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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익 공방으로 향한 준혁은 확실히 왜 흑익이라는 이름을 붙였는지 알 수 있었다. 조인족이지만 조인족으로는 보이지 않는 묘한 이가 공방을 진두지휘 하고 있었으며 그 매서움은 훔바바와 비견해도 뒤지지 않았다.
'조인족 혼혈인가? 으음. 일단 기다리면서 구경이나 하자.'
그렇게 한참을 공방 구경을 하며 있을 때, 준혁과 눈이 마추진 흑인 대장간의 주인으로 보이는 이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누구지?"
"아, 안녕하십니까. 저는 인디고라고 합니다. 그리고… 울프님의 추천을 받고 이곳을 찾아 왔습니다."
추천서를 건네면서 이야기를 하니 그는 그것을 확인하고 난 뒤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는 위오라고 한다. 장비를 구한다고? 그런데… 방패 전사를 한다고 하는데 방패는 이미 구한 것 같군. 음? 훔바바가 만든 것인데."
"아! 네. 그렇습니다. 채굴 쪽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그쪽의 지인이 훔바바님을 추천해서 들렸다가 왔습니다."
"그 친구 실력이라면 뛰어나지."
"저… 그런데 훔바바님도 많이 흑익 공방을 굉장히 존중하시는 모습을 보이시고 그러는데 경쟁 업체 뭐 이런 것이 아닙니까?"
준혁의 이야기에 위오는 턱을 긁적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경쟁 업체는 맞지. 그런데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발전이 있네. 그리고 훔바바는 사실 경쟁 업체라고 표현을 하면 안되네. 그는 우리 장인들의 공방을 지켜준 이니까."
"예? 지켜준 이라고요?"
"그렇네. 훔바바는 사실 대장장이가 아니네. 세월이 흘러 잊혀졌겠지만 그는 뛰어난 전사인데 이곳에 터를 잡았지. 삼나무 숲 출신 훔바바라고 하면 벌벌 떨었던 이들이 많은데. 이제는 잊혀진 것인가? 하긴 세월이 지나긴 했군. 아, 자네는 모험가라서 더 모를 수도 있겠고."
과거에 얽힌 이야기가 있구나 싶어서 준혁은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고 시청자들은 더욱 더 훔바바에 감동을 한 모습을 보였다.
상남자 의리로 수 많은 장인들을 지키면서 이곳에 머물고 있었다는 뜻이니 말이다.
처음의 쿨하고 의리 있는 모습에 이 사실까지 추가되니 그야 말로 어느 곳에 갈 것이라는 것을 채팅창에 이야기를 하기 바빴다.
"사실 이곳에 오고 이런저런 일을 하고 시설 및 주변 관광지 같은 곳을 소개하기 바빠서 제가 역사가 짧습니다. 아마 그래서 모를 수도 있으니 다른 이들까지 모르지는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가? 아무튼 잘 왔네. 일단 물품을 보는 것으로 시작을 할까."
"아! 네 알겠습니다."
위오 역시 훔바바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 외에는 별 것 없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고 물건들을 대략적으로 선보였다.
초보자들이 사용하기 좋은 것부터 시작해서 이런저런 설명도 더 해주긴 했으나 확실히 양산품의 수준은 거기서 거기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내구성이 비슷한 가격, 성능이지만 흑익 쪽이 더 높네요."
"그렇네."
"매직 등급에 있어서도 그렇고… 이래서 훔바바님이 흑익 공방을 칭찬하셨군요."
울프가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 추천을 한 곳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솔직히 훔바바 보다 내구성이 좋으니 초보자들에게는 더욱 이득인 곳이었다.
또 몇몇 방어구 부위의 경우에는 철판을 추가로 덧대었는데 가격은 1골드 차이 밖에 나지 않았다. 이는 굉장한 차이인데 급소 부분에 철판을 덧대면 죽을 것도 일단 살 수 있는 데미지로 전환이 된다.
혹은 여러번 막을 수도 있고 말이다.
공정도 착용에 있어서 이상한 이질감이 너무 심하게 들면 안되니 제법 까다로울 수 밖에 없는데 그걸 해 놓고 1골드 만 더 받는다면 가죽류의 갑옷을 찾을 때에는 흑익 공방이 훨씬 더 낫다고 할 수 있었다.
다만 중갑쪽으로 넘어갔을 때는 이야기가 조금 다른데. 이 미약한 내구도의 차이가 그때면 느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물론, 내구도가 더 높다면 안전한 사냥을 좀 더 할 수 있다는 뜻이 되어서 낫기는 하지만 파티 사냥으로 진행된다는 것을 가정했을 때, 내구도에 큰 이상이 없이 도시로 다시 귀환하여 수리를 맡기고 다시 사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2인 파티 정도면 좀 괜찮은 부분이지만 다수라고 생각하면 애매하긴 하네.'
