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뀽의 등장으로 활기를 찾고 맛있는 새참을 한 뒤에 다시 시작된 곡괭이질은 지루함의 끝이었다. 사실 상, 컨텐츠로는 최악이라고 할 수 있었는데 시청자들도 없고 푸만만 존재해서 더 이상 이야기를 푸는 것도 힘든 상황이었다.
스트리머의 자질을 극한으로 테스트 받는 느낌에 실로 힘들었지만 그래도 떨리는 팔과 뻐근해지는 허리의 감각을 이겨내면서 최소한의 멘트를 실행하며 극한 방송을 펼쳤다.
이에 지켜보는 시청자들은 어느새 히어로 크로니클의 게임 방송이 아닌 〈 대협의 극한체험!〉 으로 방송 제목을 바꿔야 한다며 웃픈 감정의 눈물을 흘려 주었다.
"어흐… 분명 제대로 쉬지 않으면 근육이 많이 뭉치겠죠."
"당연하지. 뭐, 간단하게 피로 회복제 하나 마시면서 버텨도 되지. 물론, 자주 마시면 중독 증상이 있어서 문제지만."
"예? 중독 증상이요?"
"독이라는 건 아니고. 그냥 맛도 좋고 피로도 풀리고 그야 말로 보양식품 대신에 먹기 좋은데 가격도 합리적이라서… 끊지를 못해."
"이름이 뭡니까? 그게. 얼마나 합니까?"
"가격은 50실링. 연금술사 길드에서 박쿠스F 하나 달라고 하면 주네."
"왠지 딱 봐도 피로가 풀릴 이름 같네요."
준혁은 박쿠스F를 푸만이 거론하는 순간 준혁은 이건 회귀 전에 자신도 종종 먹었던 물약 중에 하나라서 놀라움과 함께 반가움이 함께했다.
'사실 상 전설의 음료 수준이잖아? 이런 긴 시간을 버텼으니 사람들이 맹목적으로 믿는 구나. 피로는 신전보다 박쿠스F를 가서 마시는 게 좋다고 할 정도로.'
아주 긴 세월의 차이가 나는데도 살아있는 박쿠스F에 대해서 준혁은 추억이 돋아 올랐고 조심스레 한번 물어 봤다.
"박쿠스F라는 것이 유명한 가요?"
"연금술사 길드의 밥줄이지. 매출의 절반 이상을 만들어낼 걸? 일반 백성들이 피로를 푼다고 하루를 더 쉬겠나? 그냥 50실링 내고 마시고 일 가는 거지. 다 그런거지. 백성들 음료라 이 말이야."
가격이 좀 나가긴 하지만 내지 못할 금액은 아니었다.
50실링을 소모한다고 해도 300실링 이상의 이익을 얻고 밥도 해결할 수 있으니 노동을 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었고 푸만의 이야기에 시청자들은 다 짠한 마음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유동닉 1호기: 엠병. 여기서도 나는 박쿠스D를 마시며 일을 하것네. ㅠㅠ
▷웃픈놈: 허허, 내가 저럴 듯?
▷에레보르스트: 하와와 군필 여고생쨩은 열심히 땅을 파고 있는 거시와요! 그거슨 돈이 없으면 당연한 거시와요.
▷라이닌턴: 현실과 1:1 비율. 크나큰 고통의 노동! 사스가 인생 갈기 게임이구나!
▷Acturus: 이 게임은 너무 눈물나고. ㅠㅠ 대협! 고된 길이 눈 앞에 보입니다?
▷율련: 안돼. 이 게임은 너무 위험해.
▷하얀봉황: 슬프면서 웃긴건 지금 대협이 고개를 끄덕였다. 즉, 박쿠스F 사 먹고 다음날 또 노동을 하겠다~ 이 말인 거임. 크흡!
채팅창의 반응에 준혁도 한숨을 살짝 내쉬며 웃픈 상황임을 공감해 주고 난 뒤에 말했다.
"정말 다들 열심히 사십니다."
"당연하지. 집에 토끼 같은 자식들이 있고 곰 같은, 아니 여우 같은 마누라가 크흠 있는데 열심히 해야지. 마누라도 놀고만 있는 것도 아니야. 다들 뭐라도 한단 말이야."
"그럼 엄청 다들 부유하시겠어요."
"그건 또 아니야. 복지가 좋다고 했지? 내가. 그럼 그 만큼 세금도 쌔고 투자도 많이 한단 말이지. 보수도 꾸준히 칼 같이 해서 조금의 이상도 없이 관리를 해. 거기에 증축 공사도 꾸준히 해서 영지 확장도 하니까. 다른 영지에 비해 한 30% 정도 더 버는 수준이랄까? 그 정도만 해도 뭐, 사실 대단한 거지."
