줄 테니까."
그렇게 준혁은 기뻐하지도 슬퍼하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곡괭이 질을 시작했고 투박하기는 하지만 뭔가 제대로 기초가 잡힌 듯한 모습으로 벽면을 야무지게 후려쳤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푸만은 흠짓 놀라면서 강현에게 물었다.
"이쪽 계통에서 일을 했나?"
"이런 일은 아닌데 삽도 좀 쓰고 커다란 해머로 벽면을 부수는 것도 좀 해봤습니다."
"아, 그런가? 뭔가 자세가 잡혀서 말이야. 자네 재능이 있구만. 음, 역시 그렇지. 금강님의 안목이 역시 대단하시군. 그렇게만 열심히 하면 충분히 다 하고도 남을 거야."
"그렇습니까?"
"그래. 자네 참 재능이 있어. 아예 이쪽으로 직업을 하라고 권하고 싶을 정도일세. 하하, 어깨 힘도 튼실해 보이고 말이야."
준혁은 푸만의 발언을 듣고 그도 상당히 노련한 광부라는 것이 알 수 있었다. 강인한 어깨라는 패시브 기술이 3레벨에 도달한 상태라서 엄연히 일반 성인과는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그에게 수상함을 느끼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머릿속이 정말 많이 복잡해져 갔지만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였다.
"으으읏차! 아우 이거 손에 전해지는 맛이 상당합니다."
"그렇지? 하하하. 나도 이 맛을 못 잊어서 광부를 하는 거지. 흐흐. 이거 중독되면 다른 거 못해."
"어휴, 그럴 것 같네요. 묘한 쾌감도 있습니다?"
"그럼! 묘한 쾌감도 있지. 자네가 아주 똘똘한데? 그런 것도 파악하고 말이야. 그리고 가장 좋은 것은 마누라 잔소리 듣고 온 날에는 스트레스 풀기도 딱 좋아. 껄껄껄."
열심히 곡괭이질을 하면서 푸만의 정신을 슬쩍 흐트러놓게 광부 예찬을 하며 오로지 곡괭이질을 해나가는 것이었다.
덕분에 푸만의 곡괭이 작업 진도가 조금 늦어지긴 했으나 준혁은 시청자들에게 금강과 달리 푸근한 푸만과 유쾌한 아저씨 토크를 이어갔으며 나름 양질의 컨텐츠도 뽑고 그의 집중력을 분산 시켜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시청자들에게 전달이 되지 않도록 만들었다.
그야말로 가장 큰 성과라고 할 수 있었으며 기가 막힌 위기 대처를 할 수 있었다.
========== 작품 후기 ==========
(__)감사합니다.
추천,선작, 코멘트는 언제나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진짜임당..ㄷㄷ
감사합니다.!
닉네임을 만드렁 쓰는것이..넘나 힘겨웠는데..
독자님들이 있어서..너무 편해졌습니다.감삼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