다만 확실한 것은 그리브 쪽의 착용감이나 움직임이 수월한 것은 흑익 쪽이 나은 것 같았다.
'무기는 비슷하고 아, 활은 이쪽이 좀 더 나은가? 섬세한데. 조인족이 궁수가 많아서 종족 특성일 수도 있겠네.'
이런저런 판단을 내린 준혁은 흑익 공방에서 다리를 보호하는 그리브와 함께 하체 관련된 방어구를 구매를 했다.
이후 다른 공방들도 둘러 보았으나 딱히 이 두 공방에 비해 나은 점도 없고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양질의 제품을 보여 달라 말하기도 민망해서 대충 둘러만 본 느낌으로 이동을 했고 그 뒤에 다시 훔바바의 대장간으로 이동을 하여 상갑 및 글러브까지 완전히 무장할 수 있었다.
"확실히 하체는 그 디자인이 낫군. 음. 움직임이 편하던가?"
"네? 아. 그렇습니다. 관절 부위의 움직임과 착용감이 한층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예민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 얼마 차이는 나지 않습니다. 단지 하체 쪽은 내구성이 좀 더 있으면 좋은 상황이라서 결정을 내렸습니다."
"히터 실드라면 어쩔 수 없기는 하지."
"그것보다 투구는 확실히 여기가 시야가 더 나은 것 같습니다. 좌측의 시야가 좀 더 있어서 측면 변수를 막기가 용이합니다."
"음. 그렇게 투구를 쓰고 있는 모습도 참 오랜만에 보는 군. 중앙 쪽은 요즘 돈이 있는 이들은 아바타를 많이 사용해. 뭐, 우리 영지는 사용하고 있지 않지만 말이야."
아바타라는 말에 준혁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말했다.
"아바타라는 것이 어떤 것입니까?"
아바타라는 개념은 자신이 플레이 하던 시기에도 존재하지 않았던 개념이기에 준혁은 무슨 말인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음, 외형 변형이라고 보면 되네. 그러니까 내가 투구를 쓰고 있지만 중절모와 같은 것을 입은 것처럼 꾸미는 거지. 갑옷이 파티 복장으로 바뀌고… 말이야."
"네, 네에!? 그, 그게 아바타입니까!?"
온라인 RPG 게임에서 캐릭터를 꾸밀 때보면 들어가던 필수 요소인 아바타를 지칭하는 것인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해서 준혁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고 그건 시청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렇네. 다만, 아바타를 장착하면 표기가 따로 된다네. 자네들을 구분하는 것처럼 아바타 마법도 그렇게 표시가 나. 우리 가게에도 하나 있는데 한번 볼 텐가? 직접 경험을 해보는 것이 나을테니."
"보, 보여주신다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너무 신기한 것이라서."
"하하. 신기하기는 하지. 이게 처음 나왔을 때, 얼마나 센세이션한 열풍을 불렀는지 자네들은 짐작도 못할 걸세. 지금도 뭐, 뜨겁긴 하지만 말이야."
시청자들 역시 패닉에 빠졌는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가격은 얼만큼 하는 지에 대한 궁금증도 보였다.
▷유동닉 1호기: 가격은 얼마나 하나요!?
▷오페라의유령: (슬쩍) 컬쳐 쇼크데스요! 우와앙!
▷빛디고대협: 헐킈. 아바타라니? 아니 이건 골드를 얼마나 빨아 먹겠다는 이야기야!?
▷광부노예17년: 인생 갈아 넣겠다는 뜻인가. 흐흐흐.
▷한국인한국팀: 돌았다맨이야. ㄷㄷㄷ 가격이 엄청날 것 같네.
그렇게 모두가 궁금해 하는 상황에서 훔바바는 투구와 함께 멋들어진 밀짚 모자를 하나 가지고 왔는데 준혁을 보면서 말했다.
"자, 이 장비네. 한번 살펴 보겠나?"
"아! 네. 감사합니다."
"참고로 이건 내가 싸구려 견본품이네. 딱, 아바타 옵션만 넣은 투구라네. 아바타 옵션을 넣으면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걸 홍보하기 위한? 뭐 그런 것이지."
- (레어)아바타 투구 견본품A: 내구력 3800/3800 방어력 180
아바타를 이해 시키기 위한 견본품
아바타로 지정할 물품을 저장할 슬롯 2개가 존재한다.
추가 효과
- 아바타
저장한 슬롯의 복장으로 꾸밀 수 있다.
(단, 슬롯에는 동일한 부위에 착용하는 물품만 집어 넣을 수 있다.)
(효과를 적용하기 싫다면 슬롯의 아이템 비적용을 체크하면 된다.)
"커헉!"
별다른 옵션은 없지만 일단 방어력이 180이라는 것도 놀라웠고 단순히 아바타 마법이 들어갔다는 이유 만으로 레어 등급이 붙는 것을 보면서 준혁은 어이가 없었다.