준혁은 푸만의 이야기에 칼스 레이너가 영지를 발전 시키겠다는 의욕과 정복욕이 꽤 강한 인물이라고 판단을 내렸다.
'어쩌면 이거 나한테 접근한 것도 그렇고 흐음, 모험가를 옆에 두고 관찰하려고 그러는 것인가? 아니면 나를 이용해서 뭘 하려는 것 같기도 한데. 성장을 좀 하면 나쁘지 않은 상황이 생기겠는데?'
영주가 꾸준히 방비를 하고 자원 확충을 한다는 것은 단순한 의미가 아니다.
'주변 영지랑 전쟁이 발생 될 가능 성이 있는 것 같은데? 아니면 던전 같은 것이 열렸나? 만약 그런 거라면 일단 최대한 빨리 메인 직업도 선택 해야겠는데.'
이런 생각을 하면서 준혁은 슬쩍 푸만에게 칭찬과 같은 말을 하면서 정보를 더 얻어보기 위해 떠보았다.
"아~ 대단하시네요. 역시 뭔가 다르다는 느낌이 짙었는데 진짜 멋지시네. 우리 영주님."
"그렇지? 길드 조합들에게도 굉장히 친절해. 이렇게 서로 좋은 관계를 맺은 곳은 별로 없다네. 모든 종족들에게도 우호적으로 종교에 자유도 있고. 사실 상 여기가 나는 낙원이라고 생각해. 해안 낙원 도시, 트리톤."
"주변 영지에서도 참 부러워 하겠습니다. 코 옆에 이런 멋진 도시가 있으니."
"우리 만큼 발달은 되지 않으니 당연히 부러워 하지. 우리는 제국 수도로 가는 포탈도 등록 되어진 곳이네. 더군다나 여기저기 이상 증후로 생성되는 네임드 몬스터들을 제거 하기 위한 포탈도 설정도 되어져 있지. 사실 수도와 서비스 시설은 거의 차이가 없어."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 수록 준혁은 꺼림칙한 느낌이 들었는데 설마 칼스 레이너라는 이가 독립을 꿈꾸는 것인가 싶었다.
'에이, 그건 아니겠지. 애초에 여기는 왕조가 계속 변하지 않아서 유명했던 곳인데.'
머리를 긁적이며 자신의 생각이 너무 과했다는 생각을 가졌다. 다만, 그래도 칼스 레이너가 상당히 호전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고 꽤 계획적인 성격이라고 생각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와우, 역시 제가 운이 좋습니다. 딱 이런 곳에 오다니. 하하."
"그럼. 운이 좋지. 아무튼 일 마저 하고 박쿠스F나 한 병 마셔. 이건 사수로써 오늘 자네가 정말 일을 잘해서 주는거야. 통로에 잔석도 치우면서 할당된 일도 야무지게 해내는 모습은 솔직히 감동이었네. 자네 독기가 있어서 마음에 들어."
"아하하. 감사합니다."
"감사는 무슨. 다 나 편하고 나 돈 좀 더 벌자는 건데. 아무튼 열심히 해 봐. 자네 속도라면 4개월 정도면… 어쩌면 좋은 소식 들을 수 있겠군."
2개월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가시 밭길이 상당했기에 준혁은 멋쩍은 표정을 지어야만 했다. 그리고 이런 준혁의 표정에서 푸만 역시 이해를 했다.
준혁은 모험가이고 모험가는 기본적으로 여기에 노동을 하러 온 것이 아니다.
적당히 돈을 벌었으면 장비를 맞추고 여기저기 떠돌아 다니는 방랑자의 삶을 살아간다.
물론 베이스를 이곳에서 차리긴 하겠지만 서브 직업은 서브 직업일 뿐, 긴 시간을 투자 할 수 없음을 느낀 것이다.
"아마도 중간중간 양해를 구하는 시간들이 있어야 해서. 장기간으로 가되 역시 일용직으로 가야 할 것 같네요."
"음, 무슨 말인지 이해는 되네. 자네들과 우리들의 사정은 다르니까."
"조금은 그런 부분도 있긴 하고요."
"뭐, 그럼 이제 슬슬 마무리 하자고. 아! 그리고 자네 나중에 장비를 맞춰야 할 때 나에게 이야기를 하게. 그러면 내가 실력 좋고 가격은 적당히 후려쳐서 받는 땅딸보 드워프 하나 소개 시켜 주지. 뭐, 지금은 실력이 죽어서 애들이나 가르치는 심보 고약한 늙은이인데 물건은 아주 야무져. 기초에 아주 충실하거든. 초보자들이 쓰기 좋아."
준혁은 푸만의 이야기에 눈을 빛내면서 바로 감사의 인사를 건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저 제가 거길 들리면 다른 모험가분들도 많이 갈텐데 괜찮나요?"
"음? 아아. 뭐 상관 없지. 어차피 공방 연합이라서 별 의미는 없어."
"그렇군요. 다행이네요. 사실 가격이랑 이런 것도 잘 모르겠고. 저희가 이곳에 온 지 처음이니 눈 뜨고 코 베이지 않을까 걱정도 좀 많았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더 열심히 하고 이것저것 알아보려고 해도 쉽지가 않더라고요."
"그렇지. 아무래도 여긴 많은 종적이 섞여 있기도 하고 기본적으로 다 상업에 얽힌 곳들이 많아. 그러니 힘들지. 자네들이 필요한 것들은 더욱 그렇겠고. 나 역시 그래. 소개를 해주는 곳도 내가 아는 곳이지."
푸만은 솔직하게 자신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이야기 했다. 그러나 준혁은 푸만은 여태까지 다른 이들과 달리 아닌 척 하지만 분위기를 잘타는 기분파적 모습을 보였는데 그렇기에 그의 추천을 믿기로 했다.
무엇보다 드워프제라는 것도 컸고 추천을 해준 푸만은 금강의 밑에 있는 사람이었다. 금강은 사디의 추천을 통해서 자신을 꽤 눈 여겨 보고 있는 상태였기에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인맥들의 체면을 깎아 먹는 일을 하지 않을 이라고 준혁은 생각을 했다.
"오오, 훔바바를 이야기 하는겐가? 푸만."
"아이고 깜짝이야! 쫌 기척 좀 내고 다녀. 다쳤으면 어떻게 할 뻔 했어? 깜짝 놀랐잖아. 뀽."
정말 준혁도 놀라고 푸만도 놀라서 푸만이 준혁을 대신해 뭐라고 했지만 뀽은 그저 코웃음을 치며 이야기를 했다.
"흥! 놀고 있었으면 거짓말은. 흥흥! 아무튼 훔바바를 이야기 하는 것이면 그는 굉장히 우수한 인재인데? 그의 밑에 12명의 제자도 웬만한 도시에서 공방을 차리게 된다면 이름을 떨 칠 수준이라고."
"뭐 늙다리 드워프를 누가 그렇게 쓰나."
"어이구 당신 곡괭이도 메이드 인 훔바바인데?"
"크흠. 그거야 뭐."
"아무튼 그 공방 질 좋은 만큼 가격이 상당한데. 어째서 거짓말은 하는 것이지? 푸만. 신입은 돈이 없다. 그리고 가난하다! 빈곤해서 죽을 지경이다! 그는 칼스에게 훈련을 받고 여기에 돈을 벌기 위해 왔다고!"
딱히 그 정도는 아니라고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굳이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다. 뀽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가격이 비싼 것이 맞아 보였으니 말이다.
"이번에 물품이 취소 됐잖아. 그래서 보급 품목용 검과 방어구들이 꽤 있다. 발주를 준 곳이 멸망했거든. 영지도 날라가고 3대의 목이 댕강 날라가서 손해를 꽤 봤더군."
"음!? 멸망?"
"그래. 그래서 병사 보급품이 많은데. 이것도 떨이로 후려쳐야 하는 상황이란 말이지. 적어도 보급품이 1500개 정도는 있으니 여유롭게 구매할 수 있을 걸? 모집 총 인원이 1124 명이라고 적혀 있으니."
"음. 그렇긴 한데. 가격이……."
"품질에 따른 합리적인 가격. 초반에 준수한 장비는 좋다고. 근성있게 또 열심히 일을 하는게 우리 신입인데. 왜 자꾸 못산다고 하는 거야? 혹시 신입을 못 믿는 거야?"
"아니다! 그건 아닌데. 크흠. 엣헴. 에잉. 모르겠다. 나는 이만 가보지."
또다시 휙- 하고 사라지는 뀽의 모습에 준혁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고 푸만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말했지? 최상급 마스터의 힘을 저런데 쓰고 다닌 다니까. 그리고 걱정 마라. 이번에 발주 받은 것 때문에 재고 품목을 털어내야 해서 괜찮게 살 수 있을 테니까."
"네. 감사합니다."
"흠흠. 그래. 난 결코 허튼 말을 하지 않았다니까. 아무튼 일 열심히 해보자고. 내일도 올 거지?"
"그럴 겁니다. 최대한 와서 배워야죠."
"후후 그것 참 좋은 소식이군. 그렇게만 된다면 내가 매일 박쿠스F 한 병 사주도록 하지. 후임을 챙기는 것은 선배의 몫이니까."
"사양하지 않고 받겠습니다. 선배님."
========== 작품 후기 ==========
(__)감사합니다. 꾸벅
언제나 추천, 선작, 코멘트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인게임과 오프로인 조절을 좀 잘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