"놀랐나?"
"오,옵션도 아바타 달랑 하나인데 레어 등급입니까!? 만약에 추가적인 옵션이 달린다면 최소 유니크 등급이나 그 이상도 가는 건가요?"
"음, 그렇네. 대충 가격도 2배 씩 늘어날 걸세. 옵션 1개에 200골드면 2개면 400골드 3개면 800골드 이렇게 말이야. 저번에 지저 왕국의 드워프 마스터가 만든 제품이 있었는데 옵션이 5개나 달려 있었지. 경매에 나왔고 대형 갤리 상선 12척 하고 바꿨다고 하더군. 가격은 본래 그 정도가 아니지만 프리미엄까지 더 해져서 말이야."
대형 캘리 상선이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몇 천 골드는 할 것이라고 다들 추측을 했고 12척과 교환을 했다면 가격도 구토증이 올라올 정도였다.
"다, 답이 없는 수치군요."
"그렇지. 대부분 그래서 2개 ~ 3개 옵션만 달린 것을 활용하네."
"이건 그러면 아바타 옵션이 제조 고정에서 해야 하는 건가요? 기성 제품에 투자를 하지는 못하는 건가요?"
"기성 제품에도 충분히 가능해. 단지, 가격이 좀 더 비쌀 뿐이네. 이걸 하려면 대형 공방에 가야 할 거야. 연금술사 길드와 연동 되어진 곳들이어야 가능할 것이네. 나도 원리는 파악했지만 연금술사 길드와 연동이 되어 있지는 않아서 이곳에서 제작을 하기는 힘들지. 뭐, 그래서 지금 연금 술사 길드와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서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지만 말이야."
그러거나 말거나 준혁은 확실히 자신이 알던 영웅 연대기가 아니라고 생각을 했다.
'그나저나 이런 것들은 정말 전해주는 곳이 없나? 내가 일단 한 달 가량을 버틴 수준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없다니.'
다들 메인 직업이나 서브 직업 등에 대해서는 조금 이야기를 했지만 정작 이런 소식들은 아는 게 전혀 없었다는 것이 준혁은 황당했다.
최소한 다른 도시에 떨어져서 시작하는 이들은 이런 이야기를 알 법도 한데 말이다.
그렇게 어이가 없다는 듯 황당한 표정을 지을 때, 훔바바는 투구에 아바타 슬롯에 밀짚모자를 저장 시켰고 투구를 착용하니 투구를 착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보이는 것은 밀짚 모자를 착용한 것처럼 보였다.
또 그가 이야기를 한 것처 당구장 마크(※)가 표시 되어져 있었는데 그 부분을 확인해서 살펴보니 아바타 변환 중이라고 써 있었다. 또 부위까지 상세히 적혀져 있었는데 실로 황당할 따름이었다.
"정말… 신기하네요. 그런데 그렇게 하면 측면 시야가 보입니까? 아니면 기존 투구와 시야를 갖고 있습니까?"
"아무래도 시야까지 요구하는 건 힘들지. 그냥 외형적 변화만 있다네. 그것까지 추가하면 그건 〈성능〉이라고 봐야 하지 않겠나? 시야 확장의 성능 말이야."
"그렇군요.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그나저나 정말 신기한 걸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내 물품을 다시 와서 구매해주는데 이 정도 서비스는 해줘야지."
확실히 시청자들에게 좋은 정보를 제공해줬기에 준혁은 메인 직업 선정도 선정이지만 더 이상 자신의 관심을 외적으로 돌리지 않아도 된다고 여겼다.
아바타 변환이라는 것만으로도 이미 게임은 끝이 났으니 말이다.
"감사합니다. 훔바바님."
"뭐, 그럼 나중에 또 보도록 하지. 장비 수리는 오면 내 한번 은 무료로 해주지. 물론 이곳에서 구매한 물품만 말이야. 자네뿐 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네."
"아! 네. 감사합니다."
"딱히 감사를 표할 필요는 없네. 내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는데 이 정도는 서비스네."
뀽에 대한 부탁을 이야기 하는 듯 하여 준혁은 과연 뀽이 어떠한 존재인지 궁금했다.
훔바바 역시 과거가 있는 존재인 것을 확인했는데 뀽은 과연 어떤 존재이기에 오랜 시절부터 장인을 보호했다는 훔바바가 저리 말하는 것인지 궁금했다.
다만 이걸 알게 되면 괜히 코가 꿰는 상황이 생길 수 있으니 적절히 선을 지키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말이다.
'훈련 정도만 하면 된다. 그러면 우리 길드에 떨어지는 이득이 많아. 훔바바 쪽으로 많이 갈 것 같으니까. 이 한 몸 희생하면 되는 거지. 뭐.'
========== 작품 후기 ==========
(__)감사합니다.
추천, 선작, 코멘트는 언제나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잘 쓰도록 하겠습니